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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75 Chapters

제4271화

“네. 야식도 먹었어요.”선우민아는 어머니의 표정을 살피며 어머니가 자신과 전창빈이 서로 끌어안고 있던 모습을 보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잠시 머뭇거리다가 선우민아가 먼저 입을 열었다.“엄마.”“민아야.”모녀는 동시에 말을 꺼냈다.“먼저 말씀하세요. 엄마는 지금 잠이 오지 않죠? 제 방으로 가요. 우리 얘기 좀 해요.”선우민아는 아버지와 남동생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한경주는 딸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갔다.그녀는 평소 큰딸의 방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딸의 동의 없이는 웬만해서는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아이들이 자라면 각자의 사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는 그 경계를 늘 존중해 왔다.“엄마, 여기 앉으세요. 물 드실래요?”선우민아는 어머니의 조심스러운 기색을 눈치채며 소파로 모셨다.“엄마는 목 안 말라. 물은 됐어. 민아야, 늦었는데 먼저 따뜻한 물로 씻고 와. 네가 나오면 그때 이야기하자.”한경주는 방금 눈에 담았던 장면을 곧바로 받아들이기에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고 느꼈다.전창빈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다. 요리도 잘했고 딸은 지금까지 그의 음식을 먹으면서 한 번도 질린 기색을 보인 적이 없었다.한경주는 속으로 이번에는 딸의 개인 요리사가 근무 기간 기록을 새로 쓰게 되겠구나 싶었다.평소에도 전창빈은 딸을 세심하게 챙겼다. 한경주는 그 다정함이 혹시라도 일을 잃지 않기 위한 조심스러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만 생각해 왔다.딸이 전창빈에게 보이던 부드러운 태도 역시 마음에 담아 두지 않았다.재벌가의 아들이면서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위해 체면을 내려놓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채 다가와 딸의 개인 요리사가 된 점이 딸에게는 기특하게 보였을 것이라고 여겼다.게다가 딸은 원래 능력 있고 뛰어난 사람을 존중했다.하지만 사실 선우민아의 태도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진 시점은 전창빈이 관성 전씨 가문의 여섯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부터였다.그러나 한경주는 두 젊은 사람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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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2화

그것은 딸을 곁에 붙잡아 두고 선우씨 가문의 짐을 떠맡기려는 이기심 때문이 아니었다. 다만 먼 곳으로 시집보내는 일에는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너무 컸다.조금 전 두 젊은 사람이 서로를 끌어안고 있는 모습을 보았을 때 한경주의 표정이 그 순간 굳어 버렸다.마치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 순간 비명이 터져 나올 뻔했지만 한경주는 두 손으로 입을 꼭 막아 간신히 참아 냈다.두 사람이 떨어지자 한경주는 급히 몸을 돌려 그 자리를 벗어났다.더는 계단 앞에 서서 지켜볼 수가 없었다.아무 일도 모른 척 방으로 돌아가 혼자 조용히 이 일을 삭히고 싶었다.하지만 그러지 못했다.딸과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서는 한경주는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다.망설이는 사이 선우민아가 위층으로 올라왔고 그래서 지금 한경주는 딸의 방에 앉아 있었다.선우민아는 잠시 어머니를 바라보다가 말했다.“그럼 잠시만 앉아 계세요. 얼른 씻고 올게요.”한경주는 고개를 끄덕였다.선우민아는 욕실로 들어갔다.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한경주는 때때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을 가라앉히고 곰곰이 생각해 본 한경주는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전창빈과 선우민아는 얄밉게도 정말 잘 어울렸다.한경주의 마음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딸의 방 안을 이리저리 돌아다녔다.눈에 들어오는 것들을 하나하나 바라보고 손에 닿는 물건들을 괜히 만져보며 시간을 보냈다.그렇게라도 해서 마음을 달래고 스스로를 조금이라도 진정시키고 싶었다.침대맡에는 커다란 액자 하나가 놓여 있었는데 그 안에는 온 가족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이 들어 있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아직 살아 계시던 시절, 설날에 모두 모여 찍은 사진이었다.침대에 앉은 한경주는 액자를 집어 들고 한참을 바라보았다.사진 속 딸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때 아직 선우씨 가문의 무게가 선우민아의 어린 어깨 위에 얹히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아무 걱정도 모른 채 보호받으며 자라던 마냥 행복하기만 하던 큰아가씨였을 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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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3화

