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비는 그날도 내리고 있었다.
마치—
3년 전 그날처럼.
윤서아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오래된 주택가.
그리고—
멈췄다.
낡은 철문 앞.
“…여기네.”
한수민이 살던 집.
어머니의 집.
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
끼이익—
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쪽 공기가 그대로 흘러나왔다.
오래된 냄새.
먼지.
그리고—
버려진 시간.
서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거실.
낡은 소파.
뒤집힌 액자.
그대로 멈춰버린 공간.
“…엄마.”
대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누군가 금방이라도 나타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서아는 시선을 돌렸다.
안쪽 방.
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녀는 잠시 멈췄다가—
밀었다.
삐걱.
방 안은 더 조용했다.
창문 커튼은 반쯤 뜯겨 있었고, 바닥에는 오래된 물건들이 흩어져 있었다.
그리고—
서랍.
책상 한쪽이 열려 있었다.
누군가 뒤진 흔적.
서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미 왔었네.”
지연.
아니면—
그 뒤에 있는 누군가.
그녀는 천천히 서랍 쪽으로 다가갔다.
남아 있는 물건은 많지 않았다.
사진.
편지.
그리고—
작은 벨벳 상자 하나.
서아의 손이 멈췄다.
이건—
처음 보는 물건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열었다.
딸깍.
안에는 반지 하나가 들어 있었다.
은색.
단순한 디자인.
하지만—
그 표면에 말라붙은 붉은 얼룩.
피였다.
서아의 숨이 멎었다.
“…뭐야 이거…”
손끝이 떨렸다.
반지를 들어 올리는 순간—
손바닥에 닿는 감각이 이상했다.
차갑고—
무겁게 느껴졌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그거.”
서아의 몸이 순간 굳었다.
“…놔두는 게 좋습니다.”
서아가 천천히 돌아섰다.
문가에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정장.
차가운 눈.
그리고—
낯선 얼굴.
“누구예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반지를 바라봤다.
“그 반지.”
짧은 침묵.
“피 묻어 있죠.”
서아의 눈이 좁아졌다.
“…당신, 뭔데.”
남자가 천천히 안으로 들어왔다.
“강도윤입니다.”
짧은 멈춤.
“태성 전략팀.”
정적.
그 이름.
낯설지 않았다.
“왜 여기 있어요.”
“같은 이유입니다.”
“무슨.”
도윤이 말했다.
“진실 찾으러.”
공기가 살짝 변했다.
서아는 반지를 더 꽉 쥐었다.
“이거.”
짧은 침묵.
“뭔데요.”
도윤은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무슨 증거.”
그의 시선이 반지에 고정됐다.
“한수민 씨 죽음이.”
짧은 멈춤.
“사고가 아니라는 증거.”
정적.
서아의 손이 멈췄다.
“…뭐라고 했어요?”
도윤이 눈을 들었다.
“당신 어머니.”
짧은 침묵.
“살해당했을 가능성 높습니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거짓말하지 마.”
“거짓말 아닙니다.”
“사고였어.”
“기록상은 그렇죠.”
짧은 침묵.
“근데 기록이 조작됐습니다.”
서아의 숨이 거칠어졌다.
“누가.”
도윤이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말했다.
“그 반지.”
짧은 침묵.
“당신 어머니가 죽기 직전까지 끼고 있던 겁니다.”
서아의 눈이 흔들렸다.
“…그럼 이 피.”
도윤이 낮게 말했다.
“…당신 어머니 피일 가능성 높습니다.”
정적.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
“그리고.”
그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그날.”
짧은 침묵.
“병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관련 있습니다.”
서아의 시선이 번쩍 들렸다.
“…병원?”
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 출생.”
짧은 멈춤.
“정상적이지 않습니다.”
정적.
“무슨 뜻이에요.”
도윤이 한 걸음 더 다가왔다.
“기록이 비어 있습니다.”
“뭐가.”
“출생 직후 2시간.”
짧은 침묵.
“완전히.”
서아의 손이 떨렸다.
“그게 왜 문제인데.”
“그 시간 동안—”
도윤이 말했다.
“아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정적.
서아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뭐?”
“그리고 그날.”
짧은 침묵.
“당신 어머니는.”
그의 눈이 반지로 향했다.
“피를 흘렸습니다.”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정리가 안 됐다.
엄마 죽음.
