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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지켜야 할 것과 놓칠 수 없는 것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06 09:29:36

감찰은 예상보다 빠르게 공식 조사 단계로 넘어갔다.

형식상은 '이해충돌 여부 확인'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강하나 개인에 대한 신뢰도를 점검하는 절차였다.

회사 측이 제출한 의견서에는 그녀가 사건 관련 자료에 반복적으로 접근했다는 사실과,

해당 기업 대표와 사적인 인연이 있다는 점이조심스럽게 명시되어 있었다.

직접적인 비난은 없었지만, 문장은 충분히 의심을 유도하고 있었다.

하나는 그 문서를 받아들고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건 자신을 제거하기 위한 전략이며, 동시에 건우를 고립시키는 방식이라는 걸.

수사에서 배제되면, 그녀는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도울 수는 있겠지만, 그 순간부터 모든 행동이 또 다른 의혹이 된다.

“선은 여기까지다, 이 말이네.”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건우는 시험 접수 확인 메일을 받은 날, 감정이 묘하게 뒤섞였다.

다시 안으로 들어가겠다는 결심은 분명했지만,

그 결심이 하나를 더 깊이 위험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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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수의 밤   61. 제일 잔인한

    다음 날 아침, 건우는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서하가 나타났던 밤은 이상하게도 짧게 느껴졌고, 사라진 뒤의 공기가 더 무거웠다. 하나는 아직 방 안에서 자고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서하의 마지막 말이 맴돌고 있었다.‘하나를 사랑하면 그렇게 말해. 나를 찾지 말고.’그 문장은 도발이 아니라 선언에 가까웠다. 마치 자신을 시험하듯, 아니면 밀어내듯.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는 고개를 들었다.하나는 이미 출근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어젯밤 서하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그녀는 모른다. 모른 채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왜 그렇게 앉아 있어.”그녀가 묻자, 건우는 자리에서 일어났다.“잠이 좀 안 와서.”그는 평소처럼 말했지만, 하나는 그를 오래 바라봤다.“얼굴이 안 좋아.”“괜찮아.”그녀는 더 묻지 않았다. 대신 코트를 걸치며 말했다.“오늘 오후에 참고인 하나 부를 거야. 회사 쪽 중간 관리자.”건우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머릿속에서는 다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누군가 밤의 변화를 알고 있고, 하나의 움직임을 감시하고 있다면, 오늘의 소환도 이미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끝나면 바로 연락해.”그가 말했다.하나는 짧게 웃었다.“또 걱정이야?”“당연하지.”그 말은 농담처럼 들렸지만, 진심이었다.오후 네 시를 조금 넘긴 시각, 건우의 휴대폰이 울렸다.발신자는 하나였다.그는 바로 받았다.“끝났어?”“응. 근데 이상해.”그녀의 목소리는 낮았다.“뭐가.”“그 사람이 너무 준비돼 있었어. 질문을 던지면, 마치 미리 정리해 둔 대본을 읽는 것처럼 대답해.”건우는 눈을 가늘게 떴다.“누가 코칭한 거네.”“아마도.”하나는 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그리고…”“그리고?”“나 나올 때, 주차장에 검은 세단이 서 있었어. 브레이크 사건 이후로 계속 보이던 차랑 비슷해.”건우의 심장이 느리게, 그러나 무겁게 뛰었다.“지금 어디야.”“차 안.”“움직이지 마.”그는 이미 차 키를

  • 형수의 밤   60. 멈춰 있는 쪽

    다음 날 아침, 하나는 평소보다 일찍 나섰다.현관문을 닫기 전, 잠시 망설이듯 서 있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어젯밤 잠결에 흘린 말이 기억에 남았는지 아닌지, 건우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녀의 눈 아래가 평소보다 더 어두웠다는 것만은 분명했다.집 안이 비고 나서야, 그는 다시 전화를 떠올렸다.‘요즘 밤은 조용하십니까.’그 문장은 단순히 도발이 아니었다. 그것은 상황을 이미 알고 있다는 태도였고, 더 정확히 말하면,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흔들릴지를 계산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건우는 책상 위에 놓인 자료를 펼쳤다. 형의 사고 기록, 정비소 내역, 삭제된 CCTV 복원 요청서, 회사 계열 자금 이동 흐름. 퍼즐은 맞춰지고 있었지만, 누군가 일부 조각을 계속 빼돌리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는 노트에 적힌 날짜를 다시 확인했다.브레이크 이상 징후가 나타난 날과, 자신에게 첫 협박 전화가 온 날 사이의 간격은 정확히 이틀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부터 밤이 조용해졌다.그 우연이 우연처럼 느껴지지 않았다.혹시, 서하가 사라진 시점과 외부의 움직임이 겹친다면.그는 그 생각을 밀어내려 했지만, 계속 겹쳐졌다.저녁 무렵, 하나에게서 메시지가 왔다.-오늘 늦어질 것 같아. 감찰팀에서 추가 요청 들어왔어.짧은 문장이었지만, 그 안에는 긴장이 묻어 있었다.건우는 전화를 걸었다.“혼자야?”“응. 팀원들은 나갔어.”그녀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했다.“위치 공유해줘.”“건우야.”그녀가 한숨 섞인 목소리로 불렀다.“나 애 아니야.”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알아. 근데 지금은 조심할 필요가 있으니까."하나는 잠시 침묵하다가 위치를 공유했다.전화를 끊고도 그는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브레이크 사건 이후로, 우연은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단어가 되었다.밤이 깊어질수록, 집 안의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하나는 평소보다 늦게 돌아왔고, 피곤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았다. 건우는 그녀의 코트를

