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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Penulis: 모연미
말을 마친 태후는 송유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눈빛이며 표정에는 송유란을 향한 만족감이 가득했다.

송유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기쁨을 가까스로 억누르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망설이는 척했다.

"하지만 고모님, 연화가..."

끝까지 말하지 않은 채 곁눈질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훔쳐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송연화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가느다란 몸은 유난히 여리고 무력해 보였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 듯했다.

그러나 서재헌마저 동의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설명하기 힘든 쓰라림이 가슴을 채웠다는 것은 그녀만 알았다. 지난날의 기억이 차례로 떠올랐지만 끝내 남은 것은 무력감뿐이었다.

'됐다.'

머지않아 죽음을 가장해 황궁을 떠날 터였다. 이런 일로 더는 쓸데없이 마음을 흔들 필요가 없었다.

태후는 송연화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답답할 만큼 말없이 굳어 있는 모습을 보자 짜증이 치밀었다.

'어찌 내 며느리가 저런 아이란 말인가?'

송유란에게 시선이 닿자 태후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네가 자매의 정을 생각하는 건 안다. 하지만 연빈은 지금 아이를 가져 무리해서는 안 돼. 그러니 유란 네가 수고해 다오. 마음 쓰지 말거라."

잠시 말을 멈춘 태후가 송연화를 향해 싸늘하게 명했다.

"연빈, 유란이가 대신 수고해 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 하느냐?"

'고맙다고?'

'송유란은 아직 입궁조차 하지 않았는데 봄맞이 궁중 연회를 주관하게 되었다. 누가 보아도 황후로 세우겠다는 뜻을 보이려는 것인데, 어째서 내가 고마워해야 한단 말인가...'

송연화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가 문득 힘을 풀었다.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이를 악문 채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발치에서 찻잔 깨지는 소리가 났다.

곧 태후의 호통이 떨어졌다.

"송연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내 결정에 불만이 있다는 뜻이냐?"

태후가 노하자 주위 사람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태후 마마,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고모님,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태후가 노했다고?'

송연화는 당혹스러웠다.

"마마, 어서 무릎을 꿇으십시오!"

귓가에 연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느껴지자 송연화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순간 무릎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았다. 심장이 찰나 멎는 듯했다.

그제야 조금 전 찻잔이 자신의 발치에서 깨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그녀는 바로 그 파편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치맛자락의 무릎 부분을 붉게 물들였다. 송연화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무릎의 통증은 이상하게 아랫배까지 당겼다.

쥐어짜듯 반복되는 통증에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손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쌌다.

한편 송유란은 송연화의 모습을 보자 눈에 음험한 빛을 띠었다. 입으로는 태후에게 노여움을 거두라 청하면서도 곧 화제를 송연화에게 돌렸다.

"고모님께서 동생을 생각해 주시는 것은 동생에게 큰 복입니다. 지금 아이를 가져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뿐이니 다른 뜻은 절대 없습니다."

"연화야, 왜 아직도 가만있니? 어서 고모님께 잘못을 빌어. 괜히 고모님 몸까지 상하게 하지 말고."

송연화는 고통으로 흐릿해진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눈가에 자조가 번졌다.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송유란은 송연화를 변호하는 척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로 태후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었다.

가뜩이나 송연화를 싫어하는 태후였으니 무슨 짓을 해도 잘못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는 무릎을 꿇고 있을 수 없었다.

뱃속에는 아직 아이가 있었다.

송연화가 입을 열려는 순간, 송유란의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고모님, 제가 동생 대신 사죄하겠습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오늘 제가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연회는 동생에게 맡겨 주십시오. 저는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이 일은 너와 상관없다!"

태후는 송유란의 말을 잘랐다.

"네가 어떤 아이인지 내가 잘 안다. 법도를 모르는 건 연빈이니 네가 대신 허물을 뒤집어쓸 필요 없다!"