병원.
아이.
지연.
모든 게—
하나로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
“당신은 지금.”
짧은 침묵.
“내 인생이 전부 조작됐다고 말하는 거야?”
도윤이 말했다.
“가능성이 아니라—”
짧은 멈춤.
“거의 확실합니다.”
정적.
그 순간—
서아의 눈이 완전히 변했다.
슬픔이 아니라.
분노도 아니었다.
더 깊은—
차가운 무언가.
그녀는 반지를 꽉 쥐었다.
손바닥에 피 자국이 묻었다.
그리고—
아주 낮게 말했다.
“…좋아.”
도윤이 바라봤다.
“네?”
서아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이제 알겠네.”
짧은 침묵.
“뭘.”
그녀의 눈이 번뜩였다.
“누굴 죽여야 하는지.”
정적.
그 순간—
창문 밖에서 누군가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어둠 속.
휴대폰 카메라가 조용히 꺼졌다.
그리고—
낮은 목소리.
“…찾았네.”
윤지연이었다.
그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언니.”
짧은 침묵.
“이제 진짜 시작이다.”
“이 아이의 엄마는 죽지 않았습니다.”회의실은 한동안 조용했다.서아는 곧바로 편지를 보내달라고 하지 않았다.“현재 보호자에게 먼저 물어봐요. 편지 전체를 아이에게 보여줄 의향이 있는지.”도윤이 메시지를 전달했다.잠시 후 답이 왔다.보여주고 싶습니다.하지만 제가 결정하면 안 될 것 같습니다.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이번엔 Child Door를 열었다.당신을 처음 데려온 날 함께 발견된 편지가 있습니다. 현재 보호자는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내용을 확인하고 싶습니까?N-17의 답은 금방 오지 않았다.한 시간 뒤.누가 쓴 편지인지 먼저 알고 싶습니다.서아가 도윤을 바라봤다.“발신자만 확인할 수 있을까요?”현재 보호자에게 요청했고, 사진 한 장이 도착했다.편지 마지막 부분.서명은 없었다.대신 이니셜 하나.J.E.C.서아의 얼굴이 굳었다.태준도 곧 알아챘다.“정은채.”강윤서가 약물에 취해 있었다는 사실을 기록했던 간호사.사고 넉 달 뒤 교통사고로 죽은 사람.도윤이 필적을 비교했다.“정은채 씨 간호기록과 일치 가능성이 높습니다.”민서윤이 화면을 바라보며 낮게 말했다.“그 사람이 N-17까지…”서아는 바로 단정하지 않았다.“편지를 봐야 알아요.”N-17에게 사실만 전달했다.작성자는 당시 태성병원 간호사로 추정됩니다. 현재는 사망했습니다.잠시 뒤 답장이 왔다.읽겠습니다.그제야 편지 전체가 열렸다.오래된 종이는 군데군데 번져 있었다.서아가 천천히 읽었다.이 아이의 엄마는 죽지 않았습니다.만약 재단에서 죽었다고 말한다면 믿지 마십시오.엄마는 아이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아이를 데려가는 과정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제가 지금 당장 되돌릴 힘은 없습니다.서아의 목이 잠겼다.다음 줄.부탁드립니다.이 아이가 안전하게 자란다면, 먼저 진실을 말하지 마십시오.태준이 고개를 들었다.“말하지 말라고?”편지는 계속됐다.아이가 어느 날 자기 출생을 묻는다면, 그때 이 편지를 보여주십시오
그 말이면 오늘은 충분합니다.N-17의 엄마가 남긴 마지막 문장이었다.서아는 그날 더 이상 문을 열지 않았다.하지만 다음 날 오후, Child Door에 새로운 질문이 도착했다.한 가지 더 알고 싶습니다.지금 저를 키운 사람은 알고 있었습니까?서아의 손이 멈췄다.이번 질문은 달랐다.낳은 엄마가 자신을 버렸는지 확인한 뒤, 이제는 자신을 키운 사람이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 묻고 있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이건 잘못 건드리면 지금 가족까지 무너질 수 있어.”“응.”서아는 바로 조사하지 않았다.먼저 N-17에게 답했다.확인할 수 있습니다. 