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좋아.” 서율이 먼저 손을 뻗었다. “그럼 찾아봐.” 어둠 속에서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서율의 손끝이 허공을 갈랐다. 분명 바로 앞에 있었는데. 없었다. “어디 갔어.” “찾아보라며.” 왼쪽. 서율이 바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손에 걸린 건 이불뿐이었다. “…일부러 피했지?” “응.” “치사한 새끼.” 어둠 속에서 낮은 웃음이 들렸다. “여섯 번째.” 서율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아직도 세고 있었어?” “오늘은 끝까지 셀 건데.” “할 일도 없네.” “지금 생겼잖아.” 이번에는 오른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서율이 재빨리 손을 뻗었다. 손끝에 무언가 스쳤다. 팔이었다. 놓치기 전에 붙잡았다. “잡았다.” 태혁은 피하지 않았다. 서율의 손이 팔을 타고 올라갔다. 어깨. 목. 턱. 마침내 얼굴을 찾았다. “별거 아니네.” 서율이 손바닥으로 그의 뺨을 감쌌다. “이제 내 차례.” “뭐 하게.” “가만있어 봐.” 이번에는 서율이 먼저 움직였다. 보이지 않으니 평소처럼 정확할 수 없었다. 손끝으로 턱선을 확인하고. 얼굴의 위치를 짐작한 뒤 천천히 가까워졌다. 그 순간. 태혁이 고개를 틀었다. 서율의 입술이 허공을 스쳤다. “야.” “왜.” “움직이지 말라니까.” “내가 언제 듣는다고 했어.” “진짜 재수 없—” 서율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허리가 잡혔다. 몸이 단숨에 돌아갔다. “앗!” 등이 매트리스에 닿았다. 서율이 바로 그의 팔을 붙잡았다.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여기.” “말장난하지 마.” 태혁의 손이 그녀의 손을 찾아냈다. 손가락이 맞물렸다. 그대로 머리맡까지 올라갔다. “아까 나보고 찾아보라며.” “그래서 찾았잖아요.” “아니.” 태혁의 목소리가 바로 위에서 들렸다. “내가 당신 찾았다고.” 서율이 순간 조용해졌다. 보이지 않는데도 위치가 너무 가까웠다. “차태혁.” “응.” “지금 웃고 있지.” “아니.”
“좋아.” 태혁의 목소리가 귓가에 낮게 내려앉았다. “그 말 기억해.” 서율은 안대를 벗지 않았다. 손도 뻗지 않았다. 그저 가만히 기다렸다. 그런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뭐 해요?” 대답이 없다. 서율이 귀를 기울였다. 옷깃이 스치는 소리. 매트리스가 아주 조금 꺼지는 느낌. 그뿐이었다. “차태혁.” “응.” 바로 옆이었다. 서율의 어깨가 움찔했다. “일부러 이러는 거죠?” “뭘.” “사람 긴장시키는 거.” 태혁이 짧게 웃었다. “벌써?” “안 긴장했거든.” “그럼 손 내려.” 서율은 그제야 자신이 어느새 이불을 꽉 쥐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천천히 손가락을 폈다. “됐죠?” “응.” 손끝에 따뜻한 감촉이 닿았다. 태혁이었다. 그는 서율의 손을 잡아 자기 가슴 위에 올려놓았다. 빠른 박동. 서율이 작게 웃었다. “누가 누구를 긴장시킨다는 건지 모르겠네.” “까불지.” “사실이잖아.” “그래.” 태혁은 부정하지 않았다. “나도 흥분했어.” 서율의 손끝이 순간 멈췄다. 태혁은 그 손을 치우지 않았다. 오히려 그대로 두고 말했다. “그러니까 당신만 정신없는 척하지 마.” “누가 정신없대.” “목소리가 그러는데.” “안대 벗고 확인해요?” 서율의 손이 얼굴 쪽으로 올라가려 했다. 탁. 태혁이 손목을 잡았다. “그건 안 돼.” “내가 벗으면 끝이라며.” “맞아.” 그가 잡았던 손을 바로 놓았다. “벗고 싶으면 벗어.” 서율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 언제든 끝낼 수 있었다. 태혁도 막지 않았다. 서율은 잠시 그대로 있다가 손을 내렸다. “안 벗어.” “그럼 얌전히 있어.” “얌전하게는 싫은데.” “그 입은 계속 살아 있네.” “어쩔 건데요?” 태혁이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침대가 크게 기울었다. 서율의 몸이 자연스럽게 뒤로 밀렸다. “앗….” 이번에는 태혁의 손이 허리를 받쳤다. 시야가 가려진 채 자세가 바뀌자 평소보다 작은 움직임도
