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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 K-187(2)

ผู้เขียน: 최코리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06 17:16:47

014

지하 주차장의 무거운 공기가 SMG의 총성에 찢겨 나갔다. 채은은 바닥을 구르듯 달렸다. 연신 방아쇠를 당겼으나, 금속음만 요란할 뿐 갑옷의 표면에는 긁힌 자국조차 남지 않았다.

채은이 리볼버를 쥐고 기회를 엿보던 준우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관절이랑 틈새를 벌려 놓을게요! 거리 좁히면 바로 정화해 주세요!"

준우는 대답 대신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또다시 돌아온 차례였다. 누군가 살점을 내주고 길을 터주면, 그 끝에 위태롭게 매달려 끝을 맺는 역할. '이게 내 팔자인가' 싶은 냉소가 스쳤으나 잡념을 떨쳐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그 이질적인 기운을 씻어낼 수 있는 건 자신뿐이었다.

준우의 리볼버가 불을 뿜었다. 총구의 화염이 어두운 지하를 간헐적으로 비췄다. 조준점은 투구의 틈새였다. 하지만 폭주자는 고개를 가볍게 젖히는 것만으로 궤적을 비틀었다.

그 순간, 거대한 클레이모어가 수직으로 내리꽂혔다가 뽑혔다. 준우의 코앞이었다.

진동이 발바닥을 타고 척추까지 전해졌다. 휘두른 검에 맞은 콘크리트 기둥은 두부처럼 잘려 나가며 비명 같은 파열음을 냈다. 준우는 본능적으로 몸을 날렸다. 저 무식한 쇳덩이에 스치기만 해도 재생을 기다릴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을 게 뻔했다.

"지금이에요!"

채은의 외침과 함께 폭주자의 왼쪽 무릎이 뒤로 꺾였다. 그녀가 쏟아부은 탄환이 기어이 이음새를 박살 낸 모양이었다. 거구가 중심을 잃고 한쪽 무릎을 꿇는 찰나, 준우는 지면을 박차고 달렸다.

하지만 폭주자의 반응은 상상을 초월했다. 놈은 쓰러지는 와중에도 들고 있던 방패를 채찍처럼 휘둘렀다.

둔탁한 타격음이 지하 전체를 울렸다. 채은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떴다.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튕겨 나간 그녀는 어둠 너머로 자취를 감췄다. 준우는 전율했다. 점멸로 거리를 벌린 그는 떨리는 손으로 119에 단축번호를 눌렀다. 치유 능력이 없는 자신이 뼈아프게 다가왔다.

전화를 끊고 고개를 들자, 무릎을 망가뜨렸음에도 여전히 압도적인 위압감을 뿜어내는 기사가 보였다. 절뚝거리는 발걸음조차 지면을 울렸다.

'어깨 위는 무리다. 밑을 공략해야 해.'

준우는 리볼버의 남은 총알을 채은이 만들어낸 무릎의 틈새에 모조리 쏟아부었다. 금속 파편이 튀며 틈이 더 흉측하게 벌어졌다. 폭주자가 다시 주저앉았다. 준우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어, 벌어진 갑옷 사이로 오른손을 거칠게 밀어 넣었다.

살이 아닌, 끈적하고 기괴한 점액질이 손 끝에 닿았다. 준우는 이를 악물며 정화의 빛을 쥐어짜 냈다. 갑옷 안쪽에서 짐승의 것 같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때, 등 뒤에서 급박한 발소리가 들렸다.

혜진과 재범, 그리고 현수였다. 숨을 헐떡이며 도착한 그들은 참혹한 현장에 잠시 멈칫했으나, 준우의 날 선 목소리가 그들을 깨웠다.

"혜진 씨는 머리 노려서 시야 가려주세요! 재범 씨는 제 옆에서 검격 막아주시고, 현수 씨는 2시 방향에 채은 씨부터 확인해요!"

명령은 즉각 실행되었다. 혜진이 들고 온 DMR(지정사수소총)이 날카로운 파열음을 내며 폭주자의 안면부를 두들겼다. 아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정확한 화력이 쏟아지자 놈의 고개가 뒤로 젖혀졌다. 재범은 방패를 45도로 비스듬히 세워 떨어지는 클레이모어의 궤적을 흘려보냈다.

"채은이는요?"

재범이 이를 악물며 물었다.

"방패에 정통으로 맞았어요. 일단 신고는 했으니까 제발 무사하기만 바라야죠."

준우는 대답하며 손바닥에 힘을 주었다. 빛의 출력을 한계치까지 끌어올렸다. '제발, 좀 꺼져라.' 머릿속이 하얗게 점멸했다.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로 마력을 쏟아붓자, 굳건하던 중갑의 형태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거대했던 철의 거구는 녹아내리듯 부피가 줄어들었다. 날카롭던 금속질의 외피가 벗겨지고, 그 안에서 창백한 안색의 인간이 툭 불거져 나왔다.