  • 형수의 밤   59. 균열의 방향

    며칠 사이, 건우는 자신이 이상해졌다는 걸 부정할 수 없게 되었다.사건 자료를 펼쳐 놓고도 집중이 오래가지 않았고, 형의 마지막 통화 기록을 들여다보다가도 문득 다른 생각으로 빠져들었다. 위험은 분명해졌고, 브레이크 사건 이후로 누군가가 자신과 하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감각도 사라지지 않았는데, 정작 그보다 더 크게 마음을 흔드는 건 밤의 공백이었다.그는 그 사실이 못마땅했다.하나와의 관계는 이전과 달라졌다.둘 사이에는 이제 명백한 선이 하나 지워졌고, 그렇다고 완전히 새로운 이름이 붙은 것도 아니었다. 서로를 피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가볍게 웃지도 못했다. 감정은 깊어졌는데, 정의되지 않았다.저녁 식탁에서 하나가 먼저 말을 꺼냈다.“어제 정비소 쪽 자료 더 나왔어?”그녀는 평소처럼 침착한 얼굴이었지만, 눈빛에는 피로가 묻어 있었다.“계좌 흐름은 거의 정리됐어. 직접 연결된 사람은 안 나오는데, 중간에 빠진 돈이 있어.”건우는 자료를 넘기며 설명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다만, 숫자를 움직이는 사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쓴다.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위에서 막고 있다는 거네.”그 말은 담담했지만, 무게가 있었다.잠시 침묵이 흘렀다.그 침묵은 사건 때문이기도 했고, 서로의 감정 때문이기도 했다.건우는 그녀를 바라보다가 문득 물었다.“무서워?”그 질문은 사건을 향한 것이었지만, 사실은 다른 걸 묻고 있었다.하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무섭지. 근데 멈추고 싶을 정도는 아니야.”그녀의 답은 하나다웠다.도망치지 않고, 과장하지 않고, 그렇다고 무모하지도 않은 태도.그런데 그 단단함이, 지금은 오히려 건우를 불안하게 만들었다.“그날 브레이크…”그는 말을 고르다 멈췄다.“진짜 사고로 이어졌으면 어쩔 뻔했는지 알아?”하나는 그를 바라봤다.“그래서 멈추자고 할 거야?”건우는 고개를 저었다.“멈추자는 게 아니라, 계산하자는 거야.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 안에서.”하나는 잠시 아무

  • 형수의 밤   58. 놓치고 싶지 않은 사람

    그날 밤, 집 안은 이상하게 조용했다.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공기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나는 소파 끝에 앉아 있었고, 건우는 창가에 서 있었다.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각자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브레이크 페달의 감각은 건우의 발바닥에 여전히 남아 있었다.조금 더 늦었으면, 조금만 더 미끄러졌으면, 그 차는 앞차를 들이받았을지도 모른다. 상상은 구체적일수록 끔찍해졌다.“그 차.”건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하나는 고개를 들었다.“아까 뒤따라오던.”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같은 놈들이겠지.”그녀의 말은 담담했지만, 손끝은 여전히 긴장으로 굳어 있었다.건우는 그녀를 바라봤다.그녀는 겁을 먹었지만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다. 그 모습이 더 아팠다.“이제부터는 나 혼자 할게.”그가 낮게 말했다.하나는 즉시 반응했다.“또 그 말이야?”“이건 다르잖아.”건우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가 다시 가라앉았다.“하나야. 하마터면 너 큰일날 뻔했다고... .”하나는 그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그래서 멈추자고?”그 질문은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저항이 있었다.“신우 씨는?”그녀가 말을 이었다.“누가 죽였는지도 모른 채 그냥 사고로 남기려고?”건우는 숨을 삼켰다.“그게 네가 죽을 수도 있는 이유가 되진 않아.”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공기가 달라졌다.하나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난 안 죽어.”그녀의 목소리는 흔들리지 않았다.“겁은 나. 당연히 나지. 근데 그래서 그만두는 사람이었으면 애초에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어.”그 말은 하나답고, 잔인했다.건우는 더 이상 논리로 말하지 않았다.그는 몇 걸음 다가섰다. 그리고 멈췄다. 가까워진 거리만큼 숨이 얕아졌다.“난.”그가 말을 꺼내려다 멈췄다.형 때문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건 지금의 감정과 맞지 않았다. 정의 때문이라고 말하려 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그는 결국 솔직해졌다.“난… 하나, 너까

