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화

Penulis: 모연미
말을 마친 태후는 송유란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눈빛이며 표정에는 송유란을 향한 만족감이 가득했다.

송유란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기쁨을 가까스로 억누르면서도 겉으로는 여전히 망설이는 척했다.

"하지만 고모님, 연화가..."

끝까지 말하지 않은 채 곁눈질로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훔쳐보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송연화는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가느다란 몸은 유난히 여리고 무력해 보였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마치 자신과는 아무 상관도 없는 일인 듯했다.

그러나 서재헌마저 동의했다는 말을 들은 순간, 설명하기 힘든 쓰라림이 가슴을 채웠다는 것은 그녀만 알았다. 지난날의 기억이 차례로 떠올랐지만 끝내 남은 것은 무력감뿐이었다.

'됐다.'

머지않아 죽음을 가장해 황궁을 떠날 터였다. 이런 일로 더는 쓸데없이 마음을 흔들 필요가 없었다.

태후는 송연화의 속마음을 알지 못했다. 답답할 만큼 말없이 굳어 있는 모습을 보자 짜증이 치밀었다.

'어찌 내 며느리가 저런 아이란 말인가?'

송유란에게 시선이 닿자 태후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러워졌다.

"네가 자매의 정을 생각하는 건 안다. 하지만 연빈은 지금 아이를 가져 무리해서는 안 돼. 그러니 유란 네가 수고해 다오. 마음 쓰지 말거라."

잠시 말을 멈춘 태후가 송연화를 향해 싸늘하게 명했다.

"연빈, 유란이가 대신 수고해 주는데 고맙다는 말도 못 하느냐?"

'고맙다고?'

'송유란은 아직 입궁조차 하지 않았는데 봄맞이 궁중 연회를 주관하게 되었다. 누가 보아도 황후로 세우겠다는 뜻을 보이려는 것인데, 어째서 내가 고마워해야 한단 말인가...'

송연화는 손가락을 꽉 움켜쥐었다가 문득 힘을 풀었다.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감정을 억누르고 이를 악문 채 입을 열려는 순간이었다.

쨍그랑!

발치에서 찻잔 깨지는 소리가 났다.

곧 태후의 호통이 떨어졌다.

"송연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은 내 결정에 불만이 있다는 뜻이냐?"

태후가 노하자 주위 사람들은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태후 마마, 노여움을 거두시옵소서."

"고모님, 노여움을 거두십시오."

'태후가 노했다고?'

송연화는 당혹스러웠다.

"마마, 어서 무릎을 꿇으십시오!"

귓가에 연이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렸다.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손길이 느껴지자 송연화는 반사적으로 무릎을 꿇었다.

순간 무릎에서 날카로운 통증이 치솟았다. 심장이 찰나 멎는 듯했다.

그제야 조금 전 찻잔이 자신의 발치에서 깨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그녀는 바로 그 파편 위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상처에서 흘러나온 피가 치맛자락의 무릎 부분을 붉게 물들였다. 송연화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렸고, 무릎의 통증은 이상하게 아랫배까지 당겼다.

쥐어짜듯 반복되는 통증에 온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렸다. 손은 본능적으로 배를 감쌌다.

한편 송유란은 송연화의 모습을 보자 눈에 음험한 빛을 띠었다. 입으로는 태후에게 노여움을 거두라 청하면서도 곧 화제를 송연화에게 돌렸다.

"고모님께서 동생을 생각해 주시는 것은 동생에게 큰 복입니다. 지금 아이를 가져 잠시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뿐이니 다른 뜻은 절대 없습니다."

"연화야, 왜 아직도 가만있니? 어서 고모님께 잘못을 빌어. 괜히 고모님 몸까지 상하게 하지 말고."

송연화는 고통으로 흐릿해진 정신을 가까스로 붙잡았다. 눈가에 자조가 번졌다.

그녀는 어리석지 않았다.

송유란은 송연화를 변호하는 척했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로 태후의 분노를 부추기고 있었다.

