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슬은 자신의 품에 안긴 승우의 떨림을 느꼈다. 강한 척하던 IT 기업의 대표도, 세 아이의 아빠이기 전에 상처 입은 인간일 뿐이었다. 이슬은 조심스럽게 그의 등을 토닥였다. 그녀의 손바닥에 닿는 그의 심장 박동이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다.
'이 남자를 지키는 게 내 진짜 임무겠지.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이슬은 잠시 동안 그를 안아주었다. 서늘한 밤공기 속에 두 사람의 온기만이 유일하게 따뜻했다. 승우는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묘한 안정감에 눈을 감았다.
보모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듬직하고, 여자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단단한 품이었지만, 지금의 그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피난처처럼 느껴졌다.
잠시 후, 승우가 정신을 차린 듯 몸을 떼어냈다. 그의 귓가가 살짝 붉어져 있었다.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추태를 보였군요."
"아닙니다. 사람이니까 당연한 거죠. 일단 집으로 가시죠. 아이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제가 뒤에서 따라갈 테니 안심하고 운전하세요."
"이슬 씨가 뒤에서요? 바이크로?"
"네. 제가 바이크 운전은 꽤 하거든요. 차승우 씨의 전용 가드레일이 되어 드릴게요."
이슬은 가볍게 웃으며 헬멧을 썼다. 승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여자. 하지만 그녀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까의 공포가 씻은 듯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휴게소를 빠져나갔다. 승우의 세단 뒤를 호위하듯 따르는 바이크의 불빛이 밤의 장막을 뚫고 저택으로 향했다. 다행히 돌아가는 길에는 더 이상의 추격자도, 수상한 움직임도 포착되지 않았다.
이슬이 아까 SUV의 타이어를 손봐둔 덕분인지, 아니면 그녀의 위협 사격에 겁을 먹은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저택에 도착하자마자 이슬은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민준아! 서아아! 예준아! 선생님 왔다!"
이슬이 안전 방의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조심스럽게 문이 열렸다. 민준이 동생들을 뒤로 숨긴 채 엄숙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선생님, 게임 끝난 거야? 우리 침묵의 요새 완벽하게 지켰어."
민준의 말에 이슬은 아이를 꽉 안아주었다. 아이들의 눈에는 두려움보다 선생님과의 게임을 완벽하게 수행했다는 자부심이 가득했다. 이슬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아이들의 머리를 하나하나 쓰다듬었다.
"응, 너희가 정말 잘해줘서 선생님이 이길 수 있었어. 우리 이제 진짜 잠잘 시간이야."
승우는 거실 입구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엉망이 된 자신의 하루와 달리, 집안은 이슬이 만들어 놓은 평화로운 공기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슬이 아이들을 침대에 눕히고 나올 때까지 서재로 가지 않고 기다렸다.
이슬이 방에서 나오자 승우가 그녀를 가로막았다.
"강이슬 씨, 아까 휴게소에서 했던 말... 진심입니까?"
"어떤 말 말씀이신가요?"
"제 가드레일이 되어 주겠다는 말 말입니다. 단순히 보모로서의 의무인가요, 아니면..."
승우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이슬의 정체가 무엇이든 상관없다는 듯, 그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갔다. 이슬은 안경을 치켜올리며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저는 제가 맡은 타겟은 절대로 놓치지 않습니다. 그게 아이들이든, 차승우 씨든요. 그러니까 안심하고 주무세요. 제가 이 집의 안전을 책임질 테니까."
승우는 그녀의 '타겟'이라는 단어가 묘하게 들렸지만, 더 묻지 않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는 알지 못했다. 승우가 잠든 뒤, 이슬이 다시 검은 전술복으로 갈아입고 저택 옥상에 올라가 밤새도록 주변을 감시했다는 사실을.
이슬은 무전기를 켰다.
'블랙 코퍼레이션 소속 차량 두 대 확인. 현 시간부로 근접 감시 체제 강화한다. 차승우의 기술 유출 가능성 80%. 작전명 '너서리(Nursery)' 계속 수행한다.'
그녀의 시선은 어둠 속에서도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보모의 앞치마 뒤에 숨겨진 차가운 총신이 달빛을 받아 번뜩였다.
그녀에게 이 집은 더 이상 일터가 아니었다. 반드시 사수해야 할 최전방 고지였다.
* 그림자 밟기
아침 햇살이 창가를 타고 들어와 대리석 바닥을 비추었을 때, 저택 안은 이미 빈틈없는 활기로 가득 차 있었다. 밤새 옥상에서 경계 근무를 섰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이슬의 몰골은 정갈했다.