  • 형수의 밤   57. 다가온 현실

    폐정비소의 공기는 기름 냄새와 먼지가 뒤섞여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건우는 차 안에서 시동을 끈 채 주변을 훑었다. 약속 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지만, 이미 누군가가 먼저 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둠은 조용했지만, 그 조용함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웠다.잠시 후, 모자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그림자 속에서 걸어 나왔다.그는 말없이 건우의 차 조수석에 올라탔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숨이 거칠었다.“브레이크 라인, 절단된 겁니다.”그의 첫 문장은 돌려 말하지 않았다.건우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지만, 확정된 말로 듣는 순간 가슴이 서늘해졌다.“사고 전날 교체 기록은 형식이었습니다. 실제 작업은 없었고, 정비소 CCTV는 외부 요청으로 삭제됐습니다.”“외부가 어디죠.”건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남자는 잠시 망설였다가 말했다.“그 회사 계열 쪽입니다. 지분 정리 직전이었잖습니까. 내부 정리였습니다.”형의 죽음이 우연이 아니라는 가능성이 이제는 가능성의 단계를 넘어서고 있었다.건우가 더 묻기도 전에, 정비소 입구 쪽에서 헤드라이트가 켜졌다.빛이 정면으로 번졌고, 동시에 또 다른 불빛이 후방에서 들어왔다. 진입로는 순식간에 막혔다.남자는 욕을 내뱉고 차 문을 열었다.“저는 여기까지입니다.”그는 그대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건우는 혼자 남았다.차량 두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도망칠 공간은 좁았고, 충돌을 피하려면 계산이 필요했다. 그는 핸들을 잡은 채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감정이 먼저 올라오면 끝이다.운전석 창문이 반쯤 내려가며 누군가 고개를 기울였다.“충분히 들으셨을 겁니다.”차 안에서 흘러나온 목소리는 차분했다.“사고는 사고로 남는 게 좋습니다.”건우는 창문을 내리지 않았다.“사람을 죽이고도 그 말이 나옵니까.”남자는 짧게 웃었다.“죽였다고 확정된 건 없지 않습니까.”그 말은 도발이 아니라, 계산된 태도였다.건우의 휴대폰이 진동했다.하나였

  • 형수의 밤   56. 감정은 증거가 되지 않는다

    번호판은 허위 등록 차량으로 확인되었다.추적은 예상보다 빨리 막혔고, 건우는 그 결과를 듣는 순간 오히려 더 차분해졌다. 상대는 허술하지 않았고, 준비된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단순 협박이 아니라, 체계적인 압박이었다.김태윤은 통화 내내 조심스러운 어조를 유지했다.“정비 기록 관련해서 추가 자료가 하나 더 나왔습니다. 사고 전날 브레이크 패드 교체 내역이 있는데, 정비소 CCTV가 삭제돼 있습니다.”건우는 운전석에 앉은 채로 눈을 감았다.삭제. 누군가 손을 댔다는 의미였다.“회사 쪽이랑 연결점은.”“직접 증거는 없습니다. 다만 정비소가 그 기업 계열 물류 차량을 주로 관리해온 곳입니다.”간접적이었다. 하지만 무시하기엔 선이 너무 또렷했다.“기사는 언제.”“확인 더 하고 가야 합니다. 지금 내보내면 역고발 바로 들어옵니다.”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감정이 먼저 나가면, 그건 패배였다.하나는 그날 감찰 2차 면담을 마쳤다.질문은 이전보다 구체적이었고, 그녀의 사적 관계를 계속해서 파고들었다. 특히 건우와의 접촉 기록을 묻는 순간, 조사관의 시선이 미묘하게 달라졌다는 걸 느꼈다.“윤건우 씨와 사건 관련 논의를 한 적 있습니까.”하나는 숨을 고른 뒤 답했다.“공식적인 수사 정보는 공유하지 않았습니다.”그녀는 틀린 말을 하지 않았다.하지만 의심은 사실 여부보다 서사의 문제였다.집으로 돌아왔을 때, 현관 불이 이미 켜져 있었다.건우가 먼저 와 있었다.그는 소파에 앉아 파일을 넘기고 있었지만, 시선은 종이에 머물지 않았다.“오늘 어땠어.”그가 물었다. 하나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답했다.“이제 질문이 아니라 방향을 잡으려는 단계야.”건우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내가 뒤로 빠질까.”그 말은 가볍지 않았다.하나는 고개를 저었다.“지금 빠지면, 네가 뭔가 숨기는 것처럼 보일 거야.”그녀는 현실적이었다.“대신.”그녀가 말을 이었다.“감정적으로 움직이지 마.”건우는 그 말이 왜 나오는지 알고 있었다.어제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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