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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Author: 해월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0 12:51:40
그날 서린은 이무진을 기다렸다.

아이가 위독하다는 소식을 들으면 아무리 자신을 미워하더라도 한 번쯤은 와 줄 것이라 믿었다. 적어도 제 아이가 죽어 가는 모습까지 외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오지 않았다.

아이가 숨을 거둔 뒤에도 이무진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서린은 아이의 작은 몸을 끌어안고 밤새 기다렸다. 혹시라도 그가 돌아오면 마지막으로 아이의 얼굴만큼은 보여 주고 싶었다. 그러나 날이 밝고 궁인들이 조심스럽게 장례 절차를 입에 올릴 때까지 중궁전의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백가가 역모죄로 몰렸다.

아버지 백진혁과 세 오라버니가 차례로 목숨을 잃었고, 백가의 재산은 몰수되었으며 오랫동안 가문을 섬기던 사람들마저 뿔뿔이 흩어졌다. 서린은 가족들의 죽음을 막기는커녕 마지막 인사조차 하지 못한 채 황궁에 갇혀 있어야 했다.

그 모든 일이 끝난 뒤에야 이무진은 그녀를 폐비로 만들었다.

서린은 눈물에 젖은 베개에서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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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는 더는 딸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사랑채로 돌아섰다.송연화가 그 뒤를 따라가려다가 잠시 멈추었다.“서린아.”계모의 목소리가 부드러워졌다.“네가 오늘 한 일 때문에 집안사람들이 얼마나 곤란해졌는지 생각해 보렴. 유모를 위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네 마음 하나만 앞세우면 다른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단다.”서린은 무릎을 꿇은 채 계모를 올려다보았다.“어머니께서 그 말씀을 해 주시니 다행입니다.”송연화의 눈썹이 움직였다.“무엇이 말이냐?”“다른 사람들이 다칠 수도 있다는 말씀 말입니다. 저도 그 점을 잊지 않겠습니다.”계모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입술을 다물었다.서린은 더 말하지 않았다.그녀가 무엇을 알고 있는지, 무엇을 준비하는지 지금 드러낼 필요는 없었다.대문 앞에 남은 하인들은 모두 두 사람의 말을 들었다.서린은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해가 기울 무렵, 안채의 문이 하나씩 닫히기 시작했다.서린의 처소로 이어지는 작은 협문에도 새 빗장이 걸렸다.송연화는 하인들을 모아 놓고 직접 지시했다.“오늘부터 큰아가씨의 처소에는 허락받은 사람만 드나들도록 해라. 밖으로 나가는 서신도 모두 내게 가져오고, 심부름을 핑계로 제멋대로 움직이는 시녀가 없도록 살펴야 한다.”하인들은 일제히 대답했다.서린은 처소의 툇마루에 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송연화는 그녀가 보는 것을 알면서도 목소리를 낮추지 않았다.오히려 마지막 말을 더욱 또렷하게 했다.“큰아가씨께서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르시니, 우리라도 집안을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 오늘 같은 일이 다시 생기면 그때는 너희도 책임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하인들 사이로 긴장감이 퍼졌다.누군가 고개를 숙인 채 옆 사람의 소매를 잡았다.서린은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송연화는 자신을 직접 때리거나 굶기지 않아도 되었다.서린의 곁에 있는 사람들이 먼저 겁을 먹고 물러나게 만들면,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될 테니까.곁에 선 백소화가 가볍게 웃었다

