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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화 — 언니와 나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04 11:05:14

태성 본관 로비는 조용했다.

아니, 조용한 척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분명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발걸음도, 숨소리도— 전부 눌려 있었다.

나는 그 한가운데를 걸었다.

멈추지 않았다.

피하지도 않았다.

이미 선택은 끝났으니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버튼을 눌렀다.

상층.

회장실이 있는 층.

문이 닫히고 올라가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맑았다.

띵—

문이 열렸다.

그 순간—

공기가 바뀌었다.

더 무겁고, 더 차갑다.

나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

복도 끝.

그리고—

그 여자.

윤지연.

벽에 기대 서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짧은 침묵.

“…살아 있었네.”

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

그런데—

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녀가 입고 있는 옷.

그녀가 서 있는 자리.

그녀가 만들어낸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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