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찾았어.”차 안.조용히 흘러가던 엔진 소리 위로, 강도윤의 목소리가 떨어졌다.나는 고개를 돌렸다.“…누굴.”도윤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와이퍼가 빗물을 밀어냈다.한 번. 두 번.“…네 엄마.”심장이—잠깐 멎었다.“…뭐?”웃음이 나왔다.헛웃음.“장난해요?”“…아니.”짧은 대답.“병원 기록, 전부 지워졌어.”그가 말했다.“출산 기록, 담당 의사, 간호사— 전부.”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근데 하나 남았더라.”짧은 침묵.“죽은 사람 기록.”눈이 좁아졌다.“…뭐?”“사망 처리된 환자.”도윤의 시선이 도로를 향한 채, 낮게 가라앉았다.“근데.”짧은 침묵.“시신이 없어.”정적.“…그래서?”“이상하지.”짧은 숨.“죽었는데, 없다는 게.”나는 입을 다물었다.심장이—조금씩 빨라졌다.“…그래서 살아 있다고?”“확신은 없었어.”짧은 침묵.“근데.”그가 덧붙였다.“계속 흔적이 남더라.”“…무슨 흔적.”“현금 사용.”짧은 침묵.“같은 지역.”“…같은 패턴.”내 손이 천천히 굳었다.“…그걸 따라간 거예요?”“…응.”짧은 대답.“그리고—”차가 천천히 멈췄다.“…여기야.”문을 열었다.비가 쏟아졌다.나는 한동안 내리지 못했다.이상했다.발이—떨어지지 않았다.‘왜.’이유를 알 수 없는데—가슴이 조였다.“…가.”도윤이 말했다.“…직접 봐.”나는 내렸다.비가 얼굴을 때렸다.앞.낡은 집.불빛 거의 없음.숨이—막혔다.천천히 걸음을 옮겼다.문 앞.손이—멈췄다.“…열어.”뒤에서 들린 목소리.나는 문을 밀었다.끼익—문이 열렸다.그리고—그 안에.여자가 서 있었다.마른 몸.창백한 얼굴.그리고—눈.그 눈이—나랑 똑같았다.“…누구야.”숨이 멎었다.여자가 입을 열었다.“…서아야.”그 한마디.시간이—멈췄다.“…그만해.”목소리가 떨렸다.“…그 이름 부르지 마.”여자의 눈이 무너졌다.“…엄마야.”정적.머릿속이—하얘졌다
법정 안은 숨이 막힐 듯 조용했다.사람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많았다.하지만 누구도 쉽게 숨을 내쉬지 못했다.윤서아는 피고석에 앉아 있었다.등은 곧게 펴고 있었지만, 손끝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긴장 때문이 아니었다.이 상황이—너무 ‘깔끔’해서였다.“피고 윤서아.”판사의 목소리가 울렸다.“회장실 폭발 사건과 관련하여—”서아는 눈을 내리지 않았다.정면.그저 정면만 바라봤다.‘이건 아니다.’너무 빠르게 진행됐다.폭발.그리고 체포.그리고 재판.마치—이미 결론이 정해진 사건처럼.“변론할 내용 있습니까.”짧은 침묵.서아는 입을 열지 않았다.지금 무슨 말을 해도—소용없다.증거는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CCTV.지문.완벽하게.그때였다.“이의 있습니다.”낮지만 분명한 목소리.법정의 공기가 흔들렸다.서아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천천히—고개를 들었다.문이 열려 있었다.그리고—그 앞에 서 있는 남자.강도윤.“…늦었네요.”그가 말했다.심장이, 한 번 크게 내려앉았다.“증거가 너무 완벽해서.”도윤이 천천히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오히려 이상하더라고요.”검사가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누구십니까.”“증인입니다.”짧은 대답.도윤은 서류를 꺼냈다.손끝 하나 떨리지 않았다.“태성병원 CCTV 기록입니다.”스크린이 켜졌다.영상이 재생됐다.정상.그리고—짧은 끊김.“…0.8초.”도윤이 말했다.“이 공백, 보이시죠.”법정이 조용해졌다.“단순 오류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그가 덧붙였다.“하지만.”그의 시선이 판사를 향했다.“회장실 CCTV에도 동일한 패턴이 존재합니다.”정적.“같은 길이, 같은 방식.”짧은 침묵.“이건 우연이 아닙니다.”검사가 말했다.“…그래서요.”도윤이 답했다.“편집입니다.”순간—공기가 얼어붙었다.서아의 눈이 천천히 커졌다.‘이 사람…’“그리고.”도윤이 말을 이었다.“지문.”그가 또 다른 자료를 꺼냈다.“폭발 장치에서 검출