  • 환생한 폐비는 전남편의 동생에게 시집갔다   87화

    “아버지, 유모께서 아직 위험한 상태이십니다. 벌을 내리시려거든 잠시 뒤에…….”“당장 꿇으라고 했다!”대문을 지키던 하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서린은 젖은 돌바닥에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차가운 기운이 치맛자락을 타고 스며들었다.백진혁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이를 갈았다.“네가 오늘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느냐? 세자 저하께서 직접 사람을 보내셨는데, 네가 그들을 빈손으로 돌려보냈다. 이제 동궁에서 백가를 어떻게 보겠느냐!”“유모를 지켰습니다.”“그깟 늙은 종 하나 때문에 백가 전체를 위험에 빠뜨렸다!”그깟 늙은 종.서린은 고개를 들었다.“그분은 저를 길러 주셨습니다.”“그렇다고 네가 가문의 앞날까지 걸어도 된다는 말이냐? 동궁에서 우리 집안을 어떻게 보겠느냐!”“가문의 앞날을 위해서라면 죄 없는 사람을 내주어도 됩니까?”“죄가 있는지 없는지 네가 어떻게 아느냐!”“아버지께서도 모르시지 않습니까?”잠깐의 침묵이 흘렀다.서린은 아버지가 자신의 말뜻을 알아들었다는 것을 알았다.그는 유모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몰랐다. 동궁이 왜 그 늙은 여인을 찾는지도 몰랐다.다만 동궁의 노여움을 사는 일이 두려웠을 뿐이다.백진혁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마침내 송연화를 돌아보았다.“안채를 맡은 사람이 대체 무엇을 했기에 아이가 이 지경이 되었소?”송연화는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모두 제 불찰입니다, 나리. 서린이가 요즘 마음이 많이 어지러운 듯하여 제가 더 살펴야 했는데…….”그녀는 말을 멈추고 서린을 바라보았다.눈가에는 금세 물기가 맺혔다.“제가 친어미가 아니다 보니 아이의 마음을 다 헤아리지 못한 모양입니다. 그래도 이 집에 들어온 뒤로는 제 딸이라 여기며 돌보았는데, 이렇게 아버님의 뜻을 거스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서린은 그 말을 듣고도 아무런 표정을 짓지 않았다.계모가 자신을 친딸처럼 돌보았다는 말은 처음부터 끝까지 거짓이었다.어린 시절 서린이 앓아누웠을 때 송연화는 의원을 늦게 불렀고, 서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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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원께서 궁에 나서실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 환자를 진료하셨다는 사실만 남겨 주시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감당하겠습니다.”그는 잠시 망설였다.침상에 누운 유모의 거친 숨소리가 좁은 방 안을 채웠다.의원은 다시 종이를 내려다보더니, 자신이 확인한 증상 가운데 몇 가지를 바로잡았다. 열이 오른 시각은 시녀의 진술에 따른 것임을 구별했고, 상처가 생긴 날짜 역시 정확히 알 수 없다고 적게 했다.서린은 그 말을 그대로 따랐다.확실하지 않은 것을 확실하다고 적어 두면, 언젠가 그 작은 틈이 모든 기록을 무너뜨릴 수도 있었다.의원이 종이 끝에 진료한 날짜와 자신의 이름을 적었을 때, 서린은 비로소 숨을 조금 길게 내쉬었다.그녀는 종이를 받아 조심스럽게 말렸다.전생의 유모에게는 이런 기록이 없었다.언제 다쳤는지, 무엇을 당했는지, 누구에게 치료를 받았는지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사람이 죽은 뒤에도 아무런 기록이 없으면, 그 죽음은 너무 쉽게 지워졌다.서린은 그 사실을 다시는 잊지 않기로 했다.---의원이 약을 달이기 시작했을 무렵, 대문 밖에서 기다리던 별감들이 마침내 물러날 채비를 했다.정식 명령서를 가져오라는 서린의 요구를 끝내 충족하지 못한 탓이었다.그렇다고 그들이 순순히 물러난 것은 아니었다.앞줄에 섰던 별감은 대문 안쪽을 향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있었던 일은 빠짐없이 동궁에 아뢰겠습니다.”백진혁의 얼굴이 굳었다.“잠깐만 기다리시오. 이 일은 어린 딸아이가 사리를 몰라 벌인 일입니다. 내가 직접 동궁에 사죄를 올릴 테니…….”“대감.”별감은 말을 끊었다.“동궁의 명을 받든 사람들을 대문 앞에 세워 두고, 죄인을 넘기지 않은 사실만은 분명합니다. 세자 저하께서는 한 번 명하신 일을 거두시는 분이 아닙니다. 오늘은 돌아가지만, 다음에도 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저희 역시 더는 대감의 체면을 살펴 드릴 수 없습니다.”그 말에 백진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별감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그는 포승줄을 다시 감아 쥐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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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가 덧나 열이 오른 듯합니다. 