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바늘땀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러나 매듭은 주인을 안다.
서련은 채운의 손끝을 보았다. 실이 감긴 손가락이 허공에 작은 원을 세 번 그렸다.
“안감 솔기 끝마다 있습니다. 저도 모르게 짓는 버릇이라 안 지을 수가 없어요.”
“침방 사람들도 압니까?”
“아는 사람은 압니다. 흉내는 못 냅니다. 손이 따로 배워야 하는 거라.”
귀빈 대기실에는 이미 사람이 차 있었다. 태후가 상석에 있었고 후궁들이 양쪽으로 앉았다. 윤소하는 태후 곁에서 부채를 접었다 폈다. 명선이 창가 자리에서 서련을 보고 눈썹을 한 번 올렸다.
서련은 문턱에서 절했다.
“언니, 또 오셨어요? 오늘은 제가 옷 입는 날인데.”
윤소하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달았다.
“그래서 왔습니다. 마마께서 누구 옷을 입으시는지 알고 입으셔야지요.”
“누구 옷이긴요. 제 옷이지.”
“지은 사람 말입니다.”
서련은 태후를 향해 다시 고개를 숙였다.
“마마, 소란은 피우지 않겠습니다. 한 가지만 청합니다. 옷 세 벌의 자수를 뒤집어 보게 해 주십시오.”
“물러나 있으라 했소.”
“뒤집어 보는 데 값이 들지 않습니다.”
명선이 말했다.
“어차피 입히기 전이니 잠깐이지요. 저도 궁금합니다. 제 객사 옷인지 침방 옷인지.”
태후의 손이 찻잔 위에 잠깐 머물렀다.
“뒤집게.”
옷이 들어왔다. 채운이 첫 벌의 안감을 뒤집었다. 솔기 끝, 자수가 끝나는 자리에 작은 매듭이 있었다. 둥글게 세 번. 두 번째 옷에도, 세 번째 옷에도.
“이 매듭은 제가 짓는 것입니다. 침방에서 열두 해를 일했으니 아시는 분이 계실 겁니다.”
민서경이 나섰다.
“침방에도 그런 매듭을 짓는 손이 있소.”
“누가 지었습니까?”
서련이 물었다.
“밤새 지었다는 손 말입니다. 이름이 있겠지요.”
민서경은 잠깐 망설이고 이름을 댔다.
“민유정. 침방 작업 책임자요.”
민유정이 불려 왔다. 젊고 손이 희었다. 서련은 바늘과 실을 내밀었다.
“같은 매듭을 여기 하나만 지어 주십시오. 지으신 손이면 어렵지 않겠지요.”
민유정이 바늘을 받았다. 실을 꿰는 데 두 번 실패했다. 매듭을 지었다. 한 번 감았다. 두 번째에 실이 엉켰다. 그녀가 고모를 보았다. 민서경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채운이 손을 내밀었다. 민유정이 바늘을 넘겼다. 채운은 보지도 않고 실을 감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숨 한 번 쉬는 사이였다. 둥근 매듭이 안감의 매듭 옆에 나란히 앉았다. 쌍둥이처럼 같았다.
방 안이 조용했다. 후궁들이 부채 뒤로 시선을 나눴다.
“바늘땀이 말을 하느냐 물으셨지요.”
서련이 민서경에게 말했다.
“말은 안 합니다. 다만 제 이름은 압니다.”
태후가 찻잔을 내려놓았다. 소리가 작았고 그래서 모두 들었다.
“민 상궁은 수선방에 값을 치르라. 침방 청구는 거둬라.”
“마마.”
“그리고 서씨.”
태후가 서련을 보았다. 눈이 차가웠다. 화가 나서가 아니라 원래 그런 온도였다.
“다시는 이런 소란이 없도록.”
“소란을 만든 것은 제가 아닙니다, 마마.”
“그래서 없도록 하라는 것이오. 만든 사람이든 찾은 사람이든.”
서련은 절했다. 이긴 자리였다. 이겼다는 말은 없었다.
연회는 제시간에 열렸다. 윤소하는 채운이 지은 옷을 입고 나갔다. 어깨에 정확히 앉은 옷이었다. 사람들이 옷을 칭찬했다. 종친 부인이 칭찬했고 귀빈이 칭찬했고 이겸이 한 번 보았다.
“귀비마마, 옷이 참 곱습니다. 어느 침방 솜씨입니까?”
