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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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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 제1665화
장막 안.모든 사실을 듣고 난 소욱은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담대연이 한 짓이 담대 가문을 위해서였다는 말이냐? 그렇다면 그가 믿었던 진짜 진원지는… 담대 가문을 바꿀 수 있는 무언가라도 있었단 말이더냐.”봉구안은 잠시 생각한 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쩌면 마지막 희망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또는 우리가 모르는 비밀이 숨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지요. 하지만 일단 이 일은 일단락됐습니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각국의 정세를 안정시키는 일입니다. 동산국을 먼저 점령하고, 곧바로 사방을 평정해야 '거미줄'을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만 더 이상 외세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남제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동방세와 같은 인재들이 많았다. 그들 또한 '거미줄'의 실체를 파악해가고 있을지도 모를 터. 어떤 나라도 과소평가해선 안 되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남강이다. 다행히 남강 쪽 위기는 일단락된 상태였다.소욱은 봉구안을 바라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이번 일에 대해 구안이 너와 자세히 상의하고 싶구나.”“무엇을 상의하시려는 건가요?”“서여국 말이다.”그 말을 들은 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폐하, 서여국을 조기에 공격할 생각이신가요?”예전에 소욱은 서여국에 대해 '향후 10년간 손대지 않겠다'고 말했었다.소욱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내가 지금 당장 서여국을 공격한다면, 너는 어떻게 하겠느냐?”봉구안은 그의 눈을 진지하게 바라보며 대답했다.“저는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여국을 점령하신 후 어떻게 통치하실지를 묻고 싶습니다. 폐하께서 통치 방안이 있으시다면 굳이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단지 영토 확장을 위해 공격하시려는 것이라면… 지금은 시기상조라 생각합니다.”소욱은 한 걸음 다가와 그녀와 마주 서서 깊은 눈으로 응시하며 말했다.“구안아, 이 며칠 동안 나는 많은 생각을 하였다. 내 출생의 비밀만이 아니라 더 많은 것들을. 그날 청동 거문 안으로 들어가 벽화를 보
폭군의 장군 황후 제1664화
봉구안이 조용히 미간을 좁혔다.담대정의 눈빛은 어딘가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약쟁이 독은 본래 저희 담대 가문을 상대로 실험하면서 서서히 만들어진 것이었습니다. 원래는 독이 아니라 불로장생약을 만들기 위한 약재였죠.”“처음에는 이걸로 이익을 남기고자 하는 이가 있어서 담대 가문과 계약을 맺었습니다.”“저희가 인력을 대고, 그들이 의술과 약재를 담당했습니다. 만약 진짜 불로장생 약이 완성된다면 그 이익의 삼할은 담대 가문에게 돌아오기로 했지요.”“그래서 약쟁이 독도 결국은 불로장생약의 일종이라 보시면 됩니다.”봉구안이 흔들림 없이 물었다.“그럼 담대연의 몸속에 있던 독은 무엇이지? 그 자는 약쟁이 독에 중독되어 있었으면서도 의식을 유지하고 있었지 않느냐.”담대정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그건 조부님 덕입니다.”“저희 가문은 세대를 이어 병법과 기계술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의술에도 능했습니다. 조부님께서 대연이의 사정을 들은 후 그 아이를 살리기 위해 직접 약을 조제하셨습니다. 하지만 그 약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저희 중 그 누구도 모릅니다. 그 일은 조부님만이 알고 계셨고, 아버지조차 그 비밀을 듣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세간에서는 조부님이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났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칠십이 가까운 나이에 아버지가 조부님을 몰아붙인 게 분명할 겁니다. 일족 전원이 조부님을 압박해 비법을 내놓으라 하곤 했었습니다.”“그날 밤 저는 뒤에 숨어 있다가 모든 것을 지켜보았습니다. 조부님은 끝내 비법을 말하지 않으셨고, 스스로 생을 마감하셨습니다.”담대정은 담담히 말한 후 봉구안을 향해 살며시 미소 지었다.봉구안의 얼굴에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정말이지… 너희 담대 일가는 참으로 잔인하구나.”담대정이 고개를 가로저었다.“대연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아이는 참 착한 아이였습니다. 그렇게나 많은 일을 했던 이유는 저희들을 구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겁니다.”하지만 봉구안의 눈빛은 무덤처럼 고요했고 아무런 동정도 없었다.
