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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 - 공장 수색(1)

Author: 최코리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04 17:15:08

010

화성시 제약단지. 산업단지 특유의 무거운 공기가 피부에 끈적하게 달라붙었다. 굴뚝마다 뿜어내는 정체 모를 연기에는 코끝을 찌르는 화학 약품 냄새가 섞여 있었다. 숨을 들이켤 때마다 목 안쪽이 까끌거리는 불쾌한 감각에 준우는 미간을 찌푸렸다.

“확실히 이런 곳이라면 눈에 띄지 않겠어. 사방이 약 냄새니까.”

준우가 혼잣말을 내뱉으며 주변을 살폈다. 옆에 선 현수는 휴대폰 화면 속 지도와 눈앞의 풍경을 번갈아 대조하는 중이었다. 재범과 채은은 이미 산단 외곽으로 흩어져 수색에 들어갔고, 혜진은 가장 높은 구조물 위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을 빠져나가는 루트는 이미 파악된 것만 세 갈래였다. 한 명이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전략적 배치였다.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이 근처예요.”

현수가 가리킨 손가락 끝을 따라 골목을 꺾었다. 하지만 그들을 맞이한 건 거창한 비밀 기지가 아닌, 휑하게 비어 있는 공터였다. 불과 얼마 전까지 공사가 진행 중이었던 듯 땅은 다져져 있었으나, 가건물 하나 없이 말끔히 치워진 상태였다.

준우가 걸음을 멈추고 바닥을 훑었다. 흙먼지 사이로 이질적인 흐릿한 문양이 보였다. 그는 쪼그려 앉아 그 자리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마나를 지우다 말았네요.”

현수가 다가와 그 흔적을 촬영했다. 지우려 애쓴 흔적이 역력했지만, 잔류 마나의 파동까지 완전히 잠재우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여기서 제조가 이뤄졌던 건 확실하군요. 증거가 이렇게 남은 걸 보면.”

“정화 능력자를 고용해서 뒤처리를 시켰나 본데, 실력이 모자랐나 보네요. 감당 못 하고 도망친 흔적이에요.”

준우가 손을 뻗어 바닥에 남은 검은 약흔을 덮었다. 정화의 기운이 퍼지자 불쾌하게 일렁이던 잔재가 연기처럼 흩어졌다. 다른 공장이 들어섰을 때 일어날지도 모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다시 시작된 수색은 지루하고 고달팠다. 미로처럼 얽힌 공장들 사이를 한 시간 넘게 헤맸다. 비슷비슷한 철문과 소음 속에서 무언가를 찾아내기란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였다.

“이쯤 되면 꼬리라도 잡혀야 하는 거 아닙니까.”

현수의 말에 준우는 대답 대신 걸음을 멈췄다. 지나쳐온 낡은 창고 건물을 돌아보았다. 뒤통수를 당기는 기시감. 이전 사건 현장에서 느꼈던 그 특유의 불쾌한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올라왔다.

“준우 님?”

“잠시만요. 저 건물, 뭔가 걸려요.”

현수의 시선이 준우가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외벽의 페인트가 다 벗겨져 흉물스럽게 변한 소규모 공장이었다.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비주얼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산함에 현수가 침을 삼켰다. 

“들어가 보죠. 준우 님 감은 틀린 적 없으니까.”

현수가 문고리를 잡으려 하자 준우가 그녀를 뒤로 물렸다. 그리고 거칠게 문을 걷어찼다.

[콰앙!]

녹슨 경첩이 비명을 지르며 문이 열렸다. 준우는 본능적으로 품 안에서 6연발 소형 리볼버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총구를 겨누기도 전에, 그는 얼어붙은 듯 멈춰 섰다.

내부는 외관과 딴판이었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현대적인 시설. 하지만 그 청결함이 선사하는 공포는 더 짙었다. 복도를 따라 늘어선 십수 개의 강화유리 격리실 안에는 사람들이 짐승처럼 갇혀 있었다.

“세상에….”

현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유리창 너머의 사람들은 이미 인간의 형색이 아니었다. 검푸른 마나의 변종 무늬가 얼굴과 목덜미를 뒤덮었고, 툭 튀어나온 혈관 속으로는 검은 액체가 흐르는 듯했다. 강제적인 마나 주입으로 인한 전형적인 폭주 직전의 증상이었다.

현수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경찰에 지원을 요청하는 사이, 준우는 가장 가까운 격리실로 달려갔다. 주먹으로 유리창을 쳤지만 둔탁한 소리만 돌아왔다. 주변에 나뒹굴던 철제 의자를 휘둘러 내리쳐도 유리는 금 하나 가지 않았다.

[챙!]

날카로운 금속음과 함께 의자 다리만 휘어졌다. 준우는 이가 갈리는 것을 느끼며 리볼버의 해머를 당겼다.

“뒤로 물러나요!”

[탕!]

불꽃이 튀며 총탄이 박혔지만, 유리는 거미줄 같은 균열만 조금 생겼을 뿐이었다. 소형 공장에 방탄 유리라니. 이곳이 단순한 은신처가 아님을 증명하고 있었다. 준우는 조준점을 바꿔 도어락 본체에 총구를 밀착시켰다.

[탕! 탕! 탕!]

세 발의 총성이 연달아 좁은 실내를 울렸다. 박살 난 도어락 사이로 전선이 튀어나오며 문이 덜컥 열렸다. 준우는 지체 없이 안으로 뛰어들었다. 바닥에서 거친 숨을 몰아쉬던 남자의 가슴에 손을 얹고 정화의 기운목을 쏟아부었다. 들끓던 검은 혈관이 차츰 가라앉고, 남자의 초점 없던 눈에 생기가 돌아왔다.

“고… 고맙습니다….”

“말하지 마세요. 현수 님, 이분 물 좀 부탁합니다! 전 나머지를 확인해야 해요.”

준우는 멈추지 않았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고, 정화하기를 반복했다. 등 뒤로 식은땀줄기가 흘렀지만 손길을 멈출 수는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이렌 소리가 산단을 가득 메웠다. 구급대원들이 피해자들을 들것에 실어 나르는 동안, 준우는 현장 한복판에 멍하니 서 있었다. 

“아무래도 여기는 소위 ‘실패작’들을 폐기하거나 방치해둔 곳 같네요. 경비조차 없었던 걸 보면.”

준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이들 중 누구 하나 온전한 정신을 유지한 자가 없었다. 한 사람의 인생을, 혹은 수십 명의 인생을 이토록 무참히 망가뜨린 이들에 대한 혐오감이 치밀었다. 

현수는 착잡한 표정으로 현장 지휘권을 경찰에게 넘기고 준우와 함께 건물 밖으로 나왔다. 밤공기는 여전히 탁했다. 그때, 귀에 꽂힌 무전기에서 지직거리는 노이즈와 함께 다급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여기는 혜진! 지원 부탁해요,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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