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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아버지가 황궁에 있었다고요?

Autor: 유월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10-14 22:18:58

이현의 호흡이 안정되기까지 반 시진이 걸렸다.

서하는 그동안 한 번도 자리를 뜨지 않았다.

중간에 내관이 들어와 의원을 부르겠다고 했지만, 그녀는 일단 이현의 상태와 그동안 사용한 향의 기록을 함께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을 찾으라고 부탁했다. 궁에서 보낸 의원이라면 어떤 처방을 해 왔는지도 확인해야 했다.

“전하께서 이전에도 이런 증상을 보이셨습니까?”

서하가 묻자 늙은 내관은 한참 동안 망설였다.

“……있었소.”

“언제입니까?”

“향이 떨어졌을 때였소.”

서하의 손이 멈췄다.

“향이 떨어졌다고요?”

“지난겨울이었소. 눈이 너무 많이 내려 황궁에서 보내는 물품이 사흘이나 늦게 도착했지.”

“그때 전하께서 어떻게 되셨습니까?”

내관은 침상에 누운 이현을 바라보았다.

“첫날에는 잠을 이루지 못하셨소. 둘째 날에는 열이 올랐고, 셋째 날에는…….”

그가 말을 멈췄다.

“셋째 날에는요?”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셨소.”

서하의 표정이 굳었다.

“누구도요?”

“그렇소. 심지어 나를 보고도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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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폐세자의 목욕 시중을 들게 되었습니다   전하, 제 아버지는 죽은 사람이 아닙니까?

    서하는 향낭을 곧바로 열지 않았다.그녀는 먼저 깨끗한 천을 가져와 향낭을 감싼 뒤, 침전에서 떨어진 작은 약방으로 옮겼다. 이현은 당연하다는 듯 그녀를 따라왔고, 서하는 몇 번이나 돌아가 쉬라고 말했지만 그는 끝내 발길을 돌리지 않았다.“전하, 환자께서는 주무셔야 합니다.”“방금 내 침전 앞에 정체 모를 자가 나타났다 사라졌는데 잠이 오겠느냐?”“그렇다고 이렇게 따라다니시면 몸에 무리가 갑니다.”“네가 위험한 물건을 열려고 하는데 혼자 둘 수는 없지.”서하는 입술을 다물었다.그 말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었다.향낭은 누가 보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물건이었다. 더구나 적련향과 관련된 사건을 조사하는 상황에서, 향이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주머니를 함부로 열 수는 없었다.서하는 창문을 열고 등불을 멀리 옮겼다. 향낭에 남은 가루가 날리지 않도록 물을 적신 천을 곁에 두고, 가느다란 은제 집게로 매듭을 풀었다.이현은 맞은편에 앉아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보았다.“그렇게 조심해야 하나?”“향은 태우지 않아도 냄새가 남습니다. 어떤 약재는 가루를 들이마시는 것만으로도 몸에 영향을 줄 수 있고요.”“그럼 내가 밖에 나가 있는 편이 낫겠군.”서하가 고개를 들었다.“이제야 제 말을 들으실 생각이 드셨습니까?”“네가 나를 걱정하는 모습을 조금 더 보고 싶었는데.”“전하.”“알겠다.”이현은 순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나 문턱을 넘기 직전, 다시 돌아보았다.“네 몸에도 이상이 생기면 즉시 멈춰라.”서하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약속하겠습니다.”이현이 밖으로 나간 뒤에야 그녀는 향낭을 열었다.안에는 향이 없었다.대신 잘게 접힌 종이 한 장과 마른 꽃받침 세 개가 들어 있었다. 꽃받침은 짙은 갈색으로 변해 있었지만, 모양만큼은 서하에게 익숙했다.적련화.적련향의 재료로 사용된다고 알려진 꽃이었다.서하는 집게로 꽃받침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살폈다.이상했다.적련화의 꽃받침은 일반적으로 다섯 갈래였다. 그런데 향

  • 폐세자의 목욕 시중을 들게 되었습니다   전하, 제 아버지는 죽은 사람이 아닙니까?