폭군의 장군 황후 제1663화
봉구안은 곁에서 듣고 있던 중 담대정의 말에서 모순점을 포착했다. 그녀는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담대연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 했는데, 그럼 그때 그 자는 거짓말을 한 것이었느냐.”담대정이 가볍게 웃었다. 그 웃음에는 형언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그녀는 손을 입가에 갖다 대고 소리 없이 웃었다.“그렇습니다. 대연이는… 참 나쁜 아이였지요. 정말 어마어마한 거짓말을 했던 겁니다. 하지만 대연이는 어릴 때부터 연기를 참 잘했습니다. 그 통증을 느끼는 연기가… 정말 너무도 그럴듯했거든요.”그녀의 말투에는 서늘함이 묻어 있었다. 듣는 이의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음성이었다.담대정은 봉구안을 바라보다가 눈가에 눈물이 맺히기 시작했다.“그 아이의 거짓말을… 제가 좀 더 일찍 꿰뚫어 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요?”그녀는 잠시 목이 메었다.“폐하께서는 천문산 사람이 아니시니 모르시겠지만… 저희 일족에게 '통증을 느끼는 자'가 나타났다는 것은 세상을 뒤흔들 사건이었습니다. 그만큼 유혹적이기도 했고요.”봉구안은 말속에 숨어 있는 기묘함을 감지했다.“그들이… 담대연에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담대정이 눈을 찡긋하며 천진하게 웃었다.“사람이란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더욱 집착하게 되는 법이니까요. 그날 이후 대연이가 외출했다 돌아올 때면 몸에는 항상 크고 작은 상처가 생겨 있었죠. 어느 날은 팔에 살점이 통째로 떨어져 나가곤 했었습니다… 피범벅이 되어서, 정말이지 안쓰럽더군요.”“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이었습니다. 사람이 고통을 느끼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두가 대연이를 실험 대상으로 삼았지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호기심은 즐거움으로 변질됐습니다. 우리 일족은 고통을 느끼지 않으니까, 타인의 고통을 통해… 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그리고 대연이는 그 쾌락의 대상이 되어버렸죠.”봉구안이 주먹을 조용히 움켜쥐었다.“네 동생이 고통을 느끼고 다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도… 너와 너희 가족들은 그냥 방치했단 말이냐.”담대정이 코웃음을 치
폭군의 장군 황후 제1662화
담대 가문 중 한 사람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오백이 즉시 덧붙였다.“다만 오직 마마께만 말씀드리겠다고 합니다.”소욱의 눈빛이 먹구름처럼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는 봉구안에게 신신당부했다.“절대 방심하지 마라.”봉구안은 고개를 끄덕이며 오백과 함께 성루 아래로 내려가 담대 가문이 갇힌 감옥으로 향했다. 옥졸들은 이미 그를 다른 죄수들과 분리해 따로 가둬둔 상태였다.봉구안이 곧장 그 방으로 향하자, 감방 문 너머로 몸이 불러온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이전에 두 차례 마주친 적이 있는 인물이었다.여인은 마른 짚으로 된 침상에 앉아 고개를 숙인 채 조용히 불러온 배를 다정하게 어루만지고 있었다. 발걸음 소리에 고개를 든 그녀는 봉구안을 보자마자 미소를 띠었다.“황후 마마, 또 뵙게 되었군요.”봉구안은 천천히 여인의 불러온 배를 바라보았다.“몇 개월 되었느냐.”여인의 눈빛이 한결 부드러워졌다.“일곱 달쯤 되었습니다. 곧 이 아이가 세상에 나올 것입니다. 참으로 경이로운 일이 아니겠습니까.”그러자 갑자기 말문이 트인 듯 봉구안에게 반문했다.“하늘이 여인에게 생명을 품는 능력을 내린 것이 축복이라 생각하십니까, 아니면 형벌이라 생각하십니까?”봉구안은 정면으로 대답하지 않았다.“죄인의 몸이라 하여도 아이만큼은 무사히 낳을 수 있도록 옥졸이 조치를 취할 것이다.”여인은 따뜻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했다.“제가 바라는 것은 단지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황후 마마, 제 아이에게 자유를 주고 싶습니다. 듣자하니 마마께서는 세 자녀를 두셨다지요. 저희 모두 어미 된 몸이니, 제 마음을 이해하시리라 믿고 싶습니다.”감옥 안은 축축하고 어둡고 차가웠다. 봉구안의 눈빛도 그와 같이 침잠해 있었다.“그 아이의 자유는 너의 한 생각에 달렸을 뿐, 내 이해심에 달린 것이 아니다.”여인은 잠시 어리둥절한 듯했다. 하지만 곧 미소를 머금으며 배를 안고 일어섰다. 감방 문 가까이 다가가 쇠사슬에 손을 올렸다.찰칵.쇠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쇠사슬이 툭 하고 바닥
