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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1 - 공장 수색(2)

Penulis: 최코리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05 17:15:37

011

현수를 뒤로한 채 준우는 폐공장 단지의 미로 속으로 몸을 던졌다. 폐부를 찌르는 차가운 공기가 달릴 때마다 날카롭게 박혔다. 혜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귓전을 때린 이후로 그의 코어는 이미 정상 궤도를 벗어나 돌아가고 있었다.

“지금 상황은요?”

턱 끝까지 차오른 숨을 억누르며 준우가 물었다. 무전기 너머 혜진의 음성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채은 씨는 이미 의식을 잃었어요. 재범 씨가 전면에서 방패를 세우고 있긴 한데… 한계예요. 곧 무너져요.”

“놈은요? 지난번 같은 변이체입니까?”

“아니요, 이번엔 소환형이에요. 소환사는 괴물을 풀어놓자마자 은신했어요. 소환수 유지를 위해서라도 근처에 숨어 있을 텐데… 문제는 이 사람, 오염물질을 두 대나 자가 주입했어요.”

골목을 꺾어 들어간 순간, 준우의 시야에 비현실적인 거구가 들어왔다. 지난번 마주했던 곰 형상의 변이체보다 훨씬 거대한, 족히 6미터는 되어 보이는 철제 골렘이었다. 검푸른 갑옷 사이로 흐르는 붉은 안광이 어두운 공장 지대를 기괴하게 훑고 있었다. 

준우는 본능적으로 마른침을 삼켰다. 놈의 존재감은 단순히 크기에서 오는 압박감이 아니었다. 공기 자체가 짓눌리는 듯한 마력의 밀도. 상대를 하면 할수록 재앙의 규모가 커지고 있었다.

“채은 씨!”

멀리 외벽에 처박혀 늘어진 채은이 보였다. 준우는 재범의 곁을 스쳐 지나가며 짧게 내뱉었다.

“채은 씨부터 깨울게요. 조금만 더 버텨요!”

“길어야 1분입니다!”

재범의 외침이 무섭게 골렘의 거대한 철퇴 같은 주먹이 그의 방패를 강타했다. 

[쾅!—]

고막을 찢는 금속음이 울려 퍼졌다.

채은의 상태는 처참했다. 상처 부위를 따라 검푸른 혈관이 마치 살아있는 벌레처럼 꿈틀거리며 번져나가고 있었다. 주입된 약물이 신경계까지 침범한 것이 분명했다. 준우가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정화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기이이잉—]

고주파의 공명음과 함께 탁한 기운이 씻겨 내려갔다. 거칠게 몰아쉬던 채은의 호흡이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 그녀를 안전한 엄폐물 뒤로 옮긴 준우가 다시 전장으로 눈을 돌렸다. 재범의 방패는 이미 거미줄 같은 균열이 가득했고, 그의 얼굴은 비 오듯 쏟아지는 식은땀으로 엉망이었다.

“소환수를 정화해봤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예요! 소환사를 찾아야 합니다!”

재범의 절규 섞인 조언에도 준우는 골렘에게 달려들었다. 당장 재범의 숨통을 틔워주지 않으면 소환사를 찾기도 전에 아군이 먼저 갈려 나갈 판이었다. 

하지만 거구의 반응은 예상보다 빨랐다. 준우가 거리를 좁히기도 전, 골렘의 거대한 손아귀가 준우의 허리를 낚아챘다. 으스러지는 통증과 함께 몸이 허공으로 솟구쳤다. 골렘은 그대로 준우를 바닥에 내리누른 채 거친 콘크리트 바닥을 따라 쓸어버렸다.

“준우 씨!”

혜진의 비명이 들렸지만, 골렘은 미동도 없는 준우를 쓰레기처럼 내팽개치고 다시 재범을 향해 육중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골렘의 발목을 붙잡은 것은 피투성이가 된 준우의 손이었다.

“어딜… 가.”

준우가 이를 악물며 골렘의 다리를 타고 기어올라 팔뚝을 붙잡았다. 그리고 모든 마력을 정화에 쏟아부었다. 

“크어어어억!”

금속이 뒤틀리고 찢어지는 듯한 기괴한 비명이 공단을 흔들었다. 검푸른 갑옷에 균열이 가더니, 마치 유리 조각처럼 부서져 내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형체가 바닥으로 무너지며 먼지를 일으켰다.

복구된 신체 덕분에 일어서긴 했지만, 준우의 코에선 진한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시야가 흔들렸다.

“괜찮습니까?”

“아니요, 머리가 깨질 것 같은데… 그래도 끝은 봐야죠. 놈이 다시 재생하면 채은 씨랑 협공하세요.”

