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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67화

Author: 일설연우
북연 황제의 시신이 돌아온 후, 나라 전체가 비통에 잠겼다.

사람들이 슬픔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남제에서 관리들이 도착해 새로운 북연 황제를 책봉하라는 명을 내렸다.

갑작스럽게 왕위에 오른 육황자는 그 누구보다도 충격을 받았다. 그도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분명, 남제가 그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능력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어 남제의 꼭두각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북연은 남제의 속국이 되어 통치하는 군왕조차 남제에서 책봉 받게 되었으니, 남제는 당연히 말 잘 듣는 북연 황제를 선택했을 것이다.

새로운 북연 황제가 즉위한 후, 그는 남제에서 보낸 구제금을 받았다. 이 돈은 재해를 입은 백성들을 위로하는 데 쓰이기로 했다.

거대한 북연이 속국으로 전락했다는 소식은 빠르게 퍼져나갔다.

북연 내부에는 의로운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들은 황실이 우매하고 쓸모없다고 비난하며, 장수들에게 기개가 없다고 비난했다.

북연 밖에서는 동산국이 이 소식에 마음 아파했다.

북연의 몰락은 의심할 여지 없이 동산국의 강력한 날개 하나를 잃은 것과 같았다. 앞으로 남제를 상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터였다.

서여국은 이 상황을 반겼다.

북연이 남제에 복종하면 서여국에 위협이 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서여국도 지금 골칫거리가 있었다.

호원아가 남제에서 온 밀서를 받았는데, 소주와 정국의 네 개 성을 요구하는 내용이었다. 황제가 이를 알고 삼국 황제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었다.

삼국 황제들은 모두 남제가 새로 얻게 될 그 성이 남제의 서쪽 국경을 더욱 견고하게 만들 것이며, 앞으로 서쪽에서 남제를 공격하는 것은 하늘에 오르는 것만큼 어려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황제는 되물었다.

“우리가 남제와 적이 되려는 건가요?”

삼국 황제 중 한 명이 꽤 적절하게 말했다.

“현재 서여국은 남제와 우호 관계이니 전쟁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백 년 후의 정세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황제께서는 후세 자손들을 위해 생각하셔야 합니다.”

황제는 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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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74화

    참장부봉안진은 술잔을 기울이며 자신의 무능을 탓하고 있었다.봉장미를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는 자책은 그의 마음을 갉아먹고 있었고, 술 외에는 그 감정을 달랠 길이 없었다.그때, 주씨가 그의 곁으로 다가와 술잔을 낚아챘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예요?”한때는 부부였던 두 사람.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그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었다.봉안진의 지친 눈빛과 어깨 너머로 흐르는 깊은 근심이 그녀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봉안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껴안았다.그는 천천히 머리를 그녀의 무릎을 베고 누었다.그 모습은 마치 위로가 필요한 아이처럼 연약하고 슬퍼 보였다.“내가… 큰 잘못을 했소…”그의 목소리는 낮고 떨렸다.주씨는 순간 얼어붙었지만, 곧 조용히 손을 들어 그의 등을 두드렸다.그녀는 아무 말 없이, 그가 잠에 빠질 때까지 곁에 앉아 함께해주었다.궁중봉구안은 봉장미에게 과거의 진실을 전하기로 마음먹었다.그 일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기억인지 알기에, 봉 부인은 듣기조차 힘들어 먼저 자리를 피했다.봉장미가 너무 큰 충격을 받을까 염려한 봉구안은 그녀의 얼굴과 호흡, 손끝의 떨림까지 살피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풀어나갔다.혹시나 공황 장애와 같은 증세가 나타날까, 매 순간 숨을 죽이며 말끝을 고르고 또 골랐다.그러나 놀랍게도 봉장미는 그녀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단단했다.자신이 산적들에게 끌려가 정말로 정절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봉장미는 그저 쓴웃음을 지었을 뿐이다.“그래, 그랬군요… 진짜였엉…”그녀는 멍한 눈빛으로 언니를 바라봤다.“언니, 저 그 꿈을 계속 꿨어요.”“매번 악몽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전부… 진짜였던 거군요.”봉구안은 말없이 그녀를 껴안았다.“그건 네 잘못이 아니야.”“우리가 너를 지켜주지 못한 거고… 내가 너를 그런 일에 휘말리게 한 거야.”충격이 가신 후, 봉장미는 오히려 놀라울 정도로 차분했다.그녀가 조용히 팔을 들어 봉구안의 등을 어루만졌다.“괜찮아요, 언니.”“저는… 그때 죽지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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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70화

