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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장

Auteur: 설융
조서연은 벼락을 맞은 듯 굳어 버렸고, 온몸의 피가 얼어붙는 것 같았다.

"제가 부인을 제대로 가르치지 못해 이토록 큰 잘못을 저지르게 했습니다."

서정윤이 허리를 깊이 숙였다.

"고모님, 부디 용서해 주십시오. 새 생일 예물을 마련해 다시 올리겠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조서연의 가슴에 깊이 박혀, 입을 열고도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조씨."

황후가 실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너는 경성에서도 현숙하고 덕이 높기로 이름난 여인이었다. 본궁도 늘 너를 아꼈거늘, 이제 와 이런 큰 잘못을 저지르다니 참으로 실망스럽구나. 후작 부인이라는 점을 참작해 목숨은 살려 주겠다. 하지만 벌은 피할 수 없다. 여봐라! 뺨을 백 대 쳐라!"

"마마, 살펴 주십시오!"

조서연은 무릎으로 두어 걸음 앞으로 기어갔다.

"신첩은 억울합니다!"

그러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상궁 둘이 달려들어 억센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짝!

곧바로 첫 번째 따귀가 날아오자 얼굴 한쪽의 감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입안에는 비릿한 맛이 번졌으며, 이내 입가를 타고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렸다.

짝!

두 번째 따귀는 더욱 매서웠다. 눈앞이 캄캄해지고 귀가 울렸으며, 뺨은 달군 쇠를 댄 듯 화끈거렸다.

...

서정윤은 곁에 선 채 조서연이 바닥에 눌려 연달아 뺨을 맞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입가에서 흐른 피가 옷깃을 붉게 물들였다.

그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더니, 자신도 모르게 앞으로 한 걸음 내디디려 했다.

"후작..."

소은영이 갑자기 그의 소매를 붙들고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무섭습니다. 진작 이런 예물을 올리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서정윤은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을 때 이미 평온을 되찾은 뒤였다.

그는 소은영의 눈을 가리고 부드럽게 말했다.

"네가 아무리 큰 잘못을 저질러도 내가 지켜 줄 테니 두려워하지 마라."

백 대의 형벌이 끝났을 때 조서연은 이미 정신이 흐릿했다.

쫓겨나다시피 후부로 돌아온 조서연은 사당에 갇혀 자신의 피로 경문을 베껴 쓰며 황후께 속죄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흔들리는 촛불 아래에서 조서연은 방석에 무릎을 꿇고 앉아 떨리는 손가락으로 피를 찍어 한 획씩 글자를 써 내려갔다.

글자 하나를 써 내려갈 때마다 가슴이 저미듯 아팠다.

한때 온갖 비바람을 대신 막아 주며 누구도 자신의 부인을 괴롭힐 수 없다던 서정윤의 웃는 모습이 떠올랐다.

무엇보다 오늘, 소은영의 눈을 가린 채 두려워하지 말라며 지켜 주겠다고 말하던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툭.

눈물 한 방울이 종이 위로 떨어지자 피로 쓴 글자가 번졌다.

조서연은 끝내 버티지 못하고 정신을 잃었다.

다시 깨어났을 때는 푹신한 침상 위였다.

서정윤이 침상 곁에 앉아 약사발을 들고 조심스럽게 입김을 불어 식히고 있었다.

그녀가 눈을 뜨자 서정윤의 굳은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다.

"깨어났느냐? 아직도 많이 아프냐?"

예전과 다름없이 다정한 목소리에 조서연은 순간 꿈속에 있는 듯했다.

그러나 불에 덴 것처럼 쓰라린 등의 채찍 자국이 곧 현실을 일깨웠다.

자신을 애지중지하던 사내는 이제 다른 여인을 위해 그녀가 뺨을 백 대나 맞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소은영 아가씨와 함께 계시지 않고 여긴 왜 오셨습니까?"

조서연은 심하게 잠긴 목소리로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

서정윤은 약사발을 내려놓고 한숨을 쉬었다.

"은영이 궁중 연회에서 놀란 뒤로 계속 기분이 좋지 않구나."

서정윤이 머리를 쓰다듬으려 하자 조서연은 그의 손길을 피했다.

"온갖 방법을 써 봐도 소용이 없었는데, 방금 은영이 네 경홍무(驚鴻舞)를 보고 싶다고 하더구나."

조서연은 귀를 의심하며 홱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하셨습니까?"

"한 번만 추거라."

서정윤은 한층 부드러운 말투로 달랬다.

"은영의 기분만 풀어 주면 된다."

"싫습니다."

조서연은 손마디가 하얗게 질릴 만큼 이불을 꽉 움켜쥐었다.

"후작, 제 모습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옵니까? 이 몸으로 어떻게 춤을 추라는 겁니까?"

"서연."

서정윤의 표정이 갑자기 굳으며 한때 다정했던 눈빛도 싸늘하게 변했다.

"너는 후작 부인이니 부군의 뜻을 따라야 한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내가 추라고 하면 너는 추어야 한다."

그가 손짓하자 하인들이 곧장 방으로 들이닥쳐 다짜고짜 조서연을 침상에서 끌어냈다.

조서연은 몸부림쳤다. 찢어진 상처 때문에 눈앞이 캄캄했지만 힘으로는 그들을 당할 수 없었다.

"후작!"

그녀는 처절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져 갔다.

호수 한가운데 세워진 정자에서 조서연은 옥으로 만든 둥근 판 위에 올라 억지로 춤을 추었다.

온몸이 상처투성이라 움직일 때마다 식은땀이 흘렀지만, 물이 흐르듯 부드러운 몸짓이 생명인 경홍무를 추기 위해 그녀는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뎠다.

물가의 정자에서는 소은영이 서정윤의 품에 기대 반짝이는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부인의 춤은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서로 기대 앉은 두 사람을 바라보던 조서연은 문득 이 춤을 익힌 계기를 떠올렸다.

서정윤은 경홍무란 마음에 품은 사람을 위해 추는 춤이라고 했다. 그래서 조서연은 그의 생일날 경홍무를 보여 주려고 꼬박 석 달 동안 연습했다.

마지막으로 몸을 돌리던 순간, 그녀의 발이 미끄러졌다.

풍덩!

차가운 호수가 순식간에 머리 위로 덮쳐 왔다.

조서연은 필사적으로 몸부림쳐 물 위로 고개를 내밀었다. 그때 서정윤이 화들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서연!"

서정윤은 순간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서정윤이 막 뛰쳐나오려던 찰나, 소은영의 시녀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후작! 아가씨 목에 생선 가시가 걸렸습니다!"

서정윤은 순간 멈춰 서서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조서연을 돌아보고, 정자에서 괴롭게 기침하는 소은영을 바라보았다.

그 짧은 망설임만으로도 조서연의 가슴은 무너져 내렸다.

"태의를 불러라!"

서정윤은 끝내 몸을 돌려 성큼성큼 소은영에게 다가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조서연은 물속으로 가라앉았다가 떠오르기를 반복하며 애타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나 그의 뒷모습은 점점 멀어지더니 마침내 회랑 끝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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