선우민아는 다가가 어머니 곁에 앉았다.한경주는 조금 불편한 듯 말했다.“우리 밖으로 나갈까. 여긴 네 침실인데 엄마가 허락도 없이 들어온 것 같아서.”그녀는 딸의 사적인 공간을 침범한 듯한 기분이 들어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엄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우리는 모녀잖아요. 친 모녀.”선우민아는 어머니의 표정을 살피더니 난처한 웃음을 띠며 말을 이었다.“우리가 남도 아닌데... 엄마는 제 엄마예요. 제가 들어오라시고 한 거예요.”아마도 평소 일이 너무 바빠 부모와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늘 이른 아침에 나갔다가 밤늦게 돌아오는 생활이 이어지다 보니 한 달 넘게 얼굴을 보지 못하는 때도 있었다.분명 같은 집에서 살고 있었지만 출근할 때면 한경주 부부는 아직 잠들어 있었고 깊은 밤에 돌아오면 이미 잠자리에 든 뒤였다.주말에야 집에서 쉬며 함께 지낼 수 있었지만 바쁠 때는 주말에도 집에 들어오지 못했다.요즘에야 사촌 동생들이 일을 거들어 준 덕에 그제야 주말에 집에서 쉬며 숨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특히 선우민아가 대표 자리에 오른 뒤로 기세가 점점 서면서 부모님마저도 그녀 앞에서는 한결 조심스러워진 모습이었다.선우민아는 먼저 어머니의 팔짱을 끼며 다정하게 머리를 어머니의 어깨에 기대며 말했다.그리고 목소리도 한층 부드러워졌다.“엄마한테 이렇게 기대는 것도 정말 오랜만이에요.”딸이 먼저 다가오자 한경주의 모성애가 자연스럽게 되살아났다.그녀는 본능적으로 딸의 어깨를 감싸안고 웃으며 말했다.“엄마도 네 어깨를 이렇게 안아 본 게 참 오래되었구나. 늘 아직 아이 같기만 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민아가 다 컸네. 이제는 엄마의 버팀목이 되고 집안을 이끄는 사람이 되다니. 민아야, 혹시 엄마 아빠를 원망한 적은 없어? 우리가 별 도움이 못 돼서...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 그 무거운 짐을 네가 혼자 떠안게 만든 것 말이야. 우리가 조금만 더 힘이 있었어도 네가 그렇게 어린 나이에 그런 책임을 지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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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4화

