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이번에는.”태혁이 말했다.“하고 싶은 것도 전부 말해.”서율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어렵지 않았다.더 가까이 와달라고.조금 더 거칠어도 된다고.그런 말은 할 수 있었다.그런데 정작 태혁이 아무것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자 이상하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왜.”“……생각 중이에요.”“천천히 해.”그 말에 서율이 그를 봤다.오늘 내내 태혁은 자신을 기다리게 했다.일부러 예측을 깨고.차례를 빼앗았다가 다시 내어주고.자신이 정한 순간에만 움직였다.그런데 지금은 달랐다.말하라고 해놓고 재촉하지 않았다.서율이 무엇을 원하는지 대신 짐작하려 하지도 않았다.그저 기다렸다.그게 오히려 이상했다.“주인님.”“응.”“나 하나 물어봐도 돼?”“물어봐.”“내가 아무 말도 안 하면?”태혁은 잠시 생각했다.“오늘 여기서 끝낼 수도 있지.”서율의 눈이 커졌다.“진짜?”“응.”“아쉽지 않아?”“아쉽지.”너무 쉽게 인정했다.“그런데?”“당신이 말하기 싫은 걸 받아내면서까지 하고 싶진 않아.”서율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가슴 한쪽이 이상하게 묵직해졌다.이 남자는 오늘 자신을 몇 번이나 놀라게 했다.평소보다 거칠었고.고집스러웠고.마음대로 굴었다.그런데 그 모든 행동의 밑에는 늘 같은 것이 있었다.서율이 정말 싫다고 하면 멈출 사람이라는 확신.그래서 맡길 수 있었다.강해서가 아니었다.자신보다 힘이 세서도.명령을 잘해서도 아니었다.멈춰야 할 순간을 놓치지 않을 사람이라서.서율이 작게 말했다.“그게 좋아.”“뭐가.”“주인님이 그런 사람인 거.”태혁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갑자기 고백이야?”“분위기 깨지 마.”“알았어.”서율이 웃었다.그러다 웃음이 천천히 사라졌다.“사실 나.”말이 한 번 끊겼다.“처음에는 조금 무서웠어.”태혁은 끼어들지 않았다.“오늘 말고.”서율이 덧붙였다.“아주 처음에.”무슨 뜻인지 태혁도 알아들었다.둘 사이에 지금 같은 방식이
“이번엔.”태혁이 바로 앞에서 말했다.“내가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짧은 침묵.“당신이 먼저 시작해.”서율의 눈이 가늘어졌다.“내 마음대로?”“아니.”“또 아니야?”태혁이 소파 쪽을 가리켰다.“내가 정한 데까지만.”서율이 헛웃음을 흘렸다.“진짜 까다롭네.”“아까 약속했잖아.”맞았다.오늘 끝날 때까지.태혁이 하라는 대로.서율이 입술을 깨물었다.“그래서 뭘 하면 되는데.”태혁은 답하지 않았다.대신 러그 위에 편하게 앉았다.한쪽 무릎을 세우고.서율을 올려다봤다.“알아서 해.”“뭐?”“당신이 나한테 하고 싶었던 거.”태혁의 시선이 서율에게 머물렀다.“해.”이번에는 서율이 잠깐 당황했다.명령하면서도.방법은 정해주지 않았다.“이래놓고 마음에 안 들면?”“내가 멈추겠지.”“그럼 그전까지는?”“당신 차례.”서율의 표정이 달라졌다.좋았다.그 말은.자신도 참을 이유가 없다는 뜻이었다.서율이 먼저 가까워졌다.태혁의 무릎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손을 뻗었다.가슴 위.손바닥 아래로 여전히 빠른 박동이 느껴졌다.“아까부터 계속 이러네.”“뭐가.”“심장.”서율의 손이 천천히 위로 올라갔다.“주인님 별로 안 멀쩡하잖아.”태혁은 부정하지 않았다.“응.”“그런데 왜 계속 여유 있는 척해.”“안 했는데.”“했거든.”“당신이 그렇게 본 거지.”서율이 피식 웃었다.그리고 태혁의 턱을 잡았다.이번에는 그가 피하지 않았다.서율이 먼저 입을 맞췄다.천천히.일부러 시간을 끌었다.태혁은 받아주기만 했다.그게 오히려 서율을 더 대담하게 만들었다.입술이 떨어졌다.이번에는 턱 아래.목선.서율이 일부러 아까 태혁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자리를 바꿨다.태혁의 숨이 무거워졌다.“어때요.”“계속해.”“그게 끝?”“응.”서율의 손이 그의 어깨를 밀었다.태혁이 러그 위에 등을 기대자 서율이 그대로 따라갔다.이번에는 자신이 위였다.서율이 내려다보며 웃었다.“이거 좋은데.”태혁도 웃었
