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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Author: 일설연우
봉구안의 얼굴 그 어디에도 초췌하거나 상심한 기색이 없었다. 그녀는 황후만 입을 수 있는 화려한 예복을 입고 고고한 자태를 뽐내며 자녕궁 대문 앞에 나타났다.

청초하지만 싸늘한 기운을 담고 있는 눈동자는 감히 범접할 수 있는 상위자의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다.

피부는 황성 여자들이 추구하는 것처럼 창백하리만치 하얀 얼굴이 아니라 건강한 윤기가 나고 분홍빛을 띠는 홍조가 생기를 더했다.

청초하지만 귀티가 넘치는 오관은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처럼 아름답고 고귀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영비와 닮은 비빈들만 봐온 궁인들은 경국지색의 미모를 보자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황성 제일 미녀라는 소문에 걸맞게 그녀에게서는 비범한 기운이 풍기고 있었다.

반면 봉구안은 자신의 얼굴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다. 강호를 떠돌기 시작한 순간부터 그녀는 변장을 하고 생활했다.

미모는 그녀에게 짐만 될 뿐이었는데 특히나 군영에서 더욱 심했다.

사모는 그녀가 아까운 얼굴을 괴롭힌다고 꾸중했지만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봉구안의 뒤를 따르는 연상은 저절로 어깨가 올라가고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대청으로 들어간 봉구안은 태후의 앞에서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

“신첩, 어마마마를 뵈옵니다.”

태후는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황후, 예의 차릴 것 없으니 편히 앉거라.”

곧이어 태후는 주동적으로 황제 얘기를 꺼내며 봉구안을 위로했다.

“황상은 정무가 바쁘셔서 황후에게 조금 소홀히 하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 말거라.”

봉구안은 담담히 대답했다.

“예, 어마마마.”

그녀와 대화를 나눌수록 태후는 황후가 예상처럼 살갑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마치 안면근육이 굳은 것처럼 딱딱하고 태생이 웃을 줄 모르는 사람 같았다.

분명 연회 때 봤을 때는 전혀 그렇지 않았는데 전혀 다른 사람처럼 굴었다.

사실 상 봉구안은 웃음이 적은 사람이었다.

어릴 때는 그녀의 웃음 한번 본다고 사모가 짖꿎은 장난도 많이 쳤지만 그녀는 유치하다고만 느꼈을 뿐이다.

나중에 장군이 되면서 여자인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더 딱딱한 얼굴을 하고 다녔다.

“황후, 무슨 고민이 있느냐?”

태후의 직설적인 질문에 봉구안은 단정한 자세로 담담히 답했다.

“없습니다.”

답은 그게 끝이었고 태후는 점점 조바심이 났다.

이렇게 재미가 없으니 황제의 마음을 붙잡기는 힘들어 보였다. 태후마저도 심심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평소에 태후의 환심 한번 사겠다고 온갖 달콤한 미소와 아양을 부리던 비빈들을 많이 봐왔기에 묻는 질문에만 딱딱하게 대답하는 황후가 예쁘게 보일 리 없었다.

“어화원(御花園)에 꽃이 예쁘게 피었다고 들었다. 황후, 나랑 같이 좀 걷자꾸나.”

“예, 마마.”

태후는 바깥에 나오면 황후의 말수가 많아질 거라고 생각했으나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그렇게 어화원 곳곳을 다 둘러보다가 마장 가까이까지 가게 되자 태후는 결국 포기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자녕궁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이때, 어디서 뛰쳐나온 건지 말 한 마리가 미친듯이 질주하며 그들을 향해 달려왔다.

태후의 호위들이 전방에 막아섰지만 곧이어 그들은 충격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궁에서 호사스러운 생활만 해온 태후는 이런 장면을 보고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은 태후를 목표로 삼은 것처럼 직선으로 태후를 향해 달려왔다. 극도의 공포감에 태후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

“태후마마를 호위하라!”

계 상궁이 다급히 소리쳤다.

태후가 말발굽 아래 밟히기 일보직전에 누군가가 그림자처럼 신속히 움직였다.

혼란속에서 강력한 힘이 태후를 감싸 옆으로 비켜섰다.

엉거주춤 중심을 잡은 태후는 그제야 자신의 허리를 안고 있는 사람이 황후라는 것을 발견했다.

겉보기에 유약해 보이기만 하던 황후에게 이런 놀라운 힘이 있었다니!

남자에게 안겼을 때보다도 더 안정적으로 느껴졌던 순간이었다.

태후가 어리둥절해서 황후를 바라보고 있는 사이, 황후는 바로 몸을 날려 말 등에 올라탔다.

북대영에서 말을 조련하는 기술로 봉구안을 따라올 자가 없었다.

아무리 성격 고약한 말이라도 봉구안에게 고삐를 잡히면 순순히 항복하게 되어 있었다.

그녀는 두 손으로 고삐를 잡아당기며 양다리로 말 배를 꽉 감쌌다. 성난 말이 아래위로 날뛰고 있는 와중에도 그녀는 중심을 잃지 않았다.