오래 굶은 데다 몸을 혹사한 흔적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기력이 너무 쇠해 있습니다.”서린은 침상 곁에서 일어나지 않았다.“살 수 있습니까?”의원은 곧바로 답하지 않았다.그는 유모의 가슴께에 귀를 기울이고 다시 맥을 짚었다. 침상 곁에 놓인 물그릇을 살펴보더니, 유모가 마지막으로 음식을 삼킨 때가 언제인지도 물었다.서린은 시녀에게 들은 것을 빠짐없이 전했다.의원은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지금은 열을 내리고 기력을 보전하는 것이 급합니다. 다행히 아직 맥이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으니, 약을 쓰면서 지켜보아야겠습니다. 다만 밤사이 열이 더 오르면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필요한 약재는 모두 구해 드리겠습니다. 제게 있는 패물이라도 내어드릴 테니, 돈 때문에 약을 아끼지는 말아 주십시오.”“귀한 약재보다 중요한 것은 환자를 움직이지 않는 일입니다. 이런 몸으로 다시 먼 길을 가면…….”의원이 말을 흐렸다.서린은 그 뒤를 묻지 않았다.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으니까.그녀는 의원에게 약을 짓도록 한 뒤 유모의 팔을 가리켰다.“이 상처도 살펴 주십시오.”의원의 손이 잠시 멈추었다.“아가씨, 이건…….”“언제쯤 생긴 상처인지 알 수 있겠습니까?”“정확한 날짜까지는 어렵습니다만, 오래된 상처와 새 상처는 구별할 수 있습니다.”“그것이면 됩니다. 유모가 어디에서 어떤 일을 당했는지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니, 의원께서 보신 것만 말씀해 주십시오.”의원은 다시 유모의 팔을 살폈다.손목에는 포승이 파고든 상처가 있었고, 팔꿈치 위쪽에는 손가락으로 세게 움켜쥔 듯한 멍이 남아 있었다. 어깨 가까이에는 다른 상처보다 색이 옅어진 자국도 보였다.의원은 그 상처들을 하나씩 살펴본 뒤 조심스럽게 말했다.“손목의 상처는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반복해서 묶였거나 강하게 끌려간 흔적으로 보입니다. 팔의 멍은 생긴 시기가 서로 다르고, 이쪽은 며칠이 지난 듯합니다.”서린은 곁에 선 시녀에게 종이를 가져오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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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모는 얇은 이불 아래 몸을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입술은 바짝 말라 갈라졌고, 관자놀이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 손목에는 포승줄이 파고들었던 자국이 시퍼렇게 남아 있었으며, 소매가 밀려 올라간 팔뚝에는 서로 다른 시기에 생긴 듯한 멍이 겹쳐 있었다.서린은 침상 곁에 무릎을 꿇었다.“유모.”눈꺼풀이 희미하게 떨렸다.“저예요. 서린이에요. 제 목소리가 들리세요?”유모의 입술이 움직였다.말소리는 들리지 않았다.서린이 귀를 가까이 대자 뜨거운 숨결 사이로 끊어진 음성이 흘러나왔다.“아가…… 씨…….”“말씀하지 마세요. 의원이 오고 있어요. 조금만 견디시면 됩니다.”유모의 손가락이 이불 위를 더듬었다.서린이 손을 잡아 주자 유모는 그 손을 놓지 않으려는 듯 힘겹게 움켜쥐었다.그 손이 너무 가벼웠다.전생의 유모는 서린이 황후가 된 뒤에도 가끔 손을 잡아 주었다. 궁에서 누구에게도 약한 모습을 보일 수 없던 날이면, 유모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따뜻한 물을 가져다주곤 했다.황후의 침전에는 수많은 궁녀가 있었지만, 서린이 마음 놓고 등을 돌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유모는 그중 한 사람이었다.어린 시절 열이 올라 잠들지 못하던 밤에도,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몰래 울던 날에도 유모는 서린의 곁을 지켰다. 백가의 다른 사람들이 서린을 가문의 적녀로 대할 때, 유모만은 그녀를 배고프면 밥을 먹여야 하고 아프면 품에 안아야 하는 어린아이로 보았다.그런 사람이었다.그런데 서린은 그 손이 마지막으로 차가워졌던 날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다.그날 궁녀 하나가 유모의 죽음을 알리러 왔다.서린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아침까지만 해도 살아 있던 사람이었다. 며칠만 쉬면 다시 일어날 수 있다고 들었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궁녀는 유모가 이미 숨을 거두었다며, 시신은 궁의 규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고 말했다.서린은 유모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보여 달라고 애원했다.돌아온 대답은 허락할 수 없다는 말뿐이었다.그때 서린은 황후였다.그런데도 자신을 길러

