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드라마 / 핏빛 유산 / 28화 — 24시간

Share

28화 — 24시간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3 19:17:09

시간은 이미 흐르고 있었다.

누가 시작 버튼을 누른 건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하나였다.

— 24시간.

그 안에 끝내지 못하면, 끝이다.

나는 차에 올라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바깥의 소음이 단절됐다. 대신 심장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출발.”

내가 말했다.

태준이 바로 시동을 걸었다.

엔진이 낮게 울렸다.

차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확한 위치.”

내가 물었다.

“연구동.”

짧은 대답.

“지하 쪽.”

나는 눈을 좁혔다.

“보안은.”

“높아.”

짧은 침묵.

“근데— 지금은 비어 있을 가능성 커.”

“…왜.”

“이동 준비 중이니까.”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긴장이 더 올라갔다.

나는 창밖을 봤다.

빛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이동 경로는.”

“모름.”

짧은 대답.

“그래서 시간 제한 있는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단순한 잠입이 아니다.

추적이다.

시간과의 싸움.

“놓치면?”

도윤이 물었다.

태준이 대답했다.

“…끝이야.”

짧은 침묵.

“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핏빛 유산   92화 — 미끼를 문 사람

    민서윤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그 짧은 변화 하나만으로도 충분했다. 늘 사람을 숫자로 읽고, 반응을 계산하고, 감정을 조건값으로 처리하던 사람이 처음으로 자신이 계산 안에 들어왔다는 걸 깨달은 얼굴이었다.서아는 그 자리에서 물러서지 않았다.도로 한가운데. 앞에는 민서윤. 뒤에는 회장 차량. 옆에는 태준. 그리고 조금 떨어진 뒤쪽에서는 지연이 검은 차량 쪽으로 천천히 돌아가고 있었다.민서윤이 낮게 말했다.“네가 미끼였다고?”서아가 대답했다.“응.”짧은 침묵.“하윤이도, 엄마도 아니고.”민서윤의 눈빛이 차갑게 내려앉았다.“그래서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나?”“아니.”서아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이제 시작이라고 했잖아.”민서윤은 서아 뒤쪽을 훑었다. 태준, 도윤이 탄 차량, 피 묻은 얼굴로 안쪽에 앉아 있는 회장.그리고 다시 서아를 봤다.“하윤은 어디 있지.”서아의 눈빛이 단숨에 날카로워졌다.“그 이름 네 입에 올리지 마.”민서윤은 희미하게 웃었다.“이름을 되찾았다더니, 더 예민해졌네.”“아니.”서아가 낮게 말했다.“이제 그 이름이 뭔지 알았으니까.”짧은 정적.“네가 숫자로 덮으려고 했던 사람 이름.”민서윤은 바로 흔들리지 않았다.“이름은 감정을 붙이는 도구야. 감정은 판단을 흐리고, 흐린 판단은 아이를 위험하게 만들지.”태준이 옆에서 이를 악물었다.“아직도 그 말을 해?”민서윤의 시선이 태준에게 갔다.“강태준. 넌 늘 늦어. 알고도 늦고, 움직이고도 늦고, 지키려 해도 늦지.”태준의 얼굴이 굳었다.서아가 바로 말했다.“태준 건드리지 마.”민서윤의 눈이 다시 서아에게 향했다.“보호하나?”“아니.”짧은 숨.“내 앞에서 시간 끄는 거 보기 싫어서.”그 말에 태준의 눈빛이 아주 짧게 흔들렸다. 하지만 서아는 그를 보지 않았다.서아의 시선은 오직 민서윤에게 고정돼 있었다.“네가 S-01 생포 승인했지.”민서윤은 대답하지 않았다.서아는 한 걸음 더 가까이 갔다.“Core 방에

