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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Auteur: 설융
차가운 호숫물이 조서연의 온몸을 휘감고 몸이 깊이 가라앉자 시야도 점점 흐려졌다.

의식을 잃기 직전, 그녀의 눈앞에 그해 강남에서 눈보다 흰 옷을 입은 서정윤이 말을 달려와 손을 내밀던 모습이 다시 떠올랐다.

"서연, 나와 함께 경성으로 돌아가겠느냐? 평생 너를 지켜 주마."

"부인! 부인!"

조서연은 눈을 번쩍 뜨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눈시울이 붉어진 어린 시녀가 침상 곁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드디어 깨어나셨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익숙한 침소였다. 하지만 방 안에는 그 어린 시녀 말고 아무도 없었다.

호숫물에 잠겼을 때의 숨 막히던 감각이 아직 남아 있는 듯했고, 자신을 두고 돌아서던 서정윤의 뒷모습을 떠올리자 가슴이 미어졌다.

"누가... 나를 구했느냐?"

"주방의 하인 유씨가 부인께서 물에 빠진 것을 보고 사람들을 불러 구해 냈습니다."

조서연은 허탈하게 웃었다.

명색이 후작 부인인데 물에 빠진 자신을 구한 사람은 하인이었고, 정작 부군은 지금 다른 여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 뒤로 조서연은 계속 침상에 누워 요양했다.

창밖의 매미 울음 사이로 하인들의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다.

"후작께서 어제 소은영 아가씨의 약을 손수 달이시다 손을 데셨는데도 개의치 않으셨대."

"오늘 아침에는 소은영 아가씨께서 성 남쪽의 계화떡을 먹고 싶다고 하시니 날이 밝기도 전에 말을 달려 사 오셨다더군."

"소은영 아가씨께서 혹시라도 다칠까 봐 밤새 금실로 짠 연갑까지 만들게 하셨대. 정말 끔찍이 아끼시나 봐."

그 말을 들은 조서연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가 처음 후부에 시집와 풍한을 앓았을 때 서정윤도 이처럼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고, 약까지 직접 맛본 뒤에야 먹여 주었다.

"서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나도 살지 않겠다."

그때는 그렇게 말했었지만 지금은 조서연이 익사할 뻔했는데도 그는 얼굴 한번 비치지 않았다.

사흘 뒤, 조서연이 겨우 침상에서 내려와 걸을 수 있게 되자 소은영이 갑자기 들이닥쳤다.

"부인, 오늘은 후부에서 물건을 사는 날입니다. 저와 시장에 가십시오. 십 문만으로도 얼마든지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 드리겠습니다."

조서연은 가고 싶지 않았지만 소은영이 억지로 그녀를 끌고 나갔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에서 소은영은 썩은 채소를 뒤적이며 물었다.

"예전에는 후부의 물건을 사는 데 얼마나 썼습니까?"

"오백 냥."

"오백 냥이라고 했습니까?"

소은영이 별안간 비명을 질러 행인들의 이목을 끌었다.

"오백 냥이면 가난한 백성을 얼마나 많이 먹이고 입힐 수 있는지 아십니까? 부인 같은 분들 때문에 나라가 이 지경이 된 것입니다!"

그녀는 흥분할수록 목소리를 높이더니 급기야 길 한복판에서 조서연의 죄를 하나하나 늘어놓기 시작했다.

조서연은 소은영이 산 썩은 채소와 곰팡이 핀 쌀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그래서 앞으로 반년 넘게 후부 사람들에게 이것만 먹일 생각이냐?"

소은영은 태연하게 대답했다.

"무엇이 문제라는 말씀입니까? 가난한 사람들은 모두 이런 것을 먹고 살지 않습니까?"

"그래?"

조서연이 집어 든 마른 채소에는 벌레 먹은 자국이 빽빽해 끔찍했다.