    종소리가 울린 순간, 연서하는 자신이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청운별궁에는 종이 없었다. 적어도 그녀가 이곳에 들어온 이후로 종을 본 적은 없었다. 별궁의 아침과 저녁은 북소리로 알렸고, 폐세자가 머무는 침전에는 시간을 알리는 작은 물시계조차 놓여 있지 않았다. 그런데 조금 전, 분명히 종소리가 들렸다. 낮고 무거운 소리가 귓속이 아니라 머릿속 깊은 곳에서 울린 것처럼 느껴졌다.더욱 이상한 것은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떠오른 광경이었다.붉은 문.그것은 자신이 본 적 없는 문이었다. 그런데도 서하는 문에 새겨진 둥근 쇠고리와 검게 그을린 문지방, 문틈으로 흘러나오는 희미한 연기까지 떠올릴 수 있었다. 마치 오래전에 그 앞에 서 있었던 사람처럼.“연서하.”이현의 목소리가 그녀를 현실로 끌어당겼다.서하가 고개를 들었다. 이현은 침상 앞에 서서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오른손에는 짧은 칼이 들려 있었고, 왼손은 여전히 그녀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평소라면 지나치게 가까운 거리라고 항의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없었다.“방금…….”서하가 입술을 달싹였다.“종소리가 들렸습니다.”이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무슨 소리?”“종소리요. 아주 큰 종을 한 번 울린 것처럼…….”“몇 번이었지?”“한 번입니다.”이현의 표정이 굳었다.그는 한동안 서하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물었다.“그 소리를 듣고 무엇이 보였느냐?”서하는 대답을 망설였다. 붉은 문이 보였다고 말하는 순간, 지금까지 자신이 단순히 환자의 증상을 관찰하던 의원이 아니라 그 증상에 휘말린 사람이 되어 버릴 것 같았다.그러나 숨긴다고 달라질 일은 없었다.“문이 보였습니다.”이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붉은 문이요. 문고리에는 검은 얼룩이 있었고, 문지방은 불에 그을린 것처럼 보였습니다.”“……그만.”이현이 낮게 말했다.서하는 그를 바라보았다.“전하?”“더 떠올리지 마라.”“하지만 저는…….”“지금은 안 된다.”이현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그러나 그가 두려워하고 있다는