준우는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겨 소환사의 흔적을 쫓았다. 오염된 마력의 잔향이 이끄는 대로, 그는 감각의 촉수를 최대한 곤두세웠다. 주변의 소음이 소거되고, 오직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코어 소리만이 명확해지는 절대 집중의 시간.

‘저기다.’

낡은 컨테이너 가동. 숙소로 쓰이는 듯한 그곳에서 구역질 나는 약흔이 진동하고 있었다. 준우는 M66을 소환하고 해머를 당겼다. 

하지만 그가 문을 열기도 전에 대지가 요동쳤다. 발밑에서 솟아오른 여섯 개의 검은 구멍. 그 안에서 녹슨 갑옷을 걸친 해골 전사들이 기어 나왔다.

[탕! 타앙! 타앙!]

반사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정화탄은 해골의 머리를 정확히 관통하며 먼지로 되돌려 보냈다. 하지만 끝이 없었다. 하나를 부수면 둘이 일어났다. 준우는 탄을 채우며 컨테이너 속으로 몸을 날렸다. 

‘점멸.’

컨테이너 내부는 마나의 농도가 너무 높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그 중심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 비틀린 나무 지팡이를 쥔 그녀의 피부 밑으로는 검보라색 혈관이 터질 듯 솟아올라 있었다. 인간이라기보다는 괴물에 가까운 형상.

둘의 시선이 마주친 찰나, 준우의 총구가 먼저 불을 뿜었다.

[탕!]

정화탄이 그녀의 명치에 박혔다. 

“캬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좁은 공간을 가득 채웠다. 하지만 통증보다 분노가 빨랐다. 여자가 지팡이를 휘두르자 공중에 수십 개의 은색 바늘 검이 생성되었다. 피할 공간이 없었다.

[콰과과곽—!]

준우의 신체가 컨테이너 벽면에 박혔다. 어깨, 허벅지, 심지어 뺨을 스친 검들이 그를 벽에 고정시켰다. 곤충 표본처럼 박제된 준우를 보며 여자가 기괴하게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가 승리를 확신하며 문밖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순간이었다.

“대화… 아직 안 끝났는데.”

검을 강제로 뽑아내며 준우가 바닥으로 내려앉았다. 찢긴 상처가 순식간에 아물며 근육이 뒤틀리는 소리가 들렸다. 여자의 눈에 경악이 서렸다. 그녀는 다시 검을 소환하려 했지만, 준우는 이미 점멸로 그녀의 턱밑까지 파고든 상태였다.

“말할 수 있잖아. 도대체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그… 래… 도… 여긴… 내줄 수… 없다….”

비틀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 먹듯 주먹을 꽉 쥐었다. 컨테이너 천장에 박혔던 검들이 일제히 타오르기 시작했다. 과부하 된 마력이 폭주하며 그녀의 입에서 검은 피가 울컥 쏟아졌다.

“그만해! 그러다 너 진짜 죽어!”

“닥… 쳐….”

해골 전사와 검의 비가 동시에 쏟아졌다. 준우는 다시 한번 점멸을 연사했다. 뇌를 찌르는 반동에 구역질이 올라왔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는 쏟아지는 검 공격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그녀의 이마에 손바닥을 밀착시켰다.

“잡았다.”

[치이이익—]

강력한 정화의 빛이 여자의 전신을 감쌌다. 

“키에에엑!!”

준우의 등 뒤로 수십 개의 검이 박혀 고슴도치처럼 변해갔지만, 그는 손을 떼지 않았다. 여자의 목을 타고 올라오던 검은 낙인이 서서히 흐려졌다. 1시간 같은 1분이 흐르고, 마침내 그녀의 손에서 지팡이가 힘없이 떨어졌다. 

지팡이는 물론 소환수들이 먼지가 되어 흩어졌다. 좁은 컨테이너 안에는 지독한 화약 냄새와 피비린내만이 남았다. 준우는 떨리는 손으로 이어폰을 눌렀다.

“혜진 씨… 상황은요?”

“골렘이… 방금 소멸했어요! 준우 씨, 괜찮아요? 어디예요!”

“공단 옆 컨테이너 단지… 사람 좀 보내줘요. 나 좀… 힘들어서.”

무전기를 내려놓은 준우가 벽을 등지고 주저앉았다. 옷은 이미 너덜너덜해졌고, 바닥은 그가 흘린 피로 흥건했다. 재생 능력이 한계에 달했는지 시야가 점멸등처럼 깜빡였다.

“맨날… 나만 이 모양이지.”

허탈한 웃음이 터져 나왔다. 편두통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이명이 고막을 짓눌렀다. 정신을 붙잡으려 했지만, 무거운 눈꺼풀이 끝내 바닥을 향했다.

“아, 몰라. 알아서들 하겠지.”

준우의 고개가 옆으로 꺾였다. 잿빛 공장의 적막 속에, 그의 거친 숨소리만이 점차 잦아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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