“이번에는.”태혁이 낮게 말했다.“기댈 데도 없게 할 거야.”서율의 웃음이 사라졌다.“무슨 뜻이에요?”태혁은 설명하지 않았다.서재 한가운데.넓게 비어 있는 러그 위에 서율을 세웠다.책상까지 두 걸음.소파도 그 정도 거리.하지만 손을 뻗어 닿을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오직 태혁뿐이었다.그제야 서율이 알아챘다.“설마.”태혁이 앞에 섰다.“왜.”“나보고 주인님만 잡으라고?”“아니.”뜻밖의 대답.“나도 잡지 마.”서율의 눈썹이 올라갔다.“그럼 뭘 잡아.”“아무것도.”“넘어지면?”태혁이 서율의 허리에 손을 올렸다.“내가 잡아.”짧은 대답이었다.서율이 그를 빤히 바라봤다.“자신 있어?”“당신 하나 못 받칠 것 같아?”“그러다 놓치면.”“안 놓쳐.”망설임조차 없었다.서율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좋아요.”두 팔을 몸 옆으로 내렸다.“안 잡을게.”태혁의 시선이 서율의 손을 확인했다.“그래.”그 한마디 뒤.손이 허리에서 떨어졌다.서율이 눈을 깜빡였다.“뭐 해요?”“시작.”“뭘—”태혁이 가까워졌다.서율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나려 했다.하지만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멈췄다.태혁은 그걸 보면서도 바로 손대지 않았다.서율의 턱이 올라갔다.“이게 뭐가 어려운데.”“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그러니까.”서율이 일부러 가까이 갔다.“별거 없잖아.”태혁의 표정이 미묘하게 바뀌었다.그런데 넘어오지 않았다.서율이 가슴 가까이까지 다가갔는데도.그대로였다.“왜.”“당신이 왔잖아.”“그래서?”“내가 갈 필요 없지.”서율이 어이없이 웃었다.“진짜 얄미워.”“손.”서율이 태혁을 잡으려던 손을 멈췄다.아차.태혁이 내려다봤다.“첫 번째.”“아직 안 잡았거든.”“잡으려고 했지.”“그것도 안 돼?”“당신이 안 잡겠다며.”서율이 손을 다시 내렸다.“됐어요.”태혁이 한 걸음 다가왔다.이번에는 서율이 움직이지 않았다.거리가 좁아졌다.조금 더.가슴이 닿기 직전.
“그 말.”거리가 사라졌다.“조금 있다가도 할 수 있나 보자.”서율은 대답 대신 태혁의 목을 끌어당겼다.이번에는 태혁이 피하지 않았다.소파 깊숙이 눕힌 것도.자신이 그 위를 차지한 것도 태혁이었다.하지만 서율의 두 손은 자유로웠다.막을 이유가 없었다.도망갈 생각이 없다는 걸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서율의 손이 그의 등을 훑었다.태혁이 낮게 말했다.“세게.”“뭐?”“잡으라고.”서율의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이렇게?”“더.”손가락이 등에 단단히 박혔다.태혁의 숨이 무거워졌다.서율이 그걸 놓치지 않았다.“주인님도 반응하면서.”“당연하지.”“그런데 계속 멀쩡한 척—”“안 해.”말이 끊겼다.태혁이 더 이상 멀쩡한 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조금 전까지 일부러 늦추던 속도도.서율이 먼저 다가오기를 기다리던 여유도 없었다.대신 자신이 정한 흐름을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읏…!”서율의 손이 그의 등을 더 세게 잡았다.태혁이 잠깐 떨어졌다.“아파?”“아니.”“좋아.”그걸로 끝이었다.다시 이어졌다.확인해야 할 순간에는 확인하고.아니면 멈추지 않았다.그 변화가 서율에게는 가장 크게 느껴졌다.예전의 태혁은 자신이 조금만 흔들려도 먼저 속도를 늦췄다.지금은 달랐다.서율이 정말 멈추길 원하는 순간과.그저 벅차서 반응하는 순간을 구분하고 있었다.“하… 주인님.”“응.”“오늘 진짜 안 봐주네.”태혁이 서율의 눈을 바라봤다.“봐줄 이유 있어?”“없다고 하면?”“더 안 봐주고.”서율이 웃었다.“없어요.”“그래.”태혁이 그녀의 허리를 받쳐 소파 위에서 자세를 바꿨다.이번에는 서율을 억지로 움직이지 않았다.손 하나만 내밀었다.“올라와.”서율이 눈썹을 올렸다.“어디로.”“나한테.”태혁이 소파에 등을 기대었다.서율은 잠시 바라보다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스스로 그의 무릎 위로 올라갔다.마주 보는 자세.태혁은 바로 손대지 않았다.서율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렸다.그다음.허리를 감쌌다
