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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70화

Author: 임공
시연은 잠시 침묵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그냥...”

‘정말, 달리 갈 길이 없었어요.’

시연은 억지로 웃어 보였다.

“오늘 밤, 도와주셔서 감사해요. 앞으론... 더 조심할게요.”

‘앞으로? 앞으로라는 말이 왜 이렇게 거슬리지...?’

유건의 가슴이 순간 철렁 내려앉았다. 관자놀이가 욱신거리기 시작했다.

‘아예 끊겠다는 게 아니라... 또 뭔가를 할 생각이란 거잖아?’

뭔가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그럴 자격이 있던가?

‘나는 고용주고, 시연은 그냥 고용된 의사일 뿐인데...’

‘내가 뭘 얼마나 관여할 수 있다고.’

다음 날 아침.

유건이 1층으로 내려왔을 땐, 이미 약이 다려져 있었다.

한약 특유의 냄새가 은근히 퍼져 있었다.

유건은 숨을 멈추고, 한 번에 약을 들이켰다.

입맛을 다신 뒤, 조용히 그릇을 내려놓았다.

그는 시연을 슬쩍 보더니, 잠시 머뭇거렸다.

그러다 결국 입을 열었다.

“BLUE... 계속 나갈 거야?”

“네.”

시연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뭐?”

유건의 눈썹이 일그러졌고, 표정이 금세 날카로워졌다.

시연은 얼른 손을 저었다.

“그런 뜻은 아니에요.”

‘오해할 만하지... 근데 진짜 그게 아니야.’

“오대민 일이 이 지경이 됐는데, 제가 거길 다시 갈 순 없죠. 사실 거기 갔던 목적도 그 사람이었고, 지금은 굳이 남아있을 이유도 없어요.”

시연은 조용히 설명을 덧붙였다.

“근데... 일하던 데니까 그냥 나오는 것도 예의가 아니잖아요. 매니저님이나 팀장님도 저한테 잘해주셨고... 오늘 가서 마무리하고 오려고요.”

그 말을 듣고서야, 유건의 얼굴이 조금 풀렸다.

‘다행이네. 아직 완전히 미련하게 굴진 않네.’

“언제 갈 건데?”

“조금 있다가요.”

“그래.”

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나 옷 갈아입고 올게. 너도 준비해. 내가 데려다줄게.”

“아니에요!”

시연은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그냥 대중교통 타면 돼요. 대표님까지 번거롭게 할 일은 아닌데...”

‘고용된 입장에서, 사장 차 얻어 타는 건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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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경은 잠시 눈썹을 찌푸리며 생각했다.“G시에선... 이런 걸 ‘선’이라고 하나요?”‘역시...’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레오 선생님도 비슷하게 말씀하시긴 했어요. 하지만, 한이경 씨께는 처음부터 확실히 말씀드리는 게 좋을 것 같아요.”시연은 고개를 들고 또렷하게 말했다.“저는 지금, 연애나 결혼 생각이 전혀 없어요.”“음?”이경은 다소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올렸다.그 표정엔 이해하기 어려운 듯한 당황스러움이 어렸다.“그 말은... 혹시, 제가 마음에 안 드셨다는 뜻인가요? 제가... 부족했나요?”‘아... 이 사람, 생각보다 솔직하네.’사실, 이경은 시연의 첫인상이 꽤 마음에 들었다.시연은 전형적인 미인형의 외모에, 말투나 태도는 침착하고 예의 바르며, 어딘가 거리감 있는 그 분위기까지도 매력적이었다.‘완벽하다’고 생각했을 정도였다.“아니요, 전혀요.”시연은 조용히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한이경 씨는 정말 괜찮은 분이에요. 제 말은... 제 문제라는 거예요. 지금 제 삶은, 혼자여서 더 편하고 만족스러워요.”그 말을 들은 이경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렇구나...’아쉬움이 남았지만, 아직은 첫 만남일 뿐이었다.감정이 얽힐 만큼의 시간도, 이유도 없었다.억지로 뭔가를 기대할 이유도 없었으니까.“그럼... 우리 친구가 될 순 있을까요?”“물론이죠.”시연은 자연스럽게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이렇게 이성적으로, 부드럽게 넘어가 주는 사람이란 점에서 시연은 은근히 안도했다.‘괜한 감정 소비 안 해도 되겠네.’“시연 씨의 생각을 존중해요.”이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시연은 손을 들어 직원을 불렀다.“브라우니 하나 부탁드릴게요.”이경이 시연을 바라보며 웃었다.“레오가 말해줬어요, 시연 씨가 제일 좋아하는 디저트라고요. 하루 종일 신경 써 주셨는데, 물만 마시게 할 순 없잖아요.”그 배려에 시연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SKY 전원주택단지.“으아아앙...!!”조용히 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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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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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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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2화