회사의 원로 임원들은 선우민아를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그들은 끊임없이 그녀에게 압박을 가하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았다.그 2년 동안 선우민아는 늘 얼음판 위를 걷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버텼고 긴장의 끈을 조금도 늦출 수 없었다.마침내 회사 상황을 안정시키고 자리를 굳힌 뒤에야 그녀는 오래된 임원들을 하나씩 물러나게 했다.나이로 보나 시기로 보나, 이제는 은퇴해 집에서 노후를 보낼 때가 된 사람들이었다.이제는 회사 임원들 가운데 그 누구도 감히 그녀 앞에서 함부로 말하지 못했다.“엄마는 네가 여기까지 오는 과정을 다 지켜봤어. 얼마나 힘들었는지, 얼마나 억울한 일도 많았는지 다 알고 있어. 엄마 아빠가 별 도움이 못 돼서... 나연이 좀 봐. 아무런 부담도 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자기가 원하는 사람과 결혼해서 하루하루를 편안하고 즐겁게 살고 있잖아. 참 행복해 보이더라. 나연이는 너만큼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 도시에서의 위치나 지위도 너만 못하지만 엄마는 차라리 네가 그 아이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게 원래 재벌 가문의 아가씨가 살아야 할 삶이잖아.”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엄마,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은 다 다르잖아요. 행복의 기준도 다르고 원하는 삶도 달라요. 나연은 나연의 삶의 방식이 있고 저는 지금 이런 삶이 좋아요. 모든 일을 제 손으로 결정할 수 있으니까요.”한경주는 가볍게 웃었다.“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니 엄마도 마음이 놓여. 그런데 너의 인생 문제만은 여전히 엄마한테 큰 숙제구나. 민아야...”한경주는 결국 화제를 인생 문제로 옮겼다.그리고 조심스러운 기색으로 물었다.“너랑 창빈 씨는 언제부터였어?”바로 눈앞에서 벌어진 일인데도 정작 어머니인 자신은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자신이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걸까, 아니면 생각이 지나치게 단순했던 걸까.선우민아는 어머니의 품에서 일어나 얼굴을 마주 보았다.모녀가 눈을 맞추는 순간 한경주의 눈빛에 깃든 걱정이 고스란히 드러났다.선우민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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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5화

선우민아는 숨김없이 말했다.“엄마, 창빈 씨가 면접을 보러 왔던 날이 제가 창빈 씨를 처음 본 날이었어요.”전창빈을 처음 마주했을 때 선우민아는 조금 놀랐다.요리를 그 정도로 잘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마흔은 넘었을 거라 짐작했는데 막상 보니 스무 살을 조금 넘긴 듯한 젊은 나이였다.면접 자리에서 직접 요리를 하게 하지 않았다면 그 음식들이 정말 전창빈의 손에서 나온 것인지 의심했을 터였다.젊고 단정한 인상에 태도까지 차분해 첫인상만으로는 전혀 요리사처럼 보이지 않았다.직접 요리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맛까지 확인했는데도 선우민아는 선뜻 확신이 서지 않았다.그러나 선우민아는 그런 생각을 굳이 말하지 않고 전창빈을 합격시켰다.진짜 실력이 있는지는 선우씨 가문에서 일을 시작하면 자연히 드러날 일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만약 운 좋게 흉내만 내서 면접을 통과한 것이라면 요리사로 일하면서는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 없기에 금세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하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전창빈에게는 정말 실력이 있었다.그는 어릴 적부터 요리하는 것을 좋아했다.비록 나이는 젊었지만 요리를 배운 시간은 20년이었다.전창빈은 줄곧 이 분야에서만 일해 온 터라 손에 익을 만큼 반복하다 보니 자연스레 요리 실력이 쌓였다.그에게 요리를 가르친 사람들 또한 모두 노련한 요리사들이었고 스승도 적지 않았다.여러 스승에게 요리를 배우고 타고난 재능까지 더해진 덕에 그의 요리 실력은 그렇게 차근차근 다져졌다.“면접 자리에서 처음 만났다고 했잖아. 그런데 창빈 씨의 약혼자가 어떻게 네가 될 수가 있어? 민아야, 혹시 속고 있는 거 아니야? 차라리 예전에 알던 사이였는데 서로 잊고 지내다가 나중에 다시 떠올라서 창빈 씨가 너를 약혼자로 생각해 왔다는 이야기라면 그나마 이해는 가. 하지만 너희는 그전에는 아무런 인연도 없었잖아. 면접 때는 너도 그 사람 이름조차 몰랐고 서로 마주친 적도 없었어. 우리 가문과 전씨 가문이 오가던 사이도 아니고. 그런데 갑자기 네가 창빈 씨의 약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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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6화

