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정적이었다.병원을 나오는 길.아무도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나는 멈췄다.“…여기서 정리하자.”도윤이 나를 봤다.“…뭘.”나는 태준을 봤다.“…넌 뭐야.”짧은 질문.공기가 멈췄다.태준이 시선을 내렸다.“…지금 그걸 묻는 거야?”나는 한 발 다가갔다.“지금 아니면 언제 물어.”짧은 숨.“내 편이야, 아니야.”정적.도윤이 숨을 멈췄다.태준의 눈이 천천히 올라왔다.그리고—처음으로 흔들리지 않았다.“…나.”짧은 침묵.“…처음부터 알고 있었어.”공기가 깨졌다.“…뭐?”나는 물었다.태준이 말했다.“너.”짧은 숨.“그리고— 그 병원.”정적.나는 눈을 좁혔다.“어디까지.”짧은 질문.태준이 웃었다.“…거의 전부.”공기가 얼어붙었다.도윤이 낮게 중얼거렸다.“…미친…”나는 한 발 더 다가갔다.“…그럼 그날.”짧은 숨.“그날.”태준이 눈을 감았다.그리고—천천히 떴다.“…죽이려던 거 아니야.”정적.“…살리려고 한 거야.”공기가 멈췄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태준이 계속 말했다.“그때 이미— 움직이고 있었어.”짧은 침묵.“너 죽이려는 쪽.”나는 낮게 말했다.“…지연?”태준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야.”짧은 숨.“그 위.”정적.나는 눈을 좁혔다.“…그래서.”짧은 숨.“죽은 척 만들려고 한 거야?”태준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야 숨길 수 있었으니까.”공기가 완전히 바뀌었다.나는 천천히 말했다.“…아이도.”짧은 질문.태준이 나를 봤다.“…살려놨어.”정적.“…위치만— 못 지켰어.”그 말.처음으로 흔들렸다.나는 그걸 봤다.“…그래서 지금까지 아무 말 안 했어?”태준이 낮게 웃었다.“말하는 순간—”짧은 숨.“너 다시 죽어.”공기가 얼어붙었다.그때—핸드폰이 울렸다.지연.나는 받았다.“왜.”짧은 한마디.지연이 웃었다.“…결정했어?”나는 태준을 봤다.그리고 말했다.“응.”짧은 숨.“끝났어.”정적.지연의 목소리가 낮아
태성병원.3년 전, 모든 게 시작된 곳.나는 천천히 정문 앞에 섰다.“…여기야.”짧게 말했다.도윤이 옆에서 주변을 살폈다.“CCTV 거의 다 교체됐어.”나는 고개를 끄덕였다.“예상했어.”짧은 숨.“기록은?”도윤이 낮게 말했다.“…접근 자체가 막혀 있어.”나는 웃었다.“그럼 더 확실하네.”짧은 침묵.“숨기고 있다는 거니까.”그 순간—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는데.”나는 고개를 돌렸다.윤지연.벽에 기대 서 있었다.여유 있는 얼굴.하지만—눈은 아니었다.나는 피식 웃었다.“쫓아온 거야?”지연이 고개를 기울였다.“쫓아온 게 아니라—”짧은 침묵.“지켜보고 있었던 거지.”나는 한 걸음 다가갔다.“그래서?”짧은 숨.“막으려고?”지연이 웃었다.“…이미 늦었어.”나는 눈을 좁혔다.“뭐가.”정적.지연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여기.”짧은 침묵.“아무것도 안 남아.”공기가 식었다.나는 바로 말했다.“지웠네.”지연이 어깨를 으쓱했다.“당연하지.”짧은 숨.“남겨놨을 것 같아?”나는 웃었다.“그래도 흔적은 남아.”정적.“완벽하게 지우는 건— 못 하니까.”지연의 눈이 순간 흔들렸다.아주 짧게.나는 그걸 놓치지 않았다.“누가 한 거야.”짧은 질문.지연이 웃음을 지웠다.“…알 필요 없어.”나는 한 발 더 다가갔다.“너 혼자 한 거 아니잖아.”정적.공기가 멈췄다.지연의 눈이 차갑게 식었다.“…선 넘지 마.”나는 바로 말했다.“못 넘을 이유 없어.”짧은 숨.“이미 시작했는데.”그 순간—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규칙적이었다.천천히.하지만—무거웠다.도윤이 먼저 반응했다.“…누군가 온다.”나는 고개를 돌렸다.그리고—멈췄다.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검은 정장.흠잡을 데 없는 자세.표정은—비어 있었다.그 남자가 우리 앞에 멈췄다.그리고—나를 봤다.“서아 씨.”이름을 알고 있었다.나는 눈을 좁혔다.“…누구세요.”짧은 침묵