"그런데 너는 어째서 아침마다 주방에 따로 일러 갓 찧은 좁쌀로 죽을 쑤게 하고, 옷도 모두 고운 비단으로 새로 지어 입느냐?"

조서연이 차갑게 웃었다.

"후부 사람들에게는 겨와 나물만 먹이면서 너는 끼니마다 싱싱한 채소를 빼놓지 않더구나. 입만 열면 부자를 미워한다고 외치는데, 네가 미워하는 건 정말 부귀일까? 아니면 다른 사람이 너보다 잘 사는 꼴일까?"

"무슨 헛소리입니까? 저는 당연히..."

정곡이 찔린 소은영이 화를 내며 반박하려던 순간, 앞쪽 술집에서 격렬한 다툼 소리가 들렸다.

"집에서 손자가 밥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가 주인의 손을 필사적으로 뿌리쳤다.

"제발 자비를 베풀어 보내 주십시오!"

"보내 달라고?"

주인은 화가 나 부들부들 떨었다.

"네가 십 년 묵은 술이 든 항아리를 세 개나 깨뜨렸으니, 값으로 열 냥을 물어내거라!"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닙니다."

할머니가 눈물범벅이 되어 울었다.

그 광경을 본 소은영은 조서연을 놓고 곧장 달려갔다.

"어찌 그리 매정하십니까? 집에서 손자가 기다리고 있다지 않습니까?"

느닷없는 비난에 멍해졌던 주인이 이내 버럭 소리쳤다.

"네가 무슨 상관이냐? 그렇게 선인 노릇이 하고 싶으면 네가 대신 물어내거라!"

"저는..."

소은영이 말문이 막힌 사이 할머니는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붙잡은 듯 그녀에게 매달렸다.

"고맙습니다, 아가씨! 정말 고맙습니다!"

할머니는 말을 마치자마자 달아나려 했다.

주인이 뒤쫓으려 하자 소은영이 앞을 가로막았다.

"거기 서십시오! 동정심도 없습니까? 저분은 저렇게 나이가 많으신데..."

"헛소리 집어치우거라!"

주인은 완전히 화가 났다.

"돈을 물어내든지, 아니면 관아에 알리겠다!"

소은영은 입술을 깨물더니 주머니에서 동전 수십 문을 꺼내 탁자 위에 내리쳤다.

"제가 물어내겠습니다!"

주인은 얼마 되지도 않는 동전을 보고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열 냥짜리 술값에 이걸 내놓겠다고? 나를 거지 취급하는 것이냐? 어서 나머지 돈도 대신 물어내거라. 그렇지 않으면 관아에 알려 너를 잡아넣겠다!"

소은영은 얼굴을 붉혔다.

"반드시 갚겠습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십시오!"