  • 폐세자의 목욕 시중을 들게 되었습니다   전하, 오늘 밤은 제 곁에서 주무십시오

    이현의 눈꺼풀이 천천히 올라갔다.초점이 흐릿했다.그러나 그 눈동자가 서하를 알아보는 순간, 그의 손에 조금 힘이 들어갔다.“……연서하.”“예.”“네 아버지…….”서하의 심장이 내려앉았다.“아버지가 왜요?”이현은 한동안 숨을 골랐다.그러다 힘겹게 말했다.“그날…… 나를 살렸다.”서하의 눈이 커졌다.“무슨 말씀이십니까?”“붉은 문 앞에서…….”그의 목소리가 갈라졌다.“향로를 깨뜨리라고…….”이현은 다시 눈을 감았다.서하는 그의 어깨를 붙잡았다.“전하, 조금만 더 말씀해 주세요. 제 아버지가 무엇을 했습니까?”그러나 이현은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그의 의식이 다시 흐려지고 있었다.서하는 이를 악물었다.지금 기억을 더 끌어내서는 안 된다.그녀는 약서를 내려놓고 이현의 손을 감쌌다.“알겠습니다.”작은 목소리였다.“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이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서하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그의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쓸어 넘겼다.“제가 알아낼게요.”그녀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전하께서 무엇을 보셨는지, 제 아버지가 왜 그곳에 계셨는지, 이 붉은 꽃잎이 무엇인지…….”손끝이 떨렸다.그러나 목소리만큼은 흔들리지 않았다.“전부 알아낼 테니까.”서하는 그의 손을 자신의 두 손으로 감쌌다.“그러니 전하께서는 살아 계세요.”이현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약속.”그가 힘겹게 속삭였다.서하의 눈가가 뜨거워졌다.“예.”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약속입니다.”그날 밤, 서하는 끝내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지 않았다.침상 곁에 앉아 이현의 맥을 확인하고, 체온을 살피고, 그가 악몽에 시달릴 때마다 이름을 불렀다. 새벽이 가까워질 무렵에는 피로를 이기지 못해 침상 가장자리에 고개를 기댔다.그때였다.이현이 천천히 눈을 떴다.그는 자신의 손을 감싸 쥔 채 잠든 서하를 바라보았다.어젯밤의 기억은 대부분 흐릿했다.그러나 한 가지는 선명했다.붉은 문.그리고 그 앞에서 자신에게 딸을 부탁한다고 외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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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현은 붉은 문 앞에 서 있었다.그것이 현실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발을 움직일 수 없었다.문 너머에서는 향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짙고 달콤한 향이었다. 처음에는 꿀을 태우는 냄새처럼 느껴졌지만, 숨을 들이마실수록 코끝에 서늘한 기운이 남았다.적련향.이현은 그 이름을 알고 있었다.그러나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문 안쪽에서 누군가 말했다.“저하, 이제 선택하셔야 합니다.”낯선 목소리였다.아니.낯설지 않았다.어딘가에서 분명 들었던 목소리였다.“이 향을 받아들이시면 모든 고통이 끝납니다.”이현은 고개를 저었다.“……거짓말.”“저하.”“네놈들이 원하는 것은…….”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종이 울렸다.댕.낮고 무거운 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이현은 귀를 막았다.그러나 소리는 멎지 않았다.댕.댕.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붉은 문에 새겨진 꽃잎이 하나씩 밝아졌다.첫 번째.두 번째.그리고 세 번째.문이 열리려 하고 있었다.그 순간.“전하!”누군가 자신을 불렀다.이현은 고개를 들었다.“이현 전하!”낯익은 목소리였다.따뜻하고, 단호하고, 때로는 지나치게 시끄러운 여자.연서하.그 이름을 떠올린 순간, 붉은 문이 흔들렸다.“전하, 저를 보세요!”이현은 손을 뻗었다.그러나 문 너머의 어둠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아직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낯선 목소리가 속삭였다.“세 번째 꽃잎이 피었으니 이제 곧…….”“이현!”이번에는 다른 목소리였다.황궁에서 자신을 그렇게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그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붉은 문 안쪽.향로를 들고 서 있는 중년의 남자가 보였다.남자는 창백한 얼굴로 무언가를 외치고 있었다.“저하! 향로를 깨뜨리십시오!”이현의 눈이 커졌다.그 얼굴.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다.아니.분명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당신은…….”남자가 다급하게 외쳤다.“제 딸을 부탁드립니다!”그 순간 붉은 문이 닫혔다.⸻“전하!”서하의 목소리가 침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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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서하는 결국 그날 밤 청운별궁의 침전에 머물기로 했다.물론 이현과 같은 침상에서 자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녀는 침상에서 세 걸음쯤 떨어진 곳에 작은 탁자를 옮겨 놓고, 그 옆에 두툼한 방석과 얇은 이불을 준비했다. 밤새 환자의 상태를 살피기 위한 자리였다.문제는 이현이 그 광경을 지켜보면서도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전하.”“말해라.”“그렇게 보고만 계시지 마시고 누우십시오.”“네가 무엇을 하는지 궁금해서.”“보시면 모르시겠습니까?”“내 침전에 살림을 차리는 줄 알았다.”서하가 이불을 내려놓았다.“전하.”“왜.”“자꾸 그러시면 저는 나가겠습니다.”“알겠다.”이현은 순순히 침상에 누웠다.그러나 입가에는 여전히 웃음이 남아 있었다.서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남자는 분명 삼 년 동안 별궁에 갇혀 지냈다. 사람을 만나는 일도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체 어디에서 이런 능청스러운 말투를 익혔는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작은 등불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오늘 밤에는 향을 피우지 않겠습니다.”“이미 알고 있다.”“대신 제가 한 시진마다 맥을 확인할 겁니다. 잠을 깨우더라도 놀라지 마십시오.”“네가 깨우는 것이라면 괜찮다.”“그런 말은 필요 없습니다.”“그럼 무슨 말을 해야 하지?”“그냥 주무시면 됩니다.”이현은 눈을 감았다.서하는 그제야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침전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바깥에서는 가을바람이 처마 끝을 스치고 있었고, 멀리서 야경꾼의 발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침상 곁에 놓인 작은 등불이 흔들릴 때마다 벽에는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서하는 품에서 아버지의 약서를 꺼냈다.낡은 종이에는 오랜 세월 손때가 묻어 있었다. 몇몇 장은 가장자리가 닳아 글자를 읽기 어려웠고, 중간에는 물에 젖었다가 마른 흔적도 남아 있었다.그녀는 붉은 꽃잎에 관한 기록을 다시 펼쳤다.꽃이 완전히 피기 전에 막아야 한다.그 아래에는 먹으로 지워진 문장이 있었다.서하는 등불을 가까이 가져갔

