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 후, 시후가 탑승한 콩코드 여객기는 시리아의 수도 다마스쿠스에 착륙했다.성도민과 블랙 드래곤의 핵심 구성원 여러 명은 이미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시후가 비행기에서 내리자 성도민이 서둘러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 “은 선생님, 노르웨이에서 곧장 미국으로 돌아가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멀리 시리아에 들르실 줄은 몰라 급히 준비하느라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오신다는 걸 진작에 알았더라면 미리 제대로 준비해 두었을 겁니다.”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성도민 씨가 데려간 7명은 몸속에 아직도 치명적인 독이 남아 있습니다. 해독하지 않으면 며칠 내로 죽게 될 거라서요.” 시후는 성도민에게 곧장 물었다. “그들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까?”성도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그렇습니다. 그리고 혹시나 변수가 생길까 하여, 제가 워커를 남겨두고 몇 명의 5스타 장군들과 함께 그들을 지키도록 했습니다.”“잘 하셨네요.” 시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 7명은 547과는 다릅니다. 그들은 베르겐에 있을 때, 이미 나에게 미스터리 조직에 대한 일부 정보를 자백했거든요. 이따가 제이크 한 경감과 547을 함께 불러서, 다시 한번 연결고리를 추적해보죠. 혹시 새로운 단서가 나올지도 모르니까요.”성도민은 즉시 공손히 말했다. “알겠습니다, 은 선생님. 기지에 도착하면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곧이어 성도민이 다시 물었다. “그런데 은 선생님, 이번에 시리아에 얼마나 머무르실 예정입니까? 제가 미리 숙소를 준비해드릴까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시후는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여기에 온 건 일 처리 때문입니다. 가볍게 기지를 둘러본 뒤 바로 미국으로 돌아갈 겁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지인들도 좀 보고 가려고 하고요.”성도민이 말했다. “이곳에는 정말 은 선생님과 인연이 깊은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마침 하미드 사령관이 지금 기지에 와 있습니다. 하미드 사령관은 늘 선생님 이야기를 합니다. 제가 아직 선생님께서 오신다는 걸 말하지 않았습니
그래서 시후를 만나고, 그와 정상적으로 교류하며 지낼 수 있는 유일한 기회는 오직 시후가 노르웨이에 직접 오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헬레나는 시후의 일 처리 방식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그는 절대 자신을 보러 노르웨이까지 오지 않을 사람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이런 생각이 미치자 헬레나는 슬프고 아쉬워졌다. 그래서 그녀는 시후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시후 씨, 시간이 된다면 꼭 다시 노르웨이에 와 주세요. 혹시 다시 오실 수 없다고 해도... 제발 저를 잊지는 말아 주시고요...”시후는 그녀가 이미 참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았다. 시후는 아침에 침실에서 느꼈던 묘한 분위기가 다시 떠올라, 마음이 괜히 아려왔다. 하지만 지금은 비록 외부인이 보이지 않더라도, 이화룡과 안세진이 옆에 있었고, 기장과 승무원, 왕실 경비병들도 모두 근처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조심스럽게 말했다. “헬레나,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오도록 하죠. 노르웨이에 있는 동안은 무엇보다 자신을 잘 챙겨야 합니다.”시후의 이 말에 헬레나는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지며, 보기 드물게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은시후 씨, 언제든 노르웨이에 오시겠다고 말씀만 주시면, 제가 꼭 오슬로에서 당신을 기다릴게요!”시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요, 여기까지 배웅해주면 됩니다. 우리는 비행기를 타야 해서요.”헬레나는 눈에 눈물이 맺힌 채 아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 순간 그녀는 정말 시후를 살짝 껴안고, 그의 가슴에 얼굴을 기대어 몇 초만이라도 머물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는 지금 이 자리에선 그럴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헬레나는 시후와 반 발짝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조용히 말했다. “은시후 씨, 부디 안전한 여정 되시길 바랍니다!”“그래요.” 시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한 번 말했다. “잘 지내요, 안녕히 계십시오.”“안