주름 하나 없는 셔츠 소매를 걷어붙인 그녀는 주방에서 시계를 확인했다. 오전 6시 30분. 정확히 '작전 개시' 시간이었다.
이슬은 능숙하게 세 아이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메뉴는 아이들의 영양 밸런스를 고려한 수제 샌드위치와 따뜻한 단호박 스프였다. 그녀의 칼질은 규칙적이고 정교했다. 도마를 두드리는 소리는 마치 메트로놈처럼 일정했으며, 양파를 다지는 손놀림에서는 어떠한 망설임도 느껴지지 않았다.
'보급품 확인 완료. 연료(식사) 충전 준비 끝.'
그녀는 속으로 짧게 중얼거리며 갓 구워낸 빵의 향기를 음미했다. 그때, 위층에서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차승우였다. 그는 어젯밤의 충격 때문인지 평소보다 더 지쳐 보였다. 헝클어진 머리와 피곤해진 눈가가 그의 심리적 상태를 대변하고 있었다.
"강이슬 씨... 벌써 일어났나요?"
"일어난 지 꽤 되었습니다. 차승우 씨, 어젯밤은 잘 주무셨습니까?"
이슬은 안경 너머로 승우의 안색을 살폈다. 그의 눈동자에는 피로와 함께 묘한 의구심이 서려 있었다. 어젯밤 휴게소에서 보여준 그녀의 미스터리한 모습이 여전히 그의 머릿속을 떠다니고 있음이 분명했다. 승우는 식탁 의자에 주저앉으며 마른세수를 했다.
"덕분에... 아주 깊이 잤습니다. 이상하게도 어젯밤엔 그동안 괴롭히던 악몽도 안 꾸더군요. 이슬 씨가 마중 나와준 덕분인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오늘은 컨디션 회복을 위해 비타민이 많이 들어간 주스를 준비했습니다. 우선 이것부터 드시죠."
이슬이 내민 진녹색의 주스를 마시며 승우는 멍하니 그녀의 손을 바라보았다. 군더더기 없는 동작, 그리고 가끔씩 스치는 단단한 손등의 흉터. 그는 이 여자가 평범한 보모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지만, 굳이 캐묻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평화가 너무나 달콤했기 때문이다.
승우의 솔직하고 거침없는 고백에 이슬의 뺨이 발갛게 물들었다. 승우는 이슬의 턱끝을 부드럽게 들어 올리고 그녀의 입술에 깊고 뜨겁게 입을 맞추었다.아틀리에의 화려한 조명 아래서 두 사람의 숨결이 깊게 얽혔다. 다정하면서도 짙은 소유욕이 담긴 스킨십이었다. 이슬은 승우의 단단한 어깨에 손을 올리며 남자의 체온을 온전히 받아냈다.가짜 연인이라는 위장으로 시작된 관계였으나, 지금 이 순간 두 사람의 가슴속에 흐르는 사랑은 그 어떤 진짜보다 뜨겁고 영원했다.---늦은 밤, 저택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아이들을 먼저 침실로 들여보낸 뒤 2층 서재로 들어섰다.이슬은 편안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안경을 쓰고 전술 단말기를 점검하고 있었다. 승우는 그 곁에서 이슬의 어깨에 따뜻한 티올을 걸쳐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그때, 승우의 암호화 이메일함으로 비밀 주파수를 타고 들어온 문서 한 장이 팝업 되었다.일반적인 회사 업무나 스팸이 아니었다. 유럽 국제 안보 공조 위원회(ICSC)의 최고 권한자 직인이 찍힌 비공식 초청장이었다.[초청: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세계 안보 및 지능형 방산 최고위 정상 회담. 차승우 대표 및 안보 이사 강이슬의 참석을 요청함.]이슬은 특수 콘택트렌즈의 인터페이스를 활성화하여 초청장에 내장된 암호화 코드를 분석했다."일반적인 방산 회담 초청장이 아닙니다. 이 초청장의 백도어 알고리즘에는... 과거 707 시절 국방 기밀 무기 도면의 마지막 잔여 데이터 위치를 나타내는 좌표가 숨겨져 있
