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981 - Bab 990

998 Bab

제981화

“그만해.”유건이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소미의 말을 끊었다. 얼굴엔 싸늘한 기색이 짙게 깔려 있었다.“나가.”‘설마, 나한테 나가라는 거야?’“유건 씨...”소미는 마치 발이 바닥에 붙은 듯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애절하게 말했다.“내가 그렇게 싫어요? 내 마음은 아직 당신한테 있다고요!”“쳇...”그 말을 들은 시연이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코웃음을 쳤다. 비웃는 기색이 역력했다.“뭐가 그렇게 웃겨? 비꼬는 거야?”소미는 민감하게 반응했고, 시연의 반응을 놓치지 않았다.소미는 유건을 향해 안타깝게 시선을 던지며 애원하듯 말했다.“예전에 내가 잘못한 거, 당신이 용서 안 하고 날 버린 거... 다 받아들였어요. 근데 유건 씨, 지금 당신 뭐 하는 거예요?”소미는 시연에게 손가락질하며 분노와 상처가 뒤섞인 눈빛을 했다.“지금도 쟤랑 같이 있다니... 정말 모르겠어요? 지시연이 어떤 여잔지? 내가 당신 사랑받을 자격이 없다면, 저 여잔 있다고 생각해요? 유건 씨...”“어휴.”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이 반응할 틈도 없이 시연이 먼저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유건의 품 안에서 몸을 비틀던 시연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말했다.“계속 할 얘기 많은가 보네? 끝도 없네. 이 연극, 난 관두려고.”“흥!”말을 끊긴 소미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소리쳤다.“그래, 넌 연극 볼 자격도 없으니까 그 입 좀 닥쳐! 그리고 꼴이 그게 뭐야? 입은 건지 벗은 건지!” “어...?”시연이 멈칫했다. 오히려 도도하게 자세를 고쳐 앉았다.그러고는 여유롭게 웃으며 말했다.“내가 옷을 안 입었다고?”“그래!”소미는 분노로 목소리가 떨렸다.“요염한 척에 뻔뻔하기까지 하고!”“쳇.”시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살짝 저었다.“진짜 웃기네. 남의 집에 와서 내가 뭘 입고 있는지 지적질? 여긴 내 집이야. 내가 어떻게 입든 네 허락받을 필요 없어.”소미는 그제야 말문이 막힌 듯 말을 잇지 못했다.하지만 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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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2화

“무슨 생각해?”유건이 시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화났어?”“아니요.”시연은 정신을 차리듯 고개를 들었다.방긋 웃으며 유건을 바라봤다.“당신 옛날 여자가 말했잖아요. 내가 가식 떤다고.”“그건 틀린 말이야.”유건은 부드럽고 다정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네가 나한테 가식 떨 이유 있어? 맨날 나 필요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그렇네요.”시연은 쿡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걸 알고 있다니 다행이네요.”그러곤 유건을 툭 밀치고 식탁 쪽으로 걸어갔다.“늦잠 잤더니 배고파 죽겠어요!”유건은 그녀의 한 걸음 뒤를 따라갔고, 두 사람은 나란히 식탁에 앉았다.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밥을 먹었다. 숟가락 소리만 들리는 정적이 흘렀다.잠시 후, 유건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까... 장소미가 한 말. 그거, 네가 한 거야?”결국, 물었다.시연은 천천히 입안의 음식을 삼킨 뒤, 유건을 정면으로 바라봤다.“네, 내가 했어요.”망설임 없는 인정.굳이 감출 이유도 없었다. 유건이 마음만 먹으면 금방 다 알 수 있는 일이었다.시연은 덤덤하게 말했다.“그래서 어쩔 건데요? 날 쫓아낼 거예요?”“시연아...”유건은 미간을 깊게 찌푸리며 고개를 숙였다.고통과 혼란이 뒤섞인 표정이었다.“그럼... 왜 나한텐 말 안 했어? 말했으면, 내가 도와줬을 텐데.”“말하라고요? 당신이 날 도와준다고요?”시연은 마른 웃음을 터뜨렸다.헛헛하고 허무한 웃음이었다.“정말 웃기네요. 내가 바보처럼 순진해 보여요? 그런 말, 이제 안 믿어요.”“물어보지도 않았잖아. 날 왜 그렇게 못 믿는 건데?”“내가 안 물어봤다고요?”그 말에 시연의 표정이 서서히 굳어졌다.‘내가 정말 안 물어봤다고?’얼굴이 서늘하게 식어갔다.표정도, 눈빛도, 마치 찬 겨울바람처럼 싸늘해졌다.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는 순간, 머릿속에 똑같은 장면이 떠올랐다.3년 전.“3년 전에 당신한테 애원했었어요. 수십 번 말했어요. 장소미, 뭔가 이상하다고. 그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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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3화

