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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피렌체의 편지

Autor: 데이지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9-21 15:13:17

이현은 그날 아침, 호텔의 창가에 앉아 있었다.

창문을 반쯤 열어둔 채 묵은 와인처럼 무거운 공기를 들이마시며,

테이블 위 노트 한 권과 펜을 천천히 꺼냈다.

이틀 전부터 쓰려 했던 편지였다.

그는 수없이 첫 문장을 떠올렸고, 그보다 더 많이 지웠다.

“유리 씨, 잘 지내요?”

그는 그 문장을 처음에 썼다가 금세 지워버렸다.

‘잘 지내요’라는 말은 이미 그가 묻지 않아도 답을 알고 있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유리는 잘 지내고 있었다.

그것이 그에게는 무겁고, 서글프고, 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는 다시 펜을 들었다.

유리 씨, 이 도시는 여전히 아름다워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아름답다는 느낌이 들 때마다

그 풍경 안에 당신이 없는 것이 가장 선명하게 다가와요.

그는 고개를 살짝 떨궜다.

그 문장은 감정을 묘사하기보다 그리움을 드러내는 문장이었고,

그리움은 지금의 이현에게 허락되지 않은 종류의 감정 같았다.

유리는 그를 떠났다. 그리고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은 결과였고, 선택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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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7. 무너지는 틈

    이현은 문 안으로 들어서며 느긋하게 웃었다.유리는 순간 칼을 내려놓고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쥘 뻔했다.“진상님… 진짜 왜 이렇게 매일 와요. 그만 좀 와요.”“싫은데요?”이현은 짧게 웃으며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보고 싶어서 왔는데요.”조유리는 입술을 꾹 깨물고, 뒤돌아서 주방으로 들어갔다.그런데 거울에 비친 자신의 뺨이 빨갛게 달아오른 걸 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꾹 눌렀다.‘조유리, 이러지 마… 진짜, 정신 차려…’그날 저녁, 은별은 가게 문턱을 조용히 넘었다.“회장님, 식사 시간이 이렇게 중요하셨나요?”은별

  • 회장님, 어떤 맛을 원하세요?   6. 귀를 세운 마음

    은별의 미소 속엔 알 수 없는 날카로움이 숨겨져 있었다.“회장님이 뭐가 그리 맛있다고 매일 이곳에 오시는지.”이현은 짧게 한숨을 내쉬며“비서님, 일은 일이고, 제 사생활은 좀 놔두시죠.” 라고 말했다.유리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그들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기류가 한순간 식당 안 공기를 차갑게 만들었다.가게 정리 중, 유리는 문을 닫으려다 또 골목 끝에 서 있는 이현을 발견했다.“진상님, 진짜… 오늘은 왜 안 가세요.”이현은 주머니에서 손을 꺼내며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냥… 보고 가려고요.”유리는 한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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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유리 씨, 다른 사람한테도 이렇게 신경 많이 쓰세요?”그 말에 유리는 순간 멈칫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휙 돌리며“손님 관리 열심히 하는 게 잘못인가요?” 하고 받아쳤다.이현은 피식 웃었다.“잘못은 아닌데요, 굳이 그렇게 변명하실 필요는 없잖아요.”유리는 국자로 찌개를 휘젓다 턱 끝까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그 와중에도 심장이 자꾸만 빨리 뛰는 게 더 화가 났다.문득 식당 문이 열리고, 또각또각 구두 소리가 울렸다.조은별이었다.완벽한 정장 차림, 미소를 얹은 얼굴,그러나 그 안에서 번뜩이는 눈빛은 누구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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