  • 핏빛 유산   91화 — 본진의 문

    사고 현장 위로 아직도 카메라 불빛이 번쩍였다.회장의 피 묻은 얼굴, 찌그러진 차량, 그리고 그 옆에 선 서아. 그 모든 장면은 이미 실시간으로 퍼지고 있었다.도윤의 태블릿 화면 위 숫자는 미친 듯이 올라갔다.“공유 속도 계속 증가합니다. 회장님 발언, 주요 커뮤니티랑 언론 계정으로 퍼졌습니다.”지연이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민서윤, 제대로 물 먹었네.”태준은 지연이 빼앗아온 휴대폰을 내려다보고 있었다.화면 한가운데 떠 있는 단체방 이름.Committee Core서아는 그 글자를 한참 바라봤다.“열 수 있어?”도윤이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잠금은 풀려 있습니다. 방금 운전자가 급하게 도망치면서 닫지 못한 것 같습니다. 다만 내부 메시지 일부는 자동 삭제 설정입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그럼 지금 봐야 해.”회장이 비서의 부축을 받으며 힘겹게 말했다.“조심해라.”서아가 그를 돌아봤다.“왜요.”회장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분명했다.“그 안에는 민서윤 하나만 있는 게 아닐 거다.”지연이 피식 웃었다.“위원회 본진이라 이거지.”도윤은 손을 멈추지 않았다.“접속합니다.”화면이 열렸다.짧은 메시지들이 빠르게 지나갔다.M.S.Y: 발표 전 차단 실패.K-Node: 회장 발언 확산 중.L-9: 혈연 프레임 전환 실패.M.S.Y: S-01 직접 대응 단계로 전환.Core-1: N-12 회수 가능성 재검토.Core-3: Y-00 노출. 기존 폐기라인 복구 필요.서아의 눈빛이 차갑게 굳었다.“Y-00.”태준이 낮게 말했다.“네 어머니.”지연이 화면을 노려봤다.“폐기라인 복구라니. 아직도 사람을 문서처럼 말하네.”서아는 도윤에게 말했다.“계속 내려.”도윤이 메시지를 더 열었다.그 순간 새 메시지가 떴다.M.S.Y: 회장 제거 실패. 다음 대상 전환.공기가 얼어붙었다.태준이 바로 물었다.“다음 대상?”도윤이 메시지를 따라갔다.몇 초 뒤, 다음 문장이 올라왔다.M.S.Y: N-12 위치 재탐색.

  • 핏빛 유산   90화 — 피를 인정하는 자

    도윤이 태블릿을 움켜쥔 채 말했다.“회장님 차량, 현재 올림픽대로 진입 직전입니다. 공식 입장 발표 장소는 태성 본관이 아니라 외부 기자회견장입니다.”서아가 바로 물었다.“왜 장소를 바꿨어?”태준이 낮게 답했다.“태성 본관에서 하면 내부 사람들이 먼저 막을 수 있으니까.”지연이 피식 웃었다.“회장님도 드디어 자기 집 못 믿겠다는 거네.”도윤이 화면을 확대했다.“문제는 경로가 이미 샜다는 겁니다. 민서윤 쪽에서 회장님 차량을 직접 노릴 가능성 있습니다.”서아는 하윤을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안겼다.“엄마, 하윤이 부탁해.”민유라가 떨리는 손으로 하윤을 받아 안았다.“서아야.”“응.”“이번엔… 그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거니?”서아는 잠깐 대답하지 못했다.회장.자신을 알고도 인정하지 않았던 사람. 엄마를 사랑했지만 지키지 못했던 사람. 진실을 쥐고도 미뤄온 사람.서아는 천천히 말했다.“구하러 가는 게 아니야.”짧은 숨.“책임지게 하러 가.”태준이 차 문을 열며 말했다.“시간 없어. 지금 출발해야 해.”지연도 따라 나서며 말했다.“나도 가.”서아가 그녀를 봤다.“하윤이랑 엄마 곁에 있어도 돼.”지연은 웃지 않았다.“민서윤이 회장을 노린다면, 그건 회장만 죽이려는 게 아니야. 공식 인정 자체를 죽이려는 거지.”짧은 침묵.“나도 그 인정 들어야겠어.”서아는 더 말리지 않았다.“도윤.”“네.”“엄마랑 하윤이는 안전한 쪽으로 빼.”도윤이 바로 고개를 저었다.“제가 빠지면 회장님 차량 추적이 느려집니다.”민유라가 조용히 말했다.“나는 여기 남을게.”서아가 바로 돌아봤다.“안 돼.”“괜찮아.”민유라는 하윤을 품에 안은 채 서아를 봤다.“하윤이는 내가 지킬 수 있어. 이번엔 도망치지 않을게.”서아의 눈가가 흔들렸다.민유라는 작게 웃었다.“네가 회장에게 책임을 묻는 동안, 나는 이 아이를 지킬게.”지연이 낮게 말했다.“그럼 내가 기사 붙여둘게. 내 사람 아직 몇 명은 믿을 수 있어.”서아가

