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1001 - Bab 1010

1183 Bab

제1001화

“뭔데요?”진아는 지하가 수작을 부린다는 걸 직감했지만 말을 이었다. “말해봐요.”지하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내 여자 친구가 되어줘.”‘뭐?’‘역시 좋은 생각했을 리 없지.’ “휴.”진아는 피식 웃더니 얼굴을 굳히고 말했다.“먹기 싫으면 말아요. 어차피 도시락 하나쯤 없어도 되잖아요? 부 대표님이랑 어울리는 것도 아니니까요.” “에이.”지하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왜 또 화가 났어?”그는 진아를 붙잡고 말했다.“그냥 던진 말이었어. 나도 짐 한 번 옮겨준 걸로 진아 씨가 순순히 받아줄 거라고 생각 안 했어.” 진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지하를 바라보았다.“그럼 왜 그런 말을 했는데요?” “그냥 해본 거지.”지하는 웃으며 말했다.“충동적으로 알겠다고 할 수도 있잖아.” 진아가 이를 갈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테니까요! 도시락은 먹을 거예요, 말 거예요?” 어쨌든 지하가 도와주긴 했으니, 진아도 그를 모른 척할 수 없었다. “먹어, 당연히 먹지.”지하는 환하게 웃으며 도시락을 받아서 들었다.“그럼 우리 둘이 저녁 먹는 셈인가?” 진아에게 밥을 한 번 사주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편, 옆에 있던 동료들이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음기를 띠고 소곤소곤 속삭였다.누군가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임 선생님, 남자 친구 소개 안 해주세요?”순간, 진아의 얼굴이 굳었다.‘나더러 무슨 말을 하라고?’“아직은 아니에요. 제가 더 노력할 테니까 너무 스트레스 주지 마세요.”지하가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여러분, 이제야 인사드리네요.”“아직은 아니라뇨? 잘 어울리는데요? 임 선생님, 잘 생각해 보세요.” “그러게요, 정말 잘생겼어요.”“혹시, 무슨 일 하세요? 임 선생님은 박사라서 전망이 아주 좋아요. 평범한 사람은 어울리지 않을 거예요.” 지하가 대답하기도 전에 누군가 끼어들었다. “옷차림을 보니까 조건이 괜찮은 것 같아요. 큰 회사 다니시죠? 외국 기업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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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2화

시연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들어오라고 해요.”얼굴이 어두워진 유건이 과감하게 고개를 저었다.“안 만날 거야.” “아, 알겠습니다.”마수경은 이내 밖으로 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그녀의 일그러진 얼굴은 곤란한 일을 겪은 듯했다.“사실대로 말했는데도 오늘 고 대표님을 만나지 못하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시네요.”‘허.’시연은 소리 없이 비웃었다.‘예전이나 지금이나 참 집요하다니까.’ “안 만난다고.”유건은 인상을 찌푸렸고, 머리가 아파져 왔다. “원한다면 계속 기다리라고 해.” 허락도 없이 이곳에 오래 머무른다면, 경비원이 개입할 게 뻔했다. “네.”마수경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시연을 위한 것이기도 했다. 시연은 갓 구워진 빵을 손으로 찢으며 말했다.“이 빵, 정말 잘 구워졌어요. 왕성애 이모님 솜씨랑 거의 비슷해요.” “아줌마가 한 거 아니야.” 유건이 웃으며 말했다,“너랑 조이, 밀가루 음식이랑 서양 음식 좋아하잖아. 셰프를 새로 고용했어. 마음에 들면 자주 시킬게.” ‘그랬구나.’ 시연은 빵을 먹으며 밖을 내다봤다. “비도 많이 오는데, 정말 안 만나주려고요?” “응.”유건은 굳건히 고개를 끄덕였다. 시연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3년 동안 연락도 안 했는데 이러는 거 보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그건 장소미 일이야.” 유건은 못 말린다는 듯 시연을 바라봤다. “3년 전에 끝났어. 정말이야. 걔한테 무슨 일이 생기든, 이젠 내 일 아니야.”“지금도 앞으로도, 나는 너 하나뿐이야.” 순간, 얼굴이 굳어졌던 시연이 억지 미소를 지었다.“말만 너무 거창한 거 아니에요? 사람이 살다 보면, 절대적인 건 없는 법이에요.” “그래.”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았다.“두고 보면 될 일이니까.” 순간, 시연은 스스로가 참 한심하다고 생각했다.아침을 먹은 후, 유건은 시연과 함께 차고로 갔고, 차고 문을 통해 밖으로 향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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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3화