그런 뒤, 카운트 에버윈은 고개를 들고 공손히 물었다. “주군, 릴리를 가장 잘 아시니 그녀의 행방에 대해 저에게 줄 수 있는 단서나 조언이 있으십니까?”영주는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그녀를 잘 알고, 그녀의 아버지도 잘 안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내 예상 밖의 일들을 저지른 적이 있지. 아마 내가 그들을 너무 고정된 시선으로 바라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실수를 반복했지. 그러니 카운트 에버윈, 내게 조언을 구하지 말고 전적으로 네 직감을 따라 움직여라. 오히려 그 편이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예, 알겠습니다!” 카운트 에버윈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주군, 명심하겠습니다!”영주는 흥미로운 듯 물었다. “이미 뭔가 계획이 있는가?”카운트 에버윈은 두 손을 모아 경례하며 말했다. “주군, 저는... 한국에 한 번 가볼 생각입니다!”영주는 다소 놀라며 물었다. “릴리가 한국으로 갔을 거라고 생각하는가?”카운트 에버윈은 웃으며 말했다. “꼭 그렇다기보다는... 직감적으로 한국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이라 여겨졌습니다.”“좋다!” 영주는 드물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런 직감이 생겼다면 어서 가보도록 해! 단 한 순간도 지체하지 말고!”카운트 에버윈은 주저하지 않고 말했다. “주군, 명을 따르겠습니다!”......그 시각.시후는 이화룡, 안세진과 함께 헬레나의 왕실 전용 헬기를 타고 오슬로 공항에 도착했다. 왕실의 귀빈 자격으로 입국하는 이들이었기에, 시후의 일행은 입국 심사를 받을 필요도 없었다. 여권만 왕실 집사에게 맡기면, 통관 절차는 자동으로 완료되었기 때문이다.헬기는 시후가 타게 될 콩코드 여객기의 격납고 앞에 착륙했고, 시후는 가장 먼저 헬기에서 내려섰다. 그는 헬레나에게 말했다. “헬레나, 같이 내릴 필요 없어요. 바로 헬기를 타고 돌아가요.”하지만 헬레나는 고개를 저으며 아쉬운 표정으로 말했다. “은시후 씨, 저는 그래도 비행기까지 모셔드리고 싶어요. 어차피 이곳은
그 시각, 그 사내는 공손히 물었다. “주군, 릴리가 남긴 그 글의 신빙성은 어느 정도라고 보십니까?”영주는 잠시 침묵하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의 성격은 그녀의 아버지를 꼭 빼닮았지. 총명하기 그지없고, 지략이 뛰어나지만, 음모나 계략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 성격이다. 그러니 글로 남긴 내용은 믿을 수밖에 없어.” 이렇게 말한 영주는 이어서 덧붙였다. “게다가 릴리도 분명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 거짓말을 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는 걸 말이야. 설령 내가 자신이 남긴 글을 보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고 믿는다고 해도, 난 그 반지를 찾기 전까진 절대 추적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반지가 릴리의 손에 없더라도, 분명 반지의 행방은 알고 있겠지. 그러니 그 글을 쓴 건 날 혼란스럽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날 분노하게 하려는 의도였을 거다!”그 사내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주군! 만약 릴리가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면, 그 말은 반지가 이미 노르웨이 어딘가에 버려졌다는 뜻 아닙니까?”영주는 말했다. “그 반지는 릴리에게 실질적으로 쓸모는 없지만, 상징적인 의미가 클 거야. 그러니 단순히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아무 데나 버렸을 리는 없다.”그러자 사내는 다시 말했다. “그럼 혹시 은행의 금고에 맡겨 두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반지 하나쯤은 다른 물건들과 함께 금고에 보관하면 눈에 띌 일이 없고, 은행 금고는 비밀 유지도 철저하며, 출입 확인도 지문이나 홍채 인식 같은 생체 정보로 관리됩니다. 혹시라도 가짜 신분으로 보관했다면, 필요할 때마다 다시 꺼낼 수도 있을 텐데요.”“그럴 리 없다.” 영주는 담담하게 말했다. “릴리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교활하고 계산이 빨라. 네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이미 다 생각해봤을 테지. 은행 금고는 겉보기엔 은밀하고 눈에 띄지 않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전혀 안전하지 않아. 내가 마음만 먹는다면, 하룻밤 사이에 노르웨이의 모든 은행 금고를 열어볼 수도 있으니까. 그녀가 그런 위험을 감수할
