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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83화

Penulis: 레몬과 향수
기정혁의 단호한 명령에 기정후는 원인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

조사가 진행되는 사이, 기씨 노부인은 세 며느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성씨가 못 본 척 시치미를 떼며 자리를 지키자, 화가 난 노부인은 시녀들에게 눈짓을 했다.

시녀들이 다가와 성씨를 편전으로 이끌었다.

방문이 닫히자마자 노부인은 탁자 위의 찻잔을 집어 들고 성씨의 발치를 향해 내동댕이쳤다.

쨍그랑!

성씨는 재빨리 원씨의 등 뒤로 몸을 피했다.

산산조각 난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찻물은 원씨의 치맛자락을 얼룩덜룩 적셨다.

원씨는 억울한 표정으로 성씨를 노려보았다.

"네 이년, 아주 정신이 나갔구나! 감히 어른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려?"

노부인은 성씨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악을 썼다.

"네년이 무슨 속내로 분란을 조장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목적이 무엇이냐! 분가할 생각이라면 꿈 깨거라!"

성씨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머니께선 참으로 셋째네만 편애하십니다. 방금 다 보시지 않았습니까? 셋째 동서가 먼저 저를 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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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안을 거슬러   제784화

    어르신은 핏발 선 눈으로 기정혁을 뚫어지게 응시했다.부자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기정혁의 눈빛에 깃든 깊은 실망감은 어르신의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했다.어르신은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뗐다."첫째야……."기정혁은 고개를 돌려 시선을 외면했다."원해수의 일이 셋째의 소행이 아니라면, 저 역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아우를 도울 것입니다. 하지만 저와 경조판서는 수년간 함께 관직에 몸담아온 동료이고, 저는 그가 억울한 누명을 씌울 사람이 아니라고 확신합니다."말을 마친 기정혁은 돌아서서 자리를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기씨 노부인이 방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어르신의 굳은 표정을 보고 불안감을 느꼈다."대감?"어르신은 허망한 눈으로 노부인을 보며 탄식했다."첫째도 둘째도 이 가문에서 마음이 떠났소. 이 집안은 오래 가지 못할 게요."노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첫째가 어찌 그럴 수 있습니까?"두 사람은 오랫동안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처소로 돌아온 기정혁은 연씨를 따로 불렀다.두 사람은 문을 닫고 두 시진 동안 깊은 대화를 나누었다.아침 문안을 올리려던 유영 군주 역시 굳게 닫힌 문을 보고 잠시 기다리다 발길을 돌렸다.마침 귀가한 기장훈의 안색은 몹시 어두웠다."셋째 숙부는 생각보다 훨씬 속을 알 수 없는 분인 듯하오."유영은 대꾸하지 않고 차를 한 잔 내어주며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기장훈은 찻잔을 받더니 아내의 손을 지그시 감싸 쥐었다."부인에게 참으로 못볼 꼴을 보였군."유영은 다정하게 고개를 저었다."어느 집안이든 말 못 할 사정은 있는 법입니다. 예외는 없지요."기장훈은 진지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부인, 나는 본디 정실 외에 첩을 들일 마음이 없었소. 후원에 이미 들어온 주씨는 후하게 보상을 쥐어주고 적당한 곳에 시집보낼 생각이오."첩실 주씨는 유영 군주가 첫아이를 잃었을 때 어른들의 압박으로 들인 첩이었다. 그녀는 줄곧 자신의 처소에 머물렀을 뿐 기장훈과 단 한 번도 합방을 하지 않았다.

