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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 공주님 안기

Penulis: 비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11 17:00:00

멀리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고 있었다.

밤새 이어진 격전의 흔적 위로, 새로운 하루가 무겁게 그 문을 열고 있었다.

세드릭이 병사들과 함께 언덕 곳곳을 살피다가, 낯선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폐하, 이것 좀 보십시오."

찢어진 로브 자락 한 조각이었다.

가장자리에, 낯익은 뱀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 여인이 두르고 있던 것과, 같은 문양입니다."

칼리안은 그 천 조각을 손에 쥔 채, 낮게 눈을 좁혔다.

"이걸로, 뭔가 알아낼 수 있겠나."

"천의 재질과 자수 방식을 보면, 어느 지역 장인의 손을 거쳤는지 정도는 추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르멜은 결계석 앞에 앉아, 밤새 소모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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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61. 본격적인 해독

    저택에 도착하자, 남아 있던 이들이 안도와 걱정이 뒤섞인 얼굴로 일행을 맞았다. 칼리안은 곧장 아르멜과 세드릭을 서재로 불러, 가져온 서책들을 정리하게 했다. "시간이 없어. 최대한 서둘러 해독해야 해." 아르멜이 서책들을 하나하나 펼쳐보며, 낮게 말했다. "헬레네 님의 필체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급해진 걸 보니 뭔가 쫓기듯 기록하신 것 같습니다." "내용은." "봉인 방식과, 그레이스 가문의 오래된 역사에 대한 기록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다만, 뭔가." 아르멜의 표정이 무겁게 굳었다. "가장 마지막 서책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그레이스의 진짜 힘은 핏줄이 아니라, 대대로 지켜온 것에 있다.'" 칼리안이 낮게 눈을 좁혔다. "지켜온 것이라니." "구체적으로 뭘 말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이 문장 다음 페이지가 통째로 뜯겨 있습니다." 세드릭이 서책을 살피며 낮게 중얼거렸다. "누군가, 일부러 뜯어낸 것 같습니다. 그것도, 아주 오래전에." 칼리안은 뜯겨나간 페이지의 흔적을 손끝으로 짚으며, 낮게 물었다. "누가, 왜 이런 짓을 했을까." "짐작 가는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60. 조급해지는 마음

    저택으로 돌아가는 여정 내내, 마차 안은 무거운 침묵으로 가득했다. 엘로라는 무릎 위에 헬레네의 서책을 올려둔 채, 몇 번이고 같은 페이지를 반복해서 읽고 있었다. '진짜 열쇠는 그레이스의 피가 아니라...' 칼리안이 그녀의 곁에서,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너무 조급해하지 마. 아르멜과 세드릭이, 나머지 서책들도 함께 살피고 있으니까." "…네. 그런데, 자꾸 마음이 급해져요." "왜, 뭔가 걸리는 게 있어?" 엘로라는 손목의 옅어진 문양을 내려다보며, 낮게 입을 열었다. "제 힘이 열쇠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진짜 열쇠일까요. 그리고 그게, 저와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요." 칼리안은 그 물음에 쉽게 답하지 못했다. "…나도, 아직은 모르겠어. 하지만 함께 찾아가면 되지." 엘로라는 그의 손을 가만히 잡으며, 옅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요. 늘, 이렇게 곁에 있어줘서." 마차 밖으로, 벨하른을 벗어나는 국경 표지판이 서서히 지나가고 있었다. 다른 마차에서는, 에녹이 여전히 말없이 창밖을 응시하고 있었다. 세드릭이 그 곁에 앉아,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신 겁니까." "…버틸 만합니다. 그보다,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편하게, 말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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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아침, 일행은 벨하른을 완전히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신전 잔해를 다시 살펴보기로 했다. 아르멜은 밤새 낡은 양피지를 살피며, 조금씩 문자를 해독해나가고 있었다. "…일부는, 읽어냈습니다." * 칼리안이 다가와, 낮게 물었다. "뭐라고 적혀 있지." "'그레이스의 피는 열쇠일 뿐, 완성의 근원은 다른 곳에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 모두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 "…다른 곳이라니." "그 뒷부분은, 완전히 지워져서 알아볼 수 없습니다. 다만, 그레이스의 힘이 전부가 아니라는 뜻인 것 같습니다." * 리안느가 조심스레 의견을 냈다. "저희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큰 무언가가 얽혀 있다는 뜻이겠군요." 엘로라는 그 말에, 등줄기가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제 힘이, 전부가 아니라면. 대체, 뭐가 더 있는 거지.' 세드릭이 낮게 덧붙였다. "헬레네 님이 남긴 편지에도, 완성 의식에 대한 경고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문서와 편지를 함께 놓고 봐야 진짜 의미를 알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저택으로 돌아가는 대로, 편지를 다시 살펴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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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리안이 그것을 받아 살피며, 낮게 눈을 좁혔다. "글자가, 거의 지워졌군. 그래도, 문양은 알아볼 수 있어." 뱀이 자기 꼬리를 문 문양 옆에, 낯선 고대 문자 몇 개가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아르멜이 그것을 조심스레 접어 품에 넣었다. "이건, 저택으로 돌아가서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엘로라는 그 모습을 지켜보며, 손목의 문양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헬레네 님이 숨긴 진짜 비밀이라니. 대체, 뭘 말하는 걸까.' 그녀의 머릿속에, 아까 들었던 그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에녹은 여전히 형이 사라진 자리를 응시한 채,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칼리안이 그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어깨를 짚었다. "괜찮나." "…예. 그냥, 생각할 게 좀 많아서요." "천천히 생각해. 지금 당장, 결론 낼 필요는 없으니까." 에녹은 낮게 고개를 끄덕이며, 겨우 시선을 돌렸다. "돌아가야죠. 여기서, 더 지체할 이유는 없으니까." 일행은 무너진 신전을 뒤로한 채, 천천히 은신처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밤하늘은 어느새 완전히 원래의 어둠으로 돌아와 있었지만, 모두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무거운 안개가 남아 있었다.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57. 싸움 종료

