LOGIN* 엘리트 유치원의 보이지 않는 전쟁
오전 9시, 이슬은 둘째 서아와 막내 예준을 데리고 유치원 등원 길에 올랐다.
승우의 저택이 위치한 곳은 대한민국 0.1%만이 거주한다는 부촌이었고,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 또한 화려함의 극치를 달렸다. 유치원 입구에는 억 소리 나는 수입차들이 줄지어 서 있었고, 아이들을 데려온 학부모와 보모들이 끼리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이슬이 유치원 정문에 들어서자, 시선들이 일제히 그녀에게 꽂혔다. 최근 '차승우 대표네 집 보모가 바뀌었는데, 보통내기가 아니다'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진 상태였다.
"어머, 저 분이 그 새로 오신 분인가 봐요?"
화려한 트위드 재킷을 입은 한 여자가 다가와 이슬을 위아래로 훑었다. 그녀는 이 구역 학부모 모임의 실세인 민혁 엄마였다. 그녀의 눈에는 수수한 차림에 커다란 안경을 쓴 이슬이 만만한 먹잇감으로 보인 듯했다.
"안녕하세요? 차승우 대표님 댁 보모 맞으시죠? 저는 민혁이 엄마예요. 우리 유치원은 분위기가 좀 엄격해서, 보모 교육도 따로 하는데... 이번 주 모임에 꼭 나오셔야겠어요."
말이 제안이지, 사실상의 명령이었다. 이슬은 서아의 가방을 고쳐 매주며 여자를 차갑게 응시했다. 특전사 시절, 적진 한복판에서 암살 타겟을 노려보던 감각이 살짝 되살아났다. 이슬의 눈빛에 민혁 엄마는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이 여자... 눈빛이 왜 이래?'
"초대는 감사합니다만, 제 임무는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보는 것입니다. 친목 도모를 위한 시간은 따로 내기 어렵겠네요."
"뭐요? 임무? 지금 보모 일이 군대 작전이라도 되는 줄 아나 봐?"
민혁 엄마가 불쾌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서아는 겁을 먹은 듯 이슬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이슬은 서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민혁 엄마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단 한 걸음이었지만, 그 안에는 거대한 압박감이 실려 있었다.
"아이가 보고 있습니다. 소란은 자제해 주시죠. 그리고..."
이슬은 민혁 엄마의 귀에 대고 나지막이 속삭였다.
"방금 뒤에서 다가온 검은 옷 입은 남자, 사모님 가방 노리고 있는 것 같은데 조심하시는 게 좋을 겁니다. 3, 2, 1."
이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주변을 배회하던 한 남자가 민혁 엄마의 명품 가방을 낚아채 달아나기 시작했다. 유치원 앞은 순식간에 비명소리로 가득 찼다.
"어머! 내 가방! 도둑이야!"
민혁 엄마가 자리에 주저앉아 비명을 질렀다. 범인은 이미 인파 속으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이슬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단호하게 말했다.
"서아, 예준아. 여기서 눈 감고 열까지 세고 있어. 선생님이 금방 올게."
말이 끝나자마자 이슬의 신형이 탄환처럼 튀어 나갔다. 그녀는 치마 차림임에도 불구하고 놀라운 속도로 담장을 박차고 날아올랐다. 범인은 오토바이에 올라타 시동을 걸려 했으나, 이슬의 발차기가 먼저 그의 등 뒤를 강타했다.
퍽!
둔탁한 소리와 함께 범인이 바닥에 처박혔다. 이슬은 그의 팔을 꺾어 완벽하게 제압한 뒤, 떨어진 가방을 주워 들었다. 이 모든 과정에 걸린 시간은 단 15초였다. 유치원 앞의 모든 사람들이 그 광경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이슬은 흐트러진 안경을 바로 쓰며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민혁 엄마에게 가방을 건넸다.
"다음부턴 소지품 관리에 신경 쓰시죠. 그럼, 가보겠습니다."
민혁 엄마는 가방을 건네받으면서도 한 마디도 내뱉지 못했다. 방금 본 것이 영화의 한 장면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가지 않았다. 이슬은 아이들을 데리고 유치원 안으로 유유히 걸어 들어갔다. 학부모들 사이에서 이슬은 이제 '조심해야 할 대상'에서 '경외의 대상'으로 단숨에 격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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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아이들을 하원 시킨 이슬은 저택의 보안 시설을 재점검했다. 겉으로는 아이들과 숨바꼭질을 하는 척했지만, 그녀의 손에는 소형 주파수 탐지기가 들려 있었다.