남들이 전혀 눈치채지 못한 사이 전씨 할머니는 이미 선우민아를 살펴보고 그녀의 성향과 성격을 잘 파악해 두었다.그렇게 조용히 마음속에서 점찍은 뒤 그 인연을 전창빈에게로 이어 놓은 것이다.이후 전창빈을 개인 요리사라는 신분으로 딸의 곁에 두어 매일 함께 지내며 자연스럽게 정이 쌓이도록 했다.말 그대로 전창빈은 일과 사랑을 동시에 거머쥐고 있었다.선우민아는 한동안 말이 없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전씨 할머니께서 아무 이유 없이 우리를 해칠 분은 아니에요. 설령 사업과 관련된 일이라고 해도 두 가문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거래할 일 자체가 없어요. 그러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손자며느리를 살피려는 일이 아니었다면 한 사람을 그렇게까지 알아보려 하시지도 않으셨겠죠.”말은 그렇게 했지만 선우민아는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그녀는 전씨 가문과 아무런 악연도 없었고 수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는 데다 같은 구역도, 같은 도시도 아니었다.과거에 접점이 없으니 원한이 생길 일도 없다.그렇지 않았다면 한경주 말처럼 상대방에게 당해도 어떻게 당했는지조차 모른 채 무너졌을지도 모를 일이었다.전씨 할머니는 연세가 많고 은퇴하셨기에 지금은 오로지 손자들의 인생사만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그녀가 키워 낸 손자들이 아무리 뛰어나다고 해도 전씨 할머니 본인과 견주면 아직 미치지 못했다.결국 세월 앞에서는 누구도 얕볼 수 없는 법이다.전태윤이 지금은 전씨 가문의 대표라고 해도 업계에서 전씨 할머니만큼의 안목과 경험을 쌓으려면 앞으로도 십수 년, 길게는 이십 년 가까이 더 부딪히며 시간을 보내야 할 터였다.“그럼 그분께서 손주들에게 사진 한 장을 건넸다면 그 사진에는 분명 약혼자들의 기본 정보가 적혀 있었을 거야. 민아야, 창빈 씨에게 물어봐. 지금 가지고 있는 사진 속 인물이 정말 너인지. 사람을 잘못짚으면 곤란하잖아.”선우민아가 차분하게 대답했다.“저는 이미 전씨 할머니를 직접 뵈었어요. 할머니께 직접 여쭤봤는데 창빈 씨에게 짝지어 주신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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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7화

선우민아는 잠시 말이 없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엄마, 저는 아직 연애해 본 적은 없지만 남자가 여자에게 잘해 줄 때는 보통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처음에 창빈 씨가 저에게 잘해 준 것도... 아니, 그 사람은 애초부터 저를 자신의 약혼자로 보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처음부터 저에게 보였던 호의에는 다 목적이 있었던 거죠.”그저 그녀들만 그 사실을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예전에 일했던 요리사들은...”선우민아는 더 말을 잇지 않았다. 예전에 집으로 불러들였던 개인 요리사들은 전창빈처럼 젊지 않았고 모두 결혼해 가정을 꾸린 사람들이었다.하여 그녀에게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없었고 그럴 생각조차 하지 않았을 것이다.한경주가 조용히 말했다.“민아야, 전창빈이라는 사람은 정말 훌륭한 건 사실이야. 우리 가족 모두가 창빈 씨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지. 설령 너랑 창비 씨가 연인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여전히 그 사람을 좋게 생각할 거야. 네가 이번에 출장 갔을 때... 그러니까 예진 리조트에 가서 집에 없었잖아. 그동안 창빈 씨가 요리하지 않았는데 네 두 동생이 많이 불편해하더라. 솔직히 말하면 엄마도 그랬고. 몇 달 사이에 그 사람이 우리 식구들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아 버렸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한경주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런데 이게 꼭 좋은 일만은 아니잖아. 아니면 공개 채용을 다시 해서 요리사를 몇 명 더 들여보는 건 어때? 입맛도 좀 바꾸고 우리 가족이 창빈 씨 한 사람한테만 휘둘리지 않게 말이야.”전창빈이 만든 음식은 사실 평소에도 먹어 오던 메뉴들이었다.다만 그의 손을 거치면 맛이 한결 살아났고 상차림도 훨씬 풍성해졌다.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사람은 선우민기와 선우민수였다.전창빈은 어린이 식사를 준비할 때 이전의 요리사들보다 훨씬 더 신경 썼다.좋은 재료를 쓰는 것은 기본이었고 아이들이 좋아하도록 재료를 동물 모양으로 만들거나 다양한 형태로 만들었다.유행하는 애니메이션이 있으면 그 캐릭터들을 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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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8화