로리타가 울적한 마음으로 공항을 떠날 때, 화물들은 세관을 통과하고 있었다. 이 화물들은 모두 자선 물자로 분류되어 있었고, 별다른 이상 징후도 없었기에 세관에서는 매우 신속하게 통관을 허가했다.이에, 보잉 777 화물기는 예정된 시간에 맞춰 자선 물자들을 가득 실은 채 나이지리아로 돌아갔다.......같은 시각, 어딘가 위치한 한 해상 섬 위에는 대성당처럼 웅장한 석조 건물이 바위산 위에 위엄 있게 서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으니, 이 거대한 성채는 바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이 성채 아래로는 섬 전체가 완전히 파내진 상태였고, 지하에 건축된 성의 규모는 지상에 있는 건물의 수백 배에 달했다.이때, 성채 중심부에 위치한 대형 홀 안에는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화려하게 차려 입은 한 사내가 한쪽 무릎을 꿇고, 앞에 놓인 텅 빈 왕좌를 바라보며 공손히 말했다. “주군! 항공기는 이미 나이지리아로 철수했습니다. 아울러, 나머지 7명의 특수부대원들은 여전히 아무런 단서도 없다고 합니다.”그러자 거대한 홀 안에서 곧 기계처럼 차갑고 낮게 울리는 목소리가 메아리 쳤다. “계속 수색해! 땅을 뒤엎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그들을 찾아내!”무릎 꿇은 사내는 두 손을 머리 위로 모아 공경하게 외쳤다. “명 받들겠습니다!”이어 다시 한 번 더 홀 안에서는 냉엄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릴리는 틀림없이 노르웨이를 떠났을 것이다. 즉시 몽골, 러시아 극동지역, 미국 알래스카, 캐나다의 유콘 및 누나부트 쪽으로 사람을 보내. 이번에 거의 잡힐 뻔했으니, 아마도 인구 밀도가 희박한 국가로 도망쳤을 가능성이 높다. 운이 좋다면 기다리다가 잡을 수도 있겠지!”그 말을 들은 사내는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말했다. “주군! 감히 작은 의문이 있습니다.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말해보라!”“주군, 저희는 최근 연이어 실패를 겪고 있습니다. 뉴욕에서 Samson 그룹 일가를 암살하려 했던 계획을 그렇게 철
그래서 로리타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가 연결되자마자 그녀는 울먹이며 말했다. “아빠! 저 이제 이 인간들이랑 완전히 결별할래요! 앞으로 절대 다시는 이 인간들과 엮이지 않을 거예요!”아버지는 놀란 듯 물었다. “이 인간들이 누구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냐?”로리타는 분노를 터뜨리며 말했다. “그 인권 단체 말이에요! 아빠가 매번 연락하던 그 단체요! 이 인간들이 저를 전혀 존중하지 않아요. 오늘 저에게 참석해서 자리를 채워달라고 했고, 에르메스 히말라야 백을 선물로 주겠다고 해 놓고선 갑자기 약속을 어기고, 저를 트럭에서 내쫓았다고요!”로리타는 억울함에 복받친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아빠! 오늘부터 전 그 사람들이랑 완전히 선 긋고 살 거예요. 앞으로 전 제 뜻대로 살 거고, 그 인간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어요!”로리타는 자신이 이런 말을 하면 아버지가 분명 자신을 안쓰럽게 여기고 자신이 내린 결정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화기 너머의 아버지가 갑자기 폭발하여 화를 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아버지는 전화기 너머에서 소리를 질렀다. “로리타, 너 지금 제정신이냐?! 지금의 네 위치, 그리고 우리 가족이 지금 누리는 이 삶이 어떻게 만들어진 건지는 알고는 있는 거냐고?!”로리타는 반사적으로 외쳤다. “당연하죠! 제가 열심히 노력해서 이뤄낸 거잖아요! 학교도 안 가고 매일 피켓이나 들고 나가서 시위하고, 모든 것들과 모든 사람들을 욕하고 비난하면서 싸운 결과죠! 제가 그렇게 고생을 안 했으면 우리 집이 지금 같이 잘 살 수 있었겠어요?!”그녀의 말을 들은 아버지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닥쳐! 그 사람들이 우리 뒤에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네가 아무리 어리고 학교도 안 가고 거리에서 목이 터져라 외쳐봤자, 누가 너에게 눈길이나 줬겠냐?! 잊지 마라! 네가 지금처럼 유명해진 건 전부 그 사람들이 너에게 맞춘 온갖 홍보 시나리오를 짜줬기 때문이야! 네 얘기를 실어주는 언론들? 전부 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