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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화

Author: 레몬과 향수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황궁의 소 상궁이 도착했다는 전갈이 들어왔다.

소 상궁이 왔다는 말에 유씨 노부인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소 상궁이 이미 송학당을 지나 곧장 유수각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유씨 노부인은 불길한 예감에 시종을 불렀다.

“어서! 가서 소 상궁을 막아라!”

하지만 문지기들이 전갈을 보냈을 때, 소 상궁은 이미 유수각으로 간 뒤라 막아서기엔 늦었다.

소 상궁은 얼굴 가득 두드러기가 돋은 채 힘없이 누워 있는 유지영을 보고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군… 군주님, 이게 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

소 상궁은 유지영이 뭐라 말하기도 전에 궁녀를 시켜 태의를 부르게 했다.

“소 상궁.”

유씨 노부인이 숨을 헐떡이며 달려와 궁색하게 변명했다.

“환경이 갑자기 바뀌어 지영이가 몸이 적응을 못한 모양입니다. 어제 이미 의원을 불러 진찰도 받았고, 괜찮다고 했어요.”

하지만 노부인은 예상보다 훨씬 심각한 유지영의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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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560화

    서 태후는 흐뭇한 눈빛으로 건양제를 바라보았다.한편, 건양제가 서씨 가문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교지를 내리자, 경성에는 큰 파문이 일었다. 태후의 친정을 향한 무자비한 처벌을 두고 사람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서씨 노부인은 기절한 채 저택으로 실려갔다. 다급히 불려 온 의원이 인중을 찌르고 침을 놓은 뒤 억지로 인삼탕을 반 사발이나 먹이고 나서야 노부인은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다.눈을 뜨자 아들 내외와 손녀가 근심 어린 얼굴로 침상을 에워싸고 있었다.손씨 어멈은 눈치껏 의원을 돌려보냈다.방 안에는 서씨 가문 식솔들만 남았다.바닥에 꿇어앉은 서유천은 땀을 비 오듯 흘리며 불안에 떨고 있었다."십오 년 만에 뵙는 태후 마마는 옛날 우리가 알던 고분고분하던 막내가 아니었습니다. 애초부터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꿰뚫어 보고 계셨습니다."경성에 당도하자마자 만남을 피하더니, 불시에 황제를 움직여 가문의 재산을 몰수하고 부정한 재물을 모조리 군자금으로 돌려버린 것이다.처음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일이 분명했다!서명주는 다가가서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는 서씨 노부인을 부축하고 등 뒤에 푹신한 베개를 받쳐주었다."할머니, 오늘 고모님을 처음 뵈었는데 과연 기품과 위엄이 대단하셨습니다. 특히 무심코 던지시는 서늘한 시선에 제 심장이 다 멎는 줄 알았습니다."서명주는 후궁이 되겠다던 마음을 이미 접은 듯했다.그녀는 태후가 결코 자신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지 않을 것이라 확신했다.애초에 서씨 가문이 태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죄를 지은 잘못이 컸다."친정을 이토록 무자비하게 내치다니 참으로 뜻밖입니다."서유천의 두 눈에는 두려움 대신 분노와 억울함만이 남았다. 십여 년을 긁어모은 재산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그로서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아들과 손녀가 주고받는 한탄을 들으며 서씨 노부인은 귓가에 이명이 들리는 듯했다.정작 쓰러졌다 깨어난 노부인의 몸 상태를 묻는 이는 단 한 명도 없었다.서씨 노부인의 안색은 급격히 어두워졌

  • 피안을 거슬러   제559화

    서 태후는 이미 오래 전부터 서씨 가문에 깊이 실망한 상태였다.숨겨둔 진실을 꼬집는 태후의 말에 서씨 노부인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다... 다 알고 있었던 것이냐?"서 태후는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매정하게 돌아서서 전각을 빠져나갔다.그 모습을 본 서씨 노부인은 그대로 기절하고 말았다. 소 상궁은 사람들을 시켜 기절한 노부인과 서씨 일족을 저택으로 돌려보냈다.자녕궁 후원에는 각양각색의 꽃들이 만발하여 진한 향기를 발산하고 있었다.소 상궁이 후원으로 돌아왔을 때, 건양제가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 그녀는 눈치껏 멀찍이 자리를 피했다. 건양제는 잔뜩 화가 났지만 태후 앞이라 애써 분노를 자제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서씨 가문에서 거둔 재산을 모조리 군자금으로 돌리는 것에 대해 저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서 태후는 직접 필사한 장부를 건양제에게 내밀었다."황상, 전쟁이 시작되었으니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식량과 군자금을 넉넉히 비축해 두어야 합니다."건양제는 태후의 단호한 말에 놀라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아무리 그래도 어마마마의 친정이 아닙니까.""황상과 양나라 사직의 안위보다 중요할 수는 없지요."서 태후는 조금의 흔들림 없이 평온하게 대답했다.차 한 잔을 다 비우기도 전에, 건양제의 마음속에서 끓어오르던 분노는 눈 녹듯이 사그라졌다."서씨 가문 하나만으로는 아직 부족합니다."서 태후는 찻잔을 내려놓은 뒤, 손수건으로 입가를 가볍게 닦으며 말을 이었다."내가 보기에 남이 오공주의 씀씀이가 꽤나 큰 것 같더군요."건양제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 계집이 노리는 것은 황후의 자리입니다.""뭐라도 이득을 주어야지 남이국을 구슬릴 수 있을 테지요."서 태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적당한 구실을 찾아 덕비에게 배이수를 양자로 들이게 해야겠다고 결심했다."이참에 이수의 신분도 격상시켜 주세요. 지금 황후 자리는 무리라 해도, 다음 황제의 황후라면 꽤 괜찮은 제안이 아닙니까. 적어도 이수를

