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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7 チャプター

6451장

이때 김상곤은 서예협회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두바이 여행 계획을 짜느라 한창 바쁜 상태였다.장 사장이 전화를 걸어, 그가 기다리던 일이 윤곽이 잡혔다고 하자 김상곤은 곧바로 흥이 올랐다.“협회로 와. 내 사무실로 와서 얘기하자고.”“알겠습니다!”장 사장은 시원하게 답했다.“조금만 기다리십시오. 바로 가겠습니다.”김상곤은 급히 목소리를 낮췄다.“아, 그리고 여기 와서는 목소리 좀 낮춰 알겠나?”장 사장은 속으로 웃었다. 이 정도 눈치는 당연히 있었다.굳이 계속해서 부회장이라고 부른 것도 김상곤 기분을 맞춰주려는 거였지, 사람들이 많은 자리에서 아부하는 것처럼 부를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걱정 마십시오. 맡겨만 주십시오.”전화를 끊자마자 장 사장은 차를 몰고 곧장 서예협회로 향했다.협회에 도착해 보니, 수십 개의 자리 중 실제로 앉아 있는 사람은 열 명 남짓이었다. 책상 위에는 개인 물건들이 잔뜩 놓여 있는데 정작 사람은 없는 풍경이 꽤나 묘했다.그는 직원 한 명에게 김상곤 사무실의 위치를 물었고, 안내를 받아 문 앞까지 갔다. 직원이 노크를 하고 문을 열며 말했다.“부회장님, 손님 오셨습니다.”김상곤은 고개를 들었다가 장 사장을 보고는 손을 휘저었다.“됐어, 들여보내. 자네는 가서 하던 일 하고.”“네, 부회장님.”직원이 나가자 장 사장은 씩 웃으며 들어와 의자에 털썩 앉았다.자리를 잡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던 그는 궁금한 듯 물었다.“아니, 회장님. 밖에 자리 엄청 많던데, 사람은 왜 이렇게 없습니까?”김상곤은 즉시 눈을 흘기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갑자기 회장이라니! 부회장님이라고 불러!”장 사장은 능글맞게 웃었다.“여기 우리 둘밖에 없잖습니까. 그리고 뭐… 곧 ‘부’ 자 떼실 거 아닙니까?”김상곤은 괜히 점잖은 척하며 손을 내저었다.“아니야. 공식적으로 안 떼면 끝까지 부회장이야. 이런 건 선 넘으면 안 되는 거야.”그러고는 손가락으로 책상을 톡톡 두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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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2장

장 사장은 씩 웃으며 말을 꺼냈다.“제가 오늘 골동품 거리를 한 바퀴 돌면서 알아봤는데요, 주진운은 자금이 많아야 몇 천 정도라고 합니다. 사기를 그 돈을 다 날리게 만들면 끝 아닙니까? 한 번 잘못 사기를 당하게 만들어서 그 돈을 전부 털리게 하면, 그대로 끝장입니다. 돈도 날리고 체면도 박살 나고, 결국 또 쫓겨나듯 나갈 수밖에 없죠. 그러면 회장님의 한도 풀리는 거죠.”김상곤은 그 말을 듣자마자 눈이 번쩍 뜨였다.하지만 어제 시후와 유나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괜히 사람을 건드렸다가 일이 커지면 본인만 손해라는 이야기였다. 지금 김상곤은 서예협회 부회장이고, 다음 회장 자리도 노리고 있는 상황이다. 괜히 직접 손댔다가 문제 생기면 모든 게 끝이었다.그런데 장 사장이 꺼낸 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책임은 하나도 안 지면서, 상대를 더 크게 무너뜨릴 수 있는 방법!김상곤은 두어 대 때려봤자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생각했다. 차라리 주진운이 전 재산을 날리고, 완전히 망신을 당하는 걸 봐야 속이 풀릴 것 같았다.이 생각을 하며 김상곤은 곧장 장 사장에게 물었다.“확실하게 저놈이 눈 뜨고 속아넘어갈 만한 물건, 그런 거 있나?”장 사장은 드물게 신중한 표정으로 말했다.“회장님, 무조건 속이게 만들 수 있다고 장담은 못 드립니다. 다만, 전문가들도 속이는 물건을 구해올 수는 있습니다.”김상곤이 눈을 좁히며 물었다.“전문가를 속인다고? 그게 무슨 말인가?”장 사장이 설명했다.“골동품 시장은 위조가 워낙 많습니다. 길거리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온 거다’, ‘공사하다 나온 거다’ 이런 식으로 파는 건 다 싸구려 가짜죠. 산 처리해서 낡아 보이게 만든 공예품입니다. 그런 건 초짜들 속이려고 쓰는 수준이고요. 조금 더 올라가면, 외국인이나 취미로 조금 아는 사람들 속이는 단계가 있고요. 그 위에 진짜 무서운 게 있습니다. 전문가나 큰손들까지 속이는 고급 위조입니다.”장 사장은 말을 이었다.“이쪽 장인들은 진짜 정교하게 만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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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3장