사람들은 아연실색한 얼굴로 말을 타고 질주하는 황후를 바라보고 있었다.

“세상에! 황후마마!”

태후가 다급히 소리쳤다.

“어서 가서 황후를 구출해라!”

그리고 눈 깜빡할 사이에 황후는 말을 타고 어화원으로 다시 돌아왔다.

말은 발광을 멈추고 고분고분 황후의 지시를 따르고 있었다.

봉구안이 말에서 내리자 연상이 울상을 지으며 달려갔다.

“마마! 어디 다친 데 없으시죠?”

봉구안은 고개를 저으며 태후에게 말했다.

“어마마마, 걱정 마세요. 이 녀석은 제가 진정시켰습니다.”

태후는 놀랍기도 하고 감사한 눈빛을 담아 황후를 바라보며 물었다.

“황후, 기마술은 언제 배웠느냐? 내 오래 살았지만 이런 장면은 처음 보는구나.”

봉구안은 담담한 얼굴로 답했다.

“신첩은 어릴 때 아버지 모르게 외숙부를 따라 기마술을 배웠습니다. 어깨너머로 대충 배운 거라 내세울 것이 못 됩니다. 어마마마를 구할 수 있어서 저도 기쁩니다.”

이때, 마장 관리가 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황후가 발광하는 말을 복종시켰다는 말을 듣고 그 역시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마마, 이 녀석은 서역에서 보내온 야생 말인데 평소에 멀쩡하다가 갑자기 통제를 잃고 날뛰는 바람에 저희들도 미처...”

봉구안은 말고삐를 관리에게 건네며 근엄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이를 밴 것 같구나. 그래서 정서가 불안정했던 게야. 게다가 서역에서 남제까지 오느라 많이 지쳐 있었던 데다가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서 통제를 잃은 것 같다. 돌아가서 절대 매를 들거나 꾸짖어서는 아니 된다. 오계초를 많이 준비해 주고 혼자 지낼 수 있는 마구간을 내어주거라. 3일 정도 있으면 안정을 찾을 것이다.”

관리는 조목조목 설명하는 황후를 신기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봉구안은 말 머리를 쓰다듬으며 낮게 탄식했다.

“정말 좋은 말인데 안타깝구나.”

광활한 초원을 자유롭게 달려야 할 말이 남제 황궁에 갇혀 지내게 되어서 안타깝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그 시각, 어화원과 가까운 관망대.

백색 의복을 입은 사내가 관망대 꼭대기에 서서 봉구안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폐하, 황후마마는 참으로 대단한 재주를 가지고 계시군요. 소신마저 감탄했습니다.”

사내의 등 뒤에서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잔재주일 뿐인데 뭐 그리 호들갑이냐. 저 말은 참수형에 처하는 거로 하고 황후가 직접 감독하게 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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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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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란
재미있어요..다음이야기가 계속 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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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화
웹소설은처음인데 재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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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정
2024. 12. 20. PM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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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제.황성.황후가 궁으로 복귀하고, 쌍생아를 출산했다는 소식은 순식간에 조정 안팎으로 퍼졌다.궁 안에서는 태후가 황자들의 탄생을 기뻐하면서도 황자가 두 명이라는 사실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그녀는 황후를 자녕궁으로 불러 부드럽게도 때론 엄하게도 말을 이어갔다.“황실에서 쌍생아. 특히 황자가 태어날 경우, 반드시 그중 하나는 궁 밖으로 내보내야 한다.”“황후, 애간장 타는 건 안다. 손등도 살이고 손바닥도 살이지. 하지만 왕실을 위해선 결단이 필요하다.”예전 봉가에서도 쌍생으로 태어난 딸 중 하나를 버렸었다.하물며 제국의 황실이라면 더욱 엄중한 규율이 따랐다.봉구안은 감정 없는 눈빛으로 태후의 말을 흘려보내듯 대답했다.“두 아이 모두 내보내지 않을 것입니다.”소욱 또한 그녀에게 약속했었다. 자신의 아이는 반드시 지키겠노라고.태후는 어머니로서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규율은 규율이었다.“황후, 내가 무정한 게 아니다. 설사 내가 허락하더라도, 조정의 대신들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오늘은 그저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온 것이다. 결국엔 네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후궁전.후궁전의 몇몇 빈들이 한곳에 모여 수군거렸다.속내는 각기 달랐지만, 얼굴엔 다들 긴장과 호기심이 엿보였다.“들으셨나요? 폐하께서 사고를 당하셨다던데, 그게 정말인가요?”“그럴 가능성도 크지요. 아니면 어찌하여 황후마마 혼자 돌아오셨겠어요?”“그나저나 황후마마도 참 팔자도 사나워. 하필 쌍생아를 낳다니… 한 명을 버리지 않겠다고 하시더라고요.”그때 구석에 있던 한 후궁이 소근소근 말했다.“쌍생황자는 불길하다고들 하지요. 혹시 폐하께 무슨 일이 생긴 게, 그 때문이라면…”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녕비가 그 말을 듣고 호통을 쳤다.“막말을 하다니. 그 입을 다물지 못할까! 여봐라, 이자를 끌어내어 뺨을 쳐라!”후궁이 허겁지겁 무릎을 꿇고 빌었다.“마마, 제발 살려주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녕비는 단호했다.“끌어내라!”지금처럼 민심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200화