가뜩이나 송연화를 싫어하는 태후였으니 무슨 짓을 해도 잘못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는 무릎을 꿇고 있을 수 없었다.

뱃속에는 아직 아이가 있었다.

송연화가 입을 열려는 순간, 송유란의 갑작스러운 목소리가 말을 끊었다.

"고모님, 제가 동생 대신 사죄하겠습니다. 전부 제 잘못입니다. 오늘 제가 이곳에 오지 말았어야 합니다... 연회는 동생에게 맡겨 주십시오. 저는 먼저 물러나겠습니다..."

"이 일은 너와 상관없다!"

태후는 송유란의 말을 잘랐다.

"네가 어떤 아이인지 내가 잘 안다. 법도를 모르는 건 연빈이니 네가 대신 허물을 뒤집어쓸 필요 없다!"

말을 마친 태후는 송연화가 몸을 조금 웅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더욱 화가 치밀었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더니 이제 와서 누구 보라고 저런 시늉이야?'

'아이를 가졌다는 핑계로 사람을 휘두르려 들다니. 제 신분과 처지가 어떤지도 모르는 게냐?'

송유란의 속에는 통쾌함이 가득했다.

송연화와 태후의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송연화가 입을 열려 할 때 일부러 말을 가로챘다.

태후가 더 크게 노할수록 자신이 송연화를 얼마나 위하는지도 더 선명히 드러날 터였다.

다만 송연화의 뱃속 아이는 곧 자신의 것이 될 터였다. 잘못되게 둘 수는 없었다.

적당한 때를 가늠한 송유란이 가냘프게 고모님을 부르자 눈물 한 방울이 뺨을 타고 흘렀다.

그 모습을 본 태후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송유란은 참으로 마음이 여렸다.

반면 송연화는 무엇 하나 마음에 드는 구석이 없었다.

'됐다. 유란이 앞에서까지 벌을 줄 필요는 없겠지.'

"오늘은 유란이가 너를 위해 빌었으니 내 무례를 묻지 않겠다. 일어나라."

송연화는 고통을 억누르며 은혜에 감사드렸다. 그러나 앞을 볼 수 없어 그대로 서서 태후가 다른 이들과 담소를 나누는 소리만 들어야 했다. 입술은 저도 모르게 단단히 다물렸다.

시간이 흘렀다. 철저히 무시당하는 굴욕감에 송연화의 온몸이 팽팽하게 굳었다.

곁눈질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송유란의 입꼬리가 순간 미세하게 올라갔다.

그때 갑작스러운 외침이 들려왔다.

"폐하께서 납시오!"

송연화는 반사적으로 몸을 옆으로 틀고 한 손을 뻗어 주변 사람을 찾았다.

하지만 아무 소용도 없었다.

그 누구도 그녀의 손을 잡아 주지 않았다. 연이가 어디에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연이야."

송연화는 사람을 부르려 했지만, 겨우 내뱉은 부름은 자신조차 듣기 힘들 만큼 가늘었다.

"모두 일어나라."

위엄 어린 사내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곧 허공을 헤매던 송연화의 손이 누군가의 손바닥 위에 내려앉았다.

넓고 따뜻한 손.

서재헌의 손이었다.

아무리 마음이 상했어도 서재헌이 손을 잡는 순간만큼은 익숙한 안도감이 밀려왔다. 송연화의 몸도 본능적으로 긴장을 풀었다.

"폐하를 뵙사옵니다."

그때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울렸다.

서재헌은 송연화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입가에 맴돌던 물음도 그대로 삼켰다.

시선이 송유란의 얼굴에 닿는 순간 그의 미간이 사납게 좁혀졌다.

'어찌 눈가가 저리 붉은 것이지?'

"누가 너를 괴롭혔느냐?"

말을 마치자 서재헌은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철렁.

송연화의 마음은 다시 팽팽하게 굳었다. 손끝에 힘이 들어가고 호흡마저 가빠졌다.