장 사장은 워낙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김상곤의 속뜻을 단번에 알아차렸다.하지만 애초에 이 일을 벌인 목적은 돈이 아니라 김상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였다. 그렇다면 복수도 도와주고, 돈까지 벌게 해주면 김상곤이 더 크게 고마워하지 않겠는가?그래서 그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회장님께서 자금 내신다면, 나중에 수익은 한 푼도 빠짐없이 전부 회장님께 드리겠습니다.”김상곤은 눈을 가늘게 뜨며 웃었다.“아이고, 그게 무슨 소리야. 네가 고생하는데 공짜로 일 시킬 순 없지.”그는 손을 크게 휘저으며 말했다.“이렇게 하자. 돈은 내가 다 낼 테니까, 순이익에서 20%는 자네가 가져.”장 사장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곧 진지하게 덧붙였다.“회장님, 한 가지는 분명히 말씀드려야 합니다. 이건 물건을 먼저 돈 주고 사와야 하는 구조입니다. 가짜든 뭐든 일단 현금 거래고, 사면 끝입니다. 그리고 그걸 주진운이 안 물 수도 있습니다. 그럼 그 돈은 그대로 묶이는 겁니다. 그 리스크는 회장님께서 감당하셔야 합니다. 그 점은 미리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김상곤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그건 걱정 마. 내가 직접 고르라면 당연히 자신 없지. 그런데 자네가 있잖아. 이 골동품 거리에서 사람 속이고, 포장하고, 스토리 만드는 건… 자네만큼 하는 사람 없다. 자네가 고른 거면, 주진운 속이는 건 문제 없을 거야.”그리고 덧붙였다.“만약 안 물어도 괜찮아. 돈 있는 사람 주진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고, 자네 능력이면 다른 데 팔 수 있겠지.”그 말을 듣는 순간, 장 사장의 표정이 미묘하게 굳었다.그는 속으로 생각했다.‘이거 완전히 나한테 떠넘기겠다는 거네. 주진운을 못 속이면, 다른 사람이라도 속여서 돈 맞춰오라는 얘기잖아… 진짜… 더럽게 계산 빠르네.’장 사장은 김상곤의 복수를 돕기로 한 자신의 결정을 벌써 후회하고 있었다.사실 처음엔 단순히 김상곤에게 잘 보이려고 시작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을 보니,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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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4장