  • 폐세자의 목욕 시중을 들게 되었습니다   전하, 오늘 밤은 제 곁에서 주무십시오

    청운별궁에 황궁의 사자가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한 시진쯤 뒤였다.늦은 저녁이었다. 별궁의 정문은 이미 닫혀 있었고, 회랑을 밝히던 등불도 절반 이상 꺼진 상태였다. 평소라면 황궁에서 사람이 찾아올 시간이 아니었다. 더구나 폐세자가 유폐된 이후, 황궁의 관리가 별궁을 방문하는 일은 정해진 물품을 전달할 때를 제외하면 거의 없었다.서하는 약재함을 정리하다가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란에 고개를 들었다.“무슨 일이지?”문밖에서는 여러 사람의 발소리가 엇갈리고 있었다. 누군가 낮은 목소리로 항의했고, 곧이어 낯선 사내의 냉정한 대답이 들렸다.“태의원에서 내린 명이다. 길을 비켜라.”서하의 손이 멈췄다.태의원.그 단어 하나만으로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그녀는 서둘러 약재함의 뚜껑을 닫았다. 아버지의 약서는 이미 자신의 품속에 넣어 둔 상태였다. 향의 성분을 확인하기 위해 모아 놓은 붉은 가루 역시 작은 종이에 싸서 소매 안쪽에 감춰 두었다.잠시 뒤 문이 열렸다.늙은 내관이 굳은 얼굴로 들어왔다.“연 소저.”“무슨 일입니까?”“황궁에서 사람이 왔소.”“이 시간에요?”“태의원에서 보낸 사람이라 하는데…….”내관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그의 뒤로 검은 관복을 입은 사내가 들어왔기 때문이다. 사내는 삼십 대 중반쯤 되어 보였다. 허리에는 짧은 칼이 걸려 있었고, 가슴에는 황궁의 출입을 허가받은 관리임을 나타내는 패가 달려 있었다.그는 방 안을 한 차례 둘러본 뒤 서하에게 시선을 고정했다.“그대가 연화약방의 연서하인가?”“그렇습니다만.”“태의원 부제조 민도겸 대감께서 그대를 부르신다.”서하는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무슨 일로 부르시는지 여쭈어도 되겠습니까?”“가 보면 알 것이다.”“그럼 내일 아침에 찾아뵙겠습니다.”사내의 눈썹이 움직였다.“지금 가야 한다.”“이 시간에는 약방 문도 닫습니다.”“황궁의 명이다.”“저는 황궁 소속 의원이 아닙니다.”서하는 침착하게 대답했다.“더구나 지금은 폐세자 전하의 치료를 맡고 있습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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