아침이었다.하지만 조용하지 않았다.[속보] [태성그룹 며느리, 친딸 사칭 논란]뉴스 앵커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흘러나왔다.“최근 태성그룹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회장의 며느리 서아 씨가 자신을 친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그러나 현재까지 이를 입증할 명확한 증거는—”나는 리모컨을 들어 화면을 껐다.정적.“…시작했네.”짧게 말했다.도윤이 나를 봤다.“…예상보다 빠르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급해졌나 보네.”짧은 숨.“자리 뺏길까 봐.”그 순간—핸드폰이 울렸다.모르는 번호.하지만—누군지 알았다.나는 바로 받았다.“왜.”짧은 한마디.지연이 웃었다.“…뉴스 봤지?”나는 피식 웃었다.“이게 다야?”짧은 침묵.“생각보다 약하게 시작했네.”공기가 멈췄다.지연의 목소리가 낮아졌다.“…여유 있네.”나는 창밖을 보며 말했다.“이 정도로 흔들릴 거였으면.”짧은 숨.“여기까지 안 왔어.”정적.지연이 웃었다.“…그래?”짧은 침묵.“그럼 어디까지 버티는지 보자.”나는 바로 답했다.“너부터 무너질 거야.”공기가 식었다.지연의 숨이 짧아졌다.“…입 조심해.”나는 웃었다.“지금 상황에서 내가 조심해야 할 이유 있어?”짧은 침묵.“거짓말 시작한 건 너잖아.”정적.지연의 목소리가 완전히 가라앉았다.“…곧 알게 될 거야.”짧은 숨.“누가 진짜인지.”나는 천천히 말했다.“이미 알고 있잖아.”짧은 침묵.“너도.”공기가 멈췄다.지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덧붙였다.“그래서 더 급한 거고.”정적.그리고—지연이 낮게 웃었다.“…끝까지 가보자.”나는 짧게 대답했다.“그래.”짧은 숨.“끝까지 간다.”나는 전화를 끊었다.도윤이 물었다.“…이제 어떻게 할 거야.”나는 아이를 내려다봤다.작게 숨을 쉬고 있었다.살아 있다.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거짓말로 덮었으면.”나는 조용히 말했다.“…증거가 필요해.”짧은 침묵.태준이 돌아
“여기까지 하자.”낮고 단단한 목소리였다.크게 울리지 않았는데도, 복도에 퍼져 있던 긴장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서로를 향하고 있던 시선이 동시에 돌아갔다.회장이 걸어오고 있었다.지팡이를 짚은 채 천천히 움직였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도에 맞춰 공기가 따라 움직였다. 누구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윤지연이 입을 열었다.“아버지.”평소와 같은 호칭이었지만, 미묘하게 힘이 들어가 있었다.회장은 우리 앞에 멈췄다.그리고—곧장 나를 봤다.“며느리.”짧은 한 단어였다.그 한마디로—지금의 관계가 고정됐다.나는 옅게 웃었다.“…이제야 그 호칭을 쓰시네요.”회장은 표정을 바꾸지 않았다.“그게 네 위치니까.”짧은 침묵.“아직은.”그 마지막 말이 아주 작게 덧붙여졌지만, 모두가 들었다.윤지연의 눈이 번뜩였다.“…아버지.”회장은 손을 들어 막았다.그리고—시선이 내 품 안으로 떨어졌다.아이.그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그 아이는 누구의 아이지.”나는 망설이지 않았다.“제 아이입니다.”정적.복도 공기가 잠깐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회장의 시선이 깊어졌다.“니 아이라면…”그가 천천히 말을 이었다.“태준의 핏줄로 봐야겠지.”나는 고개를 기울였다.“그렇게 생각하고 싶으시면 그렇게 생각하셔도 됩니다.”짧은 숨.“아니면 직접 확인하셔도 되고요.”그 말이 떨어지자, 공기가 묘하게 흔들렸다.회장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그리고—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상한 이야기를 들었다.”짧은 침묵.“네가… 내 딸이라고 주장했지.”윤지연이 바로 반응했다.“아버지, 저건 말도 안 되는—”“나는 너에게 묻지 않았다.”회장의 말이 떨어졌다.지연이 입을 다물었다.처음 보는 표정이었다.회장은 다시 나를 향했다.“며느리가 딸이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짧은 침묵.“꽤 흥미롭군.”나는 웃었다.“흥미로 끝내실 건가요?”짧은 숨.“아니면 확인하실 건가요.”회장은 대답하지 않았다.그 대신—다른 말을 꺼냈다.