딸의 말은 곧 전창빈과 결혼하겠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잠시 고민하던 한경주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민아야, 우리는 네가 멀리 시집가는 게 너무 걱정돼. 창빈 씨가 아무리 좋은 사람이라 해도 그쪽은 너무 멀잖니. 너도 알다시피 지금 우리 가문은 아직 네가 빠질 수 없는 상황이야.”“엄마, 저는 창빈 씨와 결혼하더라도 A시를 떠나지 않을 거예요. 우리 그룹도 계속 제가 맡아서 볼 거고요. 결혼했다고 해서 절대 손을 놓지는 않을 거고 여전히 집에서 지낼 생각이에요. 제가 시집가면 아무것도 안 하게 될까 봐 걱정하실 필요는 없어요.”그 말에 한경주는 놀란 눈치였다.“민아야, 너희 둘이 벌써 결혼 뒤의 일까지 얘기한 거야? 창빈 씨가 우리 집으로 들어오겠대? 데릴사위로?”전창빈이 정말로 데릴사위가 될 생각이라면 이 혼사는 충분히 고려해 볼만했다.선우민아가 전씨 가문에서 그토록 훌륭한 남자를 데려온다고 생각하자 한경주의 마음도 서서히 달라졌다.전창빈이 선우씨 가문으로 들어오면 딸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을 것이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수도 있을 터였다.무엇보다 앞으로는 누구도 선우씨 가문을 쉽게 넘보지 못할 터였다.전창빈의 뒤에는 전씨 가문이 버티고 있었고 그 가문은 무엇보다도 사람이 많았다.지금 선우씨 가문에 가장 부족한 것도 바로 그 점이었다.선우민아가 솔직하게 덧붙였다.“창빈 씨가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것도 괜찮다고 했어요. 전씨 할머니께도 제가 직접 여쭤봤는데 별다른 의견 없이 창빈 씨의 결정을 존중하신다고 하셨고요. 다만 저는 남동생이 있으니까 창빈 씨가 굳이 가문으로 들어올 필요는 없어요. 지금도 창빈 씨는 지금 우리 집 전속 요리사잖아요. 사업도 우리 도시에서 하는데 앞으로 여기에서 출근해야 하지 않겠어요? 어차피 장기간 여기서 생활해야 하는데 데릴사위로 들어오는 거랑 뭐가 크게 다르겠어요. 명절이나 때가 되면 제가 시간을 조금 내서 같이 내려가 그쪽 어른들 뵙고 도리만 다하면 되는데. 대부분의 시간은 여기서 지내게 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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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79화