폭발이 일어난 뒤의 태성 본관은,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사람은 분명히 많았다. 경호원, 직원, 경찰까지.그런데도—공기가 눌려 있었다.누군가 일부러 숨을 참고 있는 것처럼.윤서아는 그 한가운데 서 있었다.시선이 느껴졌다.수십 개의 눈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는 걸,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그저—천천히 숨을 골랐다.그때였다.“…윤서아 씨.”낯선 목소리.서아가 시선을 들었다.형사였다.단정한 표정. 하지만 눈빛은 이미 결론을 내린 사람의 것이었다.“…같이 가셔야겠습니다.”짧은 침묵.“이유는요.”서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형사는 준비된 듯 서류를 꺼냈다.“회장실 폭발 사건 관련해서—”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유력한 용의자로 지목됐습니다.”순간—머릿속이 조용해졌다.이상하게도, 놀라움보다 먼저 떠오른 건 하나였다.‘빠르다.’너무 빠르다.폭발이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이미 ‘용의자’가 정해져 있다니.“…근거는요.”서아가 물었다.형사는 종이를 한 장 더 꺼냈다.“폭발 직전, 회장실 인근 CCTV.”사진이 내밀어졌다.흐릿한 화면.그리고—익숙한 실루엣.서아였다.그녀의 눈이 미세하게 흔들렸다.‘이 타이밍에?’너무 정확하다.마치—그 장면을 노리고 찍힌 것처럼.“그리고.”형사가 말을 이었다.“폭발 장치 일부에서 지문이 검출됐습니다.”서아의 시선이 형사에게 꽂혔다.“…누구 지문이죠.”형사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윤서아 씨 겁니다.”정적.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그 순간—모든 게 이어졌다.CCTV.지문.타이밍.‘조작이네.’누군가.정확하게.이 상황을 만들었다.“…거부하면요.”서아가 물었다.형사의 표정이 굳었다.“체포합니다.”짧은 침묵.서아는 잠시 눈을 감았다.그리고—다시 떴다.“…알겠습니다.”그녀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가죠.”경찰차 안.차창 밖으로 태성 본관이 멀어졌다.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태성 본관, 밤.복도는 이상하리만큼 조용했다.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숨을 참고 있는 듯한 정적이었다.윤서아는 걸음을 멈췄다.이상하다.이 집에 들어온 이후로 계속 느껴왔던 불안감이, 지금 이 순간 유독 또렷하게 살아났다.심장이 조금 빠르게 뛴다.조금 전, 회장실에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둘만 남겨. — 하나는 떨어진다.그 말은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이미—시작됐다는 신호였다.“…설마.”그때였다.아주 짧은 소리.삑.기계음 같은, 인위적인 소리였다.서아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위층을 향했다.그리고—쾅——!!!폭발음이 건물을 뒤흔들었다.순간적으로 공기가 찢어졌다.바닥이 울리고, 벽이 흔들렸다.서아의 몸이 중심을 잃고 비틀렸다.“…뭐야!”귀가 멍해졌다.하지만—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위층이다.회장실.서아는 곧바로 달리기 시작했다.심장이 점점 더 세게,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설마…’아니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이미 늦었다.회장실 앞.연기와 불길이 복도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경호원들이 소리쳤다.“뒤로 물러나세요!”하지만 서아는 멈추지 않았다.문을 밀어 열었다.안은—완전히 무너져 있었다.유리창은 산산이 부서졌고, 책상은 뒤집혀 있었다.타는 냄새가 폐 깊숙이 파고들었다.그리고—바닥.피.“…회장님!”누군가 외쳤다.연기 사이로 보이는 몸.움직이지 않는 손.서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그때—“살아있습니다!”의사의 목소리가 터졌다.“맥박 있습니다!”순간—숨이 돌아왔다.죽지는 않았다.하지만—이건 확실했다.누군가.정확하게 죽이려 했다.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강태준.그리고—윤지연.세 사람이 같은 장면을 마주했다.잠깐.아주 짧은 순간—아무도 말하지 않았다.하지만—같은 생각을 했다.‘외부가 아니다.’“…출입 기록은?”태준이 낮게 물었다.경호원이 고개를 저었다.“이상 없습니다.”짧은 침묵.“외부 침입 흔적도 없습니다.”그 말은—이 안이라는