"이슬 씨는 내 목숨을 구한 은인이자, 내 아이들의 엄마이고, 내 모든 재산과 에기스를 함께 지배하는 이 저택의 정식 주인입니다. 고모님이 가진 그 썩어빠진 가문 의식 따위로 감히 이슬 씨의 가치를 평가하지 마십시오.""뭐, 뭐라고? 보모 출신 여자한테 가문의 주도권을 넘기겠다는 거냐?""네. 고모님이 무슨 권리로 내 가정을 흔들려 하든 상관없습니다. 만약 한성 재단이 두 번 다시 내 여자에게 무례하게 굴거나 이 집안에 발을 들인다면, 한성 재단에 제공되는 에기스 보안망을 현 시간부로 전면 파기하겠습니다."승우의 단호하고 압도적인 경고에 강 여사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한성 재단의 자산 관리 및 보안 전체가 승우의 에기스 시스템에 의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승우는 이슬의 손을 꼭 잡으며 강 여사를 향해 차갑게 문을 가리켰다."나가십시오. 내 약혼식에 고모님의 자리는 없습니다."강 여사는 입을 벌린 채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저택을 빠져나갔다.소란이 지나간 자리에 다시 고요가 찾아왔다.승우는 이슬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그녀의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방금 전의 사나운 살기 대신 이슬을 향한 감출 수 없는 깊은 애정만이 일렁이고 있었다."괜찮습니까? 내가 조금 더 일찍 나오지 못해서 미안합니다.""괜찮습니다, 승우 씨. 저런 언사에 상처받을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이슬이 부드럽게 미소
그때, 주방 문을 열고 걸어 나온 승우가 자연스럽게 이슬의 뒤로 다가왔다. 편안한 와인색 니트 소매를 살짝 접어 올린 그는, 그 자체로 눈부신 기품과 다정함을 뿜어내고 있었다. 승우는 이슬의 허리를 두 팔로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그녀의 어깨 위에 턱을 괴었다."아이들이 만든 상자가 내 다이아몬드 상자보다 훨씬 대접을 받는군요."나직하고 우아한 승우의 목소리가 이슬의 귓가를 간지럽혔다. 그의 단단한 가슴팍이 이슬의 등에 밀착되며 기분 좋은 열기를 전해왔다."시샘하시는 겁니까, 승우 씨?"이슬이 안경 너머의 눈동자를 반짝이며 고개를 살짝 돌리자, 승우는 이슬의 뺨에 살포시 입을 맞추었다. 은은한 우디 향과 그만의 깊은 체온이 이슬의 전신으로 스며들었다."시샘이 아니라 질투입니다. 아이들이 당신의 관심을 다 가져가 버리니까요.""아빠 또 치사하게 엄마 혼자 독차지한다!"서아가 손가락으로 눈을 가리며 키득거렸고, 민준이도 쑥스러운 듯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거실 가득 퍼지는 웃음소리와 따스한 햇살. 음지의 적들이 사납게 덤벼들고 거대한 권력이 가로막았으나, 두 사람이 지켜낸 이 가정의 평화는 이제 그 무엇도 깰 수 없는 단단한 성채가 되어 있었다.---오후가 되자, 저택 정문으로 고풍스러운 검은색 세단 한 대가 들어섰다.일반적인 언론 취재진이나 보안 요원의 차가 아니었다. 차에서 내린 인물은 화려하지만 품위 있는 트위드 투피스를 입고, 눈매가 서늘하게 살아있는 중년 여성이었다.승우의 오촌
다음 날 아침, 대한민국 전체가 폭풍 같은 뉴스 속보로 뒤흔들렸다.국방부 안보 위원장 윤성호 대장의 천문학적인 비자금과 불법 공작 혐의가 전면 폭로되어 구속되었고, 한성 그룹을 비롯한 부패한 정재계 로비스트들이 대거 수사망에 올랐다. 반면, 차승우 대표와 에이전트 실드는 국가 핵심 안보를 지켜낸 최고의 기업으로 다시 한번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그러나 소란스러운 세상과 달리, 저택의 거실은 화사한 아침 햇살과 따스한 온기로 가득 차 있었다.주방에서는 고소한 생선구이와 따뜻한 단호박 수프 향이 퍼져 나왔다. 이슬은 단정한 앞치마 차림으로 아이들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왼손 약지에 끼워진 약혼반지가 아침 햇살을 받아 영롱하게 반짝였다."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아빠랑 엄마 자랑 엄청 할 거야!"첫째 민준이가 가방을 메고 달려와 이슬의 옷자락을 잡았다. 둘째 서아도 달려와 이슬의 다리를 꼭 끌어안았다."엄마, 이제 나쁜 사람들 다 잡혀갔으니까 우리 어디 안 가고 계속 같이 사는 거지?"아이들의 순수한 질문에 이슬은 가슴이 뭉클해지는 것을 느끼며 무릎을 굴려 세 아이를 품에 꼭 안아주었다."응, 엄마가 약속할게. 이제 그 누구도 민준이랑 서아, 예준이를 괴롭히지 못해. 엄마랑 아빠가 평생 곁에서 지켜줄게.""와! 신난다! 엄마 최고!"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환호성이 주방을 가득 채웠다.그때, 주방으로 들어온 승