“…백연전 수선방이지요.”
“백연전이라면 전 황후께서.”
“예. 언니가.”
윤소하는 그때마다 웃었다. 부채가 얼굴 앞에서 폈다 접혔다. 웃음이 얼굴에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서련은 회랑 끝에 서 있었다. 수선방 책임자의 자리였다. 자리라기보다 기둥 옆이었다.
“기둥과 사이가 좋군.”
이현이 옆에 섰다. 종친 자리에서 나온 참이었다.
“기둥은 말을 안 합니다.”
“나도 말을 잘 안 하오.”
“그래서 옆에 서시는 겁니까.”
“그런 셈이오.”
두 사람은 나란히 연회를 보았다. 상석에서 이겸이 고개를 돌렸다. 누구를 찾는 눈이었다. 눈이 회랑 끝에서 멈췄다. 기둥과 서련과 이현. 이겸은 오래 보았다. 그리고 술잔을 들었다. 잔이 비는 것이 멀리서도 보였다.
해가 기울고 잔금이 왔다. 침방 궁인이 은자 주머니를 들고 와서 이름을 확인했다. 서련은 영수를 쓰고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채운, 옥분, 소례, 단비.
민서경이 지나갔다. 멈추지 않고 말했다.
“수선방에 일감이 계속 갈 거라 믿으십니까?”
“오늘 값은 받았습니다. 내일 일은 내일 받지요.”
“내일 일이 있으면 말이오.”
그녀는 갔다. 서련은 은자를 세었다. 세다가 손을 멈췄다. 회랑 저쪽에서 단비가 달려오고 있었다. 치마를 두 손으로 잡고 있었다.
“서련 님, 시장에요. 궁 밖 시장에 누가 간판을 세웠어요.”
“무슨 간판?”
단비가 숨을 몰아쉬었다.
“백연전 수선방 궁녀 모집. 보증금 은 두 냥이래요.”
어머니는 붓을 꺾었다.관리인이 마지막으로 내민 것은 새 종이였다. 순이 어미가 어젯밤 찍은 것과 같은 글에 끝나는 날과 값이 더해져 있었다. 삼 년. 서른 냥. 그리고 담당자 앞에서 다시 찍으라 했다. 그러면 약정이 된다고.“노비 문서가 아니라는 걸 보여 드리는 거요. 날짜도 값도 있잖소.”“삼 년에 서른 냥이면 한 해에 열 냥입니다. 밭 일꾼 품삯이 그렇습니까?”“먹이고 재우는 값을 뺐소.”“그럼 아이들 것도 그렇게 빼셨겠군요. 아이들은 얼마를 받았습니까?”관리인은 그 물음에 답하지 않고 붓을 순이 어미에게 내밀었다.순이 어미는 붓을 받았다. 서련은 말리지 않았다. 여자의 손이 종이 위에서 멈췄다. 그리고 붓을 두 손으로 잡고 무릎에 대고 꺾었다. 마른 소리가 났다.아이 셋이 그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순이는 어머니의 손만 보고 있었다.“제 딸 대신 남겠다고 한 건 제가 미련해서입니다.”“어미가 미련한 게 죄요?”“죄는 아니지요. 그런데 이 마님이 그러셨습니다. 대신 묶일 사람은 없다고요. 어젯밤 종이는 제가 잘못 찍은 겁니다. 오늘 종이는 안 찍습니다.”“그럼 딸이 남소.”“딸은 계약을 쓴 적이 없다고 하셨습니다.”순이 어미가 서련을 보았다. 서련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자는 꺾인 붓을 관리인 발치에 놓았다. 던지지 않고 놓았다.관리인이 담당자를 보았다. 담당자는 이현의 이름이 적힌 계약서를 들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오래 보았고, 보는 동안 얼굴이 정리되었다.“인계합니다. 아이 셋, 그리고 이 여인. 넷 다 오늘.”“위약금은 누가 물 거요?”관리인이 물었다. 서련에게 물었다.“계약을 쓴 사람이요. 아이들은 계약을 쓴 적이 없습니다.”“그 어미는 썼소.”“읽지 못하는 사람 앞에 놓인 종이는 쓴 것이 아니라 놓인 것입니다. 오늘 담당께서 그렇게 보셨습니다.”담당자가 헛기침을 했다. 그렇게 본 것이었다.이현은 한마디도 보태지 않았다. 계약서에 적힌 제 이름 옆에 서 있을 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했다.수레는 강무가 구해