'역시나.'
서재 환기구 안쪽에서 낯선 신호가 감지되었다. 누군가 승우의 업무 내용을 도청하기 위해 설치한 나노 마이크였다. 이슬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꺼내어 분석했다. '블랙 코퍼레이션'의 로고가 희미하게 각인되어 있었다.
"생각보다 깊이 들어왔군."
이슬은 그 도청기를 파괴하는 대신, 역정보를 흘리기로 결심했다. 그녀는 미리 준비해둔 변조된 음성 파일을 도청기 근처에서 재생했다. 차승우 대표가 오늘 밤 중요한 기밀 서류를 가지고 특정 장소로 이동한다는 가짜 정보였다.
그녀가 작전을 설계하고 있을 때, 서아가 다가와 이슬의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선생님... 아까 무서웠어. 도둑 아저씨 잡을 때 선생님이 꼭 엄마처럼 멋있었지만, 그래도 무서웠어."
이슬의 가슴 한구석이 찡해졌다. 전장에서 수많은 생사를 넘나들었지만, 이런 순수한 감정 앞에서는 언제나 무장 해제되었다. 그녀는 서아를 안아 올렸다. 단단한 근육으로 다져진 팔이었지만, 서아를 안는 손길만큼은 솜털보다 부드러웠다.
"서아야, 선생님은 너희를 지키는 방패야. 방패는 절대로 부서지지 않아. 알겠지?"
"응... 선생님, 우리 아빠도 지켜줄 거야? 아빠 요즘 맨날 잠도 못 자고 슬퍼 보여."
"그럼. 아빠도, 너희도. 선생님이 전부 다 지킬 거야. 약속해."
이슬은 서아의 작은 손가락에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걸었다. 그것은 국가를 향한 충성 맹세보다 더 무겁고 소중한 약속이었다.
빅토르 자카로프는 사색이 되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으나, 이미 출구 쪽에는 검찰 수사관들과 인터폴 요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단 한 번의 완벽한 기술적 반격으로 세계 최대 방산 포식자의 이빨을 온 세상 앞에서 깨부숴버린 것이었다.---세미나 홀의 폭발적인 소란을 뒤로하고, 승우와 이슬은 전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호텔 최상층 야외 루프탑 정원으로 올랐다.도심의 화려한 야경이 발밑으로 펼쳐졌고, 밤바람이 시원하게 두 사람의 옷자락을 간지럽혔다.승우는 정장 재킷을 벗어 이슬의 어깨에 살포시 걸쳐주었다. 승우의 따뜻한 체온과 은은한 향수 냄새가 이슬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수고했습니다, 승우 씨. 완벽하다 못해 서늘할 정도의 반격이었어요."이슬이 안경을 다시 쓰며 미소 짓자, 승우는 이슬의 허리를 감싸 안아 그녀를 자신의 품에 바짝 끌어당겼다. 승우의 깊은 눈동자가 이슬의 입술에 머물렀다."내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당신이 내 사각지대를 지켜주는 한, 나는 그 누구에게도 패배하지 않는다고요."승우는 이슬의 턱끝을 살며시 들어 올리고 깊고 뜨거운 키스를 내리부었다.야경을 배경으로 두 사람의 숨결이 얽히고설켰다. 승우의 손이 이슬의 매끄러운 허리와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 쥐었고, 이슬 역시 그의 단단한 어깨를 꼭 끌어안으며 남자의 체온을 온전히 받아들였다.임무로 시작되었던 위장 보모의 삶. 하지만 이제 두 사람은 양지와 음지의 전장을 모두 평정한 채, 서로의 목숨보다 소중
승우는 이슬의 허리를 감싸 안은 채 여유롭게 빅토르를 마주 보았다."반갑습니다, 자카로프 회장님. 스위스와 서울에서 연이어 고배를 마셨으면서도 이렇게 양지의 무대에 당당하게 서시는 걸 보니, 얼굴 두께가 기술력보다 뛰어나신 모양입니다."승우의 첫마디부터 거침없는 도발이 날아들자, 빅토르의 뒤에 서 있던 경호원들의 눈빛이 사나워졌다. 빅토르는 입꼬리를 살짝 비틀며 미소를 지었다."젊은 친구가 혈기가 넘치는군. 자네의 에기스가 뛰어난 건 인정하지. 하지만 방산의 세계는 기술 하나로 버틸 수 있는 곳이 아니야. 자본과 거대한 국가 권력이 뒤를 받쳐주지 않으면, 그 잘난 기술도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법이지."