같은 날 밤.회장실.윤서아는 다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이번에는 셋이 아닌—단 둘.회장과 마주 앉아 있었다.“따로 부른 이유는 하나다.”회장이 말했다.그의 눈은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확인할 게 있어서지.”서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기다렸다.“넌.”짧은 침묵.“…자신 있냐.”질문은 단순했다.하지만—그 안에 담긴 의미는 전혀 단순하지 않았다.서아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뭘요.”회장이 웃었다.“끝까지 남을 자신.”정적.서아의 심장이 한 번 크게 뛰었다.“하나 알려주지.”회장이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이번 판.”짧은 침묵.“…셋 다 필요 없다.”순간—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뭐라고요.”“둘만 남겨.”그의 목소리는 차분했다.하지만—그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한 명은 떨어진다.”짧은 침묵.“스스로든.”“…아니면.”그는 말을 멈췄다.그리고—아주 천천히 말했다.“…내가 자르든.”공기가 완전히 식었다.서아의 손이 천천히 쥐어졌다.이건 단순한 경쟁이 아니었다.탈락.그리고—제거.“누굴 자르실 건데요.”서아가 물었다.회장이 웃었다.“그걸 왜 미리 말해.”짧은 침묵.“근데 힌트는 줄 수 있지.”그의 시선이 깊어졌다.“태성병원.”짧은 침묵.“거기서 결정난다.”서아의 심장이 내려앉았다.“그리고—”회장이 덧붙였다.“거기.”짧은 침묵.“…내부에 있다.”정적.“배신자.”그 한 단어가—폭탄처럼 떨어졌다.서아의 머릿속이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지연. 태준.혹은—전혀 다른 누군가.“찾아.”회장이 말했다.“먼저 찾는 놈이 산다.”짧은 침묵.“…못 찾으면?”서아가 물었다.회장이 웃었다.“…같이 죽는다.”문을 나섰을 때, 서아의 숨이 거칠어졌다.복도 끝.지연이 서 있었다.“…들었어?”그녀가 물었다.서아는 대답하지 않았다.대신—서로를 바라봤다.그 눈에는 이미 확신이 있었다.‘이제 하나는 떨어진다.’그때—뒤
태성 본관 회의실.긴 테이블 위에 내려앉은 침묵은, 숨을 쉬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만들었다.윤서아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맞은편에는 윤지연, 그리고 그 옆에는 강태준.세 사람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자리에 불려온 이유를.“다 모였군.”회장이 입을 열었다.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이상할 정도로 또렷하게 울렸다.“이제 결정해야지.”짧은 침묵.“태성을 누가 가져갈지.”그 한마디에, 공기가 미묘하게 흔들렸다.지연이 먼저 반응했다.“…갑자기네요.”“갑자기?”회장이 피식 웃었다.“아니지.”그의 시선이 서아에게 향했다.“필요해진 거지.”그 말은 노골적이었다. 서아의 등장으로 판이 흔들렸다는 뜻.서아는 눈을 피하지 않았다.오히려 더 똑바로 그를 바라봤다.“…그래서요.”회장이 천천히 손을 맞잡았다.“조건은 간단하다.”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그리고—“태성을 지킬 수 있는 놈.”짧은 침묵.“그게 후계자다.”지연의 눈이 번뜩였다.“그럼 기준은—”“실력.”회장이 잘랐다.“그리고 결과.”단순했다. 하지만 그 단순함이 더 위험했다.서아는 직감했다.이건 시험이 아니라—선별이다.“첫 번째 조건.”회장이 말했다.“태성병원.”그 이름이 나오자, 서아의 심장이 미묘하게 흔들렸다.지연 역시 잠깐 시선을 내렸다.“최근 사건들.”회장이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기록이 사라지고, 사람이 죽었다.”짧은 침묵.“그거.”그의 눈이 셋을 번갈아 스쳤다.“누가 정리하는지 보자.”지연이 바로 입을 열었다.“제가 맡겠습니다.”태준이 뒤이어 말했다.“…같이 하죠.”서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그리고—천천히 웃었다.“…나도.”세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부딪혔다.그 안에는 이미, 협력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았다.오직—경쟁.회장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짧은 침묵.“그럼 시작이다.”그 말과 함께—태성의 후계자 전쟁이 시작됐다.회의실을 나서며, 지연이 낮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