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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뒤돌아선 발끝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6-17 17:26:28

식당 안은 평소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단골손님들은 슬쩍 눈치를 주고받으며 수군거렸고,

어떤 아줌마는 “저기 사장님 남친이세요?”라며 장난을 쳤다.

유리는 “아니라고요!!”라고 소리를 지르며 국자를 들었다가,

아줌마들이 깔깔 웃는 소리에 입술을 꾹 다물고 물만 내렸다.

“유리 씨 인기 많네. 장사 잘하겠다.”

이현이 팔짱을 풀며 한마디를 툭 던졌다.

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저으며 짜증 섞인 한숨을 내쉬었다.

“아 진짜… 저 인간은 왜 저러지…”

저녁 무렵, 문득 식당 안에 이상한 기척이 느껴졌다.

문틈 사이로 들어선 한 여자의 실루엣,

반듯한 정장, 날카로운 구두 소리, 

그리고 새하얀 셔츠에 완벽히 말아 올린 머리. 은별이었다.

“여기가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은별은 유리에게 다가와 싱긋 웃으며 말했다.

“회장님이 매일같이 오실 만큼.”

유리는 순간 당황해

“아, 아뇨… 저, 그냥 손님이 좀 많아서…” 라고 더듬거렸다.

은별은 잠깐 눈웃음을 지으며,

“그럼 회장님은 오늘도 특별 대접 받으시는 거겠네요?”

하고는 살짝 비꼬듯 말했다.

그 미소 속에 번지는 싸늘함은 유리가 처음 겪어보는 종류의 감정이었다.

조용히 지켜보던 이현이 자리에서 일어나 은별 쪽으로 다가왔다.

“뭐 하세요, 비서님. 여긴 내 사생활이니까 신경 꺼요.”

그 말에 유리는 움찔했고,  은별은 미소를 유지한 채 살짝 고개를 숙였다.

“회장님, 걱정돼서요. 이런 데까지 매일 나오시는 걸 보면.”

이현은 짧게 웃었다.

“내가 어디서 밥을 먹든 그건 내 사정이죠.”

유리는 괜히 국자로 냄비 뚜껑을 툭툭 두드리며 소리를 내더니,

“여기, 진상님, 음식 나왔어요.  시끄럽게 굴지 말고 먹기나 하세요.”

하고 말했다.

이현은 테이블로 돌아와 앉으면서 유리 쪽을 힐끔 바라봤다.

“귀엽네, 질투하는 거?”

“누가 질투요?! 미쳤나 진짜…”

유리는 얼굴까지 붉히며 등을 돌렸지만,

그 발끝은 조금 더 분주히 움직이고, 손끝은 괜히 그릇을 닦아대며 안절부절 못했다.

그날 밤, 식당 문을 닫고 정리하던 유리는 골목 끝에 서 있는 이현을 발견했다.

“진상님, 안 갔어요?”

“언제 퇴근하나 보고 있었죠.”

“왜요. 잠복근무라도 하세요?”

유리는 못 이긴 척 웃으며 물었고, 이현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말했다.

“너 오늘… 좀 귀여웠어요.”

유리는 한참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가

“아 진짜… 미쳤나…”

작게 중얼거리며 황급히 문을 잠갔다.

그 등 뒤에서, 이현은 피식 웃으며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입에 물었다가 불도 붙이지 않은 채,

그냥 한참 동안 골목 어귀를 바라보고 섰다.

유리는 눈가에 힘을 주며 주방 안을 쓸고 또 쓸었다.

사실 바닥은 이미 반짝였지만, 마음속에서 일어나는 이 복잡한 기류를 주체할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다.

한동안은 줄까지 서가며 찾아오던 이현이 며칠째 모습을 보이지 않자,

유리는 안도하면서도 이상하게 불안했다.

‘진상님… 설마 진짜 이제 안 오는 거야? 아니, 그게 뭐라고 신경 쓰고 있어, 최유리.’

그러던 그날 저녁, 골목 끝에서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고, 검은 슈트 차림에 한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성큼성큼 다가오는 이현이 보이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며칠 안 왔다고, 표정이 많이 서운해 보이시네요.”

이현은 문 앞에 서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유리는 황급히 고개를 돌리며 쓸던 빗자루를 더 세게 밀었다.

“서운하긴요. 진상님 안 오시니까 장사 편해서 좋았죠.”

“아, 네. 그럼 오늘부터 다시 불편하게 해드리겠습니다.”

툭툭 튀어나오는 그의 말은 언제나 짧고 직설적이지만,

어디 하나 반말을 쓰지 않으면서도 사람 속을 긁는 재주가 있었다.

식당 안은 또 다시 웅성거림으로 채워졌다.

단골손님들이 슬쩍 눈치를 주며 웃고, 마춘배 아저씨는 

“유리야, 오늘 또 그 양반 오셨네?”  하고 농담을 던졌다.

유리는 붉어진 귀를 감추듯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주방 안으로 몸을 숨겼다.

저녁이 깊어가고, 식당 안이 한산해질 무렵.

이현은 테이블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괴며 유리를 빤히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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