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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9화

Author: 레몬과 향수
송씨는 관여하고 싶지 않았으나, 유지영이 장미원으로 갔다는 말을 듣자마자 생각이 바뀌었다.

그녀는 더는 지체할 겨를도 없이 급히 몸을 일으켜 그곳으로 향했다.

그 시각, 장미원.

유지영은 마당에 서서 서옥혜가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부짖는 모습을 차가운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동이가 물에서 건져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창 허약할 때인데, 어찌 이리 잔인하게 저희 모자를 내쫓으려 하십니까? 동이가 익사할 뻔한 일에 대해 국공부에서는 마땅히 저희에게 합당한 해명을 해주셔야 하지 않습니까!”

유지영은 서두르지 않고 침묵을 지키며 기다렸다.

이윽고 시녀 홍주가 나직하게 일러주었다.

“군주님, 둘째 부인께서 오고 계십니다.”

“지영아, 동이는 아직 회복도 되지 않았는데 어찌 이리도 인정머리 없이 사람을 내쫓으려 하느냐?”

송씨는 도착하자마자 유지영을 원망하듯 한마디 던졌다.

유지영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숙모님,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는 그저 할머니의 명을 받고 서 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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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씨 노부인은 결국 아들 셋 중 둘을 먼저 떠나보내고, 말년에는 모든 자손에게 외면받는 처지가 되었다.유지영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삼켰다.그녀가 차남댁과 삼남댁 사람들에게 가차 없이 손을 썼으면서도 유씨 노부인에게만큼은 선을 그었던 건, 오로지 아버지의 마음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이제야 비로소 가슴 한구석을 무겁게 짓누르던 응어리가 씻은 듯이 내려가는 것 같았다."참, 네게 전할 말이 하나 더 있다."조원금이 유지영의 귓가에 조심스레 속삭였다."당씨 가문의 큰공자가 죽었다더구나.""언제 일어난 일입니까?"유지영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조원금은 가볍게 혀를 찼다."오늘 아침에야 알게 되었다. 강에 빠져 익사한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을 지나가던 시녀가 발견했다지 뭐냐."당학이 물에 빠져 죽다니, 참으로 뜻밖의 일이었다.하지만 직감은 이 사건은 그리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었다. 매사에 주도면밀하던 당학이 어처구니없이 발을 헛디뎌 죽을 리 만무했다.게다가 당학은 제 목숨을 끔찍이도 아끼는 자였다. 뼈아픈 좌절을 겪었더라도 기어코 당윤을 짓밟겠다는 독기를 품고 때를 기다리며 칼을 갈았을 것이다.혹여 당학이 무언가 엄청난 비밀을 알아챈 탓에 입막음을 당한 것은 아닐까?의문은 오래가지 않아 풀렸다.그날 오후, 유지영을 찾아온 유영 군주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어머니께서 그동안 당씨 가문의 편을 들어준 건 온전히 아버지 때문이었어. 사실 아버지의 여동생인 류씨의 집안은 장공주부에 감히 얘기도 못 건넬 수준인데, 어머니께서 굳이 아버지를 마음에 두셨지."유영 군주는 잠시 머뭇거리다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네가 들으면 웃을지도 모르겠지만, 젊은 시절 아버지는 얼굴도 준수하고 글재주도 제법 뛰어났어. 권세에도 굴하지 않는 꼿꼿한 성품이었는데, 과거를 치르러 왔다가 어머니 눈에 띄어 부마가 되신 거지."유지영은 진지하게 귀를 기울였다."류 부마의 누이동생이라면 장공주부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정실 자리도 거뜬했

  • 피안을 거슬러   제519화

    유씨 노부인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별다른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요 근래 노부인은 하루가 멀다고 의원을 불러 진맥을 받았고, 삼시 세끼 탕약을 달고 살았기 때문이었다.부고가 전해지자마자 차남댁의 유정랑과 유원랑, 삼남댁의 정씨와 유정웅이 가장 먼저 달려와 상복을 입었다.이번에는 유정남도 이들의 발걸음을 막지 않고 영당 앞에 무릎을 꿇도록 내버려 두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지영도 국공부에 도착했다."지영아."유정남은 핼쑥해진 딸의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며 안쓰러워했다.하지만 유지영은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릴 꼬투리를 잡히고 싶지 않았다. 아무리 미워도 효라는 글자의 무게를 저버릴 수 없었고, 죽은 이는 엄연히 집안의 어른이었다.노부인이 세상을 떠난 뒤, 아버지의 얼굴에는 짙은 피로감이 묻어났고 눈시울도 붉게 젖어 있었다.어찌 되었든 그를 낳아준 친어머니였다.유지영은 향을 정성스레 피워 올린 뒤 유정랑에게 시선을 돌렸다. 몇 달 만에 본 그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변해 있었다.얼굴은 반쪽이 되었고, 누렇게 뜬 피부와 푸석한 머릿결, 심지어 입고 있는 옷조차 너덜너덜했다. 곁에 엎드린 유원랑의 꼴도 다를 바 없었다. 눈빛에는 잔뜩 겁을 집어먹은 채 유정랑의 뒤만 졸졸 쫓았다."큰, 큰누님."눈이 마주치자 유정랑이 억지로 미소를 쥐어짜며 그녀에게 아는 체를 했다.유지영은 손수건을 꽉 쥔 채 뒤로 두어 걸음 물러났다. 그녀는 유정랑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정씨와 몇 마디 인사를 나누며 자연스레 유정웅의 학업을 묻는 것으로 상황을 넘겼다.정씨 모자는 공손한 태도로 묻는 말에 깍듯이 대답했다.영당 안을 둘러보니 만감이 교차하는 유정남을 제외하고는 슬퍼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심지어 정씨의 눈에는 은근한 웃음기마저 어렸다. 그녀는 남들 눈에 띌까 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앓는 소리를 냈는데, 우는 건지 웃는 건지 모를 그 모습이 퍽 우스꽝스러웠다."지영아, 너는 이미 출가외인이고 향도 올렸으니 굳이 여기 머물 필요 없다."상복을 차려입고 방석에