그 한마디에, 소미가 얼어붙었다.“꼴도 보기 싫다고?”“못 들을 말이라도 들었니?”시연은 소미의 뻔뻔함에 어이가 없었다.은범의 교통사고가 아니었더라도, 두 사람의 십여 년간의 원한, 그리고 유건과 얽힘은...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적어도 서로 왕래할 일은 없어야만 했으니까.시연이 비웃으며 말했다.“하긴, 파렴치한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겠어?” “너...”소미의 얼굴이 단숨에 굳어졌다. 물론 화가 났지만, 시연에게 부탁하러 온 상황이었다.‘안 돼, 난 고개 숙이러 온 거야.’ 소미는 이를 악물고 화를 참았다. “넌 이제 모든 걸 가졌잖아. 그런데 아직도 예전 일을 따지고 싶은 거야? 나는 너한테 진 패배자일 뿐이야!”“너는 모든 걸 얻었고, 난 가진 게 하나도 없으니까!”‘내가 모든 걸 얻었다고?’여전히 깨어나지 못하는 은범을 생각하자, 시연은 증오심이 타올랐다. “무슨 일인데?”“그게...”한참이나 입술을 깨물던 소미가 입을 열었다.“부탁하러 온 거야. 내 쇼핑몰, 아직도 조사받고 있어. 문제투성이라서 이대로 가면 완전히 망할 거라고!” “유건 씨한테 나 좀 도와달라고 하면 안 될까?” 유건이 G시에서 가진 인맥이라면, 소미를 돕는 것쯤은 손쉽게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뭐?’시연이 눈을 가늘게 떴다.‘문제투성이라고?’‘그건 나도 모르던 사실인데?’처음에 시연은 단지 경찰을 끌어들이기만 하면, 맹방동이 그 틈을 타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문제가 없다면, 장소미의 쇼핑몰도 영향을 받지 않을 테니까.“하.”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무슨 문제길래?” “그게...”소미는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공급원이... 진짜와 가짜를 섞어서 팔았어.” ‘뭐?’시연은 의아해하며 입을 뗐다.“그럼 네가 억울할 일이 아니잖아? 자업자득인 거니까. 난 국민을 위해 해충을 제거한 셈일 뿐이야.” ‘저게 진짜!’소미의 얼굴색이 또 굳어졌다.“내가 좋아서 이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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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4화