송연화는 보지 못했다. 서재헌의 물음이 떨어지자 송유란이 일부러 이쪽을 힐끗 바라보았다는 것을.

"아무도 저를 괴롭히지 않았습니다. 오해가 조금 있었을 뿐입니다."

송유란은 가만히 대답했고 두 눈에는 다시 눈물이 차올랐다.

서재헌은 송연화를 한 번 바라보았다. 앞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송유란이 저런 모습이라면 송연화에게 괴롭힘을 당한 것이 분명했다.

최근의 일까지 떠올리자 목소리가 싸늘해졌다.

반박을 허락하지 않는 명령이 떨어졌다.

"유란에게 사과하라."

송연화의 몸이 굳었다.

힘겹게 되물었다.

"제가... 제가 사과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때 태후가 코웃음을 쳤다.

"봄맞이 궁중 연회 때문에 연빈이 얼마나 성을 냈는지, 오늘은 나까지 겁이 날 지경이었다. 황제도 유란에게 사과받을 생각은 접는 게 좋겠구나."

그 말을 들은 서재헌의 눈빛도 서늘하게 식었다.

송연화가 갈수록 겁을 잃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그녀가 가진 것 중 송유란의 것이 아닌 게 어디 있다고, 감히 송유란과 겨루려 드는가?'

"무릎 꿇고 사과하라."

서재헌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높낮이도 없었다. 그러나 송연화는 그가 이미 분노하기 직전임을 예민하게 알아차렸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다고 말하려던 순간, 입술이 문득 굳었다.

'말한들 무엇이 달라질까?'

서재헌에게는 송유란도 태후도 자신보다 소중했다. 하물며 두 사람이 함께 몰아붙이는 지금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서재헌은 믿지 않을 것이다...'

털썩.

송연화가 무릎을 꿇었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100화

    두 사람은 대화를 마쳤고 문이율은 서재헌을 찾아가 출궁하는 일을 꺼냈다.서재헌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약을 찾는 것뿐이라면 짐이 사람을 보내면 된다. 네가 연빈을 데리고 출궁할 필요는 없지 않으냐?"겉으로는 묻는 말이었지만 그 속에는 은근한 위협이 담겨 있었다.문이율이 고개를 살짝 숙였다."한 가지 약재는 채취한 순간부터 약효가 서서히 사라집니다. 평소라면 소인도 서두르지 않았겠지만 지금 연빈 마마께서 호전되고 계십니다. 신속히 처리하지 않으면 상황이..."서재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문이율의 말이 사실인지 헤아렸다.시간이 흐른 뒤 서재헌이 허락했다."짐이 사람을 붙여 함께 가게 하겠다."예상한 일이었다. 문이율은 예를 올린 뒤 물러났다.그날 오후 희안궁 사람들은 출궁 소식을 듣고 멍해졌다. 하지만 이유를 알고 나자 기뻐했다."지금 상태로 보아 마마께서 깨어나실 수 있는 것입니까?""그런 모양이다. 그렇지 않다면 폐하께서 마마의 출궁을 허락하셨겠느냐?"희안궁 안에서 수많은 이야기가 오갔다.희안궁 밖에서 이 일을 알게 된 송유란은 분노로 이를 악물었다.'또 송연화야!''전에는 줄곧 내가 우위였는데, 어쩌다 일이 꼬인 뒤부터 송연화만 모두의 보살핌을 받는 거지?''분명 승자는 나야. 송연화 따위는 상대도 안 돼!'"아씨, 괜찮으십니까?"송유란은 정신을 차리고 궁녀의 조심스러운 눈빛과 마주하자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다."그때 유모가 강보에 싸인 아이를 안고 다가왔다."아씨, 어린 황자께서 갑자기 울음을 그치지 않으십니다. 소인이 아무리 달래도 진정하지 않으셔서..."한창 짜증이 나 있던 송유란은 그 말을 듣자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얼굴에는 혐오가 고스란히 드러났다.유모는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송유란은 숨을 깊이 들이쉬며 억지로 감정을 눌렀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어찌 갑자기 울음을 그치지 않는 것이냐? 태의를 불러 물어보았느냐?""소인이 감히 제멋대로 정하지 못했습니다."그 대답이 마음에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99화