    "비켜, 에녹." "…비킬 수 없습니다." 형제의 검이, 붉은빛 속에서 날카롭게 맞부딪혔다. "넌, 늘 그랬지. 언제나, 옳은 쪽에 서고 싶어 했어." "형님이야말로,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겁니까." "변한 게 아니라, 진짜 세상을 보게 된 것뿐이야." 두 사람의 검이 몇 번이고 부딪히는 사이, 엘로라를 감싼 붉은빛이 서서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칼리안이 뻗은 손끝이, 마침내 그녀의 손에 닿았다. "…잡았어!" 엘로라의 눈동자에서, 은빛이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폐하, 느껴져요. 힘이, 조금씩 제 뜻대로 움직이는 것 같아요." "그래, 그거야! 계속, 그 상태를 유지해!" 에녹의 형이 낮게 이를 갈며, 두 사람을 향해 외쳤다. "이대로, 의식이 실패하게 둘 순 없다!" 그가 마지막 힘을 짜내듯 손을 크게 휘두르자, 제단 전체가 격렬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엘로라!" 칼리안이 그녀를 힘껏 끌어당기는 순간, 눈부신 섬광이 방 전체를 뒤덮었다. 굉음과 함께, 제단의 문양들이 하나둘 산산이 부서져 내렸다. 먼지와 잔

  • 폭군이 뻐꾸기 황녀에게 집착한다   156. 형제의 난

    세드릭이 다급히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하며 외쳤다. "엘로라 님이, 완성 의식에 완전히 휘말렸습니다! 손을 쓸 방법이 없습니다!" 에녹은 붉은빛에 휩싸인 엘로라를 올려다보며, 낮게 이를 악물었다. "…라이언." "…그자는요." "뒤에, 일단 쓰러뜨려두고 왔어. 완전히 끝내진 못했지만." 그는 후드를 쓴 인물을 향해 서늘하고 날카로운 눈빛을 던지며, 낮게 물었다. "저자가, 그분인가." "그런 것 같아." 에녹의 손끝이, 검을 쥔 채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저 목소리, 어디선가 확실히 들어본 적이 있는데.' 그가 필사적으로 기억을 더듬는 사이, 후드 쓴 인물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오랜만이군, 에녹." 에녹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 목소리는,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고 굳게 믿어왔던 누군가의 것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었다. "…설마, 그럴 리가." 방 안의 모두가, 그 짧고 무거운 정적 속에서 숨을 죽인 채 다음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후드를 쓴 인물이 천천히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린 천을 걷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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