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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作者: 진이이
하설은 밥을 지었다.

하율과 저녁을 먹은 뒤, 하율은 창가에 엎드려 하늘을 올려다봤다.

“엄마, 엄마 회사 불꽃놀이가 오늘 밤에 올라가는 거죠?”

하설은 불꽃 디자이너였다. BY그룹 산하에서 작은 불꽃 디자인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석 달 전에는 도심 광장의 불꽃놀이 디자인 입찰을 따냈다.

하설과 팀원들은 석 달 동안 수없이 테스트했다.

그렇게 ‘별빛을 너에게’라는 불꽃을 완성했다.

그 불꽃은 오늘 밤, 새해 전야에 처음 하늘로 오를 예정이었다.

하설은 하율 앞에 쪼그려 앉았다.

“우리 하율이 광장에 가서 불꽃놀이 보고 싶어?”

하율은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는 ‘남편’이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하설의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전화를 받았다.

문교는 하설이 들을 수 있다는 걸 확인한 뒤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아, 내가 집에 가서 너랑 하율이 데리고 광장으로 갈게. 한 30분 뒤 도착하니까 준비하고 있어. 오늘 춥다니까 따뜻하게 입고.]

하설은 가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율은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고, 커다란 눈에는 설렘이 반짝였다.

하설은 입술을 깨물면서 말했다.

“알았어.”

통화가 끊어졌다.

하설은 하율에게 두꺼운 패딩을 입히고 직접 뜬 캐시미어 목도리를 둘렀다. 아이는 통통한 찹쌀떡처럼 변했다.

하설도 흰색 패딩을 입었다.

둘이 준비를 마치자 하율은 참지 못했다.

“엄마, 나 집 앞에서 아저씨 기다려도 돼?”

하설이 시간을 보니 아직 5분쯤 시간이 남아 있었다.

가방을 들고 바로 하율의 손을 잡고 나갔다.

눈은 여전히 내렸다.

하율은 집 앞에서 눈덩이를 만들며 기다렸다.

시간이 천천히 흘렀다.

추위에 떨며 하설 곁에 바짝 붙은 하율의 목소리에는 콧소리가 섞여 있었다.

“아저씨 왜 아직 안 와?”

하설은 핸드폰을 봤다. 문교는 이미 30분이나 늦었다.

하설은 하율을 달래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찬 공기에 손끝이 붉어졌다. 문교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문교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10여 초 뒤, 다시 전화가 왔다.

[설아, 미안해. 여기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도저히 못 나가겠어. 데리러 못 갈 것 같아. 눈도 너무 많이 오고, 너랑 하율이 얼까 봐 걱정돼. 오늘은 일찍 쉬어.]

하설은 입을 열었다. 왜 일찍 말해 주지 않았는지 묻고 싶었다. 이 추위와 눈 속에 30분 넘게 멍청히 서 있게 했냐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을 내뱉기도 전에, 수화기 너머로 채아의 밝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오빠, 내 호떡 한 입만 먹어 봐, 히히!]

문교는 곧바로 전화를 끊었다.

하설은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차가운 공기가 기관지에 박히자 기침이 터졌다.

하설의 기분이 이상하다는 걸 알아차린 아이는, 작은 두 팔로 하설의 다리를 감쌌다.

“엄마, 나 불꽃 안 봐도 돼. 우리 집에 가서 자자.”

하설은 앱으로 차를 부르며 하율을 안았다.

“엄마가 데려갈게.”

추가 요금까지 붙인 끝에 겨우 차를 부를 수 있었다.

20분 뒤, 하설과 하율은 도심 광장에 도착했다. 불빛으로 환한 새해 전야의 광장은 사람들로 가득했다.

하설은 하율의 손을 잡고 조금 높은 전망대로 올라갔다.

자리를 잡은 뒤.

사람들 사이를 무심히 훑던 하설의 눈에 문교와 채아가 들어왔다.

이제 마음에는 더 이상 놀람도 분노도 없었다.

남은 것은 이상하게 담담한 평온뿐이었다.

마치 두 사람은 원래 그래야 하는 것처럼.

혼인 중 외도하는 남자와 유부남임을 알고도 끼어든 여자가, 연인임을 증명하는 장소마다 나타나서 평범한 커플인 척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하설은 조용히 핸드폰을 꺼냈다.

광장의 거대한 카운트다운 시계가 울렸다.

사람들이 한목소리로 외쳤다.

“10! 9! 8! 7! ....”

“1!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귀를 울리는 환호 속에 첫 번째 대형 불꽃이 검은 밤하늘로 솟아올라 터졌다.