“왜.” 태혁이 낮게 말했다. “이제 욕도 안 나오냐?” 서율의 시선은 침대 위에 놓인 물건에 꽂혀 있었다. 검은 천으로 된 안대. “그거였어요?” “실망했어?” “누가 실망했대.” 서율이 손을 뻗으려는 순간. 태혁이 먼저 집어 들었다. “그럼 이리 와.” “명령이에요?” “지금부터는.” 태혁이 손가락을 까딱였다. 서율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도 결국 가까이 갔다. “진짜 마초 같아.” “아까부터 그 말 좋아하네.” “좋아서 하는 말 아닌데.” “근데 계속 오잖아.” 말문이 막혔다. 태혁은 그 틈에 서율을 돌려 세웠다. 뒤에서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걷어냈다. 검은 천이 눈앞으로 내려왔다. 서율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태혁의 움직임이 즉시 멎었다. “왜.” 서율은 잠시 안대를 만졌다. 그리고 잡고 있던 손을 스스로 놓았다. “계속해요.” 그걸로 충분했다. 태혁은 더 묻지 않았다. 매듭이 묶였다. 시야가 사라졌다. 순간 모든 감각이 달라졌다. 서율이 손을 뻗자 태혁이 손목을 잡아 내렸다. “지금은 내가 할 거야.” “손은 왜.” “당신 손 빠르잖아.” “그래서 잡아?” “응.” 태혁이 두 손목을 한 손으로 모아 잡았다. 세게 아프지는 않았다. 하지만 쉽게 빠져나가게 둘 생각도 없어 보였다. 서율의 입가가 슬쩍 올라갔다. “힘으로 이기겠다는 거예요?” 귓가에 낮은 목소리가 닿았다. “이미 이기고 있는데 뭘.” “재수 없어.” “그 입.” 태혁이 잠시 말을 끊었다. “오늘 어디까지 가나 보자.” “뭐 어쩌려고.” “계속 까불어봐.” 서율이 웃었다. “변태 새끼.” 잠깐 정적. 이번에는 태혁이 웃었다. “그래. 그거.” “뭐가.” “아까보다 낫네.” “진짜 취향 이상해.” “당신한테만.” 서율이 대꾸하려던 순간 몸의 방향이 바뀌었다. 매트리스가 등에 닿았다. “앗….” 안대 때문에 거리가 가늠되지 않았다. 그런데 태혁은 바로 따라오지 않았다. 서
침실 문이 닫혔다. 철컥. 작은 소리였는데 서율의 시선이 문으로 향했다. “왜 닫는 소리가 이렇게 무섭지.” 태혁이 그녀를 내려다봤다. “이제 와서?” “무섭다고만 했지 싫다고는 안 했는데.” “그럼 됐어.” 서율을 안고 있던 팔이 풀렸다. 발이 바닥에 닿았다. 그런데 태혁은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흐트러진 옷매무새부터 천천히 훑었다. 거실에서 벌어진 일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서율이 괜히 옷깃을 정리하려 하자 태혁이 손을 막았다. “놔둬.” “왜요.” “내가 이렇게 만든 건데.” 낮은 목소리. “왜 다시 얌전한 척해.” 서율의 손이 멈췄다. “누가 얌전한 척을 했다고.” “거실에서는 끝내지 말라더니.” 태혁이 한 걸음 들어왔다. “방 들어오니까 갑자기 착한 얼굴 하잖아.” “안 했거든요.” “그래?” 그가 고개를 숙였다. 입술이 아니라 귓가였다. “그럼 아까처럼 해봐.” “뭘.” “나 참게 만들던 거.” 서율은 대답 대신 그의 벌어진 셔츠 사이로 손을 넣었다. 손바닥 아래 단단한 가슴이 닿았다. 태혁의 턱이 아주 조금 굳었다. 서율이 그걸 놓칠 리 없었다. “이거?” 손끝이 천천히 움직였다. “아니면 이거?” 태혁이 낮게 숨을 뱉었다. “은서율.” “왜.” “적당히 까불어.” 서율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싫은데.” 그 순간 허리가 잡혔다. “앗.” 몸이 돌아갔다. 침대 끝이 다리에 닿았고 서율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태혁은 바로 따라오지 않았다. 흐트러진 셔츠 차림으로 앞에 서서 내려다봤다. 그 시선 때문에 오히려 서율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왜 그렇게 봐요.” “내가 어디까지 참나 시험했잖아.” “그래서요?” “끝났다고.” “뭐가.” 태혁이 몸을 숙였다. 한 손이 서율의 옆에 짚였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아졌다. “내 인내심.” 서율이 순간 말을 잃었다. 태혁이 낮게 웃었다. “이제 좀 조용하네.” “안 조용하거든.” “그래. 그럼 계
