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파리의 늦은 오후, 유리는 혼자 시장 골목을 걷고 있었다.늘 가던 정육점, 채소 가게, 그리고 작은 꽃집 앞을 지나며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매장 유리창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코트 깃을 세운 채 작은 장바구니를 들고 걷는 그 모습은 겉으로 보기에 그저 평온한 어느 주부의 일상이었다.그러나 그녀의 눈동자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불투명한 감정들이 서서히 피어오르고 있었다.그 감정은 외로움이기도 했고, 지속되는 익숙함에 대한 피로이기도 했다.어느 순간부터 이현의 다정함은 그녀에게 따뜻함보다는 의무감처럼 느껴지고 있었다.집에 돌아와 식탁 위에 장을 풀어놓고, 채소를 씻기 시작한 유리는 문득 손끝이 멈추는 것을 느꼈다.배춧잎을 한 장 한 장 떼어내던 중,머릿속을 스쳐 지나간 얼굴이 있었다.며칠 전, 시장 입구에서 스쳐 지나간 그 남자.낯선 관광객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익숙한 분위기를 풍기던 사람.그의 이름도 모른 채 짧게 스쳤을 뿐인데,그 순간의 감정이 지금까지 그녀 안에서 희미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었다.그건 설렘은 아니었다.그러나 분명히, 오랫동안 잊고 지낸 ‘자기 자신’이 그 짧은 교차 속에서 고개를 든 것이었다.그녀는 물에 젖은 손을 닦지도 않은 채 잠시 창밖을 바라보았다.그날 저녁, 이현은 퇴근하자마자 그녀가 좋아하던 레몬 케이크를 사 들고 왔다.“오늘 기분 전환 좀 해볼까 싶어서.”그는 환한 웃음으로 말했다.유리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었다.그의 그런 배려가 싫었던 것은 아니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다정함이 자꾸만 그녀의 안쪽을 건드렸다.그는 좋은 사람이었다. 너무도 좋은 사람이라그가 주는 배려를 거절하는 것조차 잔인한 일이 되어버리는 사람.그래서 유리는 말하지 않았다.자신이 점점 지쳐가고 있다는 것도,마음의 방향이 어딘가 달라지고 있다는 것도.그녀는 차라리 다정한 아내의 모습으로 그의 옆에 조용히 앉아 케이크를 조심스레 잘랐다.식사 후, 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다.이현은 책을 읽었고 유리는 가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조금 더 꼭 쥐었다.저녁이 되어 이현은 퇴근하듯 그녀를 마중 나왔다.그녀의 얼굴을 본 그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많이 피곤해 보여요.”그녀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오히려… 오랜만에 혼자 있어서 그런지 기분이 좀 정리됐어요.”그 말에 이현은 잠시 멈칫했다.혼자 있어서 좋았다는 말이 마음 어딘가를 찌르고 들어왔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그것을 내색하지 않고 다정한 얼굴로 받아주었다.“그랬구나. 그럼 오늘 저녁은 내가 준비할게요. 유리 씨는 푹 쉬어요.”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고마워요.”그 말은 진심이었다.그러나 그 진심 속에는 조금씩 가라앉는 감정이 섞여 있었다.밤이 되었다. 침대 위에서 그녀는 조용히 이불을 끌어당기며 속삭였다.‘사랑은 식은 게 아니야. 그냥, 그 모양이 달라진 거야.’그러나 그 모양이 서로를 닮지 못할 때,사랑은 결국 서로의 마음을 어긋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스며들고 있었다.그날 아침, 유리는 오랜만에 꿈을 꾸었다.짧고 어지러운 꿈이었다.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속에서 이현은 등장하지 않았다.그녀는 꿈에서 깨어났을 때 가슴 한가운데에 잔잔한 허기를 느꼈다.그것은 공복에서 오는 허기가 아니라,말하지 못한 마음이 쌓여 만들어낸 보이지 않는 틈이었다.햇살은 여느 날보다 부드러웠고 그녀의 손은 평소처럼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였다.그러나 그 손끝의 움직임은 어딘가 느려지고 있었다.그녀는 이유 없이 칼질을 멈추고 주방 창 너머를 오래 바라보았다.마치 자신이 만들어 온 모든 것들이 더는 누군가에게 닿지 못할 것 같은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이현은 오전 내내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했다.유리의 말없는 웃음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그녀는 여전히 다정했다.그러나 그 다정함에는 더 이상 ‘기대’가 담겨 있지 않았다.이현은 안다.사람의 마음은 손으로 만질 수 없어도 그 무게와 결을, 가장 가까운 사람이 먼저 느끼게 된다는 것을.그는 그녀가 무언가를