태성 본관 로비는 조용했다.아니, 조용한 척하고 있었다.사람들은 분명 움직이고 있었지만,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았다. 발걸음도, 숨소리도— 전부 눌려 있었다.나는 그 한가운데를 걸었다.멈추지 않았다.피하지도 않았다.이미 선택은 끝났으니까.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안으로 들어갔다. 버튼을 눌렀다.상층.회장실이 있는 층.문이 닫히고 올라가는 동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맑았다.띵—문이 열렸다.그 순간—공기가 바뀌었다.더 무겁고, 더 차갑다.나는 그대로 걸어 나갔다.복도 끝.그리고—그 여자.윤지연.벽에 기대 서 있었다.마치 처음부터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짧은 침묵.“…살아 있었네.”지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녀의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러웠다.그런데—눈이 웃고 있지 않았다.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천천히 그녀를 바라봤다.머리부터 발끝까지.그녀가 입고 있는 옷.그녀가 서 있는 자리.그녀가 만들어낸 표정.전부—내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것들.“…좋았어?”내가 물었다.지연의 눈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뭐가.”나는 한 발짝 다가갔다.“…내 자리에서 사는 거.”정적.복도의 공기가 얼어붙었다.지연이 천천히 웃었다.“…이제 와서 그걸 묻네.”짧은 숨.“…잘 살았어.”그녀의 시선이 나를 훑었다.“…네 대신.”그 말.심장을 긁었다.나는 웃었다.“…그래 보이네.”짧은 침묵.“근데—”나는 시선을 내렸다.내 품 안.아이.지연의 눈도 그쪽으로 떨어졌다.그 순간—그녀의 표정이 아주 잠깐 바뀌었다.흥미.집착.그리고—어딘가 비틀린 욕망.“…그 애.”짧은 침묵.“…진짜야?”나는 고개를 들었다.“…확인해볼래?”지연이 웃었다.“…굳이?”그녀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이미 알고 있는데.”정적.내 눈이 가늘어졌다.“…뭘.”지연이 고개를 기울였다.“…그 애.”짧은 숨.“…그 집 피잖아.”심장이 천천히 내려앉았다.“…그래서?”
비가 그치지 않았다.와이퍼가 규칙적으로 움직였지만, 시야는 여전히 흐릿했다. 나는 창밖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팔 안에는 아이가 있었다. 작고 따뜻한 체온이, 이상하게도 현실감을 더 또렷하게 만들었다.살아 있다.그 사실 하나로 충분했다.“…열 난다.”도윤이 낮게 말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의 이마가 미세하게 뜨거웠다. 담요를 조금 더 끌어올렸다.“병원 가야 해.”그가 덧붙였다.나는 바로 고개를 저었다.“안 돼.”짧은 대답.“…지금은.”도윤이 잠시 말을 멈췄다. 이해 못 한다는 표정은 아니었다. 오히려— 이미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추적 붙는다.”내가 말했다.“지금 병원 가면, 바로 위치 뜨고 끝이야.”정적.차 안 공기가 무겁게 내려앉았다.태준이 운전대를 잡은 채 입을 열었다.“…안전한 데 있어.”짧은 침묵.“내가 아는 곳.”나는 그를 봤다.“…또 맡기라고?”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그 침묵이— 이미 답이었다.나는 웃었다.“…두 번은 안 해.”짧은 숨이 새어 나왔다.“이번엔 내가 지켜.”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온 순간, 이상하게 마음이 정리됐다.나는 더 이상 과거를 생각하지 않았다.병원. 바꿔치기. 빼앗긴 시간.그건 끝났다.이제—현재였다.“서아.”도윤이 조심스럽게 불렀다.나는 고개를 들었다.“…뭐.”“이거.”그가 핸드폰을 내밀었다.화면이 켜져 있었다.뉴스.속보 자막이 지나갔다.[태성그룹 연구시설 침입 사건 발생]나는 눈을 좁혔다.화면 속에는 건물 외관이 나와 있었다. 경찰 차량. 통제선. 그리고—익숙한 로고.태성.“…빠르네.”짧게 중얼거렸다.태준이 말했다.“…의도적으로 터뜨린 거야.”나는 시선을 옮겼다.“…왜.”“우릴 끌어내려고.”짧은 침묵.“숨지 못하게.”공기가 식었다.나는 고개를 끄덕였다.맞는 말이었다.이건 단순한 사건 은폐가 아니다.전면전이다.나는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그리고—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