장 사장은 이 골동품 거리에서 오래 구르면서 나름대로 인맥과 루트를 꽤 많이 쌓아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일부 ‘상위 라인’은 예전의 그가 감히 끼어들기 어려운 영역이었다.대표적인 게 바로, 정교한 위조 골동품을 만드는 장인들이었다. 이들은 주로 큰손 고객을 상대하는, 업계에서 이름 있는 상인들과만 거래했다.그들은 예전의 장 사장 같은 인물은 눈에 차지도 않았다. 설령 찾아갔다 해도 제대로 상대조차 해주지 않았을 것이다.굳이 비유하자면, 그들이 업계의 ‘거물급’이라면, 예전의 장 사장은 그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잔챙이나 파는 수준에 불과했다.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그는 이화룡 밑에서 일하는 핵심 인물이 되었고, 인맥과 영향력 역시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래서 이번에 한 위조 장인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오히려 상대 쪽에서 더 공손하게 굴며 작업실로 직접 와서 이야기하자고 제안을 하기도 했다.그래서 장 사장은 곧바로 김상곤을 데리고 차를 몰았다.상대가 말한 소위 ‘작업실’이라는 곳은, 사실상 골동품을 위조하고 가공하는 은밀한 작업장이었다.이 업종 자체가 드러내놓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위치 역시 매우 묘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고속도로 아래쪽에 있는 한적한 시골 마을, 그리고 마을을 조금만 벗어나면 바로 다른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경계 지점이었다.장 사장은 김상곤의 고급 차량이 이런 동네에 들어오는 건 너무 눈에 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자신의 차로 갈아타고 함께 이동했다.겉으로 보기엔 고속도로 바로 옆이었지만, 실제로는 진입로가 멀리 떨어져 있어 꽤 돌아가야 했다. 두 사람은 고속도로를 빠져나온 뒤, 좁고 울퉁불퉁한 시골길을 한참 달려서야 겨우 마을 입구에 도착할 수 있었다.그곳에는 이미 한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마흔 중반쯤 되어 보이는, 수염을 기른 인상이 강한 남자였다.장 사장이 차에서 내리자, 그는 서둘러 다가와 공손하게 말했다.“장 사장님, 오셨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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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5장

장 사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무열 선생님. 괜찮으시죠?”“맞아!”김상곤이 만족스럽게 웃으며 말했다.“역시 이런 이름은 참 뭔가 있어. 딱 들어도 있어 보이잖아?”이야기를 마친 두 사람은 차 문을 열고 내렸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남자가 곧장 다가왔다.“두 분, 이쪽으로 오시죠.”장 사장은 주변을 둘러보며 투덜거렸다.“아니, 정 선생님. 이런 데를 잡아놨어요? 길도 엉망이고, 마을 들어오는 길은 왜 이렇게 좁아. 거기다 차까지 아무 데나 세워놔서 들어오는 데 진짜 힘들었다고요.”‘정 선생’이라 불린 남자가 웃으며 말했다.“장 사장님, 모르셨겠지만 일부러 이렇게 해둔 겁니다. 그리고 사장님이 들어오실 때 마주치셨던, 길가에 불법 주차를 하던 두 사람도 저희가 시킨 겁니다. 이렇게 차가 들어오면 무조건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잖아요. 그 사이에 저희가 상대를 확인합니다. 혹시 경찰이나 수상한 사람이면 바로 연락 오고, 그럼 저희는 바로 빠집니다.”장 사장은 감탄하며 말했다.“진짜 철저하네요.”“그렇습니다.”정 선생이 담담하게 말했다.“이 업계가 원래 그렇습니다. 손해 보고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보복하거나 신고하는 경우도 많거든요. 그래서 숨기 쉽고, 찾기 어려운 데를 일부러 고른 겁니다.”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고속도로 다리를 가리켰다.“사실 여기 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따로 있습니다. 고속도로에서 적당한 지점에 차를 세우고, 난간을 넘어서 내려오면 바로예요. 단골들은 거의 그렇게 옵니다.”그러자 상대방이 말을 이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은 차로만 통하는 하나뿐인데, 남쪽과 북쪽에 입구가 두 개 있어요. 보통 사람이라면 지도를 보고 양쪽 끝을 막으면 마을에 갇힐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정말 습격이 온다면 마을을 떠날 필요도 없죠. 도로 위의 우리 동료들이 다른 차들을 지나치느라 우리를 잠시 지연시킬 테고, 그 틈을 타 고속도로 다리를 건너서 빠져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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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6장

