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는 마이 누나가 떠났다는 말을 듣고 울음을 터뜨렸다.“마이 누나 간다고 왜 저한테 안 알려줬어요!”별이가 마이를 보내기 힘들어할 거라는 걸 알기에, 장소월은 아침 일찍 전연우와 함께 마이를 배웅했다. 하지만 별이는 역시나 눈물이 터져버렸다.별이를 겨우 달랜 뒤, 전연우가 핸드폰을 들고 장소월에게 다가갔다.“저녁 약속 있는데 같이 갈래?”최근 저녁 식사 자리에 나갈 때면 전연우는 늘 장소월을 데려갔다. 그녀도 기꺼이 따라갔었지만 오늘은 내키지 않았다.“안 갈래.”그때 별이가 태블릿을 들고 와 장소월과 전연우 사이에 끼어 앉았다.“아빠, 엄마, 저 고양이 갖고 싶어요.”장소월은 반려동물 키우는 데 반감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전연우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기억했다.“엄만 좋아.”두 사람의 시선이 전연우에게 쏠렸다. 한참을 모른 척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던 그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다.“그냥 키우지 말자.”전연우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별이는 아직 어리니, 키우다 싫증을 내면 곤란할 것이다.별이와 장소월은 그에게 애교를 부리며 조르기 시작했다.“아, 제발요! 한 마리만 키울게요. 정말 잘 돌볼 자신 있어요!”30분 동안 이어진 실랑이 끝에 전연우는 마지못해 고양이를 키우는 데 동의했다.장소월은 결국 전연우를 따라가지 않고 별이와 함께 펫샵에 가기로 했다.전연우도 잠시 고민하다가 식사 약속을 미루고 두 사람을 따라 펫샵으로 향했다. 하지만 펫샵 입구에서 고양이 울음소리를 들은 순간 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었다.장소월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전연우, 우리랑 안 들어갈 거야? 설마 고양이가 무서워서 그래?”전연우는 정색하며 옷깃을 정리했다.“그럴 리가.”이 세상에 전연우가 무서워하는 게 있다고? 장소월은 의문스러움에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녀와 별이가 펫샵에 들어가 고양이를 보는데도 전연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별이와 장소월은 장난감을 들고 고양이와 놀아주다가 속닥속닥 귓속말을
마이는 일단 피하고 보자는 생각이었다. 정말이지 무서운 남자다. 온갖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 매일 그녀의 일정을 알아내고는 먹을 것과 선물을 보내곤 했다.장소월은 마이가 오경호를 피하도록 돕고 싶었지만 전연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 모습에 장소월은 걸음을 멈추었다.오경호는 꽤나 헌신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과도하게 열정적인 방식은 마이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듯했다. 이 생각을 전연우에게 전하자 그는 어두워진 눈동자로 말했다.“글쎄, 사람마다 느끼는 감정은 다를 수 있어.”최근 전연우는 종종 이런 의미심장한 말을 하곤 한다. 장소월도 이젠 꽤 익숙해졌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 말도 맞는 것 같았다. 마이와 오경호 두 사람의 감정 문제에 그녀가 끼어들 필요는 없다.마이는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반대 방향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들켜버리고 말았다.오경호는 선물을 들고 마이를 쫓아갔다. 퍽이나 용감해 보이는 그 모습에 장소월은 감동을 받았다.오경호에게 붙잡힌 마이는 어쩔 수 없이 멈춰 섰다.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은 넉넉했지만, 그 시간을 장소월과 보내고 싶었다.장소월과 전연우는 오경호의 선물을 받아드는 마이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연우는 일어날 일이 일어났다는 듯 담담했지만, 반면 장소월은 화들짝 놀랐다.‘많은 경험을 한 덕분인가? 사람 감정 분석을 어쩜 이렇게 정확하게 하지?’“솔직히 말해. 당신, 예전에 여자친구 엄청 많았지?”질투가 가득 묻어나 있는 그 말을 내뱉자마자 장소월은 후회막급이었다. 전연우와 눈도 차마 마주치지 못했다.전연우는 흥미롭게 장소월을 바라보았다.“넌 어떻게 생각해?”이 여자가 이런 질문을 한다는 건 그를 많이 신경 쓴다는 것을 설명한다.장소월은 그의 시선을 피하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 답을 알았다면 그런 질문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기억도 잃어버렸는데 알 리가 있겠는가?“아무튼, 당신 따라다니던 여자 많았을 것 같아.”장소월은 몰래 그를 훔쳐보다가 그와 눈이 마주치자 죄지은 사람처럼 황