  • 피안을 거슬러   제5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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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517화

    유영은 아예 마차에서 내려 시녀와 함께 걸어가기로 했다."흑흑!""사람 살려……."머지않은 앞쪽에서 자지러진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유영 군주가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가려던 찰나, 누군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고개를 돌려보니 유지영이었다."경세자비?""기 부인."유지영은 손을 뻗어 유영 군주를 길가의 다루로 이끌었다. 두 사람은 마침 창가 자리에 마주 앉게 되었다.유영 군주는 영문을 몰랐지만 순순히 이끌려 자리에 앉은 뒤에야 입을 열었다."어찌하여 이러시는 겁니까?"유지영의 시선이 창밖 아래를 향했다. 한 노파가 네 살배기 아이를 끌어안고 처참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마차에 치인 모양인지, 아이는 창백한 얼굴로 이미 정신을 잃은 상태였다."호성의 화친 사신단이 어제 경성에 당도했습니다. 저 아이는 크게 놀라 기절했을 뿐, 별다른 상처는 없습니다. 만약 군주께서 나서신다면 훗날 호성의 사신이 군주를 지목하며 화친을 요구할지도 모릅니다."유지영은 전생에 저 어린 여자아이를 구한 사람이 바로 유영 군주였다는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평범한 백성처럼 보이는 저 아이는 사실 호성 제2황자의 친딸이었다. 어릴 적부터 몸이 약한 저 아이는 이황자가 애지중지하는 금지옥엽이었는데, 장난을 치다 하마터면 말발굽 아래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것이다.천만다행으로 아이는 무사했고, 며칠 푹 쉬면 금세 털고 일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일로 인해 유영 군주는 호성 이황자의 눈에 들어 먼 타국으로 시집을 가야 했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만에 이국땅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나는 이미 혼인한 몸인데, 어찌 다른 이에게 시집을 간다는 말입니까?"유영 군주가 경악하며 소리쳤다.유지영은 담담한 표정으로 유영 군주를 바라보았다."저쪽에서 억지를 부린다면 어쩌시겠습니까?"유영 군주는 입을 다물었다.양나라 대군은 이제 막 출정길에 올랐고, 호성 역시 화친을 청하러 온 상황이었다. 만약 화친이 성사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전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컸다. 혼사 하나 때

  • 피안을 거슬러   제516화

    전각 밖에서 북소리가 진동했고, 간간이 병사들의 함성이 들려왔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도 똑똑히 들릴 정도였다.이연령이 자리에서 일어나 회랑으로 향하자, 새로 온 궁녀 벽옥이 조심스레 다가가 그녀를 부축했다."군주, 오늘 양성 장군께서 출정하시니, 그 광경이 참으로 장관일 것입니다."양성 장군이라는 단어는 이연령의 귓가에 몹시 거슬렸다. 그녀는 안색을 굳히며 무의식중에 오른손을 만지작거렸다. 상처는 여전히 욱신거렸다. 그녀는 벽옥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깊은 생각에 잠겼다.배현준이 몇 년이나 앞당겨 정체를 드러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왜 유지영이 그에게 그토록 중요한 존재인지 도무지 납득할 수 없었다. 분명 배현준의 곁을 가장 오래 지킨 사람은 이연령이었다. 염치없는 유지영이 그녀의 모든 것을 빼앗아 간 것이다.생각이 깊어질수록 이연령의 안색은 더욱 흉흉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서 있자 마침내 북소리가 멎었고, 거칠게 요동치던 그녀의 가슴도 서서히 평온을 되찾았다."연령아."연한 푸른색 치마를 입은 유영 군주가 다가왔다. 얼굴에는 온화한 미소가 어려 있었다. 이연령의 다친 팔을 본 유영 군주는 미간을 찌푸렸다."아직도 아프니?"정신을 차린 이연령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고개를 끄덕였다."저택에서 약을 좀 챙겨 왔다. 태의에게 물어보니 모두 네게 쓰일 만한 것들이라더구나. 푹 쉬면 금세 나을 게다."유영 군주가 걱정스레 말했다.두 사람은 정자로 걸음을 옮겨 자리에 앉았다. 이연령이 불쑥 물었다."유영, 내가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일은 어찌 되었어?"유영 군주는 담담하게 대답했다."네 말이 놀라 날뛰던 날, 국사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적어도 수십 대의 마차가 지나갔어. 경세자비의 마차는 그로부터 한 시진 뒤에나 그곳을 지나갔지. 마부와 은행은 중상을 입고 죽었다고 하더구나. 내가 사람을 시켜 그 말을 확인해 보았는데, 누군가 고의로 습격한 흔적이 남아 있기는 했어. 그게 전부야."요컨대, 이 일이 유지영과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는 아무것도 없

