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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4 - 한국

Author: 최코리타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22 14:20:24

* 해당 내용은 가상의 세계이고 실제와 무관하며 어떠한 정치적, 이념적 의도는 없다는 점을 밝힙니다. 

* 일부 고증은 실제와 다를 수 있습니다.

* 편의상 100엔 = 1,000원, 1달러 = 150엔, 1유로 = 180엔, 1파운드 = 210엔으로 계산하겠습니다.

014

귀화 직후, 한국 여론은 싸늘하기 그지 없었다.

그들에게 이청정, 아니, 이 키요마사는 배신자였을 뿐. 

하지만 일본의 독도 선언과 치도리가후치 전몰자 묘원이 우선시 된 것에 키요마사가 뒤에 있을 확률이 높다라는 소문이 사람들 사이에 퍼지게 되었다.

- 아니 솔직히 그놈이 한 게 맞지. 여태까지 안하다가 갑자기 둘 다 하는 거 보면 뭐라도 한 거 아님?

- ㄹㅇ로. 

- 근데 진짜 어케함? 일본 애들 그렇게 염병 떨던데. 후쿠시마가 ㅈㄴ 무서웠기는 했나보네

- 그래도 매국노는 매국노임  

  ⌊매국노? 나라를 팔아야 매국노지 걔가 한 게 뭐 있음?

하지만 그에 대한 의견을 바꾼 건 한 언론의 집중취재였다.

“이청정은 부모님 사후 우울증으로 기초수급자였으나 생계급여가 끊겼습니다.” 

“그런 그에게 일본이 돈을 제안한 이후 각성자관리청에서 30억 원을 제시했으나 그는 거부했고, 관리청과 정부는 입국금지로 답했습니다.”   

- 뭐야? 또 숨긴거야?

- 정부는 도대체 뭐하는 놈들임? 차라리 돈을 더 달라고 하면서 빌어도 부족한데 입국금지? 미친 놈들

- 기초수급이 생각보다 받기 어려움. 그런데 우울증으로 받는거면 그만큼 심하다는 거임. 그런데 관리청은 협박만 하고 쫓아낸 거

- 의지할 곳도 없는 사람인데 나라는 입국금지 ㅅㅂㅋㅋㅋㅋㅋ

- 그러니까 정부 뻘짓 때문에 EX급 3명 될 수 있던 거 두 명으로 줄은거지? 심지어 숨기려고 했고?

결국 해당 정부 관리자와 각성자관리청 간부들은 국정감사에 들어갔고, 그의 입국금지는 슬그머니 사라졌다.

.

.

.

청와대, 서울.

대통령은 책상을 쓸었다.

“그 언론 샅샅이 뒤져. 뒤지다 보면 먼지 하나는 나오겠지.”

그 취재 이후 온통 이청정 이야기밖에 없었다.

실시간 검색어에도 이청정이 1위에 계속 있었고, 오프라인에서도 그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심지어 그를 지지하는 사람과 반대하는 사람들끼리 집회까지 여는 경우도 있었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은 대통령에게 살짝 언급했다.

“기왕 입국금지도 푼 거 그를 초대하는 게 좋을 거 같습니다. 지금 다섯 곳중 네 곳이 2030년대면 완전 포화상태에 이릅니다.”

“차라리 땅에 묻으면 묻었지 그를 부를 수는 없어.”

“묻으면 여론이 의문을 품을 수밖에 없습니다. 정화라는 방법이 있는데 그걸 왜 땅에 묻냐고요.”

대통령은 부들거리다가 결국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초대하게. 계약은 여기서 정하도록 하지.”

***

나는 얕은 한숨을 쉬었다.

루리나가 물었다.

“아직 어색하십니까?”

“어색할 수밖에. 무슨 입국금지를 그렇게 손바닥 뒤집듯 하는데.”

“하지만 거부할 이유는 특별히 없기는 합니다. 오히려 거부하면 복수라고 생각할 겁니다.”

