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아이를 찾고 있다고 했어.”엘로라의 얼굴이 굳었다.“어떤 아이인지까지는?”“몰라.”“정말요?”“그때 나는 10살이었어.”칼리안은 씁쓸하게 웃었다.“어른들이 나를 쫓아내면 밖에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그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왔다.“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무엇을요?”“그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그 아이가 살아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어.”엘로라는 손안의 펜던트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푸른 돌이 아주 희미하게 빛났다.두 사람 모두 그것을 보았다.칼리안의 얼굴이 굳었다.“……지금도 반응“오늘은 어제보다 반응이 강할 가능성이 큽니다.”아르멜이 그리 말했다.“왜요?”“펜던트 때문입니다.”엘로라의 물음에 아르멜은 수정 쪽을 가리키면서 이어 말했다.“처음에는 수정이 엘로라 님을 인식한 것처럼 보였습니다.”“그런데요?”“지금은 반대입니다.”아르멜이 잠시 말을 고르더니 말했다.“수정이 엘로라 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엘로라는 말없이 수정을 바라보았다.푸른빛은 아직 희미했다.하지만 분명히 그녀를 향하고 있었다.칼리안이 그녀의 앞을 막아섰다.“위험하면 바로 멈춘다.”“네.”“약속해.”엘로라는 그를 바라보다 작게 웃었다.“폐하께서 더 걱정이 많으시네요.”“당연하지.”칼리안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네가 다치면 내가 곤란해지니까.”“황제 폐하께서 곤란해지는 게 그 정도인가요?”“생각보다 심각하다.”리안느가 작게 웃었다.긴장이 조금 풀렸다.엘로라는 천천히 원 안으로 들어갔다.펜던트를 꺼냈다.수정이 반응했다.푸른빛이 한 번 크게 일렁였다.아르멜이 숨을 삼켰다.“대지 마십시오.”하지만 엘로라는 멈추지 않았다.손끝을 수정에 가까이 가져갔다.그러자 문양 하나가 빛났다.그리고 그 옆에 또 하나.세 번째.네 번째.수정 표면 전체에 가느다란 빛의 선이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이건…….”아르멜이 다급하게 기
그는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아이를 찾고 있다고 했어.”엘로라의 얼굴이 굳었다.“어떤 아이인지까지는?”“몰라.”“정말요?”“그때 나는 10살이었어.”칼리안은 씁쓸하게 웃었다.“어른들이 나를 쫓아내면 밖에서 기다리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지.”그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왔다.“하지만 한 가지는 기억해.”“무엇을요?”“그 이야기를 하던 사람들은 그 아이가 살아 있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했어.”엘로라는 손안의 펜던트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푸른 돌이 아주 희미하게 빛났다.두 사람 모두 그것을 보았다.칼리안의 얼굴이 굳었다.“……지금도 반응하는군.”“네.”“그렇다면 오늘 밤 서고로 가야 한다.”그가 펜던트를 바라보았다.“이게 무엇을 깨웠는지 확인해야 해.”엘로라는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 설명할 수 없는 불안이 피어올랐다.황태후는 말했다.이십 년을 기다렸다고.그리고 이제 그녀를 확인했다고.그렇다면 황태후가 기다린 것은 정말 엘로라 자신이었을까.아니면 엘로라 안에 있는 무언가였을까.그날 밤이 깊어질 때까지 두 사람은 아무것도 몰랐다.*같은 시각.황태후궁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잠긴 방 안에서 황태후는 오래된 상자 하나를 열고 있었다.상자 안에는 낡은 편지들이 수십 장 쌓여 있었다.그녀는 그중 가장 아래에 깔린 한 장을 꺼냈다.
엘로라는 자신의 처소로 돌아왔지만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문이 닫힌 뒤에도 황태후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남아 있었다.네가 누구인지부터 알아야 할 거란다.그 말이 단순한 충고처럼 들리지 않았다.오히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이 상대에게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말처럼 느껴졌다.엘로라는 창가에 앉아 소매 안쪽을 뒤졌다.손끝에 은빛 펜던트가 닿았다.꺼내 보니 창밖의 달빛을 받아 푸른 돌이 희미하게 반짝이고 있었다.아까 온실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왜…….”엘로라는 펜던트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따뜻했다.처음 받았을 때보다 확실히 뜨거워져 있었다.마치 안쪽에서 아주 느린 맥박이 뛰는 것처럼 미세하게 떨렸다.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엘로라는 급히 펜던트를 감췄다.“누구세요?”“나야.”칼리안이었다.문이 열리고 그가 들어왔다.평소보다 표정이 굳어 있었다.“세드릭이 돌아왔어.”엘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났다.“무슨 일이 있었어요?”“수로에서 누군가를 추적했다고 하더군.”칼리안은 문을 닫고 그녀에게 다가왔다.“태후궁과 관련된 사람들이었어.”엘로라의 표정이 굳었다.“이사벨라와 만났던 사람인가요?”“그래.”칼리안은 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 세드릭이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무슨 이야기였는데요?”“너에 대한 이야기였다.”