취조실 안.윤 대장은 비상 경보음과 함께 외부 통로의 경호 대원들이 순식간에 침묵해 가는 소리를 들으며 부들부들 떨었다."이, 이게 어떻게 된 거냐! 내 직속 타격대가 왜 연락이 안 돼!"윤 대장이 주머니에서 비상 권총을 꺼내 승우의 관자놀이에 겨누려 했다."네놈이 부른 괴물 같은 여자냐! 좋아, 그 여자가 들어오기 전에 네놈 머리통을 먼저..."그 순간.콰아앙-!두꺼운 강철 취조실 문이 폭발하듯 안쪽으로 밀려 들어왔다. 강철 문을 고정하던 경첩이 산산조각 나며 비산했다.자욱한 먼지와 연기 속에서, 검은색 전술 슈트를 입은 이슬이 걸어 들어왔다.안경을 벗은 그녀의 맑고 서늘한 눈동자에는 완벽한 제압자의 살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등 뒤로 비쳐드는 비상 조명 빛이 그녀의 차가우면서도 고혹적인 자태를 핏빛처럼 수놓고 있었다."승우 씨에게서 그 더러운 총 치워라."이슬의 차가운 목소리가 취조실 안의 공기를 순식간에 영하로 떨어뜨렸다.윤 대장은 순간적으로 공포에 질려 권총을 이슬을 향해 돌리려 했다.그러나 이슬의 신형이 이미 공간을 뛰어넘어 윤 대장의 눈앞까지 파고들어 있었다. 이슬의 오른손이 윤 대장의 손목을 낚아채 위로 꺾어버렸다.콰직!"크아악-!"윤 대장의 손에서 권총이 떨어졌고, 이슬은 그 반동으로 윤 대장의 관자놀이에 권총 자루를 강하게 때려 넣었다. 대한민국 군부의 거대한 실세였던 4성 장군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사정없이 고꾸라졌다.이슬은 윤 대장의 목덜미를 구두 굽으로 가볍게 누른 뒤, 그의 등에 타이트하게 전술 케이블 타이를 채워 완벽하게 제압했다.모든 상황이 단 몇 십초 만에 정리되었다.이슬은 숨을 가쁘게 내쉬며 고개를 돌렸다.의자에 묶여 있던 승우가 완벽하게 무사한 모습으로 이슬을 바라보고 있었다. 수갑에 채워진 손을 가만히 내려놓은 승우의 깊은 눈동자에는, 이슬을 향한 감출 수 없는 열망과 오만할 정도의 자랑스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늦지 않았군요, 나의 완벽한 이사님."승우의 낮고 깊은 목소리가 취조실
"내 여자는 지금 당신들이 깔아놓은 허술한 포위망을 비웃으며, 내게로 걸어오고 있을 겁니다. 당신이 만든 이 거대한 벙커는 내 여자의 검 아래서 순식간에 무덤이 될 테니까요.""미친 소리! 감히 사령부 지하 벙커를 한 명의 요원이 뚫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윤 대장이 소리치는 순간.취조실 천장의 형광등이 번쩍거리더니, 기계실 쪽에서 나직한 폭음과 함께 벙커 전체의 비상 경보음이 사나운 비명처럼 울려 퍼졌다.비-익! 비-익!경고! 제3지하 구역 외곽 방어망 돌파! 메인 전력 차단! 비상 전력 가동!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당황한 통제실 요원의 목소리에 윤 대장의 얼굴이 순식간에 사색으로 변했다.승우는 의자에 편안히 기대며 나직하게 속삭였다."말하지 않았습니까. 내 이사님이 오고 계시다고."---같은 시각, 수도방위사령부 지하 벙커 제1 환기구.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검은색 완전 전술 슈트를 입은 이슬의 신형이 소리 없이 바닥에 내리앉았다.허벅지 홀스터에 장착된 소음 권총 두 자루, 미세 단검, 그리고 손목에 장착된 승우의 에기스 마스터 키. 전임 707 특수임무단 전설의 요원이 전장으로 돌아온 순간이었다. 손가락 약지에 끼워진 약혼반지가 전술 장갑 아래서 뜨거운 온기를 뿜어내고 있었다.이슬은 안경 대신 착용한 특수 콘택트렌즈의 인터페이스를 활성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