재범이 방패를 내렸다. 혜진의 총구도 바닥을 향했다. 정적 속에서 현수가 의식을 잃은 채은을 조심스럽게 안아 들고 다가왔다.

모든 힘을 소진한 준우는 그대로 바닥에 무너져 내렸다. 차가운 콘크리트 감촉 다음 뜨거운 피가 그의 뺨에 닿았다. 옆에는 채은이, 그 앞에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폭주자가 나란히 누워 있었다. 비릿한 화약 냄새와 정화의 잔향만이 지하 공기를 부유하고 있었다.

***

혜진은 무릎을 굽히고 앉아 채은의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튕겨 나가는 순간 본능적으로 몸을 말아 충격을 분산시킨 모양이었다. 겉으로 드러난 큰 외상은 없었지만, 옅게 떨리는 눈꺼풀이 전신의 타격감을 증명하고 있었다. 옆에 대자로 뻗은 준우는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제 안의 것을 모조리 긁어 부어버린 자의 전형적인 탈진이었다.

"으어어…."

갑옷이 사라진 자리, 한 남자가 흙먼지를 뒤집어쓴 채 몸을 일으켰다. 방금 전까지 거구의 기사였던 모습은 간데없고, 초췌하게 늙어버린 40대 남자가 그곳에 있었다. 현수가 그에게 다가갔다.

"그 약, 어디서 났습니까? 불법 클리닉입니까?"

남자는 초점 없는 눈으로 현수를 응시하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마치 질문 자체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태도였다.

"약이라니요? 그건 관리청에서 승인된 신약이라고 들었습니다. 치료제라고…."

순간 현수와 재범, 혜진의 시선이 공중에서 엉켰다. 관리청 승인이라니. 지금까지 그들이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그런 치료제는 존재하지 않았다. 존재해서도 안 됐다.

재범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침묵을 깼다.

"찬성파 놈들이군요. 윗선에서 손을 쓰지 않고서야 민간인에게 이런 확신을 심어줄 순 없죠."

현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남자에게 손을 내밀었다.

"일단 저희와 같이 가셔야겠습니다. 아무래도 사기를 당하신 것 같으니까요."

남자는 자신이 난장판으로 만든 주차장 구석구석을 멍하니 돌아보았다. 부서진 기둥과 움푹 패인 바닥. 본인이 저지른 파괴의 흔적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의 어깨가 힘없이 처졌다. 남자는 저항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수가 혜진과 재범을 향해 짧게 턱짓했다.

"전 이 사람 데리고 경찰 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두 분은 준우 씨랑 채은 씨 좀 챙겨주세요."

상황을 갈무리하려던 현수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무언가 뒷맛이 개운치 않은 이질감이 그녀를 붙들었다.

"잠시만요. 아까 약을 '받았다'고 하셨습니까? 구매한 게 아니라?"

"네, 계약서를 썼거든요."

"사본은요?"

"없습니다. 그쪽에서 원본만 작성하게 하고 바로 가져갔으니까요."

현수의 미간이 좁아졌다. 상식 밖의 거래였다. 

"아니, 그런 불공정 계약을 왜 덥석 하신 겁니까?"

남자가 힘없이 웃었다. 자조 섞인 웃음이었다.

"급한 건 저였으니까요. 그 약이 없으면 난 그냥… 쓸모없는 뼈다귀 기사밖에 안 됐거든요. 다시는 전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공포가 더 컸습니다."

그 고백에 혜진과 재범은 할 말을 잃었다. 각성자들에게 힘이란 곧 생존의 증명이다. 그 절박함을 파고든 독을 무어라 비난할 수 있을까. 이런 야생 같은 먹이사슬 속에서 어떻게 버틸 수 있을까.

혜진이 재범의 곁으로 다가가 작게 중얼거렸다.

"우리도 조금만 더 약했더라면, 저 남자랑 다르지 않았겠죠?"

재범은 대답 대신 무거운 숨을 내뱉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입안이 썼다.

멀리서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지하 주차장의 정적을 깨뜨렸다. 붉고 푸른 점멸등이 입구로 밀려들었고, 현수를 찾는 경찰들의 외침이 메아리쳤다.

현수가 다시 동료들을 돌아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이전보다 더 짙은 우려가 담겨 있었다.

"먼저 움직이세요. 나중에 그 계약서의 정체가 뭔지 제대로 파헤쳐 봐야겠습니다. 약을 맞은 사람이 이 사람 하나뿐일 리가 없으니까요."

혜진은 준우를, 재범은 채은을 조심스럽게 등에 업었다. 등 뒤로 느껴지는 동료들의 서늘한 체온과 멀어지는 사이렌 소리가 묘하게 뒤섞였다. 이제 막 하나의 폭주를 막아냈지만, 더 거대하고 조직적인 그림자가 발밑까지 드리워진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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