  • 핏빛 유산   89화 — 피로 오는 공격

    도윤의 태블릿 화면 위에 뜬 문장은 짧았다.회장 관련 혈연 기록 패키지 준비 중.창고 안 공기가 단숨에 얼어붙었다.서아는 하윤을 품에 안은 채 화면을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하윤의 이름을 되찾았고, 엄마의 이름 민유라를 되찾았다. 그런데 민서윤은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다음 칼을 꺼냈다.이번엔 이름이 아니었다.피.태준이 낮게 말했다.“민서윤이 노리는 건 명확해.”서아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말해.”“네가 피해자가 아니라 태성 유산을 노리고 나타난 숨겨진 딸처럼 보이게 만들 거야.”지연이 이를 악물었다.“하윤이는?”도윤이 대신 답했다.“하윤이는 태성 혈통을 잇는 다음 변수로 공개될 가능성이 큽니다. 아이를 보호하려 한 게 아니라, 태성 상속권을 확보하려고 데려갔다는 식으로 프레임을 만들 수 있습니다.”서아는 아주 천천히 웃었다.“좋네.”태준이 그녀를 봤다.“좋다고?”“응.”짧은 숨.“민서윤이 결국 제일 무서워하는 걸 꺼낸 거잖아.”지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피?”서아는 하윤을 내려다봤다.“피로 사람을 나누고, 피로 이름을 지우고, 피로 유산을 정하던 구조.”짧은 침묵.“그게 드러나는 게 제일 무서운 거지.”엄마, 민유라는 떨리는 손으로 서아의 팔을 붙잡았다.“서아야, 그 기록이 나오면 네가 다칠 거야.”서아는 엄마를 봤다.“엄마.”“그 사람들은 네가 누구인지 말하는 게 아니야. 네 피를 이용해서 널 다시 가둘 거야. 숨겨진 딸, 후계자, 상속권, 불륜의 증거… 그런 말로.”서아는 조용히 대답했다.“알아.”“그런데도?”“응.”서아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이번엔 피가 나를 묶게 두지 않을 거야.”그때 태준의 노트북에서 경고음이 울렸다.태준이 화면을 확인하자 표정이 굳었다.“떴어.”도윤이 바로 화면을 연결했다.익명 계정 여러 개를 통해 동시에 퍼지기 시작한 문서. 제목은 자극적이었다.태성 회장 숨겨진 친딸 의혹 — 아이 탈취 사건과 상속권 분쟁 가능성지연이 헛웃음을 흘렸다.“와.

  • 핏빛 유산   88화 — 엄마의 이름

    창고 안 공기가 얼어붙었다.하윤의 이름을 세상에 꺼낸 지 몇 분도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민서윤은 곧장 다음 칼을 꺼냈다.엄마의 진짜 이름.서아는 하윤을 품에 안은 채 엄마를 바라봤다.“방금 뭐라고 했어.”엄마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술은 떨렸고, 손끝은 식은땀으로 젖어 있었다.지연이 먼저 낮게 말했다.“네가 아는 엄마 이름도 진짜가 아니라고 했잖아.”서아는 지연을 보지 않았다.“엄마한테 물었어.”엄마는 힘겹게 숨을 삼켰다.“서아야…”“엄마.”서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이제 그만 숨겨.”짧은 침묵.“하윤이까지 찾았어. 위원회도 드러나기 시작했고, 민서윤이 엄마 이름을 무기로 쓰겠다고 했어.”엄마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서아가 한 걸음 더 다가갔다.“그러니까 내가 먼저 알아야 해.”도윤이 조용히 말했다.“민서윤 쪽에서 먼저 공개하면, 그 이름이 어떤 식으로 조작될지 모릅니다. 지금 확인해야 합니다.”태준도 낮게 덧붙였다.“맞습니다. 먼저 알아야 막을 수 있습니다.”엄마는 오래 침묵했다.그리고 아주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너한테 말했던 이름.”짧은 숨.“한서윤.”서아의 손이 굳었다.그 이름은 그녀가 알고 있던 엄마의 이름이었다.엄마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그건 내가 도망치면서 쓴 이름이야.”지연이 낮게 물었다.“그럼 진짜 이름은?”엄마는 지연을 보지 못했다.대신 서아만 바라보며 말했다.“민유라.”정적.도윤의 손이 멈췄고, 태준의 표정이 단숨에 굳었다.서아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태준.”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서아의 눈빛이 차가워졌다.“너 알아?”태준은 짧게 숨을 내쉬었다.“…이름은 들어봤어.”“또?”서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또 들어봤어?”태준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엄마가 서아의 손을 붙잡았다.“태준이는 전부 몰랐어.”서아가 바로 말했다.“엄마는 어떻게 알아.”엄마는 고개를 숙였다.“그 이름은… 오래전에 지워졌으니까.”도윤이