부하들의 적극적인 조사로 사건의 원인과 경과가 빠르게 드러났다.장소월은 이틀 동안 별이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이가 와도 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녔다.마이는 자신 때문에 이번 일이 생긴 거라며 미안함에 어쩔 줄을 몰랐다.“소월아, 정말 미안해. 다 나 때문이야.”그 성가신 오경호가 요란한 짓만 하지 않았다면 현장이 혼란스러워지지 않았을 것이고, 별이가 사라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전연우가 서류 봉투를 들고 다가와 장소월에게 건넸다.장소월은 그를 흘끗 쳐다보고는 봉투를 빠르게 열었다. 안에 있는 사진을 본 순간 깊은 생각에 잠겼다. 이번 일이 심수정과 관련이 있었을 줄이야.요가관에서 장소월이 목걸이를 잃어버린 일이 있은 뒤로 전연우는 심수정의 뒷조사를 진행했다. 심수정의 평판은 바닥을 치고 있었고, 생활도 궁핍해질 대로 궁핍해져 있었다.얼마 후 해외로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아무도 자신을 모르는 곳에서 새로 시작하려고 말이다. 그 이후론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했다.사진 속 여자는 허름한 옷차림이라 사람들 속에서도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그 얼굴과 눈빛을 본 순간 장소월은 심수정이라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아직 장소월을 공격할 여력이 있다는 건 완전히 시궁창은 아니라는 뜻이다.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인 걸까.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는 아무도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장소월은 어두운 눈빛으로 사진을 내려놓았다.“이거 누구야?”마이가 사진을 쳐다보며 물었다. 그녀는 장소월과 전연우가 왜 침묵에 잠겨 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했다.전연우는 이미 심수정에 관한 문제를 해결하도록 사람을 보내 놓았다. 그녀가 다시는 국내에 나타날 수 없도록 만들 생각이었다.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느낀 별이가 한 명씩 붙잡고 물었다.“왜 그래요? 무슨 일이에요?”아무도 대답하지 않자 별이는 직접 사진을 집어 들었다. 낯익은 사람을 보고는 손가락을 뻗었다.“이 사람이 저를 억지로 끌고 갔어요!”당시 사람이 너무 많고 혼잡해 아무도 그를 신경
전연우의 부하가 떠난 뒤에도 장소월은 여전히 불안감에 휩싸여 있었다.“그 사람들이 우리 별이한테 손이라도 대면 어떻게 해?”그 질문에 전연우는 더욱 화가 나 눈썹을 찌푸렸다. 별이의 아버지로서 다급한 건 사실이었지만 장소월을 안심시키기 위해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했다.지금의 위치까지 오르는 동안 갖은 풍파를 겪어온 그였기에, 평온한 척하는 데엔 너무나 익숙했다.겨우 장소월을 집으로 돌려보냈지만, 그녀는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별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 거야. 입맛도 없고 잠도 안 와.”지금 장소월의 정신은 온통 별이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피곤하고 배도 고프고 졸리기도 했지만, 전혀 기분이 나지 않았다.아무리 설득해도 그녀의 태도는 완강했다. 전연우 또한 그녀의 절박함을 알기에 소파에 앉아 함께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부하들의 조사는 좀처럼 진전이 되지 않았다. 전연우는 화가 나 전화로 윽박질렀다.“이런 일도 제대로 못 해?”전화 너머 부하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대표님, 조금 전 휴대전화 GPS 위치를 찾았습니다. 지금 그쪽으로 가는 중입니다.”전연우가 이 소식을 장소월에게 전하자마자 그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나도 갈 거야!”별이를 찾으러 가는 길은 그야말로 험난했다. 울퉁불퉁한 도로 위에서 차가 끊임없이 흔들리니 장소월은 속에서 당장이라도 신물이 쏟아져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별이를 빨리 보고 싶은 마음에 애써 참아냈다.목적지에 도착한 뒤, 그녀는 전연우와 함께 차에서 내렸다. 멀쩡한 담장 하나 없는 그곳은 황량하기 그지없었다.주변을 샅샅이 뒤진 결과 애석하게도 아무도 없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그 소식이 전해지자 전연우는 부하들을 호되게 꾸짖었다.“이깟 일도 제대로 못 해? 쓸모없는 것들!”시간을 지체하지 않기 위해 전연우는 눈물범벅이 된 장소월을 차에 태우고 다음 의심스러운 장소로 향했다.그 목적지는 장소월로 하여금 안도감이 들면서도 깜짝 놀라게 했다. 설마 호텔일 줄이야.“8208호실, CCTV에 어린