    문이율은 팔짱을 꼈다."전에 제가 도와드리겠다고 했을 때는 거절하시더니 이제 와서 도움을 청하시다니, 저를 너무 대단하게 보시는 것 아닙니까?"송연화가 담담하게 말했다."대단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너도 나처럼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다."문이율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제게 선택권이 없다고 누가 그랬습니까?""내 몸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면 지금쯤 네 무덤에는 풀이 돋았을 것이다."송연화의 목소리는 몹시 차분했지만 그 말에 문이율의 표정이 달라졌다.고요 속에서 송연화가 다시 입을 열었다."물론 계속 부인해도 된다. 하지만 지금은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절대로 서재헌에게 알리지 못할 것이다."이는 추측이 아니라 확신이었다.송유란은 어릴 때부터 허약했다. 송씨 가문에서 그토록 많은 의원을 불렀는데도 낫지 않았지만 문이율은 나타나자마자 고독충을 꺼내 들었다.주술과 고독으로 인한 화는 예부터 있었다. 서재헌이 어리석지 않다면 문이율을 무사히 떠나게 두지 않을 것이다.문이율은 손을 쓰는 순간 자신의 목숨까지 내놓은 셈이었다.그것이 문이율이 송연화에게 회혼단을 요구한 이유이기도 했다.송연화는 서두르지 않고 마음속 생각을 하나씩 말했다. 문이율의 표정은 볼 수 없었지만 주위에 내려앉은 적막으로 감정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하지만 송연화도 완전히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문이율이 왜 손을 썼는지는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다만 결국 송씨 가문과 관련된 일이니 지금 당장 밝혀낼 필요는 없었다.시간이 흘렀다.문이율이 가볍게 웃었다."연빈 마마께서는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회혼단으로 퇴로를 마련하려 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회혼단은 이미 마마께서 드셨고 지금 두 사람 모두 황궁 안에 있습니다. 제게 선택권이 있다 해도 마마를 바로 빼내기는 어렵습니다.""어째서 안 된다는 것이냐? 서재헌에게 내 병은 출궁하여 치료해야 한다고 전하거라. 그러면 허락할 것이다."황궁만 벗어나면 회혼단이 없어도 송연화는 무사히 떠날 수 있었다.문이율은 송연화를 위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98화

    말을 마친 서상운은 매우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연이는 멀어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눈에는 절망이 가득했다.본래도 연빈 마마는 총애를 받지 못했다. 그런데 그토록 많은 일을 겪고 이제는 영휘궁마저 지키지 못하게 되었다.'희안궁!'냉궁과 맞닿은 데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곳이었다. 생각만 해도 얼마나 황폐할지 알 수 있었다.연이는 다리에 힘이 풀린 채 내전으로 들어갔다."마마, 폐하의 뜻을 들으셨습니까?"송연화는 천천히 눈을 떴다."들었다.""그곳은 도저히 사람이...""너나 나나 선택할 수 없다."송연화가 연이의 말을 끊었다.연이가 송유란의 사람이라는 사실을 확인한 뒤 송연화는 더 이상 그녀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문이율이 연이를 통제하고 있으니 연이도 당연히 따라가야 했다.더구나 아직 자신의 상태를 드러내고 싶지 않았다.연이도 자신의 처지를 알았다. 억지로 미소를 짓고 느릿느릿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다.그와 동시에 영휘궁의 궁인들도 소란스러워졌다."희안궁이 냉궁과 무엇이 다르냐? 나는 가지 않겠다. 절대로 가지 않겠다!""마마께서는 본래도 정신을 잃으셨는데 이제 냉궁이나 다름없는 곳으로 간다니. 안 돼. 나는 더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으니 절대 가지 않겠다.""..."사람들은 저마다 이유를 대며 가지 않겠다고 했다.연이가 밖으로 나오자 마주한 것은 분노로 가득한 얼굴들이었다."연이 언니,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저도 가지 않겠습니다."어수선한 목소리에 머리가 아파진 연이는 이마를 짚었다."그만!"호통 한 번에 모든 목소리가 사라졌다.연이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너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안다. 하지만 이미 정해진 일이다. 가기 싫다고 가지 않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금부터 내가 이름을 부르는 사람은 앞으로 나오너라."연이는 여섯 명의 이름을 불렀다. 내시가 네 명, 궁녀가 두 명이었다."너희는 나를 따라 들어가 연빈 마마를 희안궁으로 모셔라."내전에서 송연화는 이미 들려 나갈 준비를 마친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97화