“오늘은 여기서부터 다시 시작해.” 서율의 등 뒤로 커튼이 닿았다. “침실까지 안 간다면서요.” “응.” 태혁은 거실 조명을 낮췄다. 그게 전부였다. 규칙을 설명하지도 않았다. 어디에 손을 두라는 말도 없었다. 며칠 동안 끊겼던 만큼 오늘은 말보다 행동이 빨랐다. 서율이 먼저 그의 셔츠 깃을 잡았다. “그럼 여기서 해요.” 태혁의 시선이 내려왔다. “나중에 딴소리 하지 마.” “안 해요.” 그 한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태혁이 그녀를 끌어당겼다. 입술이 겹쳤다. 처음부터 깊었다. “읏….” 서율이 그의 셔츠를 움켜쥐었다. 태혁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그녀를 커튼 앞에서 돌려 세웠다. 등 뒤에 벽이 닿았다. 도망갈 수 없어서가 아니었다. 그럴 생각 자체가 들지 않을 만큼 가까웠다. 태혁의 입술이 턱선을 지나 아래로 내려갔다. “아… 태혁 씨.” 목 가까이에 뜨거운 감각이 닿았다. 서율이 그의 어깨를 밀었다가 오히려 목 뒤로 팔을 감았다. 태혁이 바로 알아챘다. “미는 거야, 당기는 거야.” “당기는 거.” 대답이 끝나자 다시 입술이 닿았다. 이번에는 서율도 물러서지 않았다. 태혁의 셔츠 단추를 풀었다. 하나. 더 내려가려던 손을 태혁이 잡았다. 서율이 그를 봤다. “왜요.” “내가 할게.” 그가 서율의 손을 옆으로 내려놓았다. 대신 자신의 손이 그녀의 허리에서 천천히 위로 올라왔다. 옷 위로 지나가는 손길인데도 서율의 몸이 먼저 반응했다. “흐읏….” 태혁이 바로 멈추지 않았다. 손길의 속도만 낮췄다. “아까는 그렇게 자신 있더니.” “누구 때문에 이러는데요.” “나 때문에.” “알면 좀….” 말이 끊겼다. 태혁의 입술이 목 아래에 닿았다.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같은 곳을 반복하지도 않았다. 쇄골 가까이를 지나 조금씩 위치가 달라질 때마다 서율의 손끝이 그의 등에 힘을 줬다. “아… 잠깐.” 태혁이 즉시 고개를 들었다. 서율이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멈추라
“우리 하던 거.” 태혁이 낮게 말했다. “계속하자.” 서율은 그를 올려다보다 웃었다. “기억은 해요?” “뭘.” “어디까지 했는지.” “확인해 볼래?” 짧은 대답과 함께 태혁이 가까워졌다. 서율이 먼저 그의 셔츠 앞을 잡았다. “이번에는 전화 오면 진짜 화낼 거예요.” “그래서 껐잖아.” “누가 찾아오면?” “문 안 열어.” “회사에서 급한 일 생기면?” 태혁이 서율의 손목을 잡았다. “은서율.” “왜요.” “지금부터 회사 얘기 금지.” 서율이 웃음을 터뜨렸다. “대표가 할 말이에요?” “집에서는 남편이니까.” 그 말이 끝나자 입술이 닿았다. 며칠 동안 둘 사이를 가로막았던 것들이 한꺼번에 사라진 기분이었다. 영상도. 연락도. 확인해야 할 이름도 없었다. 서율은 그의 목을 감싸며 조금 더 가까이 붙었다. “음….” 이번에는 태혁이 먼저 떨어졌다. 서율이 눈을 떴다. “왜 멈춰요?” “급하네.” “며칠 기다렸잖아요.” “그래서.” 태혁의 손이 그녀의 허리선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오늘은 내가 안 급하려고.” 서율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또 기다리게 하려고?” “싫어?” “그 말도 금지.” 태혁의 눈썹이 올라갔다. “뭐?” “싫냐고 묻는 거.” 서율이 그의 셔츠 단추 하나를 풀었다. “싫으면 말할 테니까.” 한 개 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요.” 태혁이 그녀의 손을 내려다봤다. “그 말.” “왜요.” “며칠 전에도 했던 것 같은데.” “그때 못 끝냈잖아요.” 서율이 마지막으로 그를 당겼다. “그러니까 오늘 끝내요.” 이번에는 태혁이 웃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잡아 셔츠에서 떼어냈다. “좋아.” 짧았다. 그걸로 충분했다. 태혁이 서율을 소파에 앉혔다. 그리고 자신은 바로 다가가지 않았다. 서율이 눈을 가늘게 떴다. “또 뭐 해요?” “당신이 방금 말했잖아.” “뭘.”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태혁은 소파 맞은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