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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수 : 내 것일 수 없는 사람
형수 : 내 것일 수 없는 사람
Autor: 루루원

1화

Autor: 루루원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9-01 19:01:53

신랑 기선철. 신부 이수연

새벽부터 일찍 일어나서 단장하고 입고 갈 옷을 살펴보고 잠시 추억속에 잠겼다가, 다시 부지런히 준비를 했다. 몇 시간후면 내가 사랑하는 두 사람이 결혼하고 부부로서의 연을 맺게 된다고 생각하니, 기쁨보다는 아쉬운 마음과 억울함, 속상함 같은 울적해지는 감정들만 가슴 한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기쁜날임에도 웃지 못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내 얼굴을 거울로 들여다보며 넥타이를 조금 빡빡하게 졸라맸다. 남들한테 들키면 손가락질받을 위험하고 울적한 감정이 목너머로 튀어나오지 못하게 다시 한번 졸라맸다. 거울을 보며 억지로 웃어 보이며 스스로에게 인사말을 건냈다.

“형 결혼 축하해.”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나에게 해줬다. 내가 형이었으면 좋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동생인 나 기선우가, 형인 기선철에게, 신부 이수연과의 결혼을 축하한다는 그런 인사말을 형의 위치에서 듣고 싶었다. 아니, 내 곁에서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이수연이기를 바래봤다. 평생세계 어딘가에서는 형의 애인인 이수연과 이어지기를 바래봤다. 이루어질 수 없는 나의 세계에서, 이루어진 다른 세계가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래봤다. 아무 의미 없겠지만 그렇게 바래봤다.

그렇다.

나는 형의 결혼식을 시기하고 질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형의 애인인 이수연을 내 연인으로 두고 싶은 것이었다. 오늘이 지나고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면 더 이상,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는 이수연을 떠올리며 식장에 갑자기 나타나지 않기를 바랬다. 형의 결혼식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이수연의 결혼식이 잘못되고 무사히 마무리 못하기를 바랬다. 이수연을 향한, 하나도 이루어지지 않았던 나의 수 많았던 바램 중에 오늘만큼은 반드시 이루어지길, 이번만큼은 이 한 가지만은 이루어지길 바랬다.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말아 주세요. 두 사람이든, 두 사람 중 한 명이든, 아무나 결혼식장에 나타나지 말아 주세요.

"선우야. 오느라 수고했다. 축의금은 넣어둬라. 안받는다. 진짜로. 정말로."

사회 초년생의 축의금은 거절하고 다시 내 품으로 돌려 넣으려는 형. 오늘 결혼하는 내 친형 기선철이다.

내 바램과는 다르게 결혼식의 남자주인공은 무사히 등장했고 내 앞에서 웃고 있다.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 보기 좋았다.

형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예비 형수님이자 지금의 여자친구인 이수연의 얼굴이 떠올랐다.

실제는 많이 만날 수 없었지만, 메신저 속 사진으로는 매일 만나왔던 이수연이 형과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

"형님. 결혼 축하드립니다. 행복하세요."

형의 결혼식은 진심으로 축복하고 축하했다. 다른 여자와의 결혼식이었다면 마냥 축하만 하고 축복만 했을 텐데.

"형님은 무슨... 임마. 하던 대로 해. 이따 또 보자"

살면서 처음 듣는 극존칭에 어색해하며 내 곁에서 멀어져, 하객들에게 인사하러 가는 형의 뒷모습이 보였다.

인사하느라 바쁜 결혼식장의 남자 주인공인 형의 손이 내려올 새가 없이 무척이나 바빠 보였다.

자리에 서서 가만히 둘러보니 나 빼고 다들 행복해 보였다. 내 눈에 들어오는 모두가 행복하게 서로 인사말을 건네고 안부를 묻고 행복해 보였다. 내가 서있는 이 자리만 빼고 다들 행복해 보였다. 즐거워 보였다.

지금, 이 순간 내 감정을 열어본 사람들은 오해할 수도 있지만, 한 여자를 두고 두 형제가 싸우고 뺏고 빼앗기고 그런 건 전혀 없었다.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형의 여자친구였고, 지금도 여자친구이며, 곧 형의 아내, 내게는 형수가 되는 이수연이었다.