빅토르가 샴페인을 한 모금 마시며 이슬을 비스듬히 바라보았다."강 상사, 자네 같은 정예 요원이 한낱 벤처 기업가의 노리개나 보모 따위로 썩고 있다니 안타깝군. 아레스의 전술 이사 자리로 온다면 지금 자네가 받는 대우의 10배를 주지."빅토르의 무례한 언사에 승우의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식어 내렸다. 승우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려 하자, 이슬이 승우의 팔을 살포시 잡으며 가로막았다.이슬은 안경 없는 서늘한 눈동자로 빅토르를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가 발산하는 절제된 살기가 연회장 중앙의 공기를 순간적으로 얼려버렸다."제 대우를 걱정해 주실 필요는 없습니다, 자카로프 회장님. 저는 돈이나 권력 따위에 움직이는 용병이 아니니까요.""호오?""저는 차승우 대표의 완벽한 파트너이
서아가 이슬의 옷자락을 당기며 앙증맞게 굴자, 승우가 다가와 서아를 덥석 안아 올렸다."서아는 아빠가 안아줄 테니 엄마 괴롭히지 마라. 엄마는 오늘 아빠랑 중요한 일을 하러 가야 하거든.""치, 아빠는 매일 엄마를 독차지하고!"서아의 투정에 주방 안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식탁에 앉아 식사를 마친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모습은, 이슬에게 자신이 왜 이 전장을 지켜야 하는지 다시금 일깨워주는 거대한 이정표였다.식사를 마친 후 아이들을 배웅하고 돌아온 저택 서재. 승우의 태블릿 PC로 국제 안보 및 방산 시장의 비상 통지가 날아들었다.아레스의 회장 빅토르 자카로프가 한국 지사를 통해 서울 국제 안보 기술 엑스포의 VIP 기조 연설자로 전격 참석한다는 소식이었다. 겉으로는 최첨단 방산 기술의 교류를 표방하고 있었으나, 실상은 한국 정부와 정계 인사를 압박하여 에이전트 실드의 에기스 기술을 강제로 국방부 공동 보유 자산으로 묶어두려는 대규모 로비전이었다."양지의 가장 거대한 무대에서 나를 끌어내리겠다는 뜻이군요."승우가 차가운 실소를 흘렸다. 승우는 태블릿을 끄며 곁에 서 있던 이슬의 손을 잡았다."엑스포 개막식 갈라 행사에 참석할 겁니다. 빅토르 자카로프가 어떤 판을 깔아두었든, 내 기술과 내 가치를 그자의 눈앞에서 직접 증명해 보이죠.""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그자의 경호팀은 전직 스페츠나츠와 PMC 정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양지의 연회장이라 해도 방심할 수 없습니다."이슬의 어조는 서늘하고 단호했다
이슬이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미소 짓자, 승우는 이슬의 허리를 끌어안아 그녀를 자신의 무릎 위에 살포시 앉혔다. 두 사람의 시선이 깊게 얽히며, 어둠이 그득한 거실 안을 뜨거운 애정으로 채워나갔다."아레스의 빅토르 회장은 이제 자신의 최정예 타격조가 한국에 발을 붙이기도 전에 무너지는 꼴을 보게 될 겁니다. 양지의 법과 음지의 전술, 그 어떤 것으로도 우리를 건드릴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히 깨닫게 해주죠."승우의 눈동자에 굳건한 결의가 서렸다. 이슬은 승우의 가슴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며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를 쓰다듬었다.적들의 세력이 아무리 거대해지고 수법이 비열해진다 해도, 서로의 목숨을 지탱하는 완벽한 연인이자 파트너가 된 두 사람을 무너뜨릴 수는 없었다. 세 아이의 웃음소리가 울려 퍼지는 이 저택은, 이제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아름다운 성채로서 완벽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었다.* 침묵 속의 조준선새벽의 차가운 정적이 물러나기도 전, 저택 서재의 푸른 모니터 화면에는 서울 도심 전역의 위성 지도가 촘촘하게 펼쳐져 있었다. 아레스의 직속 타격조 '레드 셀' 대원 12명이 숨어 있던 은신처 라인이 실시간으로 붉은 점멸을 일으키더니, 국가정보국 특수 임무 팀과 정보사 수거팀의 동시 타격으로 하나씩 꺼져갔다.승우는 이슬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손목시계 형태의 서버 단말기를 조작했다. 그의 손끝이 움직일 때마다 레드 셀의 자금줄과 통신망이 도미노처럼 붕괴했다."12명 전원 신병 확보 완료. 도심 속에서 총성 한 번 울리지 않고 완벽하게 차단했습니다."승