회색 외투의 사내가 고개를 숙였다.“죄송합니다. 확인할 게 조금 있었습니다.”“그래서?”“다과회는 예정대로 진행됐습니다.”세드릭의 눈이 가늘어졌다.“엘로라는?”그 이름이 들리는 순간, 세드릭의 표정이 굳었다.회색 외투의 사내가 대답했다.“황태후 폐하께서 직접 확인하셨습니다.”“반응은 있었나?”“아직 모릅니다.”“아직?”“펜던트를 건넸다는 것까지만 확인했습니다. 이후에는 이사벨라가 자리를 비웠습니다.”가운데 남자가 짧게 혀를 찼다.“그 아이는 믿을 만한가?”“겁이 많습니다.”“겁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다루기 쉽지.”“동생을 붙잡아 두고 있으니 문제없습니다.”세드릭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이사벨라.그녀가 협박을 받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는 손을 허리춤의 단검 위에 올렸다.당장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하지만 아직은 아니었다.더 들어야 했다.“황태후 폐하께서는 확신하고 계십니까?”누군가 물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리고 회색 외투의 사내가 낮게 대답했다.“폐하께서는 처음부터 확신하고 계셨습니다.”“그렇다면 이제 시작할 수 있겠군.”“예.”“자그마치 20년을 기다렸으니까.”세드릭의 눈빛이 변했다.그 숫자가 머릿속에 박혔다.“정말 그 아이가 맞다면?”“그렇다면 모든 게 계획대로입니다.”“만약 아니라면?”회
손바닥 위로 작은 펜던트 하나가 굴러 나왔다.은으로 만든 물방울 모양의 장식.그 안에는 푸른 돌이 박혀 있었다.“…허억!”엘로라의 숨이 멎었다.푸른 돌의 표면에 가느다란 선들이 얽혀 있었다.지하 서고의 수정에서 보았던 문양과 같은 계통이었다.“예쁘지?”황태후가 물었다.엘로라는 대답하지 못했다.“이 문양을 어디서 보았는지는 묻지 않으마.”황태후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 머물렀다.“대신 이것만 기억하렴.”엘로라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무엇을 말입니까?”황태후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그건 네 어머니가 가지고 있던 물건이란다.”순간, 온실의 모든 소리가 멎은 것 같았다.꽃잎이 흔들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엘로라는 손바닥 위의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차갑던 은이 어느새 체온처럼 따뜻해져 있었다.“제 어머니를...”목소리가 갈라졌다.“…아십니까?”“…”황태후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부채 끝으로 입술을 가볍게 가렸다.“아주 오래전 일이란다.”“얼마나 오래전인데요?”“엘로라, 네가 태어나기 전 일이지.”그 말에 엘로라의 심장이 크게 뛰었다.“어머니께서 황태후 폐하를 찾아오셨습니까?”“아니.”황태후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내가 그분을 찾아갔지.”엘로라의 손가락이 펜던트를 세게 움켜쥐었다.“왜요?”황태후의 눈빛에서 처음으로
태후궁은 궁정의 서쪽 끝, 오래된 보리수 숲에 둘러싸여 있었다.한낮인데도 울창한 가지가 햇빛을 가리고 있어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바깥보다 공기가 한층 서늘하게 느껴졌다. 복도에는 오래 묵은 향 냄새가 희미하게 배어 있었고, 벽을 따라 늘어선 역대 황후들의 초상화가 지나가는 사람을 말없이 내려다보고 있었다.엘로라는 그 눈길을 애써 외면했다.앞장선 이사벨라는 여전히 단정했다. 갈색 머리는 흐트러짐 하나 없이 틀어 올렸고, 걸음은 조심스러웠다. 누가 보아도 얌전하고 성실한 시녀였다.하지만 엘로라는 알고 있었다.간밤, 저 여자가 정원 한구석에서 낯선 사내와 몰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는 것을.“여기입니다.”이사벨라가 문 앞에서 멈췄다.문이 열리자 따뜻한 꽃향기가 흘러나왔다.다과회가 마련된 곳은 황태후궁의 온실이었다. 유리 천장 아래로 늦가을의 꽃들이 가득 피어 있었고, 그 가운데 놓인 흰 철제 탁자에는 은빛 찻주전자와 작은 과자 접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그리고 탁자 맞은편에는 한 여인이 앉아 있었다.황태후 폐하였다.쉰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얼굴에서는 세월을 쉽게 읽을 수 없었다. 은빛 머리카락은 우아하게 틀어 올려져 있었고, 남빛 드레스는 군더더기 없이 단정했다. 손에는 오래된 부채 하나가 들려 있었다.황태후가 엘로라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아주 자연스럽게 미소 지었다.“어서 오렴. 와 주어서 고맙구나.”“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태후 폐하.”엘로라는 예를 갖춰 허리를 숙였다.황태후는 손짓으로 맞은편 자리를 가리켰다.“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다. 앉으렴.”엘로라가 자리에 앉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