나는 루리나를 잠깐 봤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가지.”

하지만 내 입에서 씁쓸한 미소는 떠나지 않았다.

.

.

.

인천공항에 도착해서 나오자마자 보이는 ‘Welcome to Korea’가 이제는 살짝 어색했다. 

터미널에서 나오니 터지는 플래시에 눈을 가렸다.

“이청정 씨! 일본으로 귀화한 뒤 처음 한국을 찾은 소감이 어떻습니까?”

“크게 바뀌지는 않았네요.”

“과거 한국 정부와 각성자관리청의 대응이 귀화 결정에 영향을 줬습니까?”

“궁지에 몰린 쥐를 밟으려 하는데 영향이 없었을까요?”

“일본 정부의 독도 및 전몰자 묘원 결정에 이청정 씨가 직접 관여한 게 맞습니까?”

“노코멘트하겠습니다.”

“이번 방한에서 한국 원전의 방사성 폐기물 정화도 논의할 예정입니까?”

“당연합니다. 애초에 그게 목적이니까요.”

“지금도 한국을 자신의 고향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향은 고향이죠. 하지만 지금 제 정체성은 일본에 있습니다.”

또다른 질문이 오기 전에 루리나와 칸이치가 중간에 서서 막은 뒤 경호 인력들과 함께 그를 데리고 나갔다.

우리는 G90를 타고 청와대로 향했다.

청와대에서 나는 대통령과 악수했다.

‘딱히 기분은 좋아보이지 않는군.’

“어서 오십시오.”

“불러주셔서 영광입니다.”

‘아 가면 쓰기 개힘드네.’

둘은 자리에 앉았다. 

내가 먼저 말을 꺼내야 했다.

“입국금지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저희가 죄송하죠.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습니다.”

나는 미소와 함께 그냥 고개만을 끄덕였다.

대통령이 본격적으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저희 원전 부지 5개는 전부 곧 있으면 포화상태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부르게 되었습니까.”

그는 말을 이었다.

“원전 5개 부지 모든 기존 방폐물 및 사용후핵연료 정화, 거기에 경주 방폐장까지 포함하면 1조 3,000억 엔을 드리죠.”

나는 루리나를 바라봤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거기에 1,400억 엔 더해주시죠?”

“네?”

“그러면 수도권 매립지 문제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5년치 관리비지만 완전 정화하면 또 재사용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순간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자신들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수도권 매립지를 포함해서 1조 4,400억 엔으로 합의 보죠.”

나와 그는 그렇게 손을 흔들고 계약서에 서명했다.

.

.

.

루리나와 칸이치 및 스태프들은 다 청와대에 머물게 하고 나 혼자 날아다니면서 정화하기로 했다.

우선은 수도권 매립지.

불쾌한 냄새와 쌓인 쓰레기들이 보였다. 나는 힘을 조금 주면서 박수를 쳤고, 쓰레기들은 위에서부터 사라지게 되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봤다. 

수도권매립지 문제가 이렇게 간단하게 끝날 수가 있다는 것에 기가 막혀 보였다. 

나는 날아올라서 고리, 세울, 한빛, 한울, 월성 원전에 가서 전부 정화하고 마지막으로 경주 방폐장까지 정화했다.

‘하면 할수록 능력치가 오르나? 가면 갈수록 부담이 가지 않네?’

나는 손을 쥐었다 폈다.

월성에서 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렸고, 반나절 정도 지나자 전부 통과되었다.

나는 청와대에 도착했고, 루리나는 바로 나에게 다가왔다.

“대통령이 한국 EX급을 만나줄 수 있냐고 물었습니다.”

“뭐, 어려울 건 없지.”

그렇게 다음날, 만찬은 청와대에서 진행되기로 했다.

***

나는 항상 입는 곤청색 기모노와 하오리, 검은 줄무늬 하카마를 입었다. 

신발도 게다로 신을까 했지만 불편한 게 커서 그냥 깔끔한 운동화로 대체했다.