    소욱은 여전히 고개를 떨군 채 입꼬리에 냉소적인 웃음을 띠었다. 말 한 마디도 하지 않은 채 그 눈빛엔 오만하고 냉담한 기색이 서려 있었다. 그 앞에 선 사내가 스스로를 소개했다. “나는 북연의 사황자네. 이번 일은 아바마마를 대신해, 남제 황제에게 미미한 환대를 표하러 온 것이지.” 사황자가 눈빛을 보내자, 수하가 음식을 들여왔다. 그러나 소욱은 그쪽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사황자는 꾹 참고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오해 마시게. 우리 북연은 진심으로 귀하를 초대한 것이니.” “다만 외부가 너무 위험해 이런 장소에 모실 수밖에 없었을 뿐이다. 걱정 마시게. 북연이 남제 군을 물리치고, 우리가 잃었던 영토를 되찾으면 그때 돌려보내드릴 걸세.” 소욱은 입꼬리를 희미하게 비틀었다. 그럴듯하게 말했지만, 결국 자신을 인질로 삼아 남제를 견제하려는 속셈일 뿐이었다. 사황자는 그의 무반응에 더 말을 잇지 않고 물러났다. 하지만 감옥 밖으로 나서자, 냉소적인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포로 주제에, 여전히 저리도 거만하다니!” 그의 곁을 따르던 책사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황자님, 폐하께서 이 일을 황자님께 맡긴 것이 과연 복이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남제 황후는 무공이 뛰어나고 인맥도 막강하다 들었습니다.” “혹여라도… 정말로 남제 황후가 저 자를 구해낸다면, 오히려 황자님께 해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사황자는 어리석지 않았다. 그 말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분명 그 자에게 전했다. 이번 일은 아바마마의 명이라는 걸 말이야.” “게다가 나름 예우도 갖추었고. 한이 있다면 아바마마에게 있을 터, 살아 돌아간다 해도 내 탓으로 돌리진 못할 걸세.” 그가 직접 붙잡은 것도 아니니, 책임은 자신에게 없다는 논리였다. 책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알겠습니다. 황자님, 그리고 들리는 말로는 칠황자께서 또 폐하의 부름을 받아 궁에 들어가셨답니다.” 사황자의 미간이 불쾌하게 찌푸려졌다. “아우는 정말 아바마마의 총애를

  • 폭군의 장군 황후   제1199화

    봉구안은 대의를 우선으로 여겼기에 반드시 남제로 돌아가야 했다.오백은 염려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마마, 그 자객들이 다시 폐하를 노릴지도 모릅니다."하물며 폐하는 갓 출산한 몸이었다. 그 긴 여정의 고단함을 어떻게 견디겠는가.그러나 봉구안의 얼굴엔 냉기가 서려 있었다. "남제로 돌아간다."천난만고가 앞을 가로막더라도, 반드시 돌아가야 했다. 두려운 것은 그 자객들의 목적이 남제의 혼란을 꾀하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었다.그녀는 결코 그들의 뜻대로 두지 않을 것이다. 소욱을 찾기 전까지는 그가 지키던 남제를 반드시 자신이 지켜야 했다.봉구안은 서여국에서의 모든 일을 정리했다. 북연군을 격퇴하는 방안부터 새 황제의 선출까지. 특히 새로운 군주의 독단을 막기 위해 삼왕 의정제를 도입했다. 그중 한 명은 남성으로 임명했다. 이는 서여국의 남성들을 안심시키고, 불필요한 분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정리가 끝나자마자 봉구안은 즉시 남제로 향했다. 호원아는 아쉬움에 마음이 저렸지만, 일이 급박함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황후가 실종된 남제는 이미 군주의 공백 상태였다. 타국이 그 틈을 노린다면, 서여국 역시 안전할 수 없었다.봉구안의 몸은 다소 회복되었다. 출산은 여인에게 극한의 고통이었고, 무공을 익힌 그녀라 해도 온전히 회복될 수는 없었다.그러나 지금은 지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아직 너무 작은 두 아이를 품에 안고 떠났다. 세상일을 알 리 없는 두 아이는 내내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봉구안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다행히 동행한 유모가 능숙하게 아이들을 달랬다.…..황성.서왕은 봉구안이 보낸 급한 서신을 받았다. 소욱이 자객에게 습격당하고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그의 마음은 급속히 무너져내렸다.이는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었다. 황후를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서왕은 곧장 인원을 조직해 서방으로 파견했다. 자신도 함께 가고 싶었지만, 황성을 지켜야 했기에 발을 뗄 수 없었다.동시에 그는 봉구안과 황자들을 맞이하러 인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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