“좋습니다!”정 선생이 멀지 않은 농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가 저희 작업실입니다. 괜찮은 물건들은 전부 저기 있습니다. 모시고 가겠습니다.”세 사람은 농가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시골집일 뿐, 특별한 점은 전혀 없어 보였다. 정 선생은 곧장 오래전에 쓰다 버린 외양간으로 안내했다. 바닥에 깔린 마른 짚을 걷어내자, 나무판 하나가 드러났다. 그걸 들어 올리자 아래로 이어지는 통로가 나타났다.알고 보니 그들은 외양간을 입구로 삼아, 집 아래를 통째로 파서 공간을 만든 것이었다.김상곤은 내려가며 감탄했다.“이거 공사 꽤 크게 했겠는데?”정 선생이 담담하게 답했다.“이쪽 일 하는 사람들 대부분 땅 파는 건 기본입니다. 예전엔 다들 도굴 쪽에서 시작했거든요.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닙니다.”세 사람은 이야기를 나누며 흙으로 파낸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홀이라고 불리는 아래 공간은 제법 넓었다. 대략 30평 남짓은 되어 보였다. 다만 환경은 상당히 열악했다. 천장은 겨우 1.8미터 남짓, 사방은 다 노출된 황토였고, 나무로 대충 버팀대를 세워놓은 구조였다. 마치 오래된 탄광 안에 들어온 듯한 분위기였다.김상곤이 살짝 불안한 표정을 짓자, 정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선생님. 보기엔 허술해 보여도 안전합니다. 깊이가 얕아서 위에 흙도 얼마 안 되고, 이 정도 버팀이면 충분합니다. 예전에 10미터 깊이의 터널을 팔 때도 똑 같은 지지대를 썼는데 문제가 없었거든요.”그 말을 듣고서야 김상곤은 안심했다.그는 주변을 둘러봤다. 작업대가 여러 개 놓여 있었고, 공기에는 흙 냄새와 함께 썩은 듯한 비린내가 섞여 있었다.작업대 앞에서는 몇 명의 기술자들이 각자 무언가를 손질하고 있었는데, 얼핏 보면 전부 골동품처럼 보였다.장 사장도 이 규모에 감탄하며 말했다.“정 선생, 설명 좀 해줘요.”“네.”정 선생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선생님, 저희는 일반적인 가짜 제작하는 데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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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7장

김상곤이 곧바로 물었다.“그럼 이게 진짜였다면, 얼마 정도 값이 나가죠?”정 선생이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조선 세종 연간 청동 기물에다가, 이런 식으로 각인까지 제대로 있고 형태와 완성도까지 좋다면 경매에 올릴 수 있습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1억에서 2억 사이 정도는 나옵니다.”김상곤이 다시 물었다.“그럼 내가 이걸 가져가려면 얼마에 줄 텐가?”정 선생이 바로 답했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이런 작업은 보통 예상 시세의 30% 정도를 받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중간값이 1억 5천 정도니까, 그 30%면 4천5백 정도입니다.”김상곤은 손을 내저었다.“안 돼, 안 돼. 너무 비싸. 4천 넘게 넣었다가 물리면 어떡해.”속으로는 이미 계산이 돌아가고 있었다.‘이거 4천 넘게 사서 주진운한테 얼마에 넘기지? 8천? 돈이 있기는 한가?’정 선생이 서둘러 말했다.“무열 선생님, 이쪽 일은 원래 가격을 높게 부르는 겁니다.”그는 말을 이어갔다.“솔직히 말씀드리면, 이 받침대만 해도 400만 원 들었고, 불상도 600만 원 주고 가져온 겁니다. 거기에 작업비까지 포함하면, 보통은 2천만 원 아래로는 안 나옵니다. 그래도 장 사장님 지인이시니까… 딱 1천5백에 드리겠습니다.”그때 장 사장이 끼어들었다.“정 선생, 우리 오래 봤잖아. 첫 거래니까 내 체면 좀 세워줘. 받침대 380, 불상 600 맞지? 980만 원 드릴 테니까 이걸로 끝내자. 인맥 하나 쌓는다고 생각하자고.”정 선생이 잠시 망설였다.“인맥이라… 저도 무열 선생님이랑 좋은 관계 만들고 싶긴 한데, 작업비도 있고 사람들 인건비도 줘야 해서…”김상곤이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됐어요. 그럼 깔끔하게 1천만 원으로 하죠. 그 정도면 충분히 괜찮죠?”“1천만 원…”정 선생은 속으로 한숨이 나왔다.이 일은 겉으로 보기엔 쉬워 보여도, 실제로는 손이 많이 가는 일이었다. 기술자 인건비만 해도 최소 200만 원은 나간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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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8장

