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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 화

Author: 양순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25 08:30:11
도성으로 향하는 마차가 거칠게 흔들렸다. 두꺼운 휘장이 쳐진 마차 안은 대낮임에도 짙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그 어둠 속에서 선호는 사시나무 떨듯 몸을 웅크린 채 연신 마른침을 삼켰다.

“태후 마마의 부름은 명분일 뿐이야……. 연호, 그 미친놈이 궐 안에서 내 목을 치려는 것이 분명해!”

공포에 질려 횡설수설하는 선호의 눈동자는 짐승처럼 불안하게 흔들렸다. 황제에 대한 맹목적인 두려움은 선호를 성인 사내가 아닌, 겁에 질린 어린아이로 퇴행시키고 있었다.

그때, 맞은편에 고고하게 앉아 있던 초희가 사뿐히 몸을 일으켰다.

“저하,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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