  • 피안을 거슬러   제783화

    기정혁의 단호한 명령에 기정후는 원인 모를 불안감을 느꼈다.조사가 진행되는 사이, 기씨 노부인은 세 며느리를 매섭게 노려보았다.성씨가 못 본 척 시치미를 떼며 자리를 지키자, 화가 난 노부인은 시녀들에게 눈짓을 했다.시녀들이 다가와 성씨를 편전으로 이끌었다.방문이 닫히자마자 노부인은 탁자 위의 찻잔을 집어 들고 성씨의 발치를 향해 내동댕이쳤다.쨍그랑!성씨는 재빨리 원씨의 등 뒤로 몸을 피했다.산산조각 난 파편이 사방으로 튀고 찻물은 원씨의 치맛자락을 얼룩덜룩 적셨다.원씨는 억울한 표정으로 성씨를 노려보았다."네 이년, 아주 정신이 나갔구나! 감히 어른 앞에서 입을 함부로 놀려?"노부인은 성씨를 향해 삿대질을 하며 악을 썼다."네년이 무슨 속내로 분란을 조장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아느냐? 목적이 무엇이냐! 분가할 생각이라면 꿈 깨거라!"성씨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어머니께선 참으로 셋째네만 편애하십니다. 방금 다 보시지 않았습니까? 셋째 동서가 먼저 저를 모함했거늘, 친정 조카라고 저만 핍박하시는군요.""이 몹쓸 것!"노부인은 지팡이를 쳐들고 성씨를 향해 휘둘렀다.성씨는 또다시 원씨 뒤로 숨어버렸다.지팡이가 원씨의 이마에 닿기 직전에 노부인은 가까스로 지팡이를 거두었다.연달아 봉변을 당한 원씨는 기겁하며 노부인의 뒤로 달아났다.연씨는 이마를 짚으며 나직이 주의를 주었다."어머님, 밖에 아직 경조 판서께서 계십니다. 여기서 저희가 싸우는 걸 알면 저희 가문을 뭐라고 생각하겠습니까."그제야 노부인은 울분을 삼키며 자리에 주저앉았다."가서 첫째에게 이르거라. 아우와 관련된 일이니 알아서 덮으라고."뻔뻔한 요구에 연씨는 이가 갈렸지만 겉으로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가족끼리 당연한 일이지요."맏며느리가 순순히 물러서자 노부인의 안색도 다소 누그러졌다.하지만 경조 판서는 호락호락하게 넘어갈 인물이 아니었다.그는 목패를 분실한 호위 셋을 찾아내어 그 자리에서 연행했다.가문의 명예라면 눈에 불을 켜던 기정혁마저 나서서 말

  • 피안을 거슬러   제782화

    성씨는 거친 비난에도 화를 내기는커녕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받아쳤다."나는 동서가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격이라 생각하는데? 그간 큰댁과 우리가 셋째네를 얼마나 살뜰히 챙겼는지는 집안사람들이 다 알지. 여태 사이에 금이 간 적도 없거늘, 우리가 미쳤다고 셋째 도련님을 모함하겠어? 동서는 말을 참 섭하게 하는군.""형님!"원씨는 분통이 터져 말문이 막혔다.탕!노부인은 탁자를 거칠게 내리치며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그만들 해라! 외부인 앞에서 이게 무슨 추태냐!"호통에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하지만 원씨는 여전히 분을 삭이지 못한 얼굴이었다.성씨는 순순히 물러서지 않았다."경조 판서께서 찾아낸 물증은 명백히 셋째 도련님의 것입니다. 외부인 앞에서 저희에게 죄를 뒤집어씌우려고 한 쪽은 셋째 동서입니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입니까!"어리석다는 말에 원씨는 화가 치밀어 피를 토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성씨는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참으로 공교롭지요. 얼마 전 현왕 전하께서도 셋째 도련님이 흘린 옥패를 주우시더니, 오늘은 경조 판서께서 목패를 주워 오셨습니다. 세상에 우연이 너무 많은 것 아닙니까?"성씨는 기정후의 치부를 낱낱이 까발리려는 듯, 예리하게 질문을 던졌다.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민 원씨는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달려들 기세였다. 곁에 있던 연씨가 원씨의 앞을 가로막았다."셋째 동서, 그만하게.""큰형님! 둘째 형님이 대놓고 억지를 쓰며 저를 조롱하지 않습니까!"원씨는 억울한 듯 발을 동동 굴렀다.연씨는 눈꼬리를 매섭게 치켜세우며 서늘하게 꾸짖었다."자네가 먼저 함부로 입을 놀려 도발하지 않았다면 둘째가 어찌 저러겠는가?"정곡을 찔린 원씨는 헉하고 숨을 들이켰다. 끝내 맏형님의 기세에 눌려 대꾸하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쥔 채로 성씨를 쏘아보았다.성씨도 연씨의 경고를 받고 얌전히 물러났다.지켜보던 경조 판서는 헛기침을 하더니 물었다."크흠. 그래서 기정후 대인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노부인이 병을 핑계로 둘러대려