폭군의 장군 황후 제1661화
한 시진쯤 지나, 대군이 본격적으로 출정하려던 순간… 누군가가 소무를 발견했다.정확히 말하면, 소무로 보이는 시신이었다.원 노인은 떨리는 손으로 시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그 눈에는 놀람과 믿지 못함, 그리고 깊고 격한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그는 곧장 시선을 돌려, 소욱을 바라보았다.하지만 소욱의 얼굴엔 변함없는 고요만이 깃들어 있었다.파문 하나 일지 않는 잔잔한 호수처럼, 그 어떤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원 노인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그를 향해 걸어갔다.곁에 있던 봉구안은 노인의 눈빛에서 묘한 낌새를 포착했다.그건 분명, 책망이었다.혹여, 소무의 죽음이 소욱과 관련되어 있다는 암시가 아니었을까.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원 노인의 분노 어린 외침이 터져 나왔다.“그 아이에게 살 길 하나쯤은 열어줄 수 있지 않았습니까. 왜… 대체 왜… 그 아이를 지켜주지 않은 것입니까.”그 목소리엔 울분과 슬픔이 뒤섞여, 허공을 파고들 듯 떨려 있었다.이윽고 원 노인은 남제의 장수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그 아이는 세상사를 모르는 어린 아이였을 뿐이었다! 조정 일도 모르는, 죄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아이를… 단지 그 몸에 대주의 피가 흐른다는 이유 하나로 죽이려 한단 말이냐?”장수들은 침묵했다.하지만 그 침묵은 곧 그들의 의지를 드러냈다.대주의 혈맥이었기에 죽어야 했다는 의미였다.소욱은 말없이 몸을 돌려 말을 탔다.그리고 차가운 눈빛으로 명령을 내렸다.“대주의 혈맥은 이제 완전히 끊겼다. 다들 출정하거라.”봉구안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어딘가 설명할 수 없는 불길함이 가슴 한쪽에 맺혀 있었다.그 감정은… 소욱에게서 비롯된 것이었다.그 시신이 진짜 소무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그보다, 소욱의 반응은 너무도 담담했다.그녀가 조심스레 소욱을 바라보는 순간, 소욱 또한 그녀를 바라보았다.두 눈이 마주친 순간, 봉구안은 그의 눈동자 속에서 깊은 고뇌를 읽어냈다.그 눈빛은 언제나, 그가 결정적인 선택을 내리려 할 때에만 어김없이 떠오
폭군의 장군 황후 제1660화
“뭐라 하였느냐.”소욱의 눈빛은 깊게 가라앉아 있었다. 차디찬 기운이 담긴 시선이 곧장 소무를 꿰뚫었다.진한길은 검자루를 꽉 쥔 채 저도 모르게 몸을 굳혔다.소무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담대연, 그 개 같은 자식은 허튼소리만 늘어놓습니다.”“처음엔 제가 어리석어, 하마터면 그 말을 믿을 뻔했지요.”“그 자가 이르길, 사형께서도 대주의 피를 이은 분이시라며, 자신이 하는 모든 일이 사형을 위한 것이라 했습니다.”“강산을 다지고 천하를 통일하는 그 모든 일이, 결국 사형을 위한 거라면서요. 그래서 제가 그를 돕는 건 곧 사형을 돕는 거라 믿고, 그 말에 속아 넘어진 겁니다. 나중에 소황이 오만 군대를 이끌고 왔을 때에도, 담대연은 미리 제게 소란을 일으키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저는 소황에게서 간신히 빠져나온 뒤에도, 계속 담대연을 찾아가 진실을 묻고 싶었지요. 그러다 진맥을 찾던 날, 그를 다시 마주쳤습니다.”“제가 눈짓도 하고, 말대로 다 따랐다고 은근히 알렸는데도, 그 자는 눈길 한 번 주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제야 깨달았습니다. 그자는 처음부터 절 속였고, 제게서 필요한 것만 챙긴 거였습니다…”진한길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숨조차 죽이며 사태의 흐름을 지켜보았다.소무는 과연 알고 있을까. ‘황제가 대주의 혈맥이다’라는 그 한마디가, 얼마나 거대한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지를 말이다.지금 천하 백성들은 담대연의 학살로 인해 대주에 대한 분노가 극에 달해 있었다.남제가 천하를 통일하는 건 이미 기정사실이었다.황제는 결코 대주와 엮여서는 안 되는 처지였다.소욱의 눈빛은 점점 더 얼어붙었다. 이제는 미세한 온기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그가 낮게 물었다.“방금 그 말을… 다른 누구에게도 한 적 있느냐?”소무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고개를 저었다.“할아버지 말고는 없습니다.”“할아버지도 이 사실을 다른 이에겐 절대 말하지 말라 하셨지요. 오늘 밤 원담 앞에서 무심코 흘리지 않았다면, 결코 입 밖에 내지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