수많은 황금빛 유성이 쏟아지면서 하늘을 밝혔다. 하설의 핸드폰 화면도 밝게 비췄다.

핸드폰 화면 속에서는 현장의 모든 연인들이 새해 인사 속에 키스를 하고 있었다.

화면 한가운데에는 문교와 채아도 있었다.

하설은 핸드폰을 내렸다.

예열 불꽃이 끝나고 ‘별빛을 너에게’의 첫 장면이 시작됐다.

여러 색의 빛줄기가 우아하게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올라갔다. 가장 높은 곳에서 퍼진 불꽃은 서로 엮이며 천천히 펼쳐지는 별의 돔이 되었다.

곳곳에서 감탄이 터졌다.

하설은 오랜만에 활짝 웃었다.

자신의 작품을 많은 사람이 좋아해 준다면 그것은 영광이었다.

불꽃놀이가 끝나자, 사람들은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차를 부르기 시작했다.

하설이 부른 택시는 대기 번호가 36번째였다.

곧바로 택시를 취소한 하설은 하율의 손을 잡고 문교를 찾아갔다.

“우연이네.”

“설아.”

문교는 채아의 손을 급히 놓으면서 억지로 웃었다.

“이렇게 추운데 하율이까지 데리고 왔어?”

문교는 손을 앞으로 다가와 하설의 한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 안쓰럽다는 듯 비비면서 입가로 가져가 입김을 불려고 했다.

조용히 손을 뺀 하설은 문교와 채아를 번갈아 보았다.

“둘이 같이 새해맞이 보러 온 거야?”

문교의 표정이 곧바로 굳어지더니 곧 하설의 볼을 가볍게 꼬집었다.

“추워서 널 밖에 세워두기 싫었어. 네가 만든 불꽃을 못 보는 것도 아쉬워서... 채아가 촬영을 잘하니까 전 과정을 찍어 달라고 불렀어. 내일 주변 사람에게 편집하라고 해서 보내 줄게.”

하설은 미소인지 비웃음인지 모를 표정으로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입가에 작은 보조개가 패이면서, 하설의 세련된 얼굴이 유난히 아름다워 보였다.

“겨우 그 정도야?”

채아가 먼저 끼어들었다.

“언니, 혹시 오해....”

하설은 고개를 돌려 차분히 보았다.

“부모님이 가르쳐 주지 않았니? 묻지 않았을 땐 조용히 있는 거라고.”

채아의 볼이 붉어졌다.

하설은 이제 알겠다는 듯 조용히 덧붙였다.

“아, 잊었네. 부모가 널 좋아하지 않았으니 배울 기회가 없었겠구나.”

“그만해!”

문교의 인내심이 바닥나 버렸다.

“나를 의심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어떻게 했는지 몰라?”

“채아는 내 눈에는 그저 친동생이나 다름없어. 오빠가 여동생 데리고 불꽃놀이 한 번 보는 게, 너를 위해 촬영해 주는 일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이상해?”

“내일이 회사 상장일이야. 요즘 나는 발에 불이 나도록 바빴어.”

“몸도 마음도 지쳤는데, 네가 이유 없이 질투하면 또 달래야 하잖아. 내 입장도 생각해 줄 수 없어?”

“네 새아버지 쪽은 내 투자를 기다리고 있고, 네 동생 장비 임대료도 내가 내야 해. 하율이는 곧 인공와우 수술도 앞두고 있지.”

“내가 널 사랑하지 않았다면 네 뒤에 딸린 사람들을 챙겼겠어? 오늘 나를 의심한 건 정말 서운해.”

하설은 처음으로 문교가 정색하고 화를 내는 모습을 보았다.

문득 이런 말이 떠올랐다.

의심이 빗나가면 다정하게 굴지만, 의심이 들어맞으면 불같이 화를 낸다.

가장 찔리는 사람일수록, 가장 쉽게 발끈하는 법이니까.

한 걸음 다가간 하설은 손을 들어 문교 코트 어깨에 내려앉은 눈을 털었다.

목소리는 공허한 듯하면서도 부드러웠다.

“내가 왜 당신을 의심하겠어, 당신 입으로 채아를 친동생처럼 여긴다고 했잖아.”

“둘이 그런 사이가 됐다면, 그건 근친상간이나 마찬가지야. 요즘 세상에 그런 짓은 짐승이나 하는 거지.”

문교의 입가가 살짝 떨렸지만 하설은 씩 웃었다.

“늦었다. 돌아가자. 이제 정말 큰 싸움을 앞두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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