  • 피안을 거슬러   제781화

    성씨뿐 아니라 큰댁도 이 일을 은밀히 수소문하고 있었다.얼마 안 가 기정혁은 실마리를 잡아냈다.일단 싹트기 시작한 의심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과거의 흔적들마저 낱낱이 파헤치게 되었다.저택으로 돌아온 성씨는 유영 군주와 함께 꽃을 감상하는 연씨를 보았다.연씨는 유영에게 나직이 뭔가를 당부하고 있었다. 다가오는 기척에 두 사람은 고개를 돌려 성씨를 바라보았다.연씨는 찻잔을 들더니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얼굴에 띤 웃음 좀 거두게. 그분들이 눈치채라고 일부러 그러는 건가?"성씨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얌전히 자리에 앉았다.연씨는 손을 저어 시녀들을 물렸다.주변이 조용해지자 연씨는 담담히 입을 열었다."부군께서 봉성에서의 셋째 도련님의 행적을 알아내셨네. 매일 먹는 약까지 조사를 하시고는 크게 노하셨지."삼십 년 넘게 속아왔으니, 진실을 마주한 기정혁의 분노는 극에 달해 있었다.연씨는 불똥이 튈까 눈치껏 핑계를 대고 유영 군주와 함께 정원으로 나온 것이었다."그럼 큰댁은 분가하실 생각입니까?"성씨도 돌려 말하기 귀찮아서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연씨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럴 생각이네."문제는 기씨 어르신의 허락이었다. 효를 앞세워 압박한다면 기정혁으로서도 어쩔 방법이 없었다.예전에는 진심에서 우러나온 효심이었다면, 지금은 그저 씁쓸한 체념일 뿐이었다."이제 우리도 진실을 알게 되었으니 나쁜 일은 아니지."연씨는 후련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마음을 비우고 나니 더 이상 매사에 가문을 먼저 생각하지 않게 되어 오히려 홀가분했다.특히 이번 허지의 일로 연씨는 감추고 있던 셋째네의 탐욕을 똑똑히 보았다. 큰댁과 둘째네는 그저 셋째네의 앞길을 닦아주는 밑거름에 불과했다. 어르신은 처음부터 작위를 장남이나 차남에게 물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저 기대감을 미끼로 그들을 이용해 왔을 뿐이다. 생각이 이에 미치자 연씨는 다시금 울화가 치밀었다.성씨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형님은 걱정도 많으십니다. 저희는 두려울 게

  • 피안을 거슬러   제780화

    원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시녀에게서 눈길을 떼고 다급히 고개를 저었다."군주의 호의는 고맙지만, 나리의 병은 오래된 고질병이라 푹 쉬면 나을 거네.""가족끼리 사양할 것 없습니다. 제게는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닌걸요."유영은 기씨 노부인을 살피며 말을 이었다."할머니, 명의를 부른 김에 넷째 도련님의 몸도 살펴보고, 내친김에 셋째 숙부님도 진맥을 보면 좋지 않겠습니까. 혹여 차도가 있을지도 모릅니다."기씨 노부인은 부자연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은 고맙구나. 허나 셋째는 워낙 성정이 까다로워 고집을 꺾지 않을 게다. 어려서부터 앓아온 병이니 어련히 알아서 하겠지."유영은 두 사람의 반응만으로도 상황을 알 것 같았다. 그녀는 성씨와 시선을 교환하고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이윽고 기씨 어르신이 당도했다.오는 길에 이미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그는 기장준과 기장천의 예단을 똑같이 맞추는 것에 동의했다."기씨 가문의 법도는 본래 이러하다. 서열을 가리지 않고 공평하게 대해야지."기씨 어르신이 단호하게 선언했다.성씨와 원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르신은 성씨를 보며 물었다."장준이의 몸 상태가 그리 심각한 것이냐?""의원 말로는 근본이 상했다고 합니다. 방금 유영이가 장공주부의 명의를 부른다 하였으니, 그 의원에게 다시 한번 진맥을 받아볼까 합니다."성씨가 재빨리 대답했다."유영이가 사려가 깊어 장천이 진맥을 봐주겠다 했습니다."기씨 어르신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원씨가 황급히 끼어들었다."그저 가벼운 고뿔일 뿐입니다. 명의까지 부를 일이 아닙니다."그들은 기장준의 몸 상태가 진짜로 망가졌는지 확인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적당히 얼버무렸다. 연씨는 적절한 때에 입을 열었다. "장천이의 혼사도 정해졌으니, 둘째 동서도 오늘 안으로 예물을 준비하여 성씨 가문에 보내게 하시지요."기씨 어르신은 한참 침묵하다 고개를 끄덕였다."그리하거라."기씨 어르신이 자리를 뜨자 성씨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