시연은 조곤조곤, 아주 논리적으로 말을 이어갔다.“사람이란 게, 선택의 순간에선 결국 더 신경 쓰이는 쪽을 택하게 돼요. 그렇지 않아요? 당신은 나랑 장소미 사이에서... 장소미를 택했잖아요. 뭐, 인간적이긴 해요.”“시연아...”유건의 목소리는 쉰 듯 갈라져 있었다.“하아...”시연은 아무렇지 않은 듯 웃어 보였다.“내가 뭐, 당신이 장소미를 더 좋아했다고 탓이라도 해야 해요?”지금 이 순간, 유건은 완전히 얼어붙은 듯 말이 없었다. ‘그게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지만, 3년 전 그때의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시연은 유건이 평소 자주 하던 것처럼 남자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감정이란 건, 애초에 강요할 수 없는 거예요. 그러니까, 그 부분은 나도 이해해요. 당신을 미워하진 않아요. 다만...”말을 바꾸며 시연이 손을 내렸다. 표정과 눈빛이 순식간에 차갑게 얼어붙었다.“당신은 날 속였어요. 장소미를 잊지 못하면서 끝까지 인정 안 했잖아요. 한쪽에선 날 달래고, 다른 쪽에선 장소미를 감싸고... 그 점 하나는, 정말로 미워요.”유건의 목이 덜컥 막혔다. 침을 꿀꺽 삼키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시연아, 나는...”“그러니까...”시연은 말을 자르며 말했다.“앞으로는 날 속이지 마요. 난 그때 이미 깨달았어요. 이젠... 안 믿어요.”“아니야...”유건은 급하게 시연의 손을 잡았다.“그땐 내가 정말 잘못했어.”그는 변명하지 않았다. 장소미를 놓지 못했던 것도, 그 때문에 시연이 여러 번 상처 입었던 것도 전부 사실이었다.“하지만 지금은... 정말 아니야. 이젠 너 하나뿐이야. 내가 신경 쓰는 사람도, 너 하나야.”‘정말일까?’시연은 눈썹을 살짝 올리며 쳐다봤다.“그럴 수도 있겠죠. 근데... 이젠 신경 안 써요.”한 번 불에 덴 사람은 불씨 근처에는 가지도 않는다.‘또 다치기 싫으면... 마음을 안 주면 돼.’시연은 그렇게 스스로를 단련해 왔다.유건은 아무 말 없이 시연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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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4화