다만 현재 가족이 몰랐던 사실까지 드러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원합니까?답은 한참 뒤에 왔다.네.누구를 미워해야 하는지 찾으려는 게 아닙니다.누가 무엇을 알고 있었는지만 알고 싶습니다.서아는 그 문장을 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실만 찾아요.”도윤은 N-17의 현재 신원을 열지 않은 채 과거 배치 기록만 추적했다.그리고 한 시간 뒤, 오래된 보호자 인계 서류 하나를 발견했다.아동 보호 인계 완료생모: 사망 고지추가 접촉 가능성: 없음민유라의 얼굴이 굳었다.“생모한테는 아이가 없다고 하고, 키우는 사람한테는 엄마가 죽었다고 했네.”양쪽에 다른 거짓말.그래야 서로 찾지 않는다.서아는 입술을 깨물었다.도윤이 다음 문서를 열었다.보호자 확인서하단에는 서명이 있었다.현재 보호자의 서명.그리고 옆에 낯익은 문구.향후 생모 또는 혈연 관계인의 접촉 요청이 있을 경우 태성 복지재단에 즉시 통보한다.태준의 얼굴이 굳었다.“그럼 키운 사람도 태성에 협조한 거야?”한재욱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단정하면 안 됩니다. 서명 당시 어떤 설명을 들었는지 봐야 합니다.”서아도 같은 생각이었다.서명 하나만 보고 사람을 정하지 않는다.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기로 한 이유였다.도윤이 당시 상담기록을 복원했다.보호자 질문: 생모가 나중에 찾아올 가능성이 있습니까?재단
다음 날 아침.서아가 회의실에 들어서자 도윤이 이미 화면 하나를 띄워놓고 있었다.First Name — sealed by claimant choice.어젯밤과 달라진 것은 없었다.N-17은 처음 불렸던 이름을 아직 알고 싶지 않다고 했다.서아는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밤사이 연락은요?”“없었습니다.”“엄마 쪽도?”“네. Maternal Door도 그대로입니다.”서아는 안도했다.아무 일도 없다는 것이 이번에는 좋은 소식이었다.그때 하윤이 민유라의 손을 잡고 들어왔다.“엄마.”“응?”“어제 그 사람 이름 안 봤지?”서아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안 봤어.”하윤은 만족한 듯 의자에 올라앉았다.“잘했네.”지연이 피식 웃었다.“이젠 언니가 하윤이한테 검사받네.”잠깐의 웃음이 흘렀다.그러나 도윤의 화면에 새 알림이 뜨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Child Door — new message received.서아는 바로 읽지 않았다.“당사자 확인됐어요?”“네. 같은 보호 채널입니다.”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메시지가 열렸다.밤새 생각했습니다.이름은 아직 알고 싶지 않습니다.대신 왜 저를 찾지 못했는지 알고 싶습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이름보다 먼저 이유를 묻고 있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버렸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민유라는 화면을 바라보며 말했다.“엄마가 열네 번 왔다는 기록부터 보여주면 되지 않을까?”서아는 잠시 생각하다 고개를 저었다.“기록을 그대로 던지면 안 돼.”“왜?”“열네 번이라는 숫자만 보면 ‘그런데 왜 못 만났지?’가 먼저 남을 수도 있어.”한재욱이 고개를 끄덕였다.“맥락 없이 기록만 주면 또 당사자가 자기 탓을 할 수 있습니다.”서아는 도윤에게 말했다.“엄마가 찾아온 사실, 태성이 아이 기록이 없다고 답한 사실, 그리고 엄마를 사망 처리한 사실. 세 가지만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요.”잠시 후 짧은 문서가 만들어졌다.1. 모계 당사자는 아이를 확인하기 위해 14차례