집안 사람들도 눈치가 없지는 않기에 함부로 찾아와 방해하는 일은 없을 터였다.아마도 먹는 데 유난히 관심 많은 두 남동생이 가끔 밥 얻어먹으러 들르는 게 전부일 것이다.한경주는 입을 열려다 말았다. 할 말이 많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의 생각이 꽤 괜찮다는 판단이 섰다.“엄마, 저랑 창빈 씨 일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가 알아서 잘 정리할게요. 어쨌든 저는 저한테 불리한 선택은 하지 않을 거예요.”선우민아는 어머니를 다독이며 자신의 결혼은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그녀의 부모는 의견을 줄 수는 있어도 대신 결정해 줄 수는 없었다.“엄마, 시간도 많이 늦었는데 방에 가서 얼른 쉬세요. 저도 이제 자야겠어요. 내일 회사에 가서 회의가 있어요.”한경주가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래, 너도 일찍 쉬어.”내일은 따로 전창빈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볼 생각이었다.그의 생각이 어떤지, 정말 진심인지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선우민아는 어머니를 문밖까지 배웅했다.어머니가 돌아간 뒤에야 그녀는 방문을 닫고 방 안으로 들어왔다.마음에 걸리던 일이 정리되자 기분이 한결 가벼워졌고 침대에 몸을 눕히자마자 깊이 잠들었다.오히려 잠을 이루지 못한 쪽은 한경주였다. 그녀는 남편을 깨우지 않으려고 조용히 움직였지만 방으로 돌아와 침대에 눕고도 마음이 가라앉지 않아 한참을 뒤척였다.그러다 끝내 옆에 누워 있던 남편까지 깨우고 말았다.“여보, 왜 그래? 계속 뒤척이네. 몸이 불편해? 아니면 무슨 걱정이라도 있어?”선우진혁이 몸을 돌려 아내를 마주 보며 걱정스레 물었다.“당신이 이렇게 잠 못 이루는 건 민기를 낳던 그날 밤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한경주는 한숨을 내쉬었다.“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요. 불 좀 켜줘요.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우리 잠깐 이야기해요.”“또 무슨 생각 하고 있는 거야? 이것저것 다 끌어안고 있으면 몸에 안 좋아. 우리 몸 추스르느라 몇 년이나 애쓴 거 잊었어?”선우진혁은 투덜대듯 말하면서도 결국 침대 옆 스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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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80화

선우진혁은 곧바로 전창빈을 떠올렸다.아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보더니 사실임을 눈치챘다.선우진혁은 다시 침대 옆 스탠드를 켜고 몸을 일으켜 앉아 아내를 바라보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민아가 창빈 씨를 좋아한다고? 당신한테 그렇게 말했어? 민아가 사람을 좋아할 줄도 아는구나. 솔직히 난 민아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어.”그는 놀라기는 했지만 한경주처럼 마음을 졸이지는 않고 오히려 속으로 안도했다.자기 딸이 알고 보니 지극히 정상이라는 사실이 반가웠다.선우진혁은 그동안 선우민아가 누군가를 사랑하지 못하는 건 아닐지, 혹시 마음의 방향이 다른 건 아닐지 은근히 걱정하고 있었다.그런데 이제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스물도 훌쩍 넘긴 나이까지 연애하지 않았던 건 밖에 있는 남자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다.다만 선우민아의 마음을 움직일 만큼의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을 뿐이다.그에 비하면 전창빈은 제법 괜찮은 인물이었다.선우진혁은 처음 전창빈을 마주했을 때부터 이 젊은이가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물속에 갇힌 존재가 아니라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갈 인물처럼 보였다.그리고 시간이 지나 그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창빈은 재벌 가문에서 태어난 진짜 도련님이었고 그의 가문은 수십조 자산을 가진 재벌가였다.본인 명의의 재산도 적지 않았지만 드러내지 않았다.그런 사람이 요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이유 하나로 재벌 가문의 아들이라는 신분을 내려놓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은 채 와서 선우민아의 전속 요리사가 되었다.그 점만 봐도 보통 인물은 아니었다.“상대가 창빈 씨인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야? 창빈 씨는 매일 우리 눈앞에서 지내잖아. 어떤 사람인지도 우리가 다 알고 있고. 게다가 재벌가 아들이잖아. 집안 형편도 우리랑 맞고 전씨 가문 가풍도 괜찮으니 돈 보고 민아에게 접근했을 리도 없어. 그러고 보니까 창빈 씨 말고는 우리 딸한테 어울릴 사람도 딱히 없다는 생각이 드네.”선우진혁은 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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