마수경은 대답을 남기고 주방으로 향했다.시연은 입을 살짝 벌린 채, 멍한 표정으로 유건을 바라봤다.하지만 유건은 시연을 보지 않은 채, 그녀 앞에 놓인 불은 만둣국을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숟가락을 들어 한 입, 조용히 입에 넣었다.“이건 내가 먹을게. 넌 새로 끓인 거 먹어. 따뜻한 걸로.”그 순간, 시연의 심장이 아프게 조여들었다.‘뭐야, 왜 이러지...?’말벌에 쏘인 듯, 가슴 한복판이 따끔하고 저렸다.시연은 만두를 먹는 유건을 바라보며 반쯤 웃는 표정으로 조용히 말했다.“뭐 하는 거예요? 내 남은 음식 먹는 거, 이번이 처음도 아니잖아요. 예전에도 그랬잖아요. 근데 그때도 당신은 날 진심으로만 대했던 건 아니잖아요.”“오해하지 마.”유건은 숟가락을 든 채, 시연을 힐끗 바라봤다.“남은 밥 한 그릇 먹는다고, 네가 날 믿게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아.”“그럼 왜 먹어요?”시연은 이유 없이 화가 치밀었다.‘이 사람... 이렇게 다정한 척하면서 결국엔...’이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며 외쳤다.“지금 당장 짐 싸서 나갈 거예요!”“안 돼!”유건이 한 손으로 시연의 팔을 붙잡았다.“넌 여기에 있어야 해.”“뭐라고요?”유건은 시연을 바라보며 잔잔하게 웃었다.“네가 내 옆에 있으면, 내가 너한테 어떤 마음을 가졌늕...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야.”“허!”시연은 코웃음을 쳤다. 차가운 냉소였다.“그럴 리가요.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잖아요. 사람 쉽게 안 바뀌어요. 특히, 당신 같은 사람은 더더욱.”속이 울컥한 채로 시연은 독하게 내뱉었다.“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그러나 유건은 화내는 대신,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왜 그런 말을 해? 잘 있다가, 굳이 자기 입으로 자기를 욕하고 싶은 거야?”‘지금... 진심으로 저런 소리를? 사람이냐, 진짜?’...시연은 옷을 갈아입고, 조용히 현관으로 나왔다.마침, 유건이 위층에서 내려오는 중이었다.“나가게? 어디 가?”시연은 걸음을 멈추고 유건을 슬쩍 흘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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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5화

일을 마친 뒤, 맹방동이 먼저 자리를 떴다.계산하려던 시연은 그때 강수희의 전화를 받았다.[시연아!]전화기 너머에서 강수희의 다급한 울음소리가 들렸다.[은범이가... 상태가 좀 안 좋아... 흐흑...]“사모님, 진정하세요.”시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의사는 불렀어요? 제가 지금 바로 갈게요!”[불렀어... 응, 고마워. 얼른 와줘...]전화를 끊자마자, 시연은 곧장 은범이 있는 집으로 향했다....은범은 정말 상태가 좋지 않았다. 고열이 올라와 있었다.식물인간 상태에서는 발열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원인이 단순한 감기일 수도, 심각한 감염일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더구나, 환자는 본인의 증상을 설명할 수도 없었다.시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의사가 방문한 상태였다.“지금은 고열까진 아니에요. 38.5도는 넘지 않았습니다.”의사는 침착하게 설명했다.임상적으로 38.5℃ 미만의 열에는 해열제를 바로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아마도 감기나 외부 자극으로 인한 열일 가능성이 큽니다. 몸이 좀 식은 듯해요.”강수희는 당황해서 되물었다.“근데... 은범이처럼 의식이 없는 사람도 감기에 걸리나요?”“물론이죠.”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환자분은 잠들어 있는 상태일 뿐, 신체 기능이나 면역 시스템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다만, 오랜 시간 누워 있던 탓에 면역력은 일반인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우선 물리적으로 체온을 낮춰야 합니다. 제가 감기약을 조금 처방해 드릴게요. 비위관으로 투여하시면 됩니다. 옆에서 계속 지켜보시고, 체온이 다시 오르거나 다른 이상 증상이 보이면 즉시 연락해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강수희와 시연은 함께 의사를 배웅했다....“사모님.”시연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제가 은범이 옆에 있을게요. 사모님은 따뜻한 국물 좀 끓여주세요. 열이 나면 수분 보충이 제일 중요하고, 장 기능도 약해지니까... 반유동식으로 준비해 주세요.”“그래, 알겠어.”강수희는 고개를 몇 번이나 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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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6화