청와대 백악실에 도착해 문을 열었다.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이 있었다. 둘 다 개량 한복을 입고 있었다.

‘시켰나 보군.’

“이(李) 키요마사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남자가 고개를 살짝 숙였다.

남자의 몸에서 군인의 기운이 뿜어져 나왔고, 전완근부터 신체 강화형이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윤태성이라고 합니다.”

여자는 살짝 일어나며 인사했다. 

여배우 같은 인상이었는데 미소를 지으니 확실히 기품이 느껴졌다.

“서하린이에요. 잘 부탁드려요.”

나는 중간 자리에 앉았다.

조금 기다리자, 만찬이 나왔다. 나에게는 최고급 막걸리가 나왔다.

‘냄새가 깔끔하고 부드럽네.’

나는 와인잔에 든 막걸리를 살짝 맛봤다. 쌀 특유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넘김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밥을 먹던 중에 윤태성이 물었다.

“이청정 씨, 한국으로 돌아올 생각은 정말 없습니까?”

나는 생각하는 척했다.

“죄송합니다. 이미 일본에 매몰된 게 많네요.”

하린이 이어서 물었다.

“한국을 떠난 걸 후회한 적은 없나요?”

“아직까지는 없네요. 아무래도 일본 쪽이 규제가 덜해서요.”

윤태성은 한숨을 쉬며 질문을 이어갔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충돌하면 어느 쪽에 설 겁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일한 관계에서 방해되는 걸 다 치웠는데 또다른 요소가 있나요?”

“가정이죠.”

나는 막걸리를 마셨다.

“제 여권은 빨간색입니다. 그걸로 충분할 거 같네요.”

잠시 정적이 흘렀다.

태성은 경계하는 얼굴로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저와 싸우면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다고 봅니까?”

“네?”

“저희 둘이 전투하면 몇 분 안에 끝낼 수 있습니까?”

나는 난감하다는 듯 막걸리를 마셨다.

‘이 사람 능력도 모르는데 그걸 어떻게 알어? 신체강화형인 것도 추측인데….’

“저는 태성 씨의 능력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얼마나 걸릴 지 모르겠네요.”

태성은 대답에 마음에 들지 않은지 팔짱을 꼈는데 하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 전세계 상대로 돈을 쓸어담고 계시는데 그렇게 많이 벌어서 뭘하고 싶은 거죠?”

“제 새로운 고향을 발전 시키는 거죠.”

“그건 한국도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나는 피식 웃었다.

“제가 어디를 정해도 욕 먹을 게 뻔한데 굳이 그러면서까지 투자하고 싶지는 않네요.”  

하린은 잠시 생각하는 걸로 보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다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와줄 건가요?”

나는 막걸리를 마셨다.

“일미한 관계는 동아시아에서 빠질 수 없는 관계입니다. 당연히 일본이 우선시 되겠지만, 한동안 3-4위는 되겠네요.”

그녀는 예상 못한 듯한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자신을 배신한 나라라는 인상이 강했던 거 같았다.

하지만 태어나고 산 곳에 대한 연결은 결코 지우지 못한다. 홋카이도에 살면서 더더욱 체감한 거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일어나 볼까요?”

***

한국을 떠나기 전에 아반떼를 렌트해 칸이치와 루리나와 함께 양평으로 향했다. 셋 다 사복 차림이었다.

폰을 보는데 루리나와 칸이치가 순위권에 있었다.

“어떻게 또 정보를 찾았나 보군. 꽤나 설명들이 자세해.”

“저희가 이렇게 알려질 줄은 몰랐네요.”

나는 피식 웃었다.

“선남선녀인데 알려지지 않을리가 있나?”

루리나는 나를 바라봤다. 

“하지만 회장님도 귀엽습니다.”

“어…뭔가 처음 들어보는 말이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이지.”

가는 길에 나는 칸이치에게 어느 곳에 멈춰달라고 했다.