승우가 물었다. 이슬은 허벅지 홀스터에 소음 권총을 장착하고, 올려 묶은 머리핀 속에 미세 단검을 은닉했다."승우 씨는 지하 상황실에서 에기스로 제1, 제2 방어망의 전력을 차단해 주세요. 적에게 저택의 자동 방어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착각을 일으키게 만드는 겁니다.""당신을 혼자 보낼 순 없습니다."승우가 단호하게 이슬의 손목을 잡았다. 그의 깊은 눈동자에는 걱정과 함께 이슬을 향한 뜨거운 소유욕이 일렁이고 있었다.이슬은 승우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혼자가 아닙니다. 승우 씨가 상공에서 제 눈이 되어주고 계시잖아요. 제 사각지대를 지켜주실 거라 믿습니다."승우는 이슬의 진심 어린 눈빛에 깊은 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좋습니다. 하지만 절대로 다치지 마세요. 만약 당신에게 작은 상처라도 난다면, 내가 어떤 방식으로 아레스를 멸망시킬지 나조차 장담할 수 없으니까요.""걱정 마세요. 내 남자와 아이들이 있는 이 저택은 그 누구도 침범할 수 없는 요새니까요."이슬의 나지막한 선언과 함께, 두 사람은 각자의 위치로 신속하게 움직였다.---달빛조차 먹구름에 가려진 서쪽 소나무 숲.검은색 야간 위장복을 입은 사내가 소리 없이 울타리 근처로 다가왔다. 아레스의 직속 타격조 '레드 셀'의 선발 정찰 요원이었다. 그는 손목에 차여 있던 광학 스캐너를 통해 저택의 보안망을 측정하
승우는 이슬의 등 뒤로 자연스럽게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두 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그의 단단한 가슴이 이슬의 등에 밀착되며 기분 좋은 열기를 전해왔다."저녁 파티 준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던 중이었습니다."이슬이 살짝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자, 승우는 이슬의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은은한 향수 냄새와 그만의 깊은 체온이 이슬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아이들 파티도 중요하지만, 내 이사님의 노고를 치하하는 게 먼저 아닙니까? 오늘 회의실에서 보여준 당신의 완벽한 제압 동작은 다시 생각해도 소름이 돋을 만큼 아름다웠습니다.""승우 씨가 지분 51%를 그 자리에서 선언하며 적들의 기세를 완전히 꺾어놓은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죠."이슬이 소곤거리자 승우는 나직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슬의 허리에 들어간 팔에 힘을 주어 그녀를 자신 쪽으로 바짝 끌어당겼다."우리는 정말 완벽한 팀이군요. 음지의 칼과 양지의 방패가 이토록 완벽하게 어우러지다니 말입니다.""팀으로만 만족하시는 건 아니겠죠?"이슬이 안경 너머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묻자, 승우의 깊은 눈빛에 짙은 열망이 순간적으로 타올랐다. 승우는 이슬의 턱끝을 부드럽게 들어 올렸다."당연히 아닙니다. 팀을 넘어 내 목숨을 바쳐 사랑할 단 한 사람이죠."두 사람의 입술이 다정하게 포개졌다. 주방 가득 퍼진 음식 향기와 함께 서로의 숨결이 깊게 얽혀 들었다. 이슬은 승우의 목을 감싸 안으며 그의 단단한 어깨에 기댔다. 요원으로서 항상 경계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