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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Author: 모연미
"마마, 태후 마마께서 찾으십니다."

연이가 몇 걸음 앞으로 다가왔다.

송연화는 가볍게 숨을 고른 뒤 물었다.

"조금 전에는 어디에 갔었느냐?"

연이가 잠시 굳었다.

"소인은 마마께 올릴 약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송연화의 표정에는 아무런 기색도 없었다.

눈이 먼 뒤로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더욱 헤아리기 어려웠다.

연이는 긴장한 채 손을 움켜쥐었다.

그러다 송연화가 입을 열었다.

"옷을 갈아입혀라. 태후 마마를 뵈러 가겠다."

그제야 연이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몸단장을 마친 송연화는 청안궁으로 향했다.

태후는 서재헌의 양모이자 송연화의 고모였다.

송연화가 처음 송씨 가문으로 돌아왔을 때, 고모는 이미 황궁에 시집온 뒤였다.

어려서부터 지켜본 조카 송유란을 송연화보다 더 아끼는 것은 당연했다.

뒤이어 송연화가 서재헌의 침상에 기어들었다는 소문까지 듣고는 더욱 그녀를 혐오했다.

혼인한 첫해에는 거의 날마다 태후 앞에서 예법을 지켜 서 있어야 했다. 오시가 되어서야 첫 끼니를 먹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후 서재헌에게 연루되어 함께 유배되었을 때, 며느리인 송연화가 삼 년 내내 정성껏 태후를 보살폈다. 그제야 태후의 태도가 조금 누그러졌지만, 여전히 송연화를 달가워하지는 않았다.

마침내 청안궁에 도착했다.

송연화는 연이의 부축을 받아 방 안으로 들어갔다.

가까이 다가가기도 전에 호방한 웃음소리와 여인들의 교태 어린 웃음이 들려왔다. 서로 어우러진 분위기는 더없이 화목했다.

하지만 송연화가 모습을 드러내자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연빈이 왔구나? 어찌 아무도 알리지 않은 게야?"

비꼬는 말투만으로도 연란 공주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연란 공주는 선황의 유일한 딸이자 태후가 직접 낳은 공주로, 어려서부터 온갖 총애를 받았다.

혈연으로 따지면 송연화가 사촌 언니라 불러야 할 사람이었다.

처음부터 송연화를 미워했던 것은 아니었다. 송연화가 한 번 목숨을 구해 준 뒤로는 제법 호의적이었고, 가장 가까웠던 시절에는 자주 송씨 저택을 찾아와 함께 어울렸다.

하지만 송연화가 형부의 침상에 기어들었다는 소문이 널리 퍼지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어려서부터 송유란과 쌓아 온 정을 송연화가 이길 수는 없었다. 그 뒤로 마주칠 때마다 연란 공주는 조롱과 비아냥을 쏟아 냈고, 송연화는 자신이 잘못했다고 믿어 한 번도 변명하지 않았다.

송연화는 예를 올리려 했지만 태후가 어느 쪽에 있는지 알 수 없어 그 자리에 굳어 섰다.

곧 비웃음이 들려왔다.

"왜? 머리라도 상했느냐? 예법도 잊은 게야?"

송연화가 말없이 서 있자 곁의 연이가 몸을 돌려 세웠다.

"마마, 태후 마마께서는 이쪽에 계십니다."

그제야 방향을 잡은 송연화가 태후를 향해 예를 올렸다.

"신첩이 태후 마마를 뵙사옵니다. 만수무강하시옵소서."

태후는 평소부터 못마땅해하던 며느리를 거만하게 내려다보았다.

"일어나라."

연란 공주는 그런 송연화의 태도가 유난스럽고 가식적으로 보였다.

참지 못하고 차갑게 비웃었다.

"참으로 귀하신 몸이 되었군. 예를 올리는 데도 궁녀 손을 빌려야 하다니. 누가 보면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라도 된 줄 알겠어."

곁에 있던 황실 여인들이 일제히 킥킥 웃었다.

노골적인 조롱이었다.

평판이 바닥인 여인을 상대로는 누구도 거리낌 없이 비웃었다.

송연화는 이미 이런 상황에 익숙했다. 예전에는 썩은 나뭇잎을 던지는 사람까지 있었다. 혼례를 올리던 날에는 가마를 막아서고 염치없는 계집이라 욕을 퍼붓기도 했다.

이제는 그런 말로 상처받지도 않았다.

그때 송유란이 입을 열었다.

"연란아, 네가 몰라서 그래. 연화가 얼마 전 큰 병을 앓은 뒤 앞을 보지 못하게 되었어. 그러니 너무 나무라지 마."

연란 공주의 몸이 굳었다.

'눈이 멀었다고?'

자세히 살펴보고서야 한때 그토록 빛나던 송연화의 두 눈이 지금은 빛을 잃고 흐려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잔뜩 준비했던 비아냥이 목구멍에 걸렸다. 갑자기 어찌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정말 눈이 멀다니... 늘 튼튼했던 사람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송유란이 다시 송연화에게 말했다.

"연란이는 원래 이런 성정이니 연화야, 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

마치 자신이 이곳의 안주인이라도 된 듯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는 태도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태후는 더없이 만족스러워했다.

태후가 바라던 며느리는 바로 이런 사람이었다. 침착하고 여유로운 명문가의 규수.

태후는 송연화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며 쏘아붙였다.

"온종일 멍하니 앉아서는 하인들이 하는 허드렛일 말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구나."

송연화는 입꼬리를 희미하게 당겼다. 유배 시절 태후가 큰 병을 앓았을 때 밤낮으로 간호했던 일을 말하는 모양이었다.

태후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머리만 아팠다.

"됐다. 사흘 뒤면 봄맞이 궁중 연회가 열린다. 법도대로라면 황후가 맡아야 하지만 지금은 황후 자리가 비어 있지. 후궁에 너 하나뿐이니 원래라면 네가 맡는 게 옳다. 하지만 네 눈이 지금... 그러니 유란에게 맡기겠다."

그 말이 떨어지자 사람들의 표정이 저마다 달라졌다.

예부터 황실의 봄맞이 궁중 연회는 후궁에서 가장 존귀한 여인이 주관했다.

곧 황후 자리를 인정한다는 상징이나 다름없었다.

지금 황후 자리는 비어 있어도 후궁에는 송연화 한 사람뿐이었다.

그녀를 중히 여긴다면 앞을 보지 못하더라도 송연화가 맡는 것이 당연했다. 말로 지시해 심복에게 일을 처리하게 하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태후는 눈이 멀었다는 이유로 그 자리를 송유란에게 넘겼다.

누구를 더 중히 여기는지는 명백했다.

명백히 송연화에게 굴욕을 주려는 처사였다.

폐위된 황후나 황제와 태후에게 버림받은 후궁만이 이런 식으로 무시당했다.

송유란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지만 잠시 뒤 망설이는 척했다.

"고모님, 아무래도 좋지 않을 듯합니다."

연란 공주도 미간을 좁히며 거들었다.

"어마마마, 이 일은 더 신중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적어도 오라버니의 뜻부터 여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후는 난처한 듯 한숨을 쉬면서도 다정하게 송유란의 손을 잡았다.

"이 일은 황제가 먼저 꺼냈다. 유란아, 지금 너보다 이 일을 맡을 자격이 있는 사람은 없어. 황제가 바란 사람도 바로 너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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