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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제7화: 문서보관실의 립스틱, 그리고 잿빛 담배 연기

Penulis: 오필리아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28 22:00:03

좁은 자취방에서 서로의 온기를 확인했던 그 뜨거웠던 밤 이후, 학교에서의 우리는 전보다 훨씬 더 아슬아슬하고 위험한 줄타기를 시작했다.

겉으로는 여전히 무자비한 '호랑이 담임'과 '구제 불능 전학생'이었지만, 교차하는 시선 속에는 오직 둘만이 아는 은밀한 열기가 맴돌고 있었다.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고, 복도 순찰을 돌던 나의 발걸음이 우뚝 멈췄다.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시은이의 모습 때문이었다.

나는 멈칫하며, 그녀의 짙은 립스틱과 지나치게 짧은 치마를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복장 불량. 학생부 문서보관실로 따라와."

나는 차갑게 명령하고는 앞장서서 걸었다.

시은이는 아이들이 보는 앞이라 작게 콧방귀를 뀌었지만, 이내 묵묵히 내 뒤를 따랐다.

창문 하나 없이 캐비닛만 빼곡하게 들어찬 좁고 어두운 문서보관실.

시은이가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나는 철컥, 소리가 나도록 문을 잠가버렸다.

그리고 천천히 돌아서서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갔다.

뒷걸음질 치던 시은이의 등이 차가운 캐비닛에 닿았다.

나는 양팔을 뻗어 캐비닛을 짚고, 그녀를 내 넓은 어깨와 가슴팍 사이의 그림자 안에 완벽하게 가두어버렸다.

시은이가 얼굴을 들려던 찰나,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에 발린 짙은 립스틱을 스윽, 거칠게 문질러 닦아냈다.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이런 진한 화장에 치마를 줄여."

나의 짙고 억눌린 목소리가 좁은 방 안을 울렸다.

"아무리 수사 때문이라도, 내 눈 돌아가는 꼴 보고 싶어?"

시은이는 입술을 문지르는 내 손길에 잠시 흔들렸던 눈빛을 이내 장난스럽게 다잡더니, 나의 넥타이를 가녀린 손으로 훅 잡아당겼다.

닿을 듯 가까워진 거리, 코끝을 스치는 익숙하고 달콤한 샴푸 향에 억눌렀던 이성이 기어코 흔들리기 시작했다.

"호랑이 쌤. 학생이 불량하면 벌을 주셔야죠. 왜 보기만 해요?"

시은이가 내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도발적으로 속삭였다.

그녀의 콧소리 섞인 아찔한 속삭임에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넥타이를 쥔 그녀의 손목을 덮어 쥐었다.

"…위험한 장난치지 마. 네가 이런 모습으로 다른 녀석들 시선 받는 거… 진짜 속이 새카맣게 타들어 가니까."

나의 낮게 억눌린 고백에, 시은이는 도발하던 표정을 스르르 풀더니 옅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넥타이를 쥐었던 손을 올려 내 뺨을 다정하게 감싸 쥐었다.

"알아요, 선생님 걱정하는 거.

근데 타깃들 눈에 띄려면 어쩔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너무 속상해하지 마요.

밖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다 가짜고, 진짜 이시은은 오롯이 선생님 거니까."

시은이는 엄지손가락으로 내 뺨을 부드럽게 쓸어내리더니, 내 셔츠 주머니에 접힌 메모지 한 장을 찔러 넣었다.

"대신 학교에선 철저하게 호랑이 쌤답게 구셔야 해요.

여기서 애들한테 들키면 제 작전도, 선생님 타이틀도 다 끝장나니까. 아시겠어요?"

그녀는 나를 향해 사랑스러운 눈웃음을 흘리고는 보관실을 나갔다.

나는 문고리를 쥐고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거칠어진 숨을 삼켰다.

셔츠 주머니에서 꺼낸 메모지에는 그녀의 삐뚤빼뚤한 글씨로 [이따가 저녁에 김치찌개 해놓을 테니까 일찍 와라, 빵셔틀♡] 이라고 적혀 있었다.

나는 꽉 쥔 주먹을 풀며 새어 나오는 웃음을 애써 억눌러야만 했다.

.

.

며칠 뒤 점심시간.