“저쪽에 가면 편의점 주차장이 있으니까 거기서 잠시 기다려주게.”

“알겠습니다.”

“루리나는 같이 내리지.”

“네.”

나는 그말과 함께 후드를 썼다. 아무리 생각해도 회색 머리는 너무나도 티가 났기 때문이다.

루리나도 모자를 썼다.

어느 곳으로 올라갔고, 거기에는 자전거를 본격적으로 타는 사람들이 지나다니고 있었다.

아무래도 4월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가족들도 많아 보였다.

루리나는 한강 상류로 시선을 돌렸다.

“예쁘네요.”

“그치? 조용한 곳이네.”

거기를 지나 공원에 들어섰다. 그리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한 벤치에 앉았다. 루리나는 내 옆에 앉았다.

새소리가 여기저기 들려왔고, 꽃가루가 조금 흩날렸다. 공기는 봄 특유의 신선함이 느껴졌다. 공원 안에서도 사람이 꽤 있어 보였다.

나는 마치 담배 연기를 내뱉는듯 숨을 길게 내쉬었다.

“잠시만.”

“네.”

일어나서 한 나무에 커피를 부었다. 그러고는 그 나무에 손댄 채 바라봤다.

그러고 나서 다시 벤치에 앉았다.

“내 일생동안 부모님이 싸우지 않았던 걸 본 적이 없네.”

“아….”

“그런데 딱 한 번 둘이 공통된 의견을 낸 게 뭔지 아나?”

“돈과 관련된 겁니까?”

“아니. 내 노래 실력이었네. 노래방, 아니 가라오케에서 불렀는데 둘이 동시에 내가 못 부른다는 걸 인정하는 걸 처음 봤지.”

나는 루리나를 바라봤다. 그녀는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리고 있었다.

“이 벤치가 둘이서 조용히 얘기하던 곳이었어. 여기서는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으니까.”

나는 잠시 있다가 입을 열었다.

“두 분 다 일찍 돌아가셨어. 어머니는 편집증으로 인한 자살, 아버지는 병 때문에. 나중에 돌아가시고 나서야 알게 됐지.”

루리나는 말이 없었다. 내 말을 들어주는 거 같았다.

“맨날 후회한다네. 과연 내가 한국에 있었다면 어머니라도 치료해줄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눈치가 조금 더 있었으면 아버지의 병세를 알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약하고 소심한 놈이었네. 전부 피하고 싶었지. 그래서 미국에 있으면서 ‘둘이 해결하겠지’하고 생각만 했지. 사실은 악화만 될 뿐이었는데.”

나는 눈을 문질렀다. 코도 조금 흘러서 들이 마셨다.

“한심한 아들이야 나는. 돈을 이제야 얼마나 벌어도 보여줄 수도 줄 수도 없는 한심한 아들.”

루리나는 약간 낮은 톤으로 말했다.

“이런 사정이 있으신 줄 몰랐네요.”

“뭐, 좋은 이야기는 아니니까.”

“좀 직설적인 질문이지만 이걸 왜 저한테 말씀해 주시는 겁니까?”

“그냥 예전부터 누가 들어줬으면 했네. 또 내 우울증의 원천 중 하나니까. 무엇보다 사이토 자네는 어디 가서 이런 걸 떠벌릴 사람은 아닌 걸 아니까.”

루리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도 얕게 한숨을 쉬었다.

“저는 감정을 머리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래서 제 의견을 말하면 회장님은 잘하고 계십니다. 현재를 살아가고 있으시니까요.”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런가? 그렇게 말해줘서 고맙네.”

그녀는 내 얼굴을 껴안아 주었다. 나는 울음을 겨우 참고 그녀의 어깨를 잡은 채로 얼굴을 뗐다.

“이제 가지. 칸이치가 기다리다 쓰러지겠어.”

“그러죠.”

***

한국에서 돌아오고 며칠 뒤, 루리나는 인상을 찌푸린 채 파일을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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