뽕밭에서는 아이들이 나무에 올라가 마른 가지를 쳤다. 아래에서 어머니가 광주리를 받았다.가지를 광주리에 담아 내리면 어머니가 받아 옆에 쌓았다. 아이가 셋, 어머니가 하나. 순이 어미는 새벽에 백연전에서 돌아와 바로 밭에 나온 모양이었다. 발에 흙이 그대로였다.마른 가지 꺾이는 소리가 밭에 드문드문 났다. 잎이 없는 나무라 아이들이 다 보였다. 숨을 데가 없는 밭이었다.서련이 밭 어귀에 섰다. 이현과 담당자와 강무가 뒤에 있었다. 담당자는 어제보다 덜 떨었다. 한 번 온 길이었다. 순이 어미가 먼저 보았다. 광주리를 내려놓지 않고 허리만 숙였다.“순이야, 내려와라.”나무 위의 아이가 내려다보았다. 열한 살쯤이었다. 얼굴이 어머니와 닮았고 눈은 더 사나웠다.“싫어요. 어머니가 가세요. 제가 남을게요.”“네가 가야지.”“어머니가 남으면 저 혼자 집에 가서 뭐 해요.”“밥해 놓고 기다려.”“누구 밥이요.”어머니가 대답하지 못했다. 아이가 가지 하나를 더 쳤다. 서련이 나무 아래로 갔다.“둘 다 나갑니다.”“둘 다요?”순이가 물었다.“둘 다. 그러니 내려와서 어머니 손을 잡아라. 나무 위에서는 못 잡는다.”아이가 잠깐 서련을 보다가 내려왔다. 어머니 손을 잡지는 않았다. 옆에 서서 소매만 잡았다. 다른 두 아이도 내려왔다. 셋이 나란히 서자 키가 계단 같았다.“마님, 저는 종이를 찍었는데요.”순이 어미가 낮게 말했다.“그 종이가 무엇인지 오늘 담당께서 읽으실 겁니다. 소리 내어서요.”관리인이 밭 안쪽에서 왔다. 염색터 관리인보다 젊고 마른 사람이었다. 웃지는 않았다. 대신 종이를 여러 장 들고 있었다.“나리들 오셨소. 아이들 인계 말씀이시겠지요. 그 전에 이걸 보시오.”종이를 담당자에게 내밀었다. 담당자가 읽고, 서련에게 넘겼다.궁중 납품 계약서였다. 이 밭의 실을 궁의 침방에 댄다. 인원이 줄어 납품이 늦으면 위약금을 문다. 그리고 그 아래, 밭 일꾼은 사유 없이 밭을 떠나지 못하며, 떠나면 남은 일꾼이 배상한다.“보시다
아이들은 밥을 앞에 두고 먹지 못했다.부엌 할멈이 국을 넷 놓고 밥을 넷 놓았다. 김이 올랐다. 아이들은 숟가락을 잡고 서련을 보았다. 먹어도 되느냐고 묻는 눈이 아니었다. 이것이 얼마냐고 묻는 눈이었다.“식기 전에 먹어. 식으면 내가 서운해.”부엌 할멈이 그렇게 말하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된장 냄새가 마루까지 왔다.“여기 밥값은 제가 냅니다. 오늘은요.”“내일은요?”제일 큰 아이가 물었다.“내일은 내일 말하자. 오늘 밥이 식는다.”셋이 숟가락을 들었다. 하린은 들지 않았다. 명주가 옆에 앉아 숟가락을 쥐어 주었다. 아이의 손이 어머니 손 안에서 가만히 있었다. 명주는 딸을 안지 않았다. 안으면 자기가 무너질 것을 아는 사람의 손이었다. 대신 숟가락을 쥔 딸의 손을 밥으로 가져갔다.“말하고 싶을 때 말해도 돼. 지금은 먹자.”서련이 말했다. 하린이 숟가락을 입에 넣었다. 씹었다. 삼켰다. 명주가 고개를 돌려 소매로 얼굴을 닦았다.정온이 밥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약을 꺼냈다. 하린의 팔뚝을 걷었다. 잿물 자국에 약을 바르는데 아이가 움찔했다.“아프면 아프다고 해도 된다. 안 해도 약은 바른다.”아이는 소리를 내지 않았다. 대신 발가락이 오므라들었다. 정온이 그것을 보고 손을 늦췄다.정온은 그렇게 말하고 발랐다. 