김상곤은 이 ‘조선 후기 모조품’ 불상과 받침대를 마음에 들어 했다. 980만 원을 송금하고 나니, 머릿속에는 이미 그림이 그려지고 있었다.‘이거 주진운이 몇 천만 원에 물면… 끝이다.’정 선생은 입금 내역을 확인하다가 살짝 눈썹을 찌푸렸다. 거래 내역에 찍힌 이름이 ‘김상곤’이었기 때문이다.‘아니, 방금까지는 무열이라고 하지 않았나?’하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이 바닥에서 가명 쓰는 건 흔한 일이었으니까.정 선생은 불상과 받침대를 정성스럽게 포장해 건네며 말했다.“혹시 더 보실 건 없으십니까? 괜찮은 물건들이 많습니다.”김상곤은 손을 저었다.“일단은 이걸로 충분합니다. 첫 거래니까 테스트해보는 거죠. 문제 없으면 다음에는 더 크게 갑시다.”정 선생은 속으로 살짝 실망했다.‘장 사장이 큰손이라더니… 고작 천만 원도 안 쓰네.’평소 같았으면 이런 규모 손님은 작업실까지 들이지도 않았을 텐데, 이번엔 장 사장 체면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그는 장 사장 때문에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다.“선생님 말씀이 맞습니다. 처음은 서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죠. 이 청동 불상은 가져가신 뒤에, 어설프게 아는 사람들한테는 절대 보여주지 마십시오. 이 물건에는 일부러 혼선을 주는 장치를 넣어놨습니다. 어지간한 감정가는 오히려 더 헷갈리게 만드는 구조라, 일반적인 수준의 행수들은 거의 다 속습니다. 물론 진짜 고수한테는 안 통합니다. 진품을 많이 보고, 직접 만지고, 오래 다뤄본 사람이라면 미묘한 차이를 눈치챌 수도 있죠. 형태 자체를 자세히 보면, 세종 연간 양식과는 아주 미세하게 다른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정말 경험 많은 대가 아니면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니 웬만한 감정가 정도라면 마음 놓고 보여주셔도 됩니다. 하나 걸리면 하나씩 다 넘어갑니다.”김상곤은 속으로 웃었다.‘딱 주진운 수준이네. 전문가이긴 한데, 진짜 최고급 감별사는 아닌 딱 그 중간 단계. 이거 완전히 맞춤형이잖아.’그는 더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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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9장