유건은 시연의 그 담담함이 반가워야 할지, 무심함이 서운해야 할지 몰랐다.하지만, 하나는 분명했다.시연은 지금 그와 상의하는 게 아니었다. 그저 통보하는 거였다.[그래, 알겠어.]유건이 그렇게 말하자, 시연은 말을 이었다.“조이는 진아가 데리러 갈 거예요. 도경미 이모님한테 조이 짐 좀 챙겨달라고 전해줄 수 있어요?”[안 돼.]유건은 고민도 없이 단칼에 잘라 말했다. 미간엔 깊은 주름이 져 있었다.[조이를 왜 거기로 데려가? 그 집엔 환자가 있잖아. 조이는 아직 어려. 면역력도 약한데, 병 옮으면 어떡해.]그 점을 시연도 모르진 않았다.‘그래도...’시연이 없으면, 조이는 또 유건만 졸졸 따라다닐 게 뻔했다. 그 아이는 점점 더 유건한테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왜?]유건이 시연의 속내를 꿰뚫어 본 듯 물었다.[내가 귀찮을까 봐?]시연은 조용히, 거의 들릴 듯 말 듯 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귀찮긴 하지.]시연의 눈이 살짝 커졌다.[그럼 말이야.]유건은 가볍게 웃으며 말을 돌렸다.[나한테 좀 잘해주면 안 돼?]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핸드폰을 들고 있던 시연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조이를 유건에게 맡기는 건, 분명 마음이 놓였다.‘잘해주라니... 어떻게...?’...SKY 전원주택단지.조이는 유건에게 완전히 들러붙어 있었다.밥도 유건이 먹여줘야 하고, 우유도 유건이 손으로 병을 들어줘야 했다.심지어 목욕도 도경미는 싫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오직 유건만 찾았다.하지만 유건은 그럴 수 없었다.친딸이라 해도, 세 살이면 남녀 구분이 생길 나이다.게다가 유건은 조이의 새아버지도 아니었다.“조이야, 말 들어야지.”유건은 다정한 목소리로 아이를 달랬다.“할머니가 씻겨주시고, 아저씨가 토끼 사과 깎아줄게. 어때?”‘토끼 사과...?’조이의 동그란 눈이 반짝였다. 완전히 넘어간 눈빛이었다.“좋아요!”조이는 당장 도경미에게 손을 뻗으며 외쳤다.“할머니, 안아줘요! 목욕할래요!”“아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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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7화

유건은 정신이 퍼뜩 들며, 급히 조이의 팔을 놓았다.그러고는 아이를 품에 안고 다급히 달랬다.“미안해, 아저씨가 잘못했어. 조이, 아저씨 용서해 줄 수 있어?”조이는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로 유건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입술을 삐죽이다가, 결국 유건의 품으로 푹 안겨들었다.“아저씨, 앞으로는 세게 하지 마요.”“응, 절대 안 그럴게.”유건은 뭐든 다 해줄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럼 용서할게요.”조이는 유건 품에 더 바짝 안기며 중얼거렸다.“조이는 아저씨가 좋아요.”“고마워, 조이야.”작고 부드러운 온기가 품 안에 안겨 있었다.유건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꼭 안아주었다.조이를 겨우 재운 뒤에야, 유건의 머리가 서서히 지끈거리기 시작했다.그 말.조이가 말한 ‘아저씨’.‘도대체 누굴 말한 거지?’...시연은 은범 곁을 지키고 있었다.잠시 병상 옆에 엎드린 채 눈을 붙였지만, 원래 잠이 깊지 않은 성격이라 선잠처럼 느껴졌고, 금세 눈을 떴을 때는 겨우 십여 분이 지나 있었을 뿐이었다.‘체온 한번 재봐야겠다.’시연이 일어나려던 순간, 팔이 뭔가에 걸렸다.고개를 숙여보니, 여자의 손이 은범의 손과 맞닿아 있었다. 서로 손을 맞잡은 상태였다.시연은 잠시 멍해졌다.‘내가... 손을 잡고 잤던 건가?’기억은 흐릿했다.조금 전, 엎드릴 때 손을 잡은 것 같기도 했다.은범이 먼저 잡았을 리는 없을 테니까. 시연은 은범의 잠든 얼굴을 바라봤다.한결 편안해 보였다.새벽이 다가오던 무렵, 은범의 열이 가라앉았다.아직 의식은 없었지만, 열이 내리자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시연은 긴 숨을 내쉬며 은범의 축축한 옆머리를 살며시 쓸어주었다.“은범아... 언제 깰 거야. 너희 엄마 아빠, 그리고 나도 다 기다리고 있어. 힘내야 해, 알았지?”은범은 조용히 누워 있을 뿐,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사모님.”시연은 거실로 나가며 강수희에게 작게 인사했다.“저 먼저 가볼게요. 혹시 열 다시 오르거나 하면 바로 전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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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8화

