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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혼당한 날,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다
파혼당한 날, 가난한 남자와 결혼했다
Author: POTO

1화 — 신랑이 사라졌다

Author: POTO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0 11:26:48

“신랑이 없어졌어요.”

결혼식 시작 십 분 전이었다.

윤서하는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봤다. 어깨를 감싼 실크와 수천 개의 작은 진주가 조명 아래서 반짝였다. 여섯 달 동안 직접 고른 드레스였다. 한지훈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모양, 윤채린이 언니한테는 너무 과하다고 비웃었던 가격.

메이크업 실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휴대전화도 꺼져 있고요. 신랑 측에서는 잠깐 기다려 달라고만…….”

서하는 울지 않았다. 이상할 만큼 아무 감각이 없었다.

그때 화장대 위 휴대전화가 짧게 울렸다. 발신번호가 표시되지 않은 메시지였다.

[신랑을 찾고 계시죠? 2307호입니다.]

첨부된 영상은 겨우 열두 초였다.

호텔 스위트룸. 바닥에 떨어진 남자의 턱시도 재킷.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윤채린이 한지훈의 넥타이를 잡아당기며 웃고 있었다.

“언니는 지금도 당신 기다리겠지?”

지훈의 손이 채린의 맨다리를 쓸어 올렸다.

“기다리는 것 말고 걔가 뭘 할 수 있는데.”

영상이 끝났다.

서하는 화면을 한 번 더 재생했다. 두 사람의 얼굴과 목소리가 분명했다. 그리고 영상을 자기 이메일과 별도 저장소로 전송했다.

문이 벌컥 열렸다.

“서하야.”

어머니 이민영이 창백한 얼굴로 들어왔다. 뒤에는 새아버지 윤성호와 채린의 매니저가 서 있었다.

“지훈이가 갑자기 몸이 안 좋대. 오늘 식은 조금 미루자.”

“어디가 아픈데요?”

민영의 시선이 흔들렸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니. 밖에 기자도 많아. 네가 나가서 하객들한테 잘 설명해.”

서하는 휴대전화를 어머니 앞으로 내밀었다.

열두 초의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누구도 입을 열지 못했다.

성호가 가장 먼저 정신을 차렸다.

“이건 누가 조작한 거다.”

“그럼 경찰에 맡기면 되겠네요.”

“집안 망신을 시키겠다는 거야?”

“망신은 제가 시킨 게 아닌데요.”

민영이 서하의 팔을 붙잡았다.

“채린이는 이제 막 광고 계약을 따냈어. 이런 일이 알려지면 인생이 끝나. 네가 언니잖아. 한 번만 덮어 줘.”

“제 결혼식에서 제 약혼자와 자고 있는 애를요?”

“말을 왜 그렇게 해!”

민영이 주위를 둘러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남자들은 결혼 전에 흔들릴 수도 있어. 지훈이는 결국 너와 결혼할 거야.”

서하는 화장대 서랍을 열었다. 혼인신고서가 들어 있었다. 식이 끝난 뒤 지훈과 함께 제출하기로 했던 서류였다.

그녀는 신랑 서명란을 오래 바라봤다.

기다리는 것 말고 걔가 뭘 할 수 있는데.

그 문장이 이상하게도 서하를 웃게 했다.

“엄마 말이 맞아요.”

“서하야.”

민영의 얼굴에 안도감이 번졌다.

“결혼 전에 흔들릴 수 있죠.”

서하는 신고서를 반으로 찢었다.

한 번.

다시 한 번.

그리고 하얀 조각을 쓰레기통에 떨어뜨렸다.

“그러니까 저도 오늘 다른 남자와 결혼해 보려고요.”

누구도 그녀를 붙잡기 전에 서하는 대기실을 나왔다.

긴 치맛자락을 손에 감아 들고 직원 전용 엘리베이터에 탔다. 로비로 내려가는 동안 전화가 쉴 새 없이 울렸다. 지훈, 어머니, 회사 임원들.

서하는 모두 차단했다.

호텔 정문 앞에는 장식용 웨딩카가 기다리고 있었다. 운전기사가 당황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예식장이 아니라 구청으로 가 주세요.”

“네?”

“혼인신고하러요.”

차가 출발하자 서하는 처음으로 숨을 길게 내쉬었다.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대신 이상한 해방감이 가슴 안쪽을 뜨겁게 긁었다.

구청 앞에 도착했을 때, 시계는 오후 네 시 십칠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서하는 드레스 차림으로 계단을 올랐다.

그리고 출입문 옆에 기대 서 있던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검은 머리, 접어 올린 셔츠 소매, 지나치게 차분한 눈.

그가 서하의 드레스와 손에 남은 혼인신고서 조각을 차례로 바라봤다.

“결혼이 취소됐습니까?”

서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아뇨.”

그녀는 찢어진 종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

“신랑만 바꾸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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