  • 핏빛 유산   87화 — 이름이 증거가 되는 순간

    차가 국도 옆 좁은 길로 꺾이자 주변 불빛이 거의 사라졌다.도윤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내비게이션을 확인했고, 태준은 복사본 파일을 계속 열어보고 있었다. 지연은 휴대폰을 쥔 손을 내려놓지 못했고, 엄마는 하윤을 품에 안은 서아를 오래 바라보고 있었다.서아가 먼저 말했다.“도윤, 남은 시간.”“보호자 불안정 외부 전환까지 3분 40초입니다. 우리가 먼저 공개하지 않으면, 저쪽 기록이 먼저 공식망으로 올라갑니다.”태준이 낮게 말했다.“그럼 서아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에서 아이를 데리고 도주한 사람’이 돼.”지연이 차갑게 웃었다.“그리고 민서윤은 하윤이를 다시 데려갈 명분을 얻고.”서아는 하윤의 작은 손을 감싸 쥐었다.“그 전에 우리가 먼저 올린다.”도윤이 바로 말했다.“도착했습니다.”차가 낡은 창고 앞에 급히 멈췄다.겉으로 보기엔 오래 버려진 농기계 창고처럼 보였다. 녹슨 철문, 낡은 간판, 깨진 유리창. 하지만 도윤이 문 옆 전기함을 열자 안쪽에는 오래된 장비와 어울리지 않는 작은 보안 패널이 숨겨져 있었다.엄마가 힘겹게 말했다.“비밀번호…”서아가 몸을 숙였다.“뭐야.”엄마는 하윤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그 아이 이름을 처음 부른 날.”서아의 숨이 멎었다.“날짜?”태준이 조용히 말했다.“내가 기억해.”서아가 그를 봤다.“넌 기억해?”태준은 눈을 피하지 않았다.“응.”짧은 침묵.“그날 네가 하윤이라고 불렀어. 하늘 아래서 제일 밝게 살라고.”서아의 눈가가 흔들렸지만, 곧바로 고개를 끄덕였다.“눌러.”태준이 숫자를 입력했다.패널이 짧게 울리고 철문 잠금이 풀렸다.지연이 낮게 중얼거렸다.“와. 진짜 이름이 열쇠네.”서아는 하윤을 품에 안은 채 안으로 들어갔다.창고 안은 먼지가 많았지만, 중앙 한쪽에는 낡은 책상과 오래된 단말기가 놓여 있었다. 전원이 꺼진 줄 알았던 화면은 도윤이 연결선을 꽂자 낮은 소리를 내며 켜졌다.도윤이 바로 자리에 앉았다.“외부 접속 장치

  • 핏빛 유산   6화 — 피 묻은 반지

    비는 그날도 내리고 있었다.마치—3년 전 그날처럼.윤서아는 우산도 쓰지 않은 채 골목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오래된 주택가. 사람이 거의 드나들지 않는, 기억 속에만 남아 있던 장소.그리고—멈췄다.낡은 철문 앞.“…여기네.”한수민이 살던 집.어머니의 집.손을 들어 문을 밀었다.끼이익—쇠가 갈리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안쪽 공기가 그대로 흘러나왔다.오래된 냄새.먼지.그리고—버려진 시간.서아는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발걸음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거실.낡은 소파.뒤집힌 액자.그대로 멈춰버

  • 핏빛 유산   5화 — 가짜 딸의 눈물

    태성가 저택은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겉으로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평온했지만, 그 안쪽 공기는 이미 완전히 뒤틀려 있었다.윤지연은 2층 자신의 방 거울 앞에 서 있었다.아무 표정도 없었다.그저—자신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진짜 딸.”입술이 아주 작게 움직였다.거울 속 자신을 보며, 천천히 웃었다.“웃기지 마.”그녀는 손을 들어 자신의 뺨을 살짝 쳤다.짝.그리고—다시.짝.점점 세게.순간, 하얀 피부 위로 붉은 자국이 올라왔다.지연은 멈췄다.거울을 보며 고개를 기울였다.“…이 정도면 되겠네.

  • 핏빛 유산   4화 — 네가 내 딸이라고?

    회장실 문이 닫히자, 바깥의 소음이 완전히 차단됐다.고요했다.너무 조용해서, 숨소리조차 크게 들릴 정도로.강진호는 여전히 서류를 쥔 채 서 있었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DNA 검사 결과.단 한 줄.부녀 관계 일치그는 그 문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말이 안 된다.”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서아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그 눈빛은 이미 답을 알고 있는 사람의 것이었다.“이건 조작일 수도 있어.”강진호가 서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요즘은 이런 거—”“그럼

  • 핏빛 유산   3화 — 죽은 사람이 돌아왔다

    태성그룹 본사 로비는 이상할 정도로 조용했다.출근 시간인데도 사람들의 움직임이 둔했다. 오늘은 이사회가 열리는 날이었다. 차기 후계 구도를 논의하는 자리.겉으로는 회의.하지만 실제로는—권력을 나누는 날.그때였다.건물 앞에 검은 세단 한 대가 멈췄다.문이 열렸다.구두가 바닥에 닿았다.또각.로비 유리문이 열리자, 직원 한 명이 먼저 고개를 들었다.그리고—숨이 멎었다.“…어?”옆에 있던 직원이 물었다.“왜 그래?”대답이 나오지 않았다.그저 시선이 한 곳에 고정됐다.천천히 걸어오는 여자.검은 코트.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