    일행은 청안궁에 도착했다."유란이가 고모님을 뵙습니다."태후는 환한 얼굴로 송유란을 바라보았다."어서 일어나거라. 오늘은 어찌 왔느냐?""고모님이 보고 싶었습니다."송유란은 옅게 웃으며 몇 걸음 만에 태후의 곁으로 갔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던 얼굴에는 어느새 근심이 드러났다.태후는 그 모습을 보고 의아해졌다."어찌 갑자기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느냐? 누가 너를 괴롭혔느냐?"송유란은 한숨을 내쉬었다."저를 괴롭힌 사람은 없습니다. 다만 황후 책봉식이 다가오니 마음이 불안하여 고모님 곁에 있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머무는 곳이... 아, 이 이야기는 그만하겠습니다. 밖에 알려지면 제가 고모님 곁을 떠나지 못한다고 비웃을 것입니다.""어서 어린 황자를 데려오너라. 고모님께서 자세히 보시게 해야지. 얼마나 총명하고 얌전한지 모릅니다..."유모가 강보를 앞으로 가져오자 태후는 웃으며 아이를 품에 안았다. 겉으로는 기쁜 듯 아이를 어르고 있었지만 속으로는 이미 여러 생각을 헤아리고 있었다.반 시진쯤 뒤 송유란은 어린 황자를 데리고 떠났다."이채원."상궁이 앞으로 나아갔다."태후 마마."태후가 눈을 살짝 들었다."황제를 불러오너라."원화사에서 돌아온 뒤 송유란은 청안궁 오른쪽에 있는 전각으로 거처를 옮겼다. 아주 멀지는 않았지만 전에 청안궁에서 지낼 때와는 분명 달랐다.하지만 태후가 더 신경 쓰는 것은 거리가 아니라 영휘궁이었다.황후의 침전인데도 송유란은 들어가지 못하고 정신을 잃은 송연화가 차지하고 있었다.마땅하지 않았다. 참으로 마땅하지 않았다.서재헌은 여전히 '정신을 잃은' 송연화의 곁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태후가 찾는다는 말을 듣고 의아해했지만 지체하지 않고 송연화에게 인사를 남긴 뒤 영휘궁을 떠났다."연화에게 영휘궁을 내놓으라고 하라는 말씀입니까?"태후는 고개를 끄덕였다."전에는 황궁에 다른 비빈이 없었으니 그곳에 살아도 내가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황후 책봉식이 코앞이고 유란이가 정식으로 황후가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96화