식사를 마치고 구관 쪽 복도를 순찰하던 내 시야에, 으슥한 학교 뒤편 공터로 걸어가는 세 명의 인영이 들어왔다.

시은이와, 그 뒤를 따르는 민재, 수아였다.

나는 발소리를 죽이고 창가 쪽으로 바짝 붙어 그들의 동선을 좇았다.

공터 구석에는 이미 교복 단추를 풀어 헤치고 침을 뱉고 있는, 상당히 불량해 보이는 3학년 녀석들이 무리 지어 모여 있었다.

시은이가 그들 앞으로 다가가 짝다리를 짚고 서자, 3학년 무리의 우두머리 격인 녀석이 능글맞게 웃으며 입에 물고 있던 담배 한 개비를 시은에게 건넸다.

시은이는 망설임 없이 담배를 입에 물었다.

녀석이 라이터를 켜 불을 붙여주자, 시은이의 붉은 입술 사이로 매캐한 잿빛 연기가 길게 뿜어져 나왔다.

그 광경을 창문 너머로 지켜보는 내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 갔다.

당장이라도 저 공터로 뛰쳐나가 녀석들의 멱살을 틀어쥐고, 그 더러운 담배를 모조리 압수해 부러뜨리고 싶었다.

선생으로서도, 그녀의 남자로서도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지만 나는 교실 벽을 부서져라 짚은 채 억지로 발을 묶어두어야 했다.

여기서 내가 끼어들면 그녀가 쌓아 올린 판이 모두 깨진다.

3학년 녀석들은 시은이의 거침없는 태도가 마음에 쏙 든다는 듯 껄껄 웃으며 그녀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 옆에서 눈치를 보던 민재와 수아 녀석도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 불을 붙였다.

'저 두 녀석은 조만간 진짜 확실하게 혼쭐을 내놔야겠다.'

나는 어금니를 꽉 깨물며, 다음을 기약하고 차갑게 뒤돌아섰다.

.

.

그날 퇴근 후, 나의 자취방.

띠리릭-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시은이가 들어왔다.

가방을 소파에 툭 던지는 그녀를 보며, 나는 팔짱을 낀 채 슬쩍 입을 열었다.

"시은이 너… 위장 핑계로 진짜 담배 연기까지 삼킨 건 아니지?"

내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시은이가 멈칫하더니, 이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아까 점심시간에 다 봤구나?"

그녀가 겉옷을 벗으며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어쩔 수 없었어. 그놈들이 담배 불붙여주면서 테스트하는 눈치길래, 장단 맞춰주느라 몇 모금 빤 거야."

둘러대는 그녀의 말에 나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거짓말하네. 너 어제 키스할 때도 묘하게 담배 냄새 났거든."

나의 날카로운 지적에 시은이의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지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푸핫!"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아, 들켰네."

시은이는 내 턱끝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며 개구지게 눈웃음을 쳤다.

얄미우면서도 그 해맑은 표정에 기어코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민재랑 수아 그 녀석들도 옆에서 같이 피우더라.

조만간 두 녀석 다 학생부실로 불러서 확실하게 혼쭐을 내놔야겠어."

내가 짐짓 엄격한 목소리로 으름장을 놓자, 시은이가 소파에 털썩 주저앉으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래도 그 녀석들… 알고 보면 진짜 착하고 좋은 애들이야."

그녀의 표정에 옅은 안타까움이 스쳤다.

"뭣도 모르고 그 조폭 무리한테 잘못 엮여서 겁먹은 채로 끌려다니는 것뿐이지.

어떻게든 꼬리 자르고 꼭 구제해 줘야 해."

아이들을 생각하는 그녀의 진심 어린 눈빛에, 나는 그녀의 정수리를 큰 손으로 다정하게 쓰다듬어 주었다.

"방황하는 녀석들 제자리로 돌려놓는 거, 그게 내 사명이잖아.

네가 그 조직 뿌리 뽑으면, 녀석들은 내가 반드시 제대로 지도할게."

내 단호한 대답에 시은이가 나른하게 웃으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낡은 선풍기가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머리카락 끝에서 미세하게 배어 나오는 매캐한 담배 향이 내 스킨 향과 좁은 소파 위에서 조용히 뒤섞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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