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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hor: 무명
두피에서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이 사람들이 하예린의 팬이라는 것을 그제야 알아차렸다.

정확하게 따지자면 하예린은 내연녀였고 심유하는 법적인 아내였다.

그런데도 저들의 눈에는 모든 게 심유하가 잘못했다고 느끼는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 쇼핑하면서 사용한 카드는 심유하 본인의 카드였기에 고태준과는 눈꼽만큼의 관계도 없었다.

심유하는 힘겹게 입을 열어 설명하며 사람들을 진정시키려 했다.

“저는 고태준 돈 한 푼도 안 썼어요. 그러니까 이거 어서 놓으세요. 이렇게 하는 거 범죄인 거 몰라요?”

그러자 여자의 얼굴에 경멸 어린 웃음이 떠올랐다.

“흥, 아직도 거짓말을 하네.”

“얘들아, 다 같이 덤벼. 이년 좀 혼내 주고 예린이 화도 풀어주자!”

말이 떨어지자 빙 둘러서 있던 여자들이 곧바로 달려들었다.

저마다 온 힘을 다해서 심유하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걷어찼다.

심유하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로는 전혀 저항할 수 없었기에, 그저 여자들의 폭행을 고스란히 견뎌 낼 수밖에 없었다.

차를 세워 둔 곳은 비교적 외진 곳이라 주변에 지나가는 사람도 없었다.

여자들은 갈수록 더 난폭하게 행동하면서 입에서는 계속 욕설이 쏟아졌다.

“여우 같은 년이 감히 우리 예린이한테서 남자를 빼앗으려고 해? 이번에 참교육 좀 당해봐.”

“여우주연상은 무슨. 내가 보기엔 다 몸으로 얻어낸 거겠지. 대표님이 예전에는 정말 눈이 멀었었네. 다행히 우리 예린이가 대표님을 구해줘서 망정이지.”

...

심유하는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뽑혀 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오장육부가 전부 뒤틀린 것처럼 온몸이 끊어질 듯 아팠다.

“거기서 뭐 하는 거예요?”

그제야 여자들의 주먹질이 멈췄고 심유하는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경비원들이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심유하는 더는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심유하는 병원에 누워 있었다.

보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고태준이 침대 곁에 앉아서 심유하의 손을 잡고 있었다.

심유하가 깨어난 걸 본 고태준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유하야, 지금 좀 어때? 좀 괜찮아졌어?”

심유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빼내고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 때린 사람들은 잡았어? 고소할 거야.”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병상에 누워 있는 심유하를 바라보던 고태준의 눈빛에서 안쓰러움이 배어 나왔다.

“쇼핑몰 경비원이 바로 경찰에 신고했어. 그 사람들은 이미 경찰서에 잡혀 있어. 내가...”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예린이 병실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곧바로 고태준의 팔짱을 꼈다.

“오빠? 어머, 선배님 깨어나셨네요?”

하예린의 시선이 심유하에게 향하더니 미안한 기색을 담아서 입을 열었다.

“선배님, 정말 죄송해요. 제 팬들이 폐를 끼쳤네요.”

“팬들도 저를 위해서 그런 거예요. 선배님이 저랑 태준 오빠의 행복을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해서, 순간 화가 나서 손을 댄 거예요.”

입으로는 사과하고 있었지만, 하예린의 눈에 어려 있는 득의와 말투에 배어 있는 비꼼이 진짜 속마음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하예린은 심유하가 맞은 걸 속으로는 무척 기뻐하고 있었다.

곧 심유하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분노가 치솟았다.

죽을힘을 다해서 얼굴을 감싸지 않았다면 지금 얼굴을 다쳤을지도 몰랐다.

그리고 배우의 얼굴이 망가지는 순간, 연기 인생도 끝이었다.

“예린 씨, 예린 씨가 팬들을 제대로 단속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도와줄게요.”

“그 사람들 절대 그냥 넘어가지 않을 거니까 고소당할 각오나 하라고 하세요.”

그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하예린은 곧바로 나서서 자신의 팬들을 감쌌다.

“선배님, 제가 사과까지 드렸는데 왜 계속 물고 늘어지세요? 저는 절대로 제 팬들을 다치게 두지 않을 거예요!”

말을 마친 하예린은 눈가를 붉히며 촉촉해진 눈으로 고태준을 바라보았다.

“오빠, 지금 저는 여자친구고 선배님은 전처잖아요. 오빠는 누구 편을 들 거예요?”

평소 자존심이 강하던 하예린이 서러운 표정을 짓는 모습을 보자마자, 고태준은 마음이 아파서 품에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다른 것은 까맣게 잊어버렸는지 반사적으로 예린의 편을 들었다.

“물어볼 필요 있어? 당연히 우리 예린이 편이지.”

“걱정하지 마. 그 사람들은 무사히 풀려날 거야.”

그 한마디에 심유하의 머릿속이 순간 하얗게 변했다.

심유하는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고태준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 그렇게까지 연인을 감싸는 거야? 하마터면 내 얼굴을 망칠 뻔했다는 거 알아?”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하예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못마땅한 표정으로 반박했다.

“선배님, 제가 선배님이라고 부르는 건 선배님을 존중해서예요. 그렇다고 제가 함부로 모욕을 당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잖아요.”

“저랑 오빠는 두 분이 이혼하신 뒤에 사귀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저는 오빠의 정식 여자친구고요.”

심유하는 이런 상황이 그저 우스울 뿐이었다.

흔히 한쪽 손바닥만으로는 소리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두 사람이 이혼 합의서에 사인하기 전에, 하예린이 정말 고태준과 조금도 선을 넘는 행동을 하지 않았을 리가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고태준처럼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두 달이나 끈질기게 쫓아다녔을 리 없었으니까.

하예린은 고태준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잃고 싶지도 않았고, 동시에 내연녀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도 원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고태준은 달래듯 하예린의 머리를 쓰다듬은 뒤 다시 심유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목소리에는 거역할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

“그래도 얼굴이 망가진 건 아니잖아. 얼마 배상 받고 싶어? 액수를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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