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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잠긴 문

ผู้เขียน: 데이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5-18 14:12:24

밤은 쉽게 오지 않았다.

건우는 거실 소파에 앉은 채, 불을 켜지도  끄지도 못한 상태로 시간을 흘려보냈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하나의 말. 나가려는 목소리였다.

유림의 말. 두 문장이 서로를 부정하고 있었다.

형이 나가려 했다면, 문은 열렸어야 한다.

문이 잠겨 있었다면, 형은 나가지 않았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혹시 문을 잠근 사람이, 형이 아닐 수도 있다면. 그 생각은 곧바로 밀어냈다.

너무 빨랐다. 너무 직접적이었다.

아침, 하나는 평소보다 더 조용했다.

부엌에서 접시를 정리하는 소리가  유난히 또렷하게 들렸다.

“오늘 일정 있어요?”

건우가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전에 청사 들렀다가… 오후엔 시간 비워놨어.”

“왜요.”

“현장 다시 보고 싶어.”

건우의 손이 멈췄다.

“출입 통제 아직 안 풀렸어요.”

“형사한테 부탁했어. 잠깐만 들어가게 해달라고.”

그녀의 말은 담담했지만, 속이 보이지 않았다.

건우는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저도 같이 가요.”

하나는 잠깐 망설이다 고개를 끄덕였다.

형의 집 앞은 여전히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었고,

비는 그쳤지만, 바닥은 아직 젖어 있었다.

현관문 앞에서 건우는 잠시 숨을 멈췄다.

여기서 모든 게 멈췄다.

문이 열리고, 익숙한 냄새가 흘러나왔다.

소독약과 피 냄새가 섞인, 설명하기 어려운 냄새였다.

하나는 먼저 들어갔다.

거실은 그대로였다. 바닥은 정리됐지만, 가구의 위치는 변하지 않았다.

“여기.”

하나가 낮게 말했다.

“내가 처음 본 자리.”

건우는 그 자리를 바라봤다.

형이 쓰러져 있었던 위치.

“그날… 현관 문은.”

그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겨 있었어.”

“안에서요.”

“응.”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갔어요?”

“응.”

“문 열렸고요?”

“열렸지.”

그녀의 답은 빠르지 않았다.

그런데 확신은 있었다.

건우는 현관 안쪽 잠금 장치를 바라봤다.

자동 잠금. 문이 닫히면 자동으로 잠긴다.

“형이 나가려 했다면… 문은 열려 있었어야 해요.”

그는 거의 혼잣말처럼 말했다.

하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부엌 쪽으로 걸어가 서랍이 반쯤 열려 있는 걸 확인했다.

“여기.”

그녀가 손끝으로 가리켰다.

“이 서랍.”

건우는 서랍 안을 들여다봤다.

칼꽂이는 정리되어 있었고, 한 칸이 비어 있었다.

“원래… 저 칸 비어 있었어요?”

그가 물었다.

하나는 잠시 멈췄다.

“…모르겠어.”

이번에는 대답이 느렸다.

“그날은 서랍이 열려 있는 것만 봤어.”

“칼이 빠져 있었는지는.”

하나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 안 나.”

기억은 점점 짧아지고 있었고,

확실했던 것들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했다.

거실로 돌아왔을 때, 건우는 창문을 바라봤다.

후면 창.

강도가 침입했다는 경로.

창틀에는 여전히 파손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는 천천히 말했다.

“형이… 문을 열어줬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하나는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이면.”

그는 말을 이었다.

“굳이 창문을 깨고 들어올 필요는 없잖아요.”

하나는 천천히 그를 바라봤다.

“그럼 네 생각은 뭐야.”

질문이 아니라, 직면이었다.

건우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형을 밖으로 부르려고 했고, 형이 나가려다가”

그는 말을 멈췄고, 하나는 조용히 다시 물었다.

“누군가가 누구야.”

건우는 입술을 다물었다.

유림.

투자자.

아니면

그는 그 이름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

집을 나오는 길, 하나가 말했다.

“건우야.”

“네.”

“너 지금… 혹시 나를 의심해?”

그 질문은 날카롭지 않았다.

그냥, 평평했을 뿐.

건우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아니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의심이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증거가 부족했다.

“그럼.”

하나는 더 묻지 않았다.

차 안에서 두 사람은 한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늦은 밤, 건우는 혼자 형의 집 구조를 머릿속에 그렸다.

현관- 거실 - 부엌 - 후면 창.

9시 12분 통화 종료.

9시 18분 하나에게 부재중.

9시 37분 신고.

만약 형이 9시 12분 이후 집 안에 있었다면,

누군가가 안으로 들어왔어야 한다.

만약 형이 9시 12분 이후 밖으로 나가려 했다면, 문은 열려 있었어야 한다.

그런데 문은 잠겨 있었다.

그는 처음으로 한 가지 가능성을 떠올렸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

‘안쪽에서.’

그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안쪽에서 잠근 사람.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처음으로, 시간이 아니라  사람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아직 이름은 붙이지 못한 채.

그날 밤, 건우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눈을 감으면 현관문이 떠올랐다.

안쪽에서 잠겨 있었다는 말.