    봉구안은 봉장미에게 결정을 재촉하지 않았다.그녀는 조용히 동생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궁에 머무는 며칠 동안 천천히 생각해 봐.”“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전력을 다해 널 도울 거야.”봉장미는 어딘가 마음이 다른 데 있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이내 봉구안을 다시 올려다보았고, 눈빛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집요하게 물었다.“도대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길래요? 만약 언니였다면... 언니는 견딜 수 있었을까요?”봉구안의 목소리는 마치 목이 마른 듯, 갈라지며 떨렸다.봉장미가 과거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자 그녀의 가슴은 누군가에게 세게 움켜쥐어진 듯 숨이 막히고,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상상할 수 없어. 그건 네가 직접 겪은 고통이니까.”“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견딜 수 있었을 거라 쉽게 말할 수 없어.”“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 예전의 너는 감당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너라면 어쩌면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을지도 몰라.”그녀는 어젯밤 봉장미가 봉안진에게 술병을 던졌던 순간을 떠올렸다.예전 같았으면, 봉장미는 그런 과격한 행동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바로 그 일을 통해, 봉구안은 깨달았다.봉장미 역시 단련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새장 속에 가두어둘 수 없다는 것이었다.새장은 보호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구속과 억압이 되기도 한다.봉구안은 손을 뻗어 봉장미의 어깨에 얹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장미야, 모르는 사이에 넌 이미 많이 성장했어. 그래서 언니가 지금 네게 이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하지만 혹시라도 네가 그 기억을 마주하고 싶지 않더라도, 그건 나약함이 아니야. 우린 모두 때로는 자신을 지키는 법도 배워야 하니까.”봉장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언니, 이해했어요.”“잘 생각해볼게요...”“이 몇 년 동안… 언니와 모두가 저를 지켜주셨다는 걸 알고 있어요.”봉구안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69화

    봉구안은 이미 송려의 편지를 통해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다.봉장미가 의심을 품거나 과거를 떠올리지 않게 하기 위해, 그와 어머니는 그녀에게 거짓말을 했다.그녀와 소욱이 쌍생아 문제로 걱정하고 있다고 꾸며낸 것이었다.그리고 지금, 봉장미가 아이 하나를 대신 키우겠다고 제안한 것도 철저히 언니를 걱정한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다.하지만 정작 진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봉장미 자신이라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하고 있었다.“장미야, 너 지금 취했어.”봉구안의 표정은 점점 심각해졌다.곁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봉 부인은 딸이 쌍생아 문제로 민감해져 친동생까지 경계하는 거라 생각하고, 서둘러 거들었다.“장미가 정말 많이 취했네. 정신이 맑았다면 이런 헛소리를 할 리가 없지.”“사실 송가 어른들이 얼마나 이 아이를 아껴주는지 몰라. 송려는 더 말할 것도 없고.”“괜한 걱정에 스스로 상처 입는 거야.”봉구안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하고 단호하게 말했다.“일단 장미를 별전으로 모셔가 쉬게 하세요.”봉 부인은 그 말이 반가웠다.봉구안이야 물론 친딸이지만, 황후라는 신분 앞에서는 늘 거리감이 느껴졌기에 함께 있는 게 불편하기도 했다.봉 부인이 봉장미를 데리고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소욱이 들어왔다.그는 들어서자마자 바로 물었다.“오늘 밤 무슨 일 있었느냐? 다들 분위기가 심상치 않던데. 혹시 무슨 다툼이라도 있었던 것이냐?”봉구안은 고개를 저으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아무 일도 없어요.”봉안진과 그 첩실의 일 따위는 굳이 언급할 필요도 없었다.중요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하였다.……다음 날.봉장미는 숙취에서 완전히 깨어났다.그녀는 조카들을 바라보며 눈길에 애정을 듬뿍 담았다.“언니, 이 아이들 낳을 때 정말 힘드셨겠어요.”봉장미의 눈빛에는 안쓰러움이 어린 따뜻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곁에 있던 봉 부인이 말했다.“여자가 아이 낳는데, 안 아픈 경우가 어디 있겠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봉장미는 봉구안을 향해 환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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