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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Penulis: 진이이
하설은 핸드폰을 집어넣고 돌아섰다.

발끝에 힘이 풀리면서 하마터면 쓰러질 뻔했다.

몸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기가 솟아올랐다.

뼛속 깊은 곳에서부터 밀려 나오는 듯한 열기와 갈증, 공허감이 함께 몰려왔다.

하설은 곧바로 남희가 건넸던 스파클링 와인을 떠올렸다.

술에 약이 들어 있었던 모양이다.

‘아마도... 할머니가 시킨 일이겠지.’

깊이 숨을 들이마신 하설은 룸으로 돌아가려던 생각이 싹 사라졌다.

룸으로 돌아간다는 건 바로 문교와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었다.

하설은 문교가 더럽기 짝이 없게 느껴졌다.

곧장 돌아서서 비틀거리며 클럽 밖으로 향했다.

맞은편에서 꽃무늬 셔츠를 입은 양아치 둘이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술 냄새가 진동했다.

볼이 붉게 달아오른 채 가쁜 숨을 몰아쉬는 하설을 보자, 두 양아치는 서로 눈을 맞추며 음흉하게 웃었다.

하설의 양쪽에서 포위하듯 다가섰다.

키 큰 양아치가 하설의 팔을 잡았다.

“예쁜이, 많이 아파 보이네. 오빠들이 도와줄까?”

다른 양아치도 낄낄거렸다.

“이런 데 혼자 있으면 위험하지. 오빠들이 쉬는 데까지 데려다줄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양아치들의 속셈이 그대로 드러났다.

하설은 이를 악물었다.

온 힘을 다해 두 양아치를 밀치고 앞으로 달렸다.

“어? 도망가네!”

“잡아!”

뒤따르는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하설의 다리는 국수가락처럼 흐물거리면서 풀렸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다.

복도가 빙글빙글 도는 듯했다.

약 기운이 더욱 강해졌다.

모퉁이를 돌자 비교적 조용한 라운지가 나왔다. 부드러운 조명 아래,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커다란 유리창 앞에서 등을 돌린 채 통화 중이었다.

곧은 어깨선과 꼿꼿한 자세가 하설의 눈에 들어왔다.

“살... 살려주세요...”

남자에게 몸을 던지듯 다가간 하설은 다리에 힘이 풀려서 카펫 위에 주저앉고 말았다.

바로 남자의 발아래였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남자의 눈길에 놀란 기색이 스쳤지만, 이내 귀찮다는 듯한 기색으로 바뀌었다.

떨리는 손으로 남자의 바짓단을 붙잡은 하설이 눈물 어린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남자의 시선이 하설의 얼굴에 닿자, 차가운 얼굴 위로 뜻밖이라는 표정이 스쳤다.

두 양아치도 달려왔다.

키 큰 양아치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여자는 저희하고 같이 온 일행입니다.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바로 데려갈게요.”

두 양아치가 하설의 팔을 잡으려고 하자, 하설은 남자를 향해 힘껏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살려주세요.”

남자가 천천히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두 양아치가 하설을 일으켜 세워서 끌고 가려고 하자, 남자가 키 큰 양아치의 무릎을 걷어찼다.

상대는 그대로 무릎을 꿇더니 사나운 눈으로 남자를 노려보았다.

남자는 하설의 팔을 잡고 두 사람의 손에서 빼앗듯 끌어냈다.

하설을 등 뒤로 숨긴 남자가 차갑게 말했다.

“꺼져.”

남자의 분위기는 압도적이었다.

두 양아치는 서로 눈치를 보더니, 함부로 덤빌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했는지 욕을 내뱉으며 도망쳤다.

팽팽했던 하설의 신경이 일시에 풀어졌다.

하지만 몸속 열기가 뼛속까지 파고들어서 이제는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하설은 결국 남자에게 기댔다.

아랫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고 나서야 부끄러운 신음소리를 겨우 삼킬 수 있었다.

남자가 몸을 돌렸다. 눈빛은 깊고 복잡했다.

“도움이 필요해?”

하설은 남자에게 매달리고 싶고, 남자의 회색 재킷을 벗기고 싶은 충동을 간신히 억눌렀다.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자, 나지막한 목소리가 거의 무너진 하설의 귓가에 떨어졌다.

“어떻게 도와주면 돼?”

어금니를 꽉 깨문 하설은 겨우 앞으로 나서며 남자의 품에 부딪쳤다.

발끝을 들고 남자의 턱 아래를 스치며 애원했다.

“제발요. 돈 드릴게요...”

남자는 똑바로 선 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추려던 바로 그때, 하설의 머리 위로 재킷이 떨어졌다.

눈앞이 어두워지자, 하설은 불만스러운 소리를 냈다.

곧이어 뒷목에 묵직한 충격이 떨어지면서 하설은 의식을 잃었다.

...

하설이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아침이었다.

코끝에는 짙은 알코올 냄새와 소독약 냄새가 감돌았다.

병원이었다.

간호사가 마침 병실에 들어와 있었다.

“깨어났네요. 약에 취한 상태였어요. 어젯밤 한 남자분이 데려와서 입원 절차까지 해 주셨어요. 지금은 어때요?”

“앞으로는 혼자 클럽 같은 데 가지 마세요. 이렇게 예쁘면 더 조심해야죠. 사람 마음은 모르는 거예요.”

하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분이 연락처를 남기셨나요?”

간호사는 고개를 저었다.

하설은 몸을 일으켰지만 약 기운이 조금 남아 있는지 머리가 핑 돌았다.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누르자 간호사가 설명했다.

“잔류 약물은 소량이에요. 물을 많이 마셔서 빨리 배출할 수 있게 하세요. 괜찮다고 생각되면 언제든 퇴원하셔도 됩니다.”

하설은 살짝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간호사는 다른 병실로 갔다.

하설은 병상에 기댄 채 지난밤 일을 계속 떠올렸다.

그때 핸드폰 알림이 켜졌다.

문교였다.

[설아, 집에 있어? 경매장에 가야 하니까 데리러 갈게.]

하설은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문교는 어젯밤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어젯밤 내가 클럽에서 죽었더라도 누가 내 시신을 찾기라도 했을까?’

하설은 답장을 보냈다.

[몸이 안 좋아.]

문교가 답을 보냈다.

[그럼 쉬어. 경매 끝나면 바로 집에 갈게. 사랑해.]

하설은 핸드폰을 넣었다.

병원을 나와 길가에서 택시를 기다리고 있는데, 남희의 메시지가 다시 도착했다.

[새언니 미안해요. 전부 할머니가 시킨 일이에요. 용서해 주세요. 제가 죽어서라도 사죄할게요!]

[맞다, 이번 경매에 새언니가 찾던 목걸이가 나와요. 이 정도면 제 죄 갚은 거 맞죠?]

[빨리 와요!]

[몰래 말하는 건데 시작가 400만 원, 높아 봐야 4천만 원이에요.]

마침 택시가 앞에 섰다.

하설은 허리를 숙여 차에 올랐다.

“기사님, 목적지 바꿀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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