메이린이 전화를 받았다. 별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에 그녀도 다급해졌다.“대표님, 저도 갈까요?”장소월은 급히 전연우의 핸드폰을 낚아채 말했다.“메이린,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별이 소식 있으면 바로 전화해요!”전화를 끊은 뒤 장소월은 급히 뛰어다니며 별이를 찾기 시작했다.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다. 지체할수록 별이는 더 위험해질 것이다.전연우는 부하들에게 빠르게 몇 마디 지시한 뒤 장소월을 쫓아갔다. 이런 때 그녀를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이었다.장소월은 거리를 뛰며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었다. 몇몇이 별이를 봤다고 했지만, 자세히 물으면 다들 모른다고 고개를 저었다.지하철 입구에서 누군가가 한적한 골목을 가리키며 말했다.“저쪽으로 간 것 같아요. 근데 옆에 어른 몇 명이 더 있었어요.”장소월의 심장은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서 있을 힘도 없어 휘청거리자 전연우가 그녀를 붙잡았다.“찾을 수 있을 거야.”전연우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본 순간 장소월에게도 아이를 찾을 수 있겠다는 믿음이 생겼다. 하지만 이내 다시 혼란에 빠져버렸다. 만에 하나... 전연우는 그녀를 진정시키려 품에 끌어안았다.장소월은 그의 품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잠시 눈을 감았다가 다시 정신을 차렸다. ‘안 돼, 별이 꼭 찾아야 해! 하지만 누가 때렸으면 어떻게 하지?’장소월은 다시 피가 끓는 듯 거리를 뛰어다니며 별이의 행방을 물었다. 전연우는 이렇게 찾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생각에 몇 번이나 그녀를 멈추려 했지만, 그녀는 듣지 않았다.전연우도 다급해져 결국 장소월과 함께 뛰어다녔다. 한편으론 부하들에게 상황을 알아보라고 지시했다.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았음에도 둘은 별이를 찾지 못했다. 마이가 전화했을 때에도 장소월은 여전히 사람들에게 묻고 다녔다. 전연우가 그녀 대신 핸드폰을 받아들었다. “아직이요... 네... 괜찮아요... 우리가 찾을게요.”전화를 끊고 전연우는 장소월을 붙잡으며 말했다.“해가 졌어.”장소월은 배도 고프고 지칠 대로 지쳐버렸지만, 별이를 찾지
“마이야, 무슨 일이야?”장소월은 마이를 흘끗 보고는 선글라스를 낀 하얀 얼굴의 남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마이는 급히 장소월에게 눈짓하며 차에 오르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선글라스 남자도 그녀를 발견했는지 얼굴에 환희가 차올랐다.“마이 씨!”남자는 선글라스를 벗고 잔뜩 흥분하며 꽃다발을 들고 다가왔다.마이는 다급히 장소월을 끌고 차에 오르려 했지만 선글라스 남자가 막아섰다.장소월은 상황을 눈치채고 마이의 옷깃을 잡고 전연우의 뒤로 숨었다.마이는 어쩔 수 없이 선글라스 남자를 쳐다보며 말했다.“빨리 돌아가요!”불쑥 찾아와 다짜고짜 막아서는 그의 모습에 마이는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이제 배우이자 모델인데, 사람들이 모여들면 어찌한단 말인가?그 생각을 하는 순간, 주변엔 이미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 섞인 얼굴로 서 있었다. 그 속에서 누군가는 마이의 이름을 열정적으로 부르고 있었다.장소월은 보안요원을 불렀다. 간신히 사람들을 막아냈지만, 이대로 있다간 팬들이 더 몰려들지도 모른다.마이는 해외에서 조금 유명한 편이었고, 국내에서도 팬을 꽤나 모았다. 이런 상황을 미리 예상했어야 했다.사람은 많고 보안요원은 적어 현장은 여전히 통제되지 못하고 혼란스러웠다. 몇몇은 전연우의 잘생긴 외모에 끌려 뜨거운 시선을 보냈다. 심지어 어떤 여자는 “오빠! 오빠!”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평소 사람 많은 곳에 있으면 장소월은 어지러움을 느꼈다. 어떻게 사람들을 돌려보내 이 혼란을 끝낼지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별이는 보안요원이 오기 전에 이미 사람들 속으로 밀려 들어갔다. 별이는 사람들을 뚫으려 안간힘을 쓰며 엄마 아빠를 불렀지만 주변 소음에 묻혀버렸다.장소월과 전연우는 마이를 차에 태우는 데만 신경 쓰느라 별이가 사라졌다는 걸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 선글라스 남자가 따라오려 하자 장소월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또 따라오려고요? 당신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거잖아요!”마이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이 용기를 내어 대담하게 구애한 건 잘못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