너무나 행복한 두 사람을 떠올리며 이제는 짝사랑을 끝낼 때라고 생각을 했다. 이제는 정말 내 마음속에서 내가 보내줘야 하는 사람이고 생각을 했다.

나는 형의 여자를 짝사랑했고, 이제는 마음속에서 털어야 했다. 그래야 멋있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형의 여자친구, 예비 형수가 3년전에 집으로 인사를 왔었다.

그 전에는 사진으로 얼핏봤었고 실제로 만나고 얼굴을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처음 본 그날 밤, 평생가도 잊지못할 추억하나를 선물받았다. 나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두 사람만 간직해야하는 비밀스런 추억을 하나 선물받았다. 나와 이수연. 두 사람이 영원히 간직할 같은 추억 하나를 그날 밤에 서로 나눠 가졌다.

잊을 수 없는 첫 만남을 떠올리며, 추억을 곱씹고 싶었다. 여느 멜로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짝 무게 잡으며 슬퍼하고 싶었다. 그런식으로라도 스스로를 위로하고, 모두를 위해 마음을 털고 싶었다.

추억을 곱씹고 싶은 타이밍에 그녀의 여동생이 보였다. 적당한 거리에 들어오자, 내게 인사를 하기 시작했다. 언제나 에너지가 넘치고 생기발랄한 그 모습에, 이수연과의 추억에 젖던 내 마음은 잠시 접어두고 나도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형님한테 결혼식 다시 생각하라고. 식장 들어가기 전이니 늦지 않았다고 빨리 말리세요. 우리 언니랑 결혼이라니 맙소사."

싱글생글 밝게 웃으면서 농담을 건네는 이 사람이 예비 형수의 여동생.

이름은 이주연이고 나보다 두살정도 많다고 들었는데, 정확히는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내 마음도 모르고 결혼식을 말리라는 농담을 건네는 것을 보니, 내 바램과는 다르게 오늘의 결혼식이 정말 무사히 끝날 것만 같았다. 이 결혼식을 말리고 싶은 마음이 정말로 가득 들었다.

이수연과 닮은 둣, 다른 사람. 살짝 키를 줄이고, 볼륨감을 더 넣은 듯한 사람.

어색한 몇 마디를 더 나누고 나를 시쳐 지나갔다. 아마도 이수연이 있는 신부대기실을 찾아가는 모양이었다. 나도 따라가고 싶었지만 참았다. 어떤 표정을 지으며, 무슨말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행여나 내가 이상한 말을 해서 분위기를 망가뜨릴 것 같아서, 주변에 설치된 웨딩사진을 따라 걸었다,

웨딩사진이 멀리서 천천히 눈에 크게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세하게 보이지 않던 신부 얼굴도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 얼굴에 미소 번졌다. 얼굴이 당길 정도로 커다랗고 조금은 슬픈 미소가 번졌다.

웃는 게 너무나도 예쁜 사람이 사진 속에 앉아 있었다. 옆에 형의 얼굴도 보였지만, 보려고 하지 않았다.

무척이나 귀여운 짧은 얼굴형 위에 올라가 있는 쌍꺼풀 없이 크고 예쁜 눈, 오똑한 코, 시원하고 크게 웃는 입술.

방금 전 스쳐 지나간 동생 이주연보다 키가 조금 더 크고, 눈도 큰 것 같았다. 동생보다 훨씬 이쁘다고 생각했다.

예쁘고 아름다운 얼굴한 이수연이 여러가지의 사진속에서 다양한 표정으로 다양하게 웃고 있었다.

내가 못 본 수많은 표정들이, 내가 볼 수 없었던 표정들이 보였다.

이수연.

친형의 여자 친구이자, 형의 아내가 될, 나의 형수 이수연.

좋아하는 마음에 비하면 아는 것도 별로 없고, 함께한 추억도 부족할 정도로 많이 없다.

처음 만난 날이 곱씹을 추억의 전부다. 너무 커서 며칠을 곱씹을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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