    송연화는 문이율이 어떤 몸짓을 했는지 알지 못했다. 끝맺지 않은 말을 듣고도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그 뒤 두 사람의 화제는 다시 그 여자에게로 돌아갔다.문이율은 그 여자가 회혼단에 관해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회혼단을 직접 접해 본 사람만 그 냄새를 알 수 있습니다."송연화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그렇다면 이 황궁에는 회혼단으로 죽음을 가장한 다른 비빈도 있다는 뜻이냐?""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잠시 침묵이 흐른 뒤 문이율은 다시 송연화의 상태를 이야기했다."마마께서 빠지신 가사 상태가 기이한 것을 보면 몸과 관련이 있는 듯합니다.""회혼단의 약효도 특이하고 고독충도 기이하니 두 가지가 겹쳐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생긴다 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다행히 마마의 상태는 회복할 수 있습니다. 아직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은 아닙니다."송연화는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그렇다면 자신의 운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셈이었다.하지만 이번 일이 끝나고 나면 다시 죽음을 가장해 출궁하는 것은 불가능할 터였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생각에 잠겨 있던 송연화는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고맙다."짧은 한마디였지만 송연화는 매우 진지하게 말했다.문이율은 순간 멈칫했다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고마워하실 것 없습니다."그렇게 말한 문이율은 밖을 한번 바라보았다."이제 시간이 다 되었으니 마마께서는 먼저 쉬십시오. 언제 깨어날지 정하시면 미리 말씀해 주시면 됩니다."송연화는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저도 모르게 두 손을 맞잡았다.정말로 '깨어나야' 할까?그 뒤 며칠 동안 문이율은 줄곧 영휘궁을 드나들었다. 서재헌도 호전될 기미를 보았는지 날마다 한 번씩 찾아왔다.그 때문에 송연화는 계속 정신을 잃은 척해야 했다.다행히 서재헌은 줄곧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다만 송연화의 귓가에서 황궁의 일을 자주 이야기했다.그중 가장 많이 꺼낸 화제는 아이였다.아이가 눈을 떴다고 했다.아이는 매우 얌전하고

  • 폐하, 황비가 사라졌습니다   제95화

    아이를 송유란의 양자로 보냈는데 과연 자신이 보러 가는 것을 허락하겠는가?얼마나 지났을까, 송연화의 귓가에서 목소리가 사라졌다. 멀어지는 발걸음 소리를 들으며 계속 눈을 감고 있다가 어느새 깊이 잠들었다.다시 깨어났을 때는 이튿날 한낮이었다.주위는 고요했다.주변 상황을 알 수 없었기에 송연화는 그대로 눈을 감고 있었다.그때 갑자기 목소리가 들렸다."오늘 아주 이상한 여자를 만났다."'문이율이다!'지금 전각 안은 안전했다.송연화는 팔로 몸을 받치며 일어나 앉으려 했다.그러나 다음 순간 다시 쓰러졌다."하아!"한숨 소리가 들린 데 이어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가 났다.문이율이 말했다."지금 마마의 몸으로는 누워 계셔야 합니다. 억지로 일어나려 하지 마십시오. 몸에 좋지 않습니다."송연화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입을 열려 했다. 그 순간 목구멍에 격렬한 통증이 일었다."윽!"신음이 새어 나오며 얼굴이 순식간에 일그러졌다.문이율은 놀라 곧바로 손가락으로 송연화의 손목을 눌렀다.잠시 뒤 그는 혈자리에 은침 여러 개를 꽂는 동시에 송연화의 입에 약 한 알을 넣었다.한참 지나서야 송연화는 견디기 힘든 통증에서 벗어났다. 땀으로 흠뻑 젖은 채 침상에 쓰러져 꼼짝하지 못했다.그때 문이율은 송연화의 맥을 짚고 있었다. 굳게 찌푸렸던 미간이 서서히 펴졌다.상황은 진정되었다.그때 힘을 조금 회복한 송연화가 물었다."내 몸이... 어찌 된 것이냐?"짧은 몇 마디를 내뱉는 것도 몹시 힘겨웠다.문이율이 답했다."이번에 독을 너무 많이 쓴 탓인 듯합니다."송연화는 말없이 있다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너, 네가 내게 독을 썼느냐? 어째서?"문이율은 팔짱을 꼈다."독이 마마의 몸을 자극하기 때문입니다."그는 앞뒤 사정을 모두 설명했다.그제야 송연화는 전에 자신이 독을 먹은 뒤 문이율이 그 독이 몸의 반응을 자극한다는 사실을 알아냈음을 알았다."마마께서는 느끼지 못하셨겠지만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위험을 무릅쓰고 시험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