시연은 소미가 반응하기도 전에 질문을 바꿨다.“어떤... 사람?”소미는 속내를 들킨 것처럼 입만 뻐끔거렸다.“하하.”시연이 웃기 시작했다.‘역시 배우답네.’‘스스로 얼굴만 망치지 않았으면...’‘지금쯤 영화제 여우주연상은 따 놓은 당상이었을 텐데!’그녀는 이내 단호하게 말했다.“누굴 말하는지 알잖아? 너한테 돈을 송금한 해외 계좌를 쓰는 사람 말이야. 두 사람, 어떻게 한 거야? 같이 은범이를 해친 거야?” ‘이럴 수가!’순간, 소미의 얼굴에서 생기가 사라졌다.그러고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어...”“장소미.”시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말을 끊었다.“이건 질문이 아니야, 거래를 제안하는 거지. 대답만 해주면 널 도울게. 하지만 대답 안 하면, 네 쇼핑몰은 알아서 살아남아야 할 거야.” “난 몰라!”소미는 단호히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몇 번이나 말해야 돼? 노은범 일은 나랑 상관없다고!” “아.”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러니까, 거래 안 한다는 거네?”“그게...”소미는 말을 더듬으며 고개를 저었다.“안 한다는 게 아니라...”시연은 그녀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몸을 돌렸다. 더는 쓸데없는 말을 나누고 싶지 않았다. 순간, 소미가 시연을 덥석 잡아당겼다.“가지 마!” “놔.”시연은 눈을 살짝 드리우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네가 거절한 이상, 더는 할 말 없어.” “아니!”소미는 끝까지 시연을 놓아주지 않았다.“난 정말 아무것도 몰라. 제발, 나 좀 놔주면 안 될까?” ‘허.’시연은 황당하기만 했다.“내가 바보인 줄 알아? 이대로 넘어갈 줄 아냐고. 세상에 공짜는 없어. 왜 내가 아무 대가도 없이 널 도와야 하는데?” “지시연!”소미가 갑자기 이를 갈며 말했다.“나를 도와주려는 거라고? 해치려는 거겠지!” ‘쇼핑몰 문제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3년 전 일에 끌어들일 작정이야.’‘어떤 게 더 큰 문제겠어?’“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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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5화

주지한은 사실대로 말했다.“경비팀에서 지시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응.”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그가 강울대병원에 도착했을 때, 시연은 응급실에서 나오지 않은 상태였다. “형님.”주지한이 유건을 위로했다.“간호사가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했습니다. 급소는 피했고, 다리를... 다쳤을 거라고요.” ‘다리?’‘다리면 괜찮은 거야?’시연은 통증을 무서워하는 사람이었다. 유건이 인상을 찌푸리며 돌아서서 말했다.“경비팀으로 가자.” “네.”...“나 좀 내보내 줘요!”소미는 제지당한 채, 계속 억울하다며 외치고 있었다. “내가 안 밀었다고요! 무슨 권리로 날 제지하는 거예요? 어서 날 풀어줘요! 그렇지 않으면, 고소할 거라고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건이 걸어 들어왔다. 순간, 소미의 고함이 뚝 그쳤다. 그러더니 눈시울이 벌겋게 달아오른 채 울먹였다.“유건 씨.” 하지만 유건은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의자에 앉아 눈을 살짝 내리깔았다.그러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밀었어?”“아니요!”소미는 울며불며 하소연했다.“정말 아니라고요!” “인정 못 한다?” 유건이 차갑게 비웃었다.“CCTV가 없어서 괜찮다고 생각하는 거야? 시연이는 너랑 같이 있을 때 다쳤어. 그런데도 변명하고 싶어?”“변명이 아니라고요!”소미는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정말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 오히려 난 지시연을 잡아줬다고요...”“네 변명 들으러 온 거 아니야.”유건은 인내심이 바닥났고, 매몰차게 말을 끊었다. “시연이를 다치게 한 이상, 반드시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말하러 온 거야.”“앞으로는 시연이 곁에 얼씬도 하지 마!” 그는 곁에 있던 경비팀 팀장을 향해 말했다.“경찰서에 넘겨요.” “예, 대표님.”유건은 이내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가려 했다. ‘이대로 가버린다고?’소미는 어안이 벙벙해졌고,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 ‘날 죄인으로 만들려고 온 거야? 경찰서로 데려가려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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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6화

