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리 씨, 제가 그리도 싫나요?”강하리는 한숨을 길게 내뱉더니 책상 위에 있던 펜의 뚜껑을 열었지만 사인은 하지 않고 다시 한쪽에 놨다.보통 고민 있을 때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는 습관인데 강하리의 시선은 한동안 계속 펜에 머물다가 다시 그를 바라보며 답했다.“임 대표님, 사업하는 데 싫고 좋고가 어디 있고 돈 앞에 장사 없다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전 연말쯤에 JM에서 퇴사하려고 합니다. 정말 죄송해요.”순간 임명우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네? 퇴사요? 그럼 강 대표님께서... 외교부로 들어간다는 소문이 사실이란 말입니까?”그러자 강하리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어쩐지 오늘 직접 저희 회사로 방문하셔서 놀랐는데 그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하러 오셨군요?”그녀의 말에 임명우 얼굴에 번진 미소가 더욱 짙어지더니 창가에 서 있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강하리에게 다가와 나지막이 물었다.“혹시 제가 강 대표님이 너무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면 믿으실 건가요?”강하리는 무방비 상태에서 그의 중저음 목소리와 숨결이 귓가에 울려 퍼지자 자기도 모르게 온몸이 굳어졌다.지금 두 사람의 거리가 너무 가까워 모르는 사람이 보면 분명 연인 사이거나 썸타는 사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생각 같아서는 당장에라도 이 독사 같은 남자에게서 멀어지고 싶었지만 엄마로서, 그리고 딸로서 그녀는 정말 더 이상 물러설 방법이 없었다.하여 불쾌한 마음을 꾹 참고 고개만 살짝 돌렸는데 순간 그의 호흡마저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임 대표님, 선 넘으셨어요.”그러나 임명우는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강하리 쪽으로 몸을 붙였다.“강하리 씨, 전 사실 하리 씨한테 단 한 번도 선 넘는 행동을 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하리 씨한테 손을 대려는 사람들도 제가 모두 뒤에서 막아드렸고요. 결국에는 제가 직접 하리 씨를 상대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그는 말을 마치자마자 강하리의 손을 잡았다.원래 강하리는 손에 몰래 칼을 쥐고 있었는데 그의 행동으로 그만 칼에 베이게 되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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