  • 환생한 폐비는 전남편의 동생에게 시집갔다   83화

    그때 안채 쪽에서 급한 발소리가 들렸다.“아가씨!”유모를 돌보던 시녀가 치맛자락을 움켜쥐고 달려왔다.그녀는 대문 앞에 선 별감들을 보고 흠칫했으나, 서린이 고개를 끄덕이자 가까이 다가와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유모님께서……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십니다.”서린의 손끝이 차갑게 식었다.“언제부터 그러셨느냐?”“조금 전부터 열이 심하게 오르셨는데, 물을 드리려 해도 삼키지 못하시고 자꾸 헛소리를 하십니다. 손도…… 손이 너무 차갑습니다.”서린은 곧장 몸을 돌렸다.“의원을 불러라. 약방에 사람이 없으면 다른 곳으로 가서라도 모셔 와야 한다. 부엌에는 뜨거운 물을 준비하라고 하고, 유모 곁에는 반드시 사람이 남아 있도록 해.”시녀가 달려가려는 순간 별감이 소리쳤다.“잠깐!”모든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우리가 데려가려는 사람을 마음대로 옮기시면 안 됩니다. 동궁으로 모셔 가면 그곳에서도 의원을 부를 수 있습니다.”서린이 돌아보았다.“지금 그분은 죽어 가고 있습니다. 말에 태워 흔들리는 길을 가게 할 수는 없습니다.”“그렇다고 압송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세자 저하께서는 그 늙은 여인이 입을 열 때까지 데려오라 하셨습니다.”그 말에 서린의 얼굴이 굳었다.입을 열 때까지.유모에게 무슨 말을 듣겠다는 것인지, 그 말을 듣기 위해 어떤 짓까지 하겠다는 것인지 별감은 설명하지 않았다.그러나 서린은 그 표현이 뜻하는 바를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그럼 의원이 진맥하는 동안 기다리십시오. 지금 유모를 데려가셨다가 길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동궁에 올리실 보고가 더 복잡해질 것입니다.”“아가씨께서 우리에게 명령하시는 겁니까?”서린은 사내를 한동안 바라보았다.전생에도 이런 순간이 있었다.사람 하나가 아프다고 말하면 누군가는 명령을 이야기했고, 목숨이 위태롭다고 호소하면 다른 누군가는 체면을 걱정했다.그 사이에 사람은 죽었다.그리고 죽은 뒤에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서린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명령이 아닙니다. 살아 있는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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