말을 마친 태후는 송연화가 몸을 조금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치밀었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더니 이제 와서 누구 보라고 저런 시늉이야?'

'아이를 가졌다는 핑계로 사람을 휘두르려 들다니. 제 신분과 처지가 어떤지도 모르는 게냐?'

송유란의 속에는 통쾌함이 가득했다.

송연화와 태후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송연화가 입을 열려 할 때 일부러 말을 가로챘다.

태후가 더 크게 노할수록 자신이 송연화를 얼마나 위하는지도 더 선명히 드러날 터였다.

다만 송연화의 뱃속 아이는 곧 자신의 것이 될 터였다. 잘못되게 둘 수는 없었다.

적당한 때를 가늠한 송유란이 가냘프게 고모님을 부르자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 모습을 본 태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송유란은 참으로 마음이 여렸다.

반면 송연화는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됐다. 유란이 앞에서까지 벌을 줄 필요는 없겠지.'

"오늘은 유란이가 너를 위해 빌었으니 내 무례를 묻지 않겠다. 일어나라."

송연화는 고통을 억누르며 은혜에 감사드렸다. 그러나 앞을 볼 수 없어 그대로 서서 태후가 다른 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소리만 들어야 했다. 입술은 저도 모르게 단단히 다물렸다.

시간이 흘렀다. 철저히 무시당하는 굴욕감에 송연화의 온몸이 팽팽하게 굳었다.

곁눈질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유란의 입꼬리가 순간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때 갑작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폐하께서 납시오!"

송연화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고 한 손을 뻗어 주변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 연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연이야."

송연화는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겨우 내뱉은 부름은 자신조차 듣기 힘들 만큼 가늘었다.

"모두 일어나라."

위엄 어린 사내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곧 허공을 헤매던 송연화의 손이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넓고 따뜻한 손.

서재헌의 손이었다.

아무리 마음이 상했어도 서재헌이 손을 잡는 순간만큼은 익숙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송연화의 몸도 본능적으로 긴장을 풀었다.

"폐하를 뵙사옵니다."

그때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울렸다.

서재헌은 송연화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입가에 맴돌던 물음도 그대로 삼켰다.

시선이 송유란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의 미간이 사납게 좁혀졌다.

'어찌 눈가가 저리 붉은 것이지?'

"누가 너를 괴롭혔느냐?"

말을 마치자 서재헌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철렁.

송연화의 마음은 다시 팽팽하게 굳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호흡마저 가빠졌다.

송연화는 보지 못했다. 서재헌의 물음이 떨어지자 송유란이 일부러 이쪽을 힐끗 바라보았다는 것을.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오해가 조금 있었을 뿐입니다."

송유란은 가만히 대답했고 두 눈에는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서재헌은 송연화를 한 번 바라보았다. 앞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송유란이 저런 모습이라면 송연화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최근의 일까지 떠올리자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반박을 허락하지 않는 명령이 떨어졌다.

"유란에게 사과하라."

송연화의 몸이 굳었다.

힘겹게 되물었다.

"제가... 제가 사과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때 태후가 코웃음을 쳤다.

"봄맞이 궁중 연회 때문에 연빈이 얼마나 성을 냈는지, 오늘은 나까지 겁이 날 지경이었다. 황제도 유란에게 사과받을 생각은 접는 게 좋겠구나."

그 말을 들은 서재헌의 눈빛도 서늘하게 식었다.

송연화가 갈수록 겁을 잃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가진 것 중 송유란의 것이 아닌 게 어디 있다고, 감히 송유란과 겨루려 드는가?'

"무릎 꿇고 사과하라."

서재헌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높낮이도 없었다. 그러나 송연화는 그가 이미 분노하기 직전임을 예민하게 알아차렸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려던 순간, 입술이 문득 굳었다.

'말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서재헌에게는 송유란도 태후도 자신보다 소중했다. 하물며 두 사람이 함께 몰아붙이는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서재헌은 믿지 않을 것이다...'

털썩.

송연화가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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