Maternal Door status: open, no contact requested.서아는 그 문장을 한참 바라봤다.엄마는 살아 있었다.찾고 싶어 했다.하지만 아이가 먼저 알고 싶다고 말하기 전까지는 자신을 찾지 말라고 했다.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그게 이번 절차의 시작이었다.그런데 다음 날 아침, 도윤이 급하게 회의실로 들어왔다.“서아 씨. N-17 쪽에서 움직임이 있습니다.”서아의 표정이 굳었다.“추적한 건 아니죠?”“아닙니다. 우리가 만든 Child Door에 외부 요청이 들어왔습니다.”화면에 짧은 문장이 떴다.내 출생기록에 없는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그 사람이 살아 있는지 알고 싶습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태준이 물었다.“N-17 본인 맞아?”도윤은 고개를 끄덕였다.“독립 변호사 쪽에서 성인 당사자 여부만 확인했습니다. 이름은 받지 않았습니다.”서아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아이가 먼저 물었다.정확히는 이제 아이가 아니었다.자기 삶을 살아온 한 사람이, 자기 기록의 빈칸을 발견하고 스스로 문 앞에 온 것이다.민유라가 조용히 말했다.“드디어 물었네.”서아는 바로 답장을 쓰지 않았다.한재욱이 물었다.“살아 있다는 사실 정도는 알려도 되지 않습니까?”서아는 고개를 저었다.“엄마가 남긴 조건은 ‘아이가 먼저 알고 싶다고 했는지 확인해달라’였어요. 지금 그 조건은 충족됐어요.”“그럼?”“그래도 한 번 더 묻죠.”도윤이 고개를 들었다.서아는 천천히 말했다.“‘살아 있다’는 대답을 듣고 싶은 건지, 아니면 기록만 확인하고 싶은 건지.”태준이 작게 숨을 내쉬었다.“알게 된 뒤에는 다시 모를 수 없으니까.”“응.”서아가 직접 문장을 적었다.당신이 묻는 사람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다만 답을 들으면 현재 알고 있는 가족관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지금도 알고 싶습니까?전송.답은 바로 오지 않았다.한 시간.세 시간.그리고 저녁이 가까워질 무렵 Child Door가 다시
Stop searching. Mother is alive. Child does not know.서아는 그 문장을 다시 읽었다.“추적은 중지합니다.”도윤이 손을 멈췄다.“그럼 엄마 쪽도요?”“네. 위치도 이름도 더 열지 마요.”태준이 조용히 물었다.“살아 있다는 것만 알고 멈추겠다고?”서아는 고개를 끄덕였다.“지금 N-17에게 필요한 게 엄마를 갑자기 데려다주는 건지 모르잖아.”아이는 이미 자기 삶을 살고 있다.가족이 있을 수도 있고, 자신을 낳은 엄마가 죽었다고 믿고 있을 수도 있었다.어느 날 낯선 어른들이 나타나 모든 게 거짓이었다고 말한다면.그것 역시 폭력이 될 수 있었다.민유라가 화면 너머에서 말했다.“엄마도 준비가 필요해.”서아가 엄마를 봤다.민유라는 한참 침묵하다 말을 이었다.“아이를 열네 번 찾았다고 해서, 지금 당장 만날 준비가 됐다는 뜻은 아니야.”그 말에 서아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번에는 둘 다 문을 따로 만들어요.”한재욱이 물었다.“별도 의사 확인 절차?”“네.”서아는 화면에 두 개의 빈 창을 만들었다.Maternal DoorChild Door그리고 그 사이에는 연결선을 만들지 않았다.“엄마가 먼저 들어와도 아이에게 바로 알리지 않습니다. 아이가 먼저 진실을 알고 싶다고 해도 엄마 위치를 바로 넘기지 않고요.”도윤이 말했다.“양쪽이 각각 동의했을 때만 연결.”“그것도 한 번의 동의로 끝내지 않아요.”서아의 목소리가 단단해졌다.“다시 확인해요. 하루 뒤, 일주일 뒤. 정말 원하는지.”민서윤이 낮게 말했다.“예전 시스템과 완전히 반대네요.”서아가 그녀를 봤다.“예전엔 한쪽 이름만 있으면 나머지를 강제로 열었으니까요.”도윤이 새 원칙을 입력했다.원칙 28. 혈연 사실은 재회를 강제하지 않는다.원칙 29. 가족 회복은 양측의 독립된 반복 동의가 있을 때만 연결한다.그때 익명 메시지가 다시 들어왔다.Good. Then contact the mother first.