잠들기 전, 이현은 다시 입을 열었다.“혹시… 그 남자랑 연락해요?”유리는 대답하지 않고 이불 속으로 몸을 더 깊이 묻었다.조금 있다가, 그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손님이에요. 다른 의미는 없어요.”그녀는 진심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이현에게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녀가 그 남자에게 가진 감정은 사랑이 아니었다.하지만 그렇다고 무의미하다고 말할 수 없는 이상한 여운이 남아 있었다.그리고 그 여운을 그녀는 스스로에게조차 제대로 설명할 수 없었다.이현은 등을 돌리고 누웠다.그의 어깨 너머로는 서늘한 공기만이 흘러갔다.그는 그 순간, 서로를 너무 사랑했기 때문에 서로에게 말하지 못하는 게 더 많아졌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들의 다정함은 지금 너무 완벽했기에 오히려 거짓말처럼 느껴졌다.그는 눈을 감으며 조용히 속삭였다.‘당신이 내 곁에 있어도 당신의 마음은… 점점 멀어지고 있어.’아침 햇살은 벽을 따라 천천히 번지고 있었다.이국의 겨울은 흐린 날이 많지만, 그날만큼은 투명한 햇빛이 창가로 깊숙이 스며들었다.유리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었다.이현은 아직 잠들어 있었고, 그의 규칙적인 숨결은 이불 속으로 고요하게 퍼지고 있었다.그녀는 그의 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다 조용히 눈을 돌렸다.그와 함께 있는 아침. 이제는 익숙한 풍경이었지만이상하게도, 마음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메마르고 있다는 것을 그녀는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사랑은 여전히 이 자리에 있는데그 사랑이 주는 온기가 조금씩, 그러나 분명하게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그날은 휴일이었다.두 사람은 특별한 계획 없이 조용한 파리의 오후를 함께 보내기로 했다.이현은 아침을 차려주겠다고 말했고 유리는 고개를 끄덕였다.부엌에 서 있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유리는 마음이 이상하게 허전해졌다.그는 예전보다 훨씬 자주 웃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기분을 살폈고,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행동들에도 세심한 배려를 담고 있었다.그러나 그 다정함 속에는 어딘가
식사 후, 그는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말했다.“가끔은… 그렇게 말하는 사람 앞에 있으면 내가 너무 멀찍이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당신이 아주 깊은 어딘가에 닿아 있는 것 같아서.”유리는 대답하지 않았다.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굳이 물을 필요도 없었다.그 남자의 시선은 조심스러우면서도 따뜻했다.하지만 그녀는 그 따뜻함조차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그날 저녁, 이현은 평소보다 늦게 가게에 들어왔다.그녀는 평온한 얼굴로 맞이했지만 그의 눈은 무언가를 감지한 듯 짧게 그녀를 스쳐 지나갔다.그는 질문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도 아무 설명을 하지 않았다.식탁 위엔 조용한 긴장감이 깔렸다.말 한 마디 없이 그들은 함께 식사를 했고, 그런 침묵조차 이젠 그들 사이에서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밤이 깊었다. 불을 끈 방 안에서 이현은 그녀의 등을 바라보았다.그의 숨은 얕고 무거웠다.말로 꺼낼 수 없는 감정들이 그를 점점 조여오는 느낌이었다.그는 말없이,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지만 그 손끝이 이미 닿기엔 너무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유리는 눈을 감은 채 작은 숨을 내쉬었다.그녀도 알고 있었다.이현이 무언가를 묻고 싶어 한다는 걸.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 어떤 대화도 자신의 마음을 진짜로 말해줄 수 없다는 걸.그녀는 말없이 속삭였다.‘사랑은… 늘 곁에 있다고 확신할 수 없을 때 가장 아프게 흔들리는 거야.’창문 밖에는 잔잔한 비가 내리고 있었다.프랑스의 겨울은 서울보다 더 부드럽고, 더 길게 스며드는 습기와 함께 찾아왔다.유리는 고요한 주방 안에 앉아 창문을 바라보며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그녀의 앞치마는 아직 벗겨지지 않았고,주전자 안에서 물이 천천히 끓어오르는 소리만이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이른 아침임에도 그녀는 밤을 꼬박 지새운 사람처럼 어딘가 멍한 눈으로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생각의 파도는 잔잔했지만, 그 아래로는 무언가가 고요히 무너져내리고 있었다.그날 오후, 이현은 평소보다 일찍 가게에 들어섰다.