“날 기다렸다고요?”시연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나 오늘 안 들어온다고 말했잖아요.”“응.”유건은 낮게 웃었다.“그래도 기다리고 싶었어.”벽에 걸린 앤티크 시계를 힐끔 본 유건이 미소 지었다.“봐. 결국 왔잖아?”물론 시연은 예상보다 늦게 돌아왔다.하지만 어쨌든, 돌아온 건 사실이었다.“당신...”시연은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목소리도 조금 힘이 빠져 있었다.“그러지 마요...”“뭐가? 내가 뭘 어떻게 했는데, 응?”“그냥...”시연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어딘가 불편해진 마음이 입가에 맴돌았다.“이런 거 하지 말라고요.”“기다리는 거? 아니면... 너한테 잘해주는 거?”유건의 눈빛이 순간 어두워졌다.‘이건 함정이야.’시연은 그 대답에 걸리고 싶지 않았다. 더 깊게 얽히고 싶지 않았다.“오늘 수술 있어요. 조금이라도 자야 해요. 이제 일어나요.”“수술?”유건은 그 말에 얼굴이 굳었다. 눈썹이 깊게 찌푸려졌다.“수술 있는 거 알면서 밤새운 거야?”“괜찮아요.”시연은 유건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처음부터 집도하는 게 아니라, 중간에 들어가는 거예요. 오전 지나야 순서 올 테니까, 몇 시간 자면 충분해요.”그 말에 유건은 더는 할 말을 잃었다.시연 마음속에서 은범이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질투 따위는 무의미했다.식물인간한테 질투를 느낀다는 건, 어딘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니까.하지만 유건은 씁쓸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2층 가서 자. 이따가 조이 일어나면, 분명 시끄러울 거야.”“괜찮아요.”시연은 또 한 번 고개를 저었다.“금방 잘 거예요. 문 닫으면 안 들려요.”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싫다고 하니, 유건은 더는 말없이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시연은 방으로 들어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눈은 무거웠지만, 밤새 깨어 있던 뇌는 오히려 더 각성해 있었다.몸은 잠을 원했지만, 마음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지금 자야 하는데... 왜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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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89화