  • 피안을 거슬러   제515화

    명언, 아니 유관성은 아버지의 손을 맞잡고 몸을 일으켰다."전후 사정은 모두 들었습니다.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구석에 결박된 여인이 살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었다.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 유관성의 눈빛에는 애정 따위는 남아있지 않았다. 오직 서늘한 원망과 증오만이 맴돌았다.그 여인 역시 유관성을 보자마자 마치 악귀라도 마주친 양 사시나무 떨듯 몸을 웅크렸다."이것은 제 사적인 원한이니, 제가 직접 매듭지을 수 있게 허락해 주십시오."유관성의 청에 유정남은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방온이 다가와 유관성을 향해 정중히 허리를 굽혔다."방온, 큰공자를 뵙습니다. 과거 시험 전까지 잠시 이 댁에 머물고 있습니다만, 시험이 끝나는 대로 지체 없이 거처를 옮기겠습니다."방온에 대해서는 이미 유정남이 설명해 둔 터였다. 게다가 방온은 매일 자신의 처소에만 머물며 철저히 선을 지켰다. 유정남은 아들이 온전히 자리를 되찾고 나면 방온에게 작은 가업이라도 마련해 주려 했으나, 방온은 이를 한사코 거절했었다."방 공자, 부담 갖지 마세요."유관성은 여전히 조금 어색한 듯 손을 내저었다.방온은 유정남을 향해 입을 열었다."저는 유씨 가문 사람이 아니니, 세자 자리는 마땅히 원래 주인에게 돌아가야 합니다. 방씨 가문도 제가 다시 일으켜 세우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오늘 밤 내가 입궁하여 황상께 모든 사실을 명백히 아뢰도록 하마.""감사합니다, 나으리."방온은 소란을 듣고 직접 입장을 밝히려 찾아왔다가, 목적을 달성하자 눈치껏 물러났다.유정남은 붉어진 눈시울로 유관성의 손을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였다. 쏟아지는 애정에 유관성은 도리어 몹시 거북해했다.*반 시진 후.유정남은 다급히 입궁해 건양제를 알현했다. 그는 유관성을 되찾았으며 자신이 정세자를 오해했다는 사실을 낱낱이 고했다."소신이 세운 모든 군공을 담보로 내놓을 테니,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옵소서, 폐하."유정남은 바닥에 머리를 조아리며 그간의 자초지종을 털어놓았다.건양제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 피안을 거슬러   제9화

    “선주는 참 복도 많아요. 이 집안의 복덩이라니까요.”이내 셋째 부인이 아부를 떨기 시작하자, 송씨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지영아, 그동안 경왕 세자의 평판이 어떤지 너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혼인한 뒤에는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네가 잘 붙들어야 한다. 어차피 훗날 경왕부 작위를 잇게 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테니, 제발 사고를 쳐서 우리 집안에 피해가 가는 일만은 없게 하거라.”유지영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 한숨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다행히도 노부인이 이제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 피안을 거슬러   제8화

    “지영아,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느냐?”송씨는 못 말리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날은 오해가 좀 있었단다. 선주는 내가 따끔히 혼내 두었어.”유지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어찌 작은어머니와 선주에게 화를 내겠어요. 운부 비단은 참으로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들었어요. 일부 무늬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던데, 구하시느라 참 힘드셨겠어요. 감동이에요, 작은어머니.”그 말을 들은 송씨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역시 그 멍청함은 어디 안 가는구나!’유지영은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집안의 맏언니로서 당연히 동

  • 피안을 거슬러   제7화

    “언니, 설마 이미 경왕 세자와 혼약을 정한 건 아니죠?”그때 갑자기 다가온 유선주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어젯밤에 주향이 언니 침소에서 사내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경왕 세자인가요?”말이 끝나자마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유선주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으며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언니, 일부러 말한 건 아니에요. 실수였어요. 하지만 언니도 참 어리석네요. 어찌 홧김에 경왕 세자 같은 분과 그런….”짝!유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선주의 뺨을 때렸다.주변이 다시 고요해졌다.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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