그는 잠시 서 있다가 조용히 뒤돌아 나와 근처 벤치에 앉았다.담배를 꺼낼까 하다 말고, 그저 두 손으로 무릎을 감쌌다.‘웃음이… 그렇게 다르진 않았어.’스스로에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 말조차 위로가 되지 않았다.그는 유리의 미소를 기억했다.자신에게 보여주던 그 다정하고 단단한 웃음.그러나 방금 전의 미소는 누군가를 향한 마음이 분명히 거기 담겨 있었다.그것이 그저 친절이었는지, 아니면 그 이상이었는지를 이현은 알 수 없었다.하지만 모른다는 사실이 더 두려웠다.시간을 두고 들어간 가게 안에서 유리는 여전히 부드러운 미소로 그를 맞았다.“오늘은 늦으셨네요.”그 말은 일상적인 인사였지만 이현은 속으로 자책했다.자신은 왜 그 말 속에서조차 감정을 의심하고 있는 걸까.그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일이 좀 늦게 끝났어요.”식사는 조용히 이어졌다. 그녀의 요리는 여전히 완벽했다.그러나 이현은 그 완벽함마저 어딘가 아프게 느껴졌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너무 매끄럽게 흘러가는 시간은,그가 느낀 찰나의 혼란을 더 또렷하게 떠올리게 만들었다.그날 밤, 이현은 침대에 누워 유리의 옆모습을 바라보다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리 씨. 그 손님… 요즘 자주 오시나 봐요.”유리는 고개를 돌려 그를 보았다.“네. 그냥, 한동안 파리에 머문다고 하시더라고요. 맛있게 드셔주시니까 저도 감사하죠.”그녀의 대답은 부드러웠지만,그 ‘감사’라는 말이 이상하게 가슴을 파고들었다.“혹시… 그 사람과 개인적으로 연락하고 있어요?”그는 묻고 나서 스스로 놀랐다.그런 의심을 입 밖에 내다니.유리는 말없이 그를 바라보다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럴 일 없어요.”짧고 단호한 대답. 그러나 이현은 그 단호함조차 완전히 안심이 되지 않았다.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하지만 그날 밤, 이현은 좀처럼 잠들 수 없었다.그녀의 등에 이불 너머로 닿는 거리조차 이상하게 멀게만 느껴졌다.그의 가슴속엔 불신이 아니라, 불안
이른 아침, 파리의 하늘은 여전히 흐렸다.잔뜩 구름이 드리운 창밖에서 어떤 햇살도 길게 들이치지 않는 날이었다.유리는 조용히 주방의 불을 켰다.바깥은 아직 문을 열 시간도 아니었지만,그녀는 잠에서 깬 순간부터 다시 가게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어제 쓰던 노트를 다시 펼쳤다.하얀 종이 위에는 자잘한 손글씨로 재료의 조합, 온도, 향의 조율이 기록되어 있었고그 옆에는 지우다 만 흔적과 무언가를 다시 쓰려다 말은 연필 자국이 남아 있었다.유리는 펜을 들고 멈칫했다.무언가를 쓰기엔 마음의 결이 너무 고르지 않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은 걸 알아주길 바랐어요.”어제, 이현 앞에서 무심히 꺼낸 그 말이 자신에게도 여전히 메아리처럼 남아 있었다.말하지 않는다는 건 무언가를 감추겠다는 게 아니라,말로 꺼내면 더 이상 다정할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 때문이었다.그녀는 지금 이 감정이 사랑의 식어감인지,혹은 사랑을 더 오래 지키려는 마음인지 명확히 알지 못했다.그날 오전, 그 남자가 다시 찾아왔다.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며 익숙한 듯 가게 안을 둘러보았고,유리를 보자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떠나기 전에… 한 번 더 오고 싶었어요.”그녀는 가볍게 미소 지었지만 그 미소에는 어딘가 경계가 섞여 있었다.그는 커피 한 잔만 시켰고 창가 자리에 앉아 조용히 파리의 거리 풍경을 바라보았다.유리는 주방에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자신이 너무 오래 응시하고 있음을 깨닫고 고개를 돌렸다.