“믿어.”유건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장소미, 지금 경찰서에 있어.”‘경찰서?’순간, 시연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장소미를 경찰서에 보냈다고? 어떻게?’ 이해가 되질 않았다.“그러니까, 장소미를 경찰서에 보내서 표정이 안 좋은 거예요? 그럼 안 보내면 되잖아요. 누가 당신더러...”“조용히 좀 해.”유건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지금은 그런 양심 없는 말 듣고 싶지 않아.” 시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말하지 말라고? 좋아, 안 하면 그만이야. 나라고 당신이랑 말 섞고 싶은 줄 알아?’집으로 돌아온 유건은 자연스레 그녀를 품에 안으려 했다. 시연은 고개를 저었다.“목발이 있으니까 나 혼자 걸을 수 있어요. 왼쪽 다리에 체중만 안 실으면 돼요.” 하지만 유건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집으로 들어갔다. 거실로 들어서자, 조이가 뛰어나왔다. “엄마! 아저씨!”조이는 두 사람이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하지만 유건이 시연을 안고 있는 모습을 보자, 곧장 눈을 가렸다.그러더니 웃는 얼굴로 외쳤다.“엄마, 부끄러워요! 아저씨가 안아주잖아요!” 순간, 시연의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얼른 내려줘요!”“싫어.”유건은 조이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조이야, 엄마는 다리를 다쳐서 혼자 걸을 수 없어. 아저씨가 안아줘야 해.” “어?”조이는 금세 두 손을 동그랗게 쥐고 안절부절못했다. “엄마 다쳤어요? 아파요?”“아니...”“응, 아파.”유건이 시연보다 먼저 말을 꺼냈다.“그러니까 조이는 착하게 지내야 해. 무슨 일 있으면 할머니한테 말하고, 되도록 엄마를 귀찮게 하지 마, 알겠지?” “네!”조이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착한 우리 조이.”유건은 품에 안긴 시연을 한 번 바라보았다.‘시연이도 조이처럼 말을 잘 들으면 얼마나 좋을까?’그는 시연을 안고 바로 2층 안방으로 올라갔다. “어머!”시연이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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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7화

“유건 씨!”시연은 초조한 듯 유건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유건은 쭈그리고 앉아 조이를 쳐다보며 말했다.“왜냐하면 엄마는 다쳤잖아. 아저씨가 보살펴 줘야 해. 그래서 여기서 지낼 거야.”시연의 감정을 배려한 그는 최대한 부드러운 표현을 썼다. 이 말을 들은 조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네, 엄마 잘 돌봐주세요.” 사실, 두 사람은 이렇게 쉽게 해결될 줄 몰랐다. “그래.” 유건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럴게.”“아저씨.”조이는 작은 발을 동동 구르며 조급해했다.“조이 새 방 보러 갈래요. 공주 침대 예쁜지 보고 싶어요!” “그래.”유건은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밖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이모님.”“네.”지시를 기다리던 도경미가 빙그레 웃으며 들어왔고, 조이를 안으며 말했다.“새 방 보러 가자!” “네, 가요!”조이는 통통한 팔을 들더니,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시연과 유건을 번갈아 보았다. “엄마, 아저씨, 둘이 사랑하는 거죠, 그렇죠?” 순간, 시연은 말 문이 막혔고, 유건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알았어?” “엄마랑 아저씨가 사랑하니까, 조이가 공주 된 거잖아요!” 조이는 큰 눈을 깜박거렸다.“조이는 다 알아요!”그러더니 더는 어른들의 반응을 기다리지 않고 재촉하기 시작했다.“어서 방 보러 갈래요!”“그래!”‘그냥 가버린다고?’시연을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애지중지 키웠는데, 나보다 공주방이 더 좋다고?’어이가 없어 웃음이 터져 나왔다. “치.”유건은 옅게 냉소 지으며 쿠션을 집어 들었다.그러더니 시연의 다친 다리 아래에 받쳐 혈액 순환을 도왔다. 그는 곧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내 마음이 어떤지 알겠어?” ‘뭐?’시연은 이해하지 못했다.“마음이요?”“봐.”유건은 문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조이 말이야. 넌 마음을 다했는데, 상대는 뒷짐 지고 무심한 것 같지?” 순간, 시연은 말 문이 막혔다.‘이제 마음도 읽을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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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8화