서진이 옆에서 등불을 들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정온이 보지 않고 말했다.“등불 흔들리면 제가 잘못 바릅니다.”“누이가 시켰습니다.”“그럼 누이께 흔들리는 등을 드리십시오.”서진이 등을 고쳐 잡았다. 흔들리지 않았다. 정온이 약을 다 바르고 나서야 말했다.“괜찮아졌습니다. 등이요.”서진이 대답을 못 하고 등만 들고 있었다. 단비가 그 옆을 지나며 작게 헛기침을 했다.서진의 귀가 붉어졌다. 등불 때문은 아니었다.명주는 밤일에 나갔다. 빠지면 자리를 잃는다고 했다. 서련은 붙잡지 않았다. 딸이 잠들 때까지 옆에 앉아 있다가 갔다. 문을 닫을 때 소리를 내지 않았다.이현은 마루에 남았다.강무는 뽕밭으로 갔다. 수레
앞문 앞에서 두 시진을 서 있었다.관리인은 빗장을 열지 않았고 서련은 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아이들은 문 옆 담 밑에 앉아 있었다. 빗장의 그림자가 마당을 건너 아이들 발 앞까지 왔다. 서련은 그 그림자로 시간을 셌다.단비가 소매에서 떡을 꺼내 넷으로 나누었다. 아침에 부엌 할멈이 싸 준 것이었다. 아이들은 떡을 받고도 먹지 않았다. 단비가 먼저 한 입 베어 물자 그제야 먹었다.관리인이 밥상을 내왔다. 잡곡밥과 소금국이었다. 서련은 받지 않았다.“손님은 공짜라 하지 않았소.”“먹으면 손님이 됩니다. 저는 손님으로 온 것이 아닙니다.”“그럼 뭐로 오셨소.”“이 아이들 어머니 대신으로요.”밥상은 도로 들어갔다.“해가 지면 이 산엔 늑대가 내려옵니다.”관리인이 마루에서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문 안이 안전하지요. 아이들도 그렇고, 서련 님도 그렇고.”“늑대는 문을 두드리지 않습니다. 두드리는 것은 사람이지요.”“그 말이 맞소. 사람이 더 무섭지.”서련은 그 말을 받지 않았다. 대신 문에 등을 기대고 섰다. 하린이 담 밑에서 일어나 서련 옆으로 왔다. 말없이 옆에 섰다. 서련이 아이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이는 피하지 않았다.“춥니?”고개를 저었다. 손은 파랗고 입술도 파랬다. 서련은 겉옷을 벗어 아이에게 둘렀다. 소매가 땅에 닿았다.“그러다 서련 님이 얼어요.”“두 시진 서 있었는데 안 얼었어.”“그건 화가 나셔서 그래요.”단비의 말에 서련은 대답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말굽 소리가 났다.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었다. 관리인이 마루에서 내려왔다. 문 밖에서 강무의 목소리가 들렸다.“열어 주시오. 관아에서 왔소.”관리인이 빗장에 손을 대고 멈췄다.“관아가 왜?”“문을 열면 아실 거요.”빗장이 올라갔다. 문이 열렸다. 저녁 빛이 마당으로 쏟아졌다. 이현이 말에서 내리고 있었고, 그 뒤에 관복을 입은 늙수그레한 사내가 말에서 내리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강무가 그를 받쳐 내렸다.이현은 마당을 한