  • 피안을 거슬러   제55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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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557화

    서 부인, 서명주, 그리고 큰댁 장남인 서유천은 여전히 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서 태후가 일어나라는 명을 내리지 않으니, 전각 안에는 숨 막히는 긴장감만이 맴돌았다.서 태후는 고개를 들고 서씨 노부인을 내려다보며 차갑게 비웃었다."내가 혼례를 올리던 날, 노부인께서는 분명 살아서는 두 번 다시 얼굴을 보지 않겠다 하셨소. 헌데 십오 년이 지난 지금에야 새삼스레 내가 생각나셨는가?"과거 연성 육씨 가문과의 혼사는 서씨 노부인이 강제로 추진한 일이었다. 서 태후는 차라리 죽겠다며 완강히 거부했으나, 서씨 노부인은 불효막심하다며 애원하는 그녀를 싸늘하게 외면했다. 그때 태후는 가문에 대한 모든 미련을 버렸다.당시 서씨 노부인은 고분고분 시집을 가지 않으면 평생 연을 끊을 것이며, 앞으로 서씨 가문의 도움은 꿈도 꾸지 말라며 으름장을 놓았었다."그게……."서씨 노부인은 모른 척 발뺌을 하기 시작했다."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옛날 일은 기억이 가물가물하구나. 넌 이미 존귀한 태후가 되었고, 나는 무덤에 들어갈 날만 기다리는 늙은이인데 굳이 지난 일을 따질 필요가 있겠느냐. 우리는 핏줄로 이어진 모녀 사이가 아니냐."말을 마친 서씨 노부인은 소매로 눈가를 훔쳤다.서 태후는 서씨 노부인의 가증스러운 연기를 무미건조한 표정으로 지켜볼 뿐, 제지하지 않았다. 뒤에 엎드린 서씨 일족들은 감히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아무도 달래주는 이가 없자, 머쓱해진 서씨 노부인은 헛기침을 하며 울음을 그쳤다."완아, 그만 화를 풀어라. 네가 아무리 박정하게 굴어도 내 배 아파 낳은 자식 아니냐."자신의 아명을 부르는 서씨 노부인의 뻔뻔함에 서 태후의 안색은 더욱 차갑게 굳었다. 십오 년 넘게 불린 적 없는 이름이 서씨 노부인의 입에서 튀어나오자 역겨움이 치밀었다.서 태후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노부인, 가증스러운 연기는 거두시지게. 십오 년을 보지 않고 살았으나, 회북에서 노부인이 어찌 지내셨는지는 내 사람들로부터 명백히 보고를 받았네."회북에서 서씨 가문은 노부인

  • 피안을 거슬러   제556화

    "다섯째야!"서씨 노부인은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서 태후를 불렀다. 서 태후는 미간을 찌푸리며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서씨 노부인, 이곳에 당신의 다섯째는 없습니다. 상석에 계신 분은 이 나라의 태후 마마이십니다!"소 상궁이 나서서 차갑게 일깨웠다.그러나 서씨 노부인은 그 말을 못 들은 척했다."아니, 저 아이는 내 딸 다섯째가 맞아."그녀는 지팡이를 짚고 비틀거리며 서 태후를 향해 걸어갔다. 입으로는 연신 다섯째를 부르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딸을 몹시 그리워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다.초대받은 부인들은 당황하여 서로 눈치를 살피며 서씨 노부인을 주시했다."다섯째야, 그동안 참으로 고생이 많았다……."서씨 노부인이 미처 다가가기도 전에, 서 태후는 입가에 서늘한 냉소를 머금으며 말했다."고생이라. 나는 양나라의 태후인데 대체 무슨 고생을 했다는 건가? 청렴한 문인 세가라 자부하던 서씨 가문이 어찌 하여 이런 식으로 황실의 법도를 무시하는 건가!"갑작스러운 호통에 전각 안에 있던 이들은 모두 숨을 죽였다.서씨 노부인의 얼굴에 떠올랐던 애틋함도 굳어버렸다. 그녀는 제 귀를 의심하듯 멍하니 서 태후를 바라보았다."다, 다섯째야. 나, 나는 네 친어미가 아니냐."사정을 모르는 이들이 본다면 서씨 노부인이 딸을 끔찍이 아낀다고 여길 만했다. 하지만 서 태후는 그것이 꾸며낸 가식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친모의 마음이 얼마나 차갑고 냉혹한지 그녀는 몸소 경험했던 사람이었다.서 태후의 서늘한 눈빛에 기가 꺾인 서씨 노부인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아가씨, 어머님께서는 그동안 아가씨를 애타게 찾으셨습니다."서 부인이 불쑥 입을 열었다.마침 화풀이할 곳을 찾고 있던 서 태후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번졌다. 소 상궁이 다가가 주저 없이 서 부인의 뺨을 매섭게 내리쳤다.짝!날카로운 마찰음이 전각 안에 울렸다.무방비 상태로 뺨을 맞은 서 부인은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그녀는 얼얼한 뺨을 부여잡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