차가 막 출발하자마자, 조수석에 앉은 김상곤이 참을 수 없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다.“장 사장, 언제 들어가는 게 좋겠나? 솔직히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움직이고 싶은데.”장 사장은 망설임 없이 답했다.“날 잡을 필요 있습니까. 오늘 바로 가시죠. 오늘 바로 사람 하나 붙여서 물건 들고 선보각에 들여보내겠습니다. 주진운이 막 돌아온 상황이라, 첫 거래 하나 제대로 만들고 싶을 겁니다. 기세도 살리고, 이름도 알려야 하니까요. 그러니 이 청동 불상을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겁니다."김상곤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맞네. 지금이 딱이네. 나도 어차피 곧 두바이로 가야 되거든. 이거만 끝나면 바로 떠날 생각이야. 오늘 처리되면 내일 아침 비행기 끊어야겠어.”장 사장은 자신 있게 말했다.“걱정 마세요 회장님. 오늘 안에 끝냅니다.”그러다 한 가지를 덧붙였다.“대신 시간은 맞춰야 합니다. 오늘 저녁, 선보각 문 닫기 직전이 제일 좋습니다.”김상곤이 눈을 좁혔다.“왜 하필 그때야?”장 사장이 차분하게 설명했다.“지금 선보각 상황 보셨죠? 안에 물건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 말은 곧, 오늘 하루는 장사를 못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그 상태로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문 닫기 직전에 손님 하나 딱 들어온다? 그 순간, 심리가 바뀝니다. 무조건 잡고 싶어지는 거죠.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다가 마감 직전에 갑자기 기회가 하나 오면, 사람이 경계심이 확 떨어집니다.”“그리고 저녁에는 아무리 조명이 좋아도 낮만큼 정확하게 보기가 어렵습니다. 눈도 이미 하루 종일 써서 피곤한 상태고요. 그때는 원래 보이던 디테일도 놓치기 쉽습니다.”장 사장이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아까 말씀드린 이유 말고도, 제가 굳이 밤을 고른 이유가 하나 더 있습니다. 물건을 들고 갈 사람한테, 그럴듯한 사연을 하나 만들어줘야 하거든요.”그는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생각해 보십시오. 시세가 1억, 2억 하는 물건을 왜 몇 천만 원에 넘기겠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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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0장

“도박장이 왜 돈을 버는지 아십니까? 처음 온 손님한테는 일부러 조금 따게 해줍니다. 몇 번 연달아 이기게 만들면, 그 사람은 자기가 타고난 승부사라고 착각하게 되거든요. 세상 다 이길 수 있는 사람처럼 느끼고, 뭘 해도 안 질 것 같은 기분에 빠집니다.”“그렇게 한번 자신감이 과하게 붙어버리면, 가진 돈이 얼마든 결국 다 털립니다. 돈을 노리면 돈을 다 털어낼 수 있고, 집을 노리면 집까지 가져올 수 있고, 가족까지도 전부 잃게 만들 수 있습니다. 심지어 목숨까지 빼앗을 수 있지요.”잠시 말을 멈췄다가, 김상곤을 바라보며 물었다.“이렇게 여러 장치를 다 깔아놓고, 거기에 사장님 손에 들린 물건까지 더해지면… 주진운이 안 걸릴 가능성이 있을까요?”김상곤이 크게 웃었다.“이건 완전히 덫이네. 한 겹이 아니라 여러 겹으로 씌워놓은 덫이야. 피할 수가 없겠는데? 이번엔 주진운은 끝났어!”장 사장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니까 너무 서두르지 마십시오. 제가 사람을 붙여서 오늘 저녁에 바로 움직이겠습니다. 오늘 안으로 확실하게 끌어들이겠습니다.”“좋아, 좋아!”김상곤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다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젠장, 직접 가서 보는 게 제일 재밌을 텐데… 하필 나를 알아볼 거 아니야? 내가 나타나면 바로 눈치챌 거야. 괜히 의심부터 할 테고.”장 사장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보고 싶으시다면 간단합니다. 현장 상황은 따로 다 생중계로 볼 수 있게 해드리면 되죠.”“생중계?”김상곤이 눈을 크게 떴다.“라이브를 하면 주진운이 더 의심하지 않겠나?”장 사장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요즘은 눈에 절대 안 띄는 촬영 장비가 있습니다. 휴대폰 보시면, 유심 빼는 작은 구멍 있지 않습니까?”“알지. 핀으로 찔러서 여는 거 아니야? 그게 왜?”장 사장은 수수께끼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그 구멍 안에 카메라를 숨기는 겁니다. 요즘 카메라를 숨길 수 있는 장치가 있어요. 이 카메라는 휴대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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