아이들의 손은 팔꿈치까지 파랬다.염료 통 앞에 넷이 서 있었다. 키가 통보다 조금 컸다. 긴 막대를 두 손으로 잡고 통을 저었다. 저을 때마다 파란 물이 튀어 소매 끝이 젖었다. 소매는 이미 파랬다. 손도, 손목도, 팔꿈치까지.마당에는 쪽 삶는 냄새가 매웠다. 숨을 쉴 때마다 코끝이 시렸다. 단비가 소매로 코를 막았다가 아이들을 보고 도로 내렸다.“교육은 어디서 합니까?”서련이 물었다. 관리인은 장부를 옆구리에 끼고 웃었다. 윤태선 밑의 사람들은 다 웃는 법부터 배우는 모양이었다.“지금 하고 있잖소. 물감 내는 법을.”“글은요?”“글로 물감이 나오오?”“밥은요?”“하루 두 끼. 궁보다 낫지.”“잠은요?”“통 옆에서. 따뜻하오, 물을 데우니까.”단비가 아이들 쪽으로 갔다. 서련은 말리지 않았다. 단비는 통 옆에 쪼그리고 앉아 제일 작은 아이의 소매를 걷었다. 팔뚝 안쪽에 살이 벗겨진 자리가 있었다. 잿물이 튄 자국이었다. 아이는 소매를 걷는 동안 막대를 놓지 않았다.“이름이 뭐니?”아이는 대답하지 않았다. 옆의 아이가 대신 말했다.“얘는 말 안 해요. 여기 와서부터요.”단비가 서련을 돌아보았다.서련이 다가갔다. 아이의 얼굴을 보았다. 명주의 얼굴이 있었다. 눈매가 같았다.“하린이니?”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입은 열지 않았다.“어머니가 신을 갖고 계셔. 붉은 실 넣은 거.”아이의 손이 막대 위에서 떨렸다. 그것뿐이었다. 울지도 않았다. 서련은 더 묻지 않았다.서련의 손이 아이의 소매 끝에 닿았다. 젖은 천이 얼음처럼 찼다. 넉 달을 이 천을 입고 통을 저은 것이었다.“데려가겠습니다. 넷 다.”관리인이 장부를 폈다.“도구값과 밥값을 내면 데려가시오. 넉 달치요. 막대 하나, 앞치마 하나, 하루 두 끼. 한 아이에 넉 냥씩, 열여섯 냥.”“밥값을 내라고요? 아이들이 젓던 통 값을 제가 먼저 청구하지요. 하루 몇 통입니까?”“…열두 통이오.”“성인 인부가 하루 몇 통 젓습니까.”관리인이 대답하지 않았다.“열두 통
줄의 맨 앞에는 열 살도 안 된 아이가 서 있었다.어머니의 치맛자락을 잡고 있었다. 아이는 줄이 무엇인지 몰랐다. 줄 끝에 무엇이 있는지 어머니도 몰랐다. 아는 것은 간판을 세운 사람뿐이었다.동쪽 장터의 간판은 지난 것보다 컸다. '공주 객사 별원. 궁녀 교육. 보증금 두 냥. 식사 제공.' 그 옆에 장부를 든 사내가 앉아 있었다. 얼굴이 넓적하고 목소리가 부드러웠다. 장 거간이었다.장터에는 생선 비린내와 숯 냄새가 섞여 있었다. 사내의 옷만 깨끗했다.서련은 줄 옆으로 걸어 맨 앞에 섰다. 강무가 두 걸음 뒤에 섰고, 단비와 명선의 시종이 그 옆에 섰다. 시종은 명선의 진짜 도장이 찍힌 종이를 들고 있었다.맨 앞의 아이가 서련을 올려다보았다.“궁녀 마님이에요?”“아니. 옷 짓는 사람이다.”“그럼 왜 왔어요?”“읽으러.”서련은 장가에게 돌아섰다.“계약서를 보여 주십시오.”장가가 서련을 위아래로 보았다. 알아보는 눈이었다.“서련 님이시군요. 소문대로 부지런하십니다.”“계약서요.”“보증금 내시는 분께만 드립니다. 그것도 글을 아셔야지요. 여기 어머님들은 글을 모르셔서 제가 대신 설명해 드렸습니다.”“무엇이라 설명하셨습니까.”“교육, 식사, 한 해 뒤 정식 선발. 그게 답니다.”서련은 손을 내밀었다. 장가는 종이를 주지 않았다. 강무가 한 걸음 나왔다. 장가가 종이를 주었다.서련은 읽었다. 앞장은 장가의 말과 같았다. 뒷장 끝에, 글씨가 작아지는 자리가 있었다.“글을 못 읽으신다고요? 그럼 제가 읽어 드리지요. 큰 소리로.”서련은 시장 한복판에서 종이를 들었다.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다. 다만 또박또박 끊어 읽었다. 시장이 조용해지는 데는 한 줄이면 충분했다.“'교육 중 퇴소하는 경우 교육비 스무 냥을 낸다. 내지 못하면 교육 기간을 연장한다.'”줄이 흔들렸다. 맨 앞의 아이 어머니가 아이의 손을 도로 잡았다.“스무 냥이요?”“두 냥을 내고 들어가면 나올 때 스무 냥입니다. 못 내면 못 나옵니다. 그것을 교육이라 부르고 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