    “닥쳐!!”박경자의 눈이 완전히 뒤집혔다.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시연의 머리채를 더 세게 움켜쥐었다.“네가 지금 하는 말, 내가 믿을 것 같아?! 뻔뻔한 X!”“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오대민은 급히 달려와 박경자의 팔을 잡아당겼다.“정신 좀 차려! 놓으라고!!”“왜, 아파 보여서 가슴 아파?”박경자는 비웃었다.“안 놔! 이 정도는 시작도 아니야. 오늘, 내가 이 여자 쥐어박고 죽여버릴 거야!”“죽여?! 좋아, 그러면 더 재밌잖아! 둘이 같이 지옥 가면 되겠네! 뭐? 지옥에서도 둘이 알콩달콩하면서 살면 되겠지!! 하하하하!!”‘미쳤어. 진짜 미쳤어...’오대민의 얼굴은 점점 시퍼렇게 질렸다. 더는 체면도, 이성도 없었다.그는 박경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으며 거칠게 끌어냈다.“이제 진짜 그만해, 제발...!!”그리고 돌아보며 시연에게 소리쳤다.“시연, 걱정하지 마! 이 일, 내가 다 처리할게. 잠깐만 기다려, 내가 다시 연락할게!”“으음, 으으음!!”박경자는 소리를 지르며 몸부림쳤고, 눈빛은 이미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기다려!!!”그녀는 귀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외쳤다.“뻔뻔한 X!! 널 그냥 두지 않을 거야!! 내가 절대!!!”시연은 복도 한가운데 멍하니 서 있었다.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이게 대체 뭐야...’‘이 상황을 내가 어떻게 설명해?’‘누가 봐도 내가... 뭔가 있었던 사람처럼 됐잖아.’‘오대민... 진짜 제정신이 아니야.’‘혼자서 드라마 찍고 있네. 대본도 혼자 쓰고, 연기까지 혼자 하고...’시연의 머리가 멍했다.‘더는 여기에 있을 수 없어.’결국 매니저가 급히 시연의 월급을 정산해 줬고, 시연은 물건을 챙겨 나갈 준비를 했다.그때, 한 동료가 급히 뛰어왔다.“시연 씨!!”“네?”“문 앞에 수상한 남자 둘 있어요. 완전 험상궂게 생긴 사람들이 자꾸 안을 힐끔거리고... 방금도 시연 씨를 찾고 있었어요.”BLUE는 워낙 다양한 손님이 오가는 곳이라, 직원들도 건달 기질 있는 사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871화

    작은 선물상자 안에 들어 있던 건, 어젯밤 오대민이 시연에게 채워준 다이아몬드 목걸이였다.그걸 보는 순간, 오대민의 얼굴빛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당황스러움과 불쾌함이 동시에 스쳤다.“마음에 안들어? 괜찮아. 이건 그냥 가지고 있어. 다음엔 네가 좋아할 만한 거로 다시 줄게.”“그런 게 아니라서요.”시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전... 그런 마음으로 받은 게 아니에요. 그리고... 장관님께 그런 감정, 가져본 적도 없고요.”‘이건 아니야. 정말 아닌 건데...’“오대민!!”공기를 가르듯 날카로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정면에서 다가오는 건, 옷차림이며 메이크업까지 빈틈 하나 없이 가꾼 중년 여성.눈빛은 날카롭고, 발걸음엔 분노가 실려 있었다.“여, 여보?”오대민은 눈에 띄게 당황하며, 말까지 더듬었다.“여긴 어떻게...”“흥.”박경자.오대민의 아내였다.그녀는 싸늘하게 웃으며 오대민을 노려봤다.“왜? 당신은 와도 되고, 나는 오면 안 돼? 당신 요즘 제법 여유 있나 보네? 이젠 자기가 뭘 감당할 수 있는지 잊은 거야?”그 말은 오대민의 자존심을 정면으로 건드렸다.오대민은 얼굴을 굳히고, 목소리를 낮췄다.“무슨 말이야, 그게?”“내가 뭘 말했는지 정말 모르겠어?”박경자는 시연을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그러고는 손을 뻗어 시연이 들고 있던 선물상자를 확 낚아챘다.“이건 또 뭐야?”선물상자를 열어본 박경자의 얼굴에 곧장 냉소가 떠올랐다.안에 들어 있던 건... 빛나는 다이아몬드 목걸이.“하...!”박경자는 숨을 내쉬며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다 오대민을 쏘아보며 말했다.“이야, 오대민. 진짜 대단하네? 이렇게 값비싼 걸 이런 애한테는 척척 주면서...”그녀의 눈가가 붉어지기 시작했다.“우린 결혼한 지 몇 년인데, 당신, 나한텐 이런 거 한 번이라도 줘본 적 있어?”“지금 그런 말 해서 뭐 하겠어.”오대민은 머리를 감싸 쥐며 그녀를 붙잡았다.“가자. 집에 가서 얘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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