시연이 눈을 떴을 땐, 유건이 이미 출근한 뒤였다.조이도 어린이집에 간 모양이었고, 마수경과 도경미는 각자 집안일로 분주했다.간단히 씻고 아침을 대충 챙겨 먹은 뒤, 시연은 병원으로 향했다.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손을 씻으러 간 세척실에서 변이준과 마주쳤다.서로 오늘 수술이 있어 스쳐 지나가는 인사만 했다.“지 선생, 내가 피규어 기념품 사 온 거 있는데, 아침에 못 봐서 당직실에 놔뒀어. 나중에 챙겨 가.”“선배, 고마워요.”시연은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진짜... 누가 봐도 이준 선배는 신사 그 자체지.’이준은 최근 해외 학회에 참석하느라 며칠 출장을 다녀왔다. 성격이나 태도, 뭐 하나 흠잡을 데 없이 매너 좋고 깍듯한 사람이었다.그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나 환자들한테도 항상 부드러운 미소로 대하고, 출장을 다녀오면 늘 이렇게 기념품까지 빠짐없이 챙겼다.세척을 마친 둘은 각자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을 마친 뒤, 시연은 다시 진료실로 돌아가 의료 지시를 정리했다.그렇게 시간이 훌쩍 지나 퇴근할 시간이 다가왔다.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가던 시연은, 큰 사무실 쪽을 지나치다 문틈 사이로 익숙한 뒷모습을 보았다.이준이었다.오늘 야간 당직이라 병원에 남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혼자가 아니었다.이준 앞에 서 있는 건, 횐 가운도 입지 않은 젊은 여자였다.인턴도, 레지던트도 아닌 생전 처음 보는 얼굴.“내가 갔다 오는 동안, 고작 두 장밖에 안 썼어?”“흥.”여자는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누구처럼 문제만 봐도 술술 풀 수 있는 천재가 아니란 말이에요.”“허, 참...”이준은 어이없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손에 들고 있던 문제집을 툭 내려놨다.“그딴 아부는 안 통해. 집중해라.”“히히.”아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능청스럽게 웃었다.“어떻게 알았어요? 진짜 귀신 같아요.”“하... 너 진짜.”이준은 완전히 기가 막힌 표정이었다. 그러면서도 말투는 여전히 다정했다.“공부할 거면 진짜 제대로 해. 이번에 못 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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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0화

시연의 긴장한 목소리에, 레오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낮은 웃음이 전화기 너머로 전해졌다.[당연히 도울 수 있지. 오늘 저녁, 나랑 밥 한 끼 어때?]시연은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상황을 파악했다.“지금 G시에 계세요?”[응. 오후에 도착했어. 이제 두 시간 정도 됐나?]“진짜...”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말씀을 좀 곧이곧대로 하세요. 깜짝 놀랐잖아요.”[지 선생, 오늘 저녁에 시간 내줄 수 있지?]“어디 묵으세요?”[호텔에서 안 먹고 싶어. ‘영복루’ 어때? 네가 좋아하는 데잖아.]“좋아요.”전화를 끊은 시연은 바로 ‘영복루’로 향했다.레오가 먼저 도착해 룸에 앉아 있었다.“왔네? 어서 앉아.”레오는 손짓하며 시연에게 물을 따라주었다.시연은 살짝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어쩐 일이세요? 갑자기.”“그렇게 갑작스러운 건 아냐.”레오는 느긋한 어조로 대답했다.“G시에 거래처가 있거든. 1년에 몇 번은 오게 돼.”지난 3년간은 다소 뜸했지만, 그래도 1년에 한두 번은 늘 얼굴을 비췄다.“뭐 먹고 싶어?”시연은 메뉴판을 들며 물었다.“네가 더 잘 아니까, 알아서 골라줘.”“알겠어요.”시연은 대충 메뉴를 골랐다.두 사람이 먹기 적당한 3가지 반찬과 국 하나.식사가 이어지던 중, 레오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참, 이경이가 그러더라? 아쉽다고. 네가 마음에 안 들었던 것 같다나 뭐라나?”시연은 순간 멍해졌다가, 피식 웃었다.“제가요? 그건 제가 아니라, 이경 씨가 너무 완벽해서 그런 거죠. 어르신들하고도 인연이 깊고, 그 덕에 소개 자리까지 만들어주셨는데, 오히려 저보다 더 괜찮은 분 소개해 주셨어야죠.”“너보다 괜찮은 사람?”레오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시연, 너는 모든 장점을 골고루 갖춘 사람이야. 괜히 이런 말 하는 거 아냐. 네가 이경이가 안 마음에 들었다면, 그건 이경이 손해지.”‘이분... 또 이러네.’시연은 말없이 고개를 숙여 국을 한 숟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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