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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시궁창 속의 추적(1)

Author: 유리구슬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0 21:31:42

축축하고 비릿한 음식물 썩는 냄새가 좁은 뒷골목을 무겁게 맴돌았다.

지안은 커다란 검은색 쓰레기봉투를 두 손으로 움켜쥐었다.

손끝이 덜덜 떨렸고, 터진 고무장갑 틈새로는 끈적한 오물이 스며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 불쾌감을 신경 쓸 겨를조차 없었다.

당장 이 쓰레기를 치우지 않으면 식당 주인의 불호령이 떨어질 터였다.

"야! 거기 굼벵이처럼 뭐 해! 홀에 그릇 쌓인 거 안 보여?"

"죄송합니다. 당장 들어가겠습니다."

지안은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하며 앞치마에 젖은 손을 대충 문질러 닦았다.

식당 안으로 다급하게 발을 들이려던 찰나였다.

"여기 송학수 딸내미 숨어 있다는 거 다 알고 왔어! 문 안 열어?"

쾅! 쾅! 쾅!

셔터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쇳소리가 섞인 고함이 터져 나왔다.

지안의 어깨가 흠칫 굳었다.

숨이 턱 막히며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사채업자들이었다.

아버지가 병상에서 눈을 감은 뒤, 성원테크의 막대한 부채는 오롯이 지안의 몫으로 떨어져 있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식당 주인이 황급히 뒷문으로 달려왔다.

"너, 너 이년아! 내 식당 다 박살 낼 일 있어? 당장 앞치마 벗고 나가!"

"사장님, 제발…… 오늘 일한 일당만이라도 주시면 안 될까요? 어제도 한 푼도 못 받았습니다."

"일당은 무슨 얼어 죽을 일당이야! 당장 꺼져!"

주인은 지안의 등을 거칠게 떠밀었다.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 위로 지안이 속절없이 넘어졌다.

바닥에 쓸린 손바닥과 무릎에서 피가 배어 나왔지만,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

사채업자들이 셔터를 걷어차며 뒷골목으로 돌아 들어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저기 있다! 잡아!"

지안은 절뚝이는 다리를 이끌고 미친 듯이 어두운 골목길을 향해 내달렸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폐부가 찢어질 듯 아팠다.

빛 하나 들지 않는 건물 틈새에 몸을 구겨 넣은 지안은, 두 손으로 제 입을 꽉 틀어막았다.

벌벌 떨리는 손등 위로 차가운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져 내렸다.

지안은 숨을 죽인 채, 멀어지는 사채업자들의 발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철저한 밑바닥이었다.

---

최고급 세단의 넓은 뒷좌석.

태경은 묵묵히 태블릿 화면의 사진들을 넘기고 있었다.

사진 속에는 앞치마를 두른 채 식당 뒷골목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지안의 모습이 선명하게 담겨 있었다.

태경의 시선이 화면을 짚은 채 길게 머물렀다.

지안의 손등에 난 붉은 흉터. 넘어져서 까진 무릎. 헝클어진 머리칼.

태경의 미간이 미세하게 일그러졌다.

"이게 오늘 자 송지안의 동선입니까."

"예. 아침 6시부터 식당 주방 보조를 했으나, 오후 2시경 사채업자들이 들이닥쳐 쫓겨났습니다. 이번 주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해고입니다."

수석 비서의 건조한 보고가 이어졌다.

태경은 태블릿의 전원을 신경질적으로 꺼버렸다.

화면이 까맣게 죽었지만, 바닥을 기어 다니는 지안의 잔상은 태경의 머릿속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속이 뒤틀렸다.

저 오만하고 꼿꼿하던 여자가 시궁창을 구르고 있다.

그것은 철저히 자신이 계획한 결과였다.

하지만 흙바닥에 넘어진 그녀의 사진을 볼 때마다 묘한 불쾌감이 명치끝을 긁어내렸다.

"도와주려는 놈들은."

"대학 시절 동아리 선배라는 자가 오백만 원을 융통해주려 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측에서 그 선배가 다니는 회사에 압력을 넣자, 즉각 연락을 끊었습니다."

"친척들은."

"이미 송지안의 번호를 모두 수신 차단한 상태입니다. 완전히 고립되었습니다."

비서의 대답에 태경은 등받이에 깊숙이 몸을 기댔다.

긴 손가락으로 넥타이 매듭을 느슨하게 풀어 내리며 창밖을 응시했다.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완벽한 고립.

그 지독한 늪에 빠진 지안이 잡을 수 있는 동아줄은 이제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다.

"계속 감시해."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 굳이 이렇게까지 하시는 이유가……."

"쓸데없는 소리."

태경의 서늘한 눈빛이 룸미러를 통해 비서를 찔렀다.

비서가 황급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태경은 차가운 가죽 시트를 손끝으로 규칙적으로 두드렸다.

이것은 사랑이나 연민 따위의 얄팍한 감정이 아니다.

주인을 몰라보고 발톱을 세우던 고양이를 철저하게 길들이는 과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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