“그 말 없어도.”태혁의 입술이 닿기 직전.“할 생각이었어.”서율의 웃음이 사라졌다.“아… 주인님.”그 뒤로는.정말 다음을 예상할 수 없었다.태혁은 서두르지 않았다.그렇다고 기다리지도 않았다.서율이 반응하면 움직이는 게 아니라.이미 정해놓은 순서가 있는 사람처럼 움직였다.그래서 더 정신이 없었다.러그 위.맞잡았던 손이 풀렸다.서율이 곧바로 태혁의 목을 감으려 하자 그가 손목을 잡았다.이번에는 막지 않았다.그 손을 자신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여기.”“손 위치까지 정해요?”“오늘은.”서율의 다른 손도 반대쪽 어깨에 올라갔다.“그럼 주인님 손은?”태혁이 대답하지 않았다.대신 직접 보여줬다.허리를 받치고 있던 손이 천천히 등을 지나갔다.서율의 몸이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하….”태혁의 시선이 내려왔다.서율이 바로 알아챘다.“왜 봐.”“예뻐서.”너무 담담한 대답이었다.오히려 서율이 당황했다.“갑자기?”“갑자기 아닌데.”태혁의 엄지가 입술 끝을 훑었다.“아까부터 존나 예뻤어.”“…….”“왜.”“그런 말을 그렇게 해.”“어떻게.”“욕 섞어서.”태혁이 낮게 웃었다.“싫어?”서율이 고개를 저었다.“아니.”그리고 먼저 그의 어깨를 당겼다.이번에는 태혁도 피하지 않았다.짧게 입술이 겹쳤다.한 번.두 번째는 더 깊었다.서율의 손이 뒷목으로 올라가려는 순간.태혁이 먼저 떨어졌다.“왜.”서율의 목소리에 바로 아쉬움이 묻었다.태혁이 웃었다.“벌써?”“뭐가.”“더 하고 싶어?”“아니거든.”“그래.”태혁이 정말 더 하지 않았다.몸을 일으켰다.서율이 황당한 얼굴로 따라 일어났다.“잠깐.”태혁은 러그 옆 소파에서 쿠션 하나만 가져왔다.그리고 다시 내려왔다.쿠션을 서율의 등 뒤에 받쳐주었다.“뭐 해요?”“편하게 있으라고.”“갑자기?”“오래 있을 거니까.”서율의 눈이 커졌다.태혁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녀의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넘겼다.“왜.”“그 말을 그렇게 아무
“오늘은 끝까지 주인님 마음대로 해봐요.”태혁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그 말은.”서율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오늘 제일 마음에 드네.”서율이 피식 웃었다.“그럼 뭐 해요.”“또 재촉.”“마음대로 하라니까 가만히 있잖아.”“가만히 있는 것도 내 마음인데.”서율이 입을 다물었다.태혁이 낮게 웃었다.“이제 좀 배우네.”“아, 진짜 얄미워.”“알아.”태혁은 소파에 앉은 채 서율을 올려다봤다.흐트러진 검은 슬립.붉어진 얼굴.자꾸 자신에게 손을 뻗고 싶어 하는 눈.전부 보면서도 서두르지 않았다.“뒤로 돌아.”서율이 눈썹을 들었다.“여기서?”“응.”이번에는 이유를 묻지 않았다.천천히 몸을 돌렸다.태혁과 등을 마주한 순간.허리를 감싸는 팔이 들어왔다.“앉아.”서율이 그의 무릎 위에 등을 기대며 앉았다.“또 이 자세?”“아니.”태혁의 손이 서율의 두 손을 잡았다.이번에는 붙잡아 두지 않았다.자신의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내려놓았다.“이번엔 손 쓰지 마.”“왜.”“당신 손버릇 너무 나빠.”서율이 웃었다.“주인님 만지는 게 손버릇 나쁜 거예요?”“내가 허락하기 전에 자꾸 덤비잖아.”“싫어요?”“좋아.”즉답이었다.서율이 잠깐 멈칫했다.태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내려앉았다.“좋으니까 내가 원하는 순간에 받고 싶어.”그 말에는 서율도 바로 장난치지 못했다.“그건 좀 멋있네.”“좀?”“칭찬 많이 해주면 버릇 나빠져.”“이미 나빠.”서율이 웃었다.그러다 태혁의 손이 허리를 지나 옆선을 천천히 훑자 웃음이 끊겼다.“하….”손을 쓰지 말라는 말이 갑자기 어려워졌다.뭔가 잡고 싶었다.서율의 손끝이 움찔했다.태혁이 바로 알아챘다.“그대로.”“안 움직였는데.”“움직이려고 했잖아.”“그것까지 알아?”“당신인데 모르겠어?”손바닥이 옆구리를 감쌌다가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느슨한 천 위를 지나.다시 허리.일정하지 않았다.그래서 다음을 예상할 수 없었다.서율이 결국 태혁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