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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설명 없는 떨림

Author: 데이지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06-11 12:20:47

새벽 공기를 뚫고 부엌 창문 틈으로 겨우 스며드는 첫 햇살에, 

유리는 눈을 찡그리며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 올렸다.

손끝에 아직 따뜻함이 채 가시지 않은 빗자루의 감촉이 남아 있었고, 

어젯밤 그 황당한 남자의 얼굴이 자꾸 머릿속을 떠올랐다.

‘미친놈인가…’

스스로 중얼거리고, 또 중얼거렸지만,  그때 느꼈던 묘한 울렁임은 부정할 수 없었다.

단순히 분노에서였을까? 아니면, 낯선 사람의 강렬한 눈빛이, 

생각보다 오래 가슴 한가운데 남아 있었던 걸까.

유리는 스스로를 향해 얼굴을 찌푸리며 부엌으로 향했다.

익숙한 동작으로 칼을 쥐고, 야채를 다듬으며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썼다.

하지만 문득, 어젯밤 골목에서 들었던 그의 목소리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오늘 매상 전부, 내가 계산하겠소.’

단단한 눈빛, 비웃음기 어린 미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

이상하게도 그 모든 것이 불쾌함과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떨림을 남겼다.

점심 무렵, 유리는 주방 창가에서 식당 밖을 힐끔힐끔 훔쳐보고 있었다.

“아, 아니지… 내가 왜 자꾸 보지…”

혼잣말을 하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순간, 골목 저편에서 검은색 실루엣 하나가 나타났다.

심장이 순간 멎는 듯 덜컥 내려앉았다.

서이현. 그는 어제와 다를 것 없는 날렵한 슈트 차림으로,

여전히 망설임 하나 없는 발걸음으로 줄 맨 앞으로 걸어왔다.

“저 사람, 어제 그 블랙카드 새치기 아저씨 아냐?”

“헐, 또 왔어?”

단골손님들 사이에서 수군거림이 퍼졌다.

유리는 숨을 들이마신 채 고개를 재빨리 돌렸다.

‘아, 제발… 진짜 미친 건가.’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이현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여기, 오늘도 제일 맛있는 걸로 부탁합니다.”

그 짧은 한마디에, 유리는 눈썹이 살짝 떨렸다.

그는 주문조차 ‘평범함’을 몰랐고, 사람을 긴장하게 만드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유리는 주방 안에서 나직이 중얼거리며 자신을 다잡았다.

“하… 그냥 손님일 뿐이야. 진상 손님. 아주 돈 많은, 진상 손님.”

칼끝은 여전히 빠르게 재료를 다듬었지만,

손끝으로 전해지는 미묘한 떨림을 그녀 자신은 부정할 수 없었다.

식사가 끝난 뒤, 이현은 여전히 테이블에 앉아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눈길은 골목 너머로 멀리 이어졌지만, 그 속에는 과거의 기억이 맴돌고 있었다.

어릴 적, 어머니는 그에게 매일같이 저녁 식사를 차려주었다.

수저를 쥔 작은 손, 따뜻한 국물의 향,

밥 위에 사르르 녹아내리던 계란찜의 부드러움. 어머니는 언제나 웃으며 말했다.

“이현아, 네가 맛있게 먹어주는 게 엄마에겐 제일 큰 기쁨이란다.”

그 모든 건 너무 일찍 사라졌다.

어머니가 떠난 뒤, 새어머니가 그의 식탁을 채웠지만, 그 속에는 마음을 채우는 맛이 없었다.

그날 이후, 그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찾아왔다.

그리고 어제 밤, 낯선 골목길에서 맡았던 냄새,

그것이 그에게 오래전 어머니의 손맛을 떠올리게 했음을 그는 비로소 깨달았다.

유리는 주방 한켠에서 식당 안을 힐끔히 바라보다 그의 눈길과 마주쳤고, 재빨리 시선을 돌렸다.

심장이 이상하게 두근거렸다.

왜일까. 왜, 저 남자의 눈빛은 사람을 그렇게 혼란스럽게 만드는 걸까.

그녀는 심호흡을 하며 음식을 준비했다.

그러나 문득 깨달았다.

이 남자, 오늘만이 아닐 것 같았다.

내일도, 그다음 날도,

또 와서 자신의 마음을 흔들어 놓을 것 같은 왠지 모를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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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는 예고도 없이 쏟아졌다.파리의 하늘은 종종 그렇게 변덕을 부렸다.분명 아침엔 옅은 햇살이 길을 따라 번지고 있었는데,정오를 지나며 구름이 짙게 몰려들었고, 잠깐 고개를 돌린 사이, 바깥은 회색의 물결로 가득했다.가게 유리창에 물방울이 차례차례 흘러내렸다.천천히, 그리고 묵직하게.마치 오래된 기억이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것처럼.유리는 문득 손에 들고 있던 컵을 내려놓고,창가로 걸어가 그 흐릿해진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파리의 골목은 비에 젖으면 더 조용해졌다.우산 아래의 사람들은 서로를 향해 몸을 기울였고, 그 짧은 순간이 지나면 다시 멀어져 갔다.그 흐름이 마치 사람 사이의 감정 같다고 유리는 생각했다.가까워지는 데는 작은 계기 하나면 충분하지만,멀어지는 건 늘 이유도 말도 없이 너무 쉬운 일이 되어버리는 것 같다고.이현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어깨는 조금 젖어 있었고, 손에는 조그만 검은 우산이 들려 있었다.유리는 그를 바라보다 자연스럽게 수건을 내밀었다.“젖었네요.”이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당신이 만든 스프 냄새에 이끌려서 비 오는 줄도 모르고 걸었어요.”그의 말에 유리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그럼 오늘은… 따뜻한 수프 먼저 드릴게요.”그녀는 조심스럽게 주방의 뒷가스레인지에 올려놓은 냄비를 열었다.그 안엔 마늘과 양파를 천천히 볶아낸 향이 배어 있었고,부드럽게 푹 삶은 렌틸콩과 토마토가 걸쭉하게 어우러져 있었다.그녀는 국자를 들고 말없이 국물을 떠올렸다.그 한 동작조차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느리게 느껴졌다.그녀는 알 수 있었다.자신의 마음이 이유 없이 조용해지고 있다는 것을.식탁에 앉은 이현은 수프를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었다.“따뜻하네요. 속이 녹는 느낌이에요.”그 말에 유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의 눈을 보지 않았다.창밖의 비가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었기 때문일까.아니면, 그 비를 보며 떠오른 어느 과거의 한 장면이 마음을 어지럽히고 있었기 때문일까.이현은 유리의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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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1. 미친놈인가?

    S그룹 본사 최상층 회장실, 그 문 앞 복도에는 이름만 들어도 유명한 셰프들이 나란히 서 있었다.흰 셰프복에 단정한 모자, 은빛이 번쩍이는 조리도구, 완벽히 플레이팅된 요리가 놓인 쟁반을 양손으로 받쳐 든 모습은 그 자체로 일종의 퍼레이드 같았다.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과 초조함이 엉켜 있었고, 뺨에는 굳은 미소가 어색하게 걸려 있었다.복도를 채운 공기는 마치 숨조차 삼키기 두려운 듯 묵직했고, 안쪽에서 새어나오는 소리,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위를 긁는 미묘한 소리와 낮고 단호한 남자의 목소리는 그 공기를 더욱 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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