Current status of child: ACTIVE TRACE AVAILABLE도윤의 손이 멈췄다.“완료 처리된 아이한테 왜 추적선이 살아 있죠?”민서윤은 화면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원래 완료되면 추적선도 닫혀야 해요.”서아가 물었다.“그럼 누군가 일부러 남긴 거네요.”도윤은 추적 기록을 열었다.첫 좌표는 오래전 태성병원.두 번째는 외부 보호시설.세 번째부터 이상했다.학교 급식비 지원 기록. 예방접종 확인. 청소년 교통카드 등록.태준의 표정이 굳었다.“계속 살아온 거야.”“네.”도윤이 낮게 말했다.“N-17은 최소 몇 년 전까지는 정상 생활 기록이 있습니다.”지연이 물었다.“이름은?”서아가 바로 막았다.“열지 마요.”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비식별 상태로 추적하겠습니다.”화면에는 이름 대신 하나의 식별번호만 남았다.N17-LIVE민서윤은 손을 꽉 쥐었다.“그럼 아이를 남긴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무슨 이유요?”“찾기 위해서가 아니라…”그녀의 얼굴이 굳었다.“지켜보기 위해서.”회의실이 조용해졌다.도윤이 기록 패턴을 분석했다.“N-17은 직접 개입 기록이 거의 없습니다. 대신 매년 한 번씩 상태만 확인했습니다.”한재욱이 낮게 말했다.“관찰 대상.”“네.”도윤은 마지막 접속 기록을 열었다.Trace reviewed: 11 days agoReviewer: D-01 Continuity Cell태준이 이를 악물었다.“강도현 쪽이 아직 보고 있었어.”서아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엄마는 정말 죽었나요?”도윤이 사망 기록을 확인했다.잠시 뒤 표정이 달라졌다.“이것도 이상합니다.”“왜요?”“사망신고는 있는데 사망진단서가 없습니다.”민서윤이 고개를 들었다.“그럼 가짜일 수 있어요.”도윤은 기록을 더 뒤졌다.사망 처리된 날짜 바로 다음 날.Maternal identity archived.Contact prohibited.서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엄
문이 잠긴 소리가 아직 공기 속에 남아 있었다.철컥.그 짧은 금속음이—이 방을 완전히 밀실로 바꿔버렸다.윤서아는 움직이지 않았다.눈앞.한수민을 닮은 여자.하지만—전혀 다른 존재.“…엄마 아니야.”그 말이 머릿속에서 반복됐다.도윤이 먼저 움직였다.문으로 달려갔다.손잡이를 잡았다.철컥.돌아가지 않았다.“잠겼습니다.”낮고 짧은 보고.서아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당황하지 마.”도윤이 뒤를 돌아봤다.“상대가 유도했습니다.”“알아.”짧은 침묵.서아의 시선이 방 안을 훑었다.문. 창문. 가
비는 멈추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차창 위로 흐르는 물방울이 시야를 흐릿하게 만들고 있었다.윤서아는 아무 말 없이 앞을 보고 있었다.손에는—반지.피가 말라붙은 채 남아 있는 반지.“…이상해요.”강도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서아의 시선이 움직이지 않았다.“뭐가.”“당신 어머니.”짧은 침묵.“죽은 기록이 없습니다.”서아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뭐?”도윤이 말을 이었다.“사망 신고.”“없습니다.”정적.“장례 기록도 없고.”“화장 기록도 없습니다.”차 안 공기가 멎었다.“…그럼 뭐야 그게.”
태성가 본관은 밤이 되면 더 조용해졌다.낮에는 사람들의 발걸음과 시선이 오가지만, 밤이 되면—숨겨진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서아는 복도를 천천히 걸었다.손에는—그 반지.피가 묻어 있는 반지.손바닥에 쥐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계속 시선이 갔다.“…엄마.”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순간—가슴이 조였다.하지만 멈추지 않았다.걸음을 옮겼다.도착한 곳은—서재.회장의 공간.문 앞에서 잠시 멈췄다.그리고—노크 없이 문을 열었다.끼익—안에는 불이 켜져 있었다.강진호가 혼자 앉아 있었다.책상 위에는—사
태성병원은 새벽인데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응급실 쪽 복도는 여전히 분주했지만, 서아가 향하는 곳은 완전히 다른 공간이었다.지하 기록 보관실.사람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 곳.“…여기 맞습니다.”강도윤이 문 앞에서 멈췄다.금속 문.지문 인식.그리고—이중 잠금.“일반 접근은 안 됩니다.”“그럼?”도윤이 카드 하나를 꺼냈다.“비정상 접근하죠.”짧은 침묵.삑—문이 열렸다.차가운 공기가 흘러나왔다.서아는 잠시 멈췄다가—안으로 들어갔다.안은 어두웠다.형광등 몇 개만 켜져 있었고, 천장에서는 낮은 기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