문은 말을 하지 않는다.

기억하는 건 사람이다.

그는 새벽 세 시쯤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불을 켜지 않은 채, 현관 앞에 섰다.

자기 집 문이었다.

같은 모델, 같은 자동 잠금 장치.

문을 닫았다.

철컥.

자동으로 잠겼다.

그는 안쪽에서 손잡이를 눌러보았다. 열렸다.

밖에서 손잡이를 눌러보았다. 잠겨 있었다.

안쪽에서 잠근 문은, 안쪽에서는 언제든 열린다.

그는 한 걸음 물러섰다.

형의 집 문은, 그날 밤,

하나가 비밀번호를 눌러 열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형은 이미 안쪽에 있었고, 문은 닫혀 있었고, 자동으로 잠겼다는 뜻이다.

그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이상한 건, ‘나가려던 사람’이라는 말이다.

아침이 밝았을 때, 하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다.

눈은 떠 있었지만, 밤을 지운 얼굴은 아니었다.

“잠 안 왔지.”

그녀가 먼저 말했다.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관문 생각하고 있었어요.”

하나의 눈이 아주 잠깐 멈췄다.

“문?”

“네.”

그는 맞은편에 앉았다.

“그날… 들어갔을 때, 문이 완전히 닫혀 있었어요?”

하나는 잠시 기억을 더듬는 듯 눈을 위로 올렸다.

“닫혀 있었지.”

“틈도 없이요?”

“응.”

대답은 빠르지 않았지만, 망설임도 없었다,

건우는 숨을 고르고 물었다.

“잠금 소리는요.”

“무슨 소리.”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가면… 문 열릴 때 ‘삐’ 소리 나잖아요.”

하나는 눈을 깜박였다.

“그랬겠지.”

“기억나요?”

이번에는 아주 짧은 침묵이 흘렀다.

“그런 건… 기억 안 나.”

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 있다.'

그런데 문이 잠겨 있었다는 건 또렷하게 기억한다.

잠금 소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기억은 선택적이다.

오전, 건우는 혼자 형의 집 근처를 다시 찾았다.

출입은 허가되지 않았지만,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건 있었다.

후면 창.

깨진 유리 조각은 정리됐지만,

창틀에는 여전히 금이 남아 있었다.

그는 창문을 오래 바라봤다.

강도가 침입했다면, 왜 후면 창을 택했을까.

정문 비밀번호를 모르는 사람.

혹은 모른 척한 사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생각이 너무 빠르게 간다.

그는 다시 회사로 향했다.

유림은 그의 방문을 예상하지 못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

“또 오셨네요.”

건우는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그날 통화… 정확히 몇 초였죠.”

유림은 바로 대답했다.

“1분 4초.”

“형의 목소리… 뒤에 다른 소리는 없었습니까.”

“소리요?”

“발자국이라든지.”

유림은 눈을 감고 기억을 더듬는 듯했다.

“조용했습니다.”

“정말요?”

이번에는 유림이 건우를 바라봤다.

“무슨 의미입니까.”

건우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했다.

“형이 나가려는 사람 같았다고 하셨잖아요.”

“네.”

“그런데 배경은 조용했다고요.”

유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말은 서로를 찌르고 있었다.

나가려는 사람의 뒤에는 보통 소리가 있다.

발자국, 문 열리는 소리, 혹은 바람.

그런데 조용했다?

그는 조용히 물었다.

“서두른다는 게… 정확히 어떤 느낌이었습니까.”

유림은 컵을 내려놓았다.

“결정을 빨리 내리려는 사람의 말투였습니다.”

“누군가가… 옆에 있어서가 아니라?”

“그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답은 분명했다.

건우는 그 말을 기억 속에 고정했다.

집으로 돌아오니 해가 기울고 있었다.

하나는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

“회사 갔다 왔어?”

“네.”

그는 가방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유림 씨가… 통화 배경은 조용했다고 해요.”

하나는 손을 멈췄다.

“그래?”

“네. 발자국 소리도, 문 소리도 없었다고.”

하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집 안에 있었겠지.”

“그렇겠죠.”

그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형이 나가려던 게 아니라면.”

하나는 시선을 들었다.

“뭘 말하고 싶은 거야.”

건우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형이…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을 가능성요.”

하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통화 배경은 조용했고.”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럼 그 사람은… 이미 안에 있었을 수도 있어요.”

공기가 아주 느리게 식었다.

하나는 천천히 일어섰다.

“건우야.”

그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넌 지금… 나한테 묻는 거야?”

건우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는 하나에게 묻지 않았다.

대신 계산하고 있었다.

신우의 시간을, 행동을, 그리고 상황을

밤이 깊었다.

건우는 거실에 앉아 숫자를 다시 적었다.

9:12

9:18

9:37

그리고 그 아래에 한 줄을 덧붙였다.

‘조용했다.’

그는 펜을 내려놓았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통화는 조용했고, 하나는 부재중을 못 받았고.

어느 문장이 먼저 흔들릴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오늘 처음으로, 그는 깨달았다.

이 사건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기억의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걸.

그리고 기억은 때때로 가장 쉽게 바뀌는 증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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