그러나 온몸을 뒤져도 동전 한 닢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이를 악물고 맞은편 기생집을 바라본 뒤 조서연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곳에서 며칠 몸을 팔아 번 돈으로 이 할머니를 도와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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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23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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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뒤 조서연은 그동안 진맥해 준 진료비 대신 손수 만든 우산 한 자루를 유남현에게 선물했다.우산을 받아 든 유남현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 뜨거운 눈빛과 마주하자 조서연의 심장도 저도 모르게 조금 빠르게 뛰었다.그렇게 석 달이 흐르는 동안 조서연은 어느덧 유남현이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해졌다.홍주는 가끔 볼멘소리를 했다."아가씨, 유남현 의원께서 제 일까지 빼앗습니다. 무슨 일이든 아가씨 앞에서 나서려고 합니다."그렇게 볼을 잔뜩 부풀린 홍주를 보며 조서연은 즐겁게 웃었다.무더위가 채 가시기도 전에 무안후 서정윤이 큰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다는 소식이 경성에서 전해졌다.전장에서 빼어난 용맹을 떨쳐 단숨에 흉노왕의 목을 베고, 그 머리를 들고 돌아와 황제를 알현했다고 했다.앞서 떠돌던 소문도 사실이었다.큰 공을 세운 서정윤은 다른 포상을 모두 마다하고 오직 강남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허락하는 조서 한 장만 청했다.소문은 삽시간에 강남까지 퍼졌다.사람들은 서정윤이 무슨 일로 굳이 강남까지 오려는 것인지 저마다 추측했다.강남에서 새 사업을 벌이려 한다는 이도 있었고, 군사를 훈련하려 한다는 이도 있었다.오직 조서연만은 이 소식을 듣는 순간 손이 떨려 바늘에 손가락이 찔렸고, 곧 핏방울이 맺혔다."서연!"유남현은 그녀의 손을 붙잡고 살폈다.미간을 찌푸리더니 손가락을 입에 머금고 살며시 빨았다.조서연은 저도 모르게 손을 빼려 했지만, 유남현이 눈빛으로 제지하자 그대로 멈췄다.피가 완전히 멎고 나서야 그는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놓아주었다."그렇게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바늘에 조금 찔렸을 뿐입니다."조서연은 뜨거워진 손가락을 손바닥 안으로 오므렸지만, 그 따뜻한 감촉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유남현은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서연, 상처가 크든 작든 서연이 아프면 저도 마음이 아픕니다. 그러니 그렇게 대수롭지 않게 말하지 마십시오."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서정윤도 자신이 조금이라도 다치는 것은 견딜 수 없다고 했던 기억이

  • 후작을 떠나 강남의 봄을 만났다   제18장

    조서연은 당연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홍주에게 함께 가겠느냐고 물었지만 홍주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결국 조서연은 유남현과 단둘이 길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얼마 걷지 않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강남은 비가 잦았고, 봄이면 가랑비가 수시로 내렸다. 이런 날씨에 익숙한 유남현은 우산을 펼쳐 조서연에게 씌워 주었다."조심하십시오. 비를 맞으면 안 됩니다."그는 우산을 그녀 쪽으로 더 기울였다. 빗물이 사내의 어깨를 적셨지만 정작 그는 조금도 아랑곳하지 않았다.음식점에 도착하고 나서야 조서연은 그의 어깨가 흠뻑 젖은 것을 발견했다."어깨가 완전히 젖었는데 왜 진작 말씀하지 않으셨습니까?"조서연은 절로 걱정이 앞섰다.유남현은 대수롭지 않게 옷에 묻은 빗물을 털어 내며 웃었다."서연은 몸이 약하니 비에 젖으시면 정말 큰일 납니다. 저는 몸이 튼튼하니 괜찮습니다. 서연, 정 저를 걱정하신다면 직접 만든 새 우산 한 자루만 선물해 주십시오."조서연은 유남현의 호칭이 한층 친근해진 것을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수건을 꺼내 그의 어깨에 밴 물기를 닦아 주었다. 눈에는 미안함이 서려 있었다.이 음식점은 유남현이 소개한 곳이었다.강남에 온 지 몇 달밖에 안 된 데다 생계를 꾸리느라 바빴던 조서연은 이곳 사정에 밝지 않았다. 식사를 대접하겠다고 했지만 장소는 유남현에게 맡겼다.안으로 들어서자 유남현은 마치 주인이라도 된 듯 조서연을 자리로 안내했다. 젓가락과 그릇을 챙겨 주고 음식 맛도 하나하나 설명했다.그 모습을 본 주인이 웃으며 짓궂게 물었다."우리 유남현 의원이 오늘은 일행과 함께 왔군. 참 보기 드문 일인데, 혹시 무슨 경사라도 있나?"주인의 목소리가 워낙 큰 데다 유남현은 많은 사람을 치료해 강남에서 이름난 의원이었다. 삽시간에 주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쏠리자 조서연은 얼굴을 붉혔다.유남현은 조서연에게 쏟아지는 시선을 가로막아 주었지만 주인의 말은 부인하지 않았다."서연이 식사를 대접한다고 하기에 평소 오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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