  • 피안을 거슬러   제779화

    성씨는 억울한 표정으로 호소했다."이런 일을 어찌 밖으로 떠벌리겠습니까? 어머님, 저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노부인의 발치에 엎드렸다."제가 염치 불구하고 친정에 매달려 겨우 받아낸 승낙입니다. 어머님께서 원씨 가문의 허락을 받아내신다면, 저야 기꺼이 모시겠습니다."성씨는 노부인의 무릎을 붙들고 놓지 않았다."방금 전까지 어머님의 깊은 뜻도 모르고 오해했습니다. 어머니께서 장준이를 이리 생각해주실 줄 몰랐습니다."기씨 노부인의 얼굴이 어색하게 굳었다.유영 군주는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원씨 가문의 적장녀는 이번 대에서 가장 출중한 여식이었고, 원씨가 입이 닳도록 설득하여 노부인의 허락을 받아낸 참이었다.기장준이 후사를 잇기 어렵다는 사실을 원씨 가문이 알게 되면 기씨 노부인과 원씨를 원망할 것이 뻔했다. 원씨는 다급해진 목소리로 성씨를 만류했다."형님. 이미 친정과 약조를 마쳤으면 번복하지 마십시오. 신의를 저버렸다는 소문이 나면 친정과 얼굴 붉히는 사이가 되지 않겠습니까."기씨 노부인도 서둘러 맞장구를 쳤다."됐다. 장준이는 성씨 가문의 여식과 혼인시키거라."하지만 성씨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기어코 원씨 규수를 며느리로 맞겠다고 고집을 부렸다."제 친정 조카는 현명한 원 소저와 비교할 수는 없지요. 분명 장준이를 잘 이끌어 줄 겁니다. 어머님과 동서도 원씨 가문 출신이니, 굳이 만나보지 않아도 훌륭할 겁니다."세 사람은 한참을 옥신각신했다.성씨에게 발목이 잡힌 기씨 노부인은 난처한 얼굴로 연씨에게 구조 요청을 보냈다. 연씨가 차분히 입을 열었다."둘째 동서. 이미 성씨 가문과 상의를 마쳤으니 그대로 밀고 가게. 원 소저는 그저 고모할머니와 고모를 뵈러 온 것으로 치면 되지 않은가. 내가 성 소저를 본 적이 있는데 퍽 단정하고 참한 아가씨였네.""이거 참……."성씨는 못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친정과 약속한 일을 번복하면 그쪽에서도 불만이 생길 거네. 이미 결정된 일에 더 이상

  • 피안을 거슬러   제10화

    동금은 원래 표사의 딸이었으나 부모를 잃은 뒤 전당포에 팔려간 데다가, 전생에서는 실족사로 죽기까지 했다.충성을 맹세한 사람은 아니지만, 적어도 전생에 유지영을 배신하지는 않았다.매일 고된 일을 하는 사람이라 접촉할 기회가 거의 없었는데, 송씨에게서 문서를 기어코 받아낸 것을 보면 눈치도 빠르고 수완도 있는 듯했다.나머지는 아직 관찰 대상이었다.“오늘부터 종령각을 배신하는 자는 엄벌에 처할 것이다.”유지영은 근엄한 표정으로 엄명을 내렸다.나머지 사람들은 주향 일당이 내쳐지는 것을 보았기에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방으로

  • 피안을 거슬러   제9화

    “선주는 참 복도 많아요. 이 집안의 복덩이라니까요.”이내 셋째 부인이 아부를 떨기 시작하자, 송씨가 의기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지영아, 그동안 경왕 세자의 평판이 어떤지 너도 익히 들어 알고 있을 것이다. 혼인한 뒤에는 조용히 지낼 수 있도록 네가 잘 붙들어야 한다. 어차피 훗날 경왕부 작위를 잇게 되면 먹고사는 걱정은 없을 테니, 제발 사고를 쳐서 우리 집안에 피해가 가는 일만은 없게 하거라.”유지영은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당장 침소로 돌아가 한숨 자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다행히도 노부인이 이제 돌아가도 좋다는 뜻을

  • 피안을 거슬러   제8화

    “지영아, 아직도 화가 안 풀렸느냐?”송씨는 못 말리겠다는 듯 말을 이었다.“그날은 오해가 좀 있었단다. 선주는 내가 따끔히 혼내 두었어.”유지영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가 어찌 작은어머니와 선주에게 화를 내겠어요. 운부 비단은 참으로 구하기 어려운 것이라고 들었어요. 일부 무늬들은 이미 오래전에 사라졌다던데, 구하시느라 참 힘드셨겠어요. 감동이에요, 작은어머니.”그 말을 들은 송씨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역시 그 멍청함은 어디 안 가는구나!’유지영은 노부인을 바라보며 말했다.“집안의 맏언니로서 당연히 동

  • 피안을 거슬러   제7화

    “언니, 설마 이미 경왕 세자와 혼약을 정한 건 아니죠?”그때 갑자기 다가온 유선주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물었다.“어젯밤에 주향이 언니 침소에서 사내의 목소리를 들었다고 했는데, 그 사람이 경왕 세자인가요?”말이 끝나자마자 싸늘한 정적이 감돌았다.유선주는 재빨리 입을 틀어막으며 순진무구한 눈빛으로 유지영을 바라보았다.“언니, 일부러 말한 건 아니에요. 실수였어요. 하지만 언니도 참 어리석네요. 어찌 홧김에 경왕 세자 같은 분과 그런….”짝!유지영은 결국 참지 못하고 유선주의 뺨을 때렸다.주변이 다시 고요해졌다.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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