마음이, 정말 아주 조금,그의 고요한 존재감에 흔들리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었다.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조용한 시선, 불쑥 웃어 보이는 입꼬리,다 비우고 돌아가는 잔 하나가 그녀의 식탁 위에 자꾸 남는 감정들을 만들었다.이현은 그날 저녁에 가게로 왔다.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척 그의 손에 따뜻한 찻잔을 쥐어주었다.“오늘, 힘든 하루였어요?”그는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근데… 유리 씨 얼굴 보니까 나아졌어요
식당 안은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단골손님들은 슬쩍 눈치를 주고받으며 수군거렸고,어떤 아줌마는 “저기 사장님 남친이세요?”라며 장난을 쳤다.유리는 “아니라고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국자를 들었다가,아줌마들이 깔깔 웃는 소리에 입술을 꾹 다물고 물만 내렸다.“유리 씨 인기 많네. 장사 잘하겠다.”이현이 팔짱을 풀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저으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아 진짜… 저 인간은 왜 저러지…”저녁 무렵, 문득 식당 안에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문틈 사이로 들어선 한 여자의 실루엣
아침 공기가 아직 서늘한데도 유리의 이마엔 땀방울이 맺혔다.주방에서 채소 써는 소리가 경쾌하게 퍼져나가지만, 그녀의 마음은 어쩐지 분주하고 어지러웠다.칼끝으로 리듬을 타는 손놀림은 점점 빨라졌고, 심장이 그것보다 먼저 뛰고 있다는 걸 그녀는 누구보다 잘 느끼고 있었다.‘설마 오늘은 안 오겠지. 아니, 저 진상님도 적당히 해야지… 설마 또?’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리고 있을 때, 골목 바깥에서 웅성거림이 몰려들었다.평소보다 훨씬 큰 소음에 유리는 머리를 홱 돌려 주방 창으로 달려갔다.그리고 그 순간,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새벽 공기를 뚫고 부엌 창문 틈으로 겨우 스며드는 첫 햇살에, 유리는 눈을 찡그리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손끝에 아직 따뜻함이 채 가시지 않은 빗자루의 감촉이 남아 있었고, 어젯밤 그 황당한 남자의 얼굴이 자꾸 머릿속을 떠올랐다.‘미친놈인가…’스스로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렸지만, 그때 느꼈던 묘한 울렁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단순히 분노에서였을까? 아니면, 낯선 사람의 강렬한 눈빛이, 생각보다 오래 가슴 한가운데 남아 있었던 걸까.유리는 스스로를 향해 얼굴을 찌푸리며 부엌으로 향했다.익숙한 동작으로 칼을 쥐
S그룹 본사 최상층 회장실, 그 문 앞 복도에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셰프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흰 셰프복에 단정한 모자, 은빛이 번쩍이는 조리도구, 완벽히 플레이팅된 요리가 놓인 쟁반을 양손으로 받쳐 든 모습은 그 자체로 일종의 퍼레이드 같았다.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엉켜 있었고, 뺨에는 굳은 미소가 어색하게 걸려 있었다.복도를 채운 공기는 마치 숨조차 삼키기 두려운 듯 묵직했고,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위를 긁는 미묘한 소리와 낮고 단호한 남자의 목소리는 그 공기를 더욱 팽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