  • 피안을 거슬러   제555화

    "다섯째 아가씨께서 나랏일로 바쁘신 모양입니다.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보시지요. 정말 노부인을 외면하실 작정이었다면 애초에 경성으로 부르지도 않으셨을 것입니다."손씨 어멈이 차를 따라 올리며 위로했다.서씨 노부인은 이를 악물고 분노를 삼켰다.그렇게 또 보름이 훌쩍 지났다.전장에서 연일 승전보가 날아들자 건양제는 크게 기뻐하며 곧장 자녕궁으로 소식을 전했다. 서 태후는 승전보를 확인하고 환하게 웃었다."현왕이 그동안 참으로 고생이 많았군요."건양제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이내 웃음기를 거두고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이틀 전 현왕부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배예경은 연이은 충격으로 병석에 앓아누웠다고 하는군요. 남은 두 서자 놈들도 숨을 죽이고 감히 소란을 피우지 못하는 모양입니다.""황상, 마음이 약해지신 겁니까?"서 태후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건양제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사리 분별도 못하고 아무 힘도 없는 어린 아이와 과부를 핍박한 자를 짐이 어찌 용서하겠습니까."건양제는 배예경과 사이가 데면데면했고, 생모들 간의 관계도 껄끄러웠다. 십 년 넘게 얼굴 한 번 보지 않고 지내던 터에, 배예경이 그런 소란을 저질렀으니 엄벌에 처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큰 은혜를 베푼 셈이었다."현왕비는 사리에 밝고 대의를 아는 아이이니, 그저 처소에 금족만 시켜둘 뿐 심한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짐도 그 아이를 굳게 믿으니, 이 일은 당분간 덮어두겠습니다."건양제는 슬쩍 화제를 돌렸다."그나저나 서씨 가문 말입니다. 첩보에 따르면 그들이 남궁연과 은밀히 접촉하고 있다더군요."얘기를 들은 서 태후의 안색이 차갑게 굳었다. 태후는 건양제를 똑바로 쳐다보며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황상, 이 세상 그 누구도 내 마음속에서 황상과 양나라의 사직보다 중요할 수는 없습니다. 서씨 가문도 예외는 아닙니다. 내가 그들을 경성으로 부른 것은 가문을 일으켜 세우려는 뜻이 아닙니다. 황상께서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가시

  • 피안을 거슬러   제2화

    종령각 이층 누각.유지영은 부스스 눈을 뜨고 사방을 둘러보았는데, 이곳의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까지 유난히도 익숙하게 느껴졌다. 회랑 아래에서는 하인들이 정원을 단장하며 내일 있을 성년례가 떠들썩할 거라며 수근거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톱으로 손바닥을 꾹 눌렀다. 아픔이 몰려왔고, 곧바로 이 모든 게 꿈이 아님을 직감했다.그녀는 죽임을 당한 뒤 성년례 하루 전으로 돌아온 것이었다.이때 밖에서 고씨 어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부인께서 대전으로 들라 하십니다. 경성에서 사람이 온 듯합니다.”전생의 배준형도 성년

  • 피안을 거슬러   제1화

    7월의 장안 거리는 굉장히 시끌벅적했다.마차 한 대가 성문 입구에서 멈추었다.털썩!유지영은 온몸이 꽁꽁 묶인 채 마대에 담겨 바닥에 내던져졌다. 온몸으로 극심한 통증이 몰려왔다.특히 하반신에서는 찢어질 듯한 고통이 계속되고 있었다.“읍….”지나가던 백성들이 소리를 듣고 마대를 풀어주었다.창백하게 질린 얼굴과 사내의 옷가지를 걸친 여인의 모습이 드러났다.하얗고 가는 목덜미 아래에는 붉은 자국이 가득했다.“이 사람은 정왕 세자비 아닌가?”누군가가 유지영을 알아보고 비명을 질렀다.“옷매무새가 이 모양인 것을 보아 불결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 피안을 거슬러   제9화

    “선주는 참 복도 많아요. 이 집안의 복덩이라니까요.”이내 셋째 부인이 아부를 떨기 시작하자, 송씨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지영아, 그동안 경왕 세자의 평판이 어떤지 너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혼인한 뒤에는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네가 잘 붙들어야 한다. 어차피 훗날 경왕부 작위를 잇게 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테니, 제발 사고를 쳐서 우리 집안에 피해가 가는 일만은 없게 하거라.”유지영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 한숨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다행히도 노부인이 이제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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