“왜 그랬는지 말해줘.”유건은 손을 들어 시연이 자신과 눈을 마주치게 했다. “왜냐면...”시연이 우물쭈물하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똑똑히 알기를 바랐어요. 때로는 증거가 없다고 해도, 그 사람이 범죄를 저지른 사실은 사라지진 않는다는 걸요!” “경찰은 장소미를 조사해야 해요! 그 여자는 결백하지 않아요. 꼭꼭 숨었을 뿐이라고요.” 이 말이 끝나자, 공기가 갑자기 차갑게 가라앉았다. “하.”잠시 후, 유건이 아주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 그러더니 손끝으로 시연의 볼을 가볍게 어루만졌다.“말로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웠어? 일부러 널 다치게 해야만 했냐고.” “그거야... 당신을 믿지 않으니까요.” 시연은 또다시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지금은 장소미랑 헤어지고 나를 좋아한다지만, 중요한 순간에 그 여자 편을 들지 누가 알아요?”그녀는 자기 다리를 내려다봤다. “걔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신의 사람이었어요. 나처럼 당신을 배신하고, 화나게 하지도 않는데, 안쓰럽지 않아요?” 시연은 남자의 손바닥에 뺨을 문질렀다.“당신이 날 아껴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나한테 더 잘해달라고요.” “너...”유건이 못 말린다는 듯 말했다.“아직 부족하다는 거야? 어떻게 아껴주라는 거야? 어떻게 잘해달라는 거냐고. 이번 일로는 만족 못 하겠어?”“뭐...”시연이 뾰로통하게 말했다.“나쁘지 않았어요.”“하지만 다음엔 이러면 안 돼.”유건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을 이었다.“아니, 다음은 없을 거야. 뭔가 하고 싶은데 못 하는 일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 또 널 해치는 일이 생기면, 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지 않을 거야. 알겠어?”“알겠어요.”시연은 입술을 오므리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는 커다란 살굿빛 눈을 반짝이며 유건을 주시했다.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졌다.“그럼... 그일, 도와줄 수 있어요?” 시연은 가볍게 느릿느릿 한 글자 한 글자 말했다.“난, 은범이 사건을 다시 파헤치고 싶어요.” 사설탐정의 권한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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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09화

“필요 없어.”유건이 단호하게 말했다. “왜요?”시연이 윙크하며 말했다.“내 다리가 불편해 보여서 그래요? 그럼 CCTV를 경찰에 넘겨요. 그러면 되잖아요.”“지시연.”유건은 시연의 어깨를 움켜쥐고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그러더니 씁쓸하게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지? 왜 나를 화나게 해? 난 CCTV를 처리한 이상, 경찰에 넘길 생각이 없어.”‘무슨 뜻이지?’시연은 멍해졌다.‘그럼 장소미가 더 곤란해지는 거 아닌가? 정말 신경 안 쓰는 건가?’“왜요?”“왜냐고?”유건은 쓴웃음을 지으며 오히려 반문했다.“왜 그렇다고 생각해?”사실, 시연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유건은 지금 이 순간, 그녀가 자신의 첫 번째 선택임을 증명하고 싶을 테니까. 하지만 이 선택은 시연을 더 곤란하게 했다. 그녀가 멍한 표정을 짓자, 유건이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그러더니 손을 들어 애틋하게 시연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당연히, 널 위해서지.” “하지만...”시연의 심장 박동이 갑자기 빨라졌다.“나한텐 큰일이 생기지 않았잖아요. 그리고, 당신도 알잖아요? 장소미는 날 붙잡으려 했다고요...”“그래.”유건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장소미가 너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너를 밀지도, 잡아줄 필요도 없었을 거야.” 순간, 시연의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이번 일은 장소미가 자초한 거야. 걔가 널 다치게 한 건, 변하지 않는 사실이야.”유건이 말했다. ‘그래, 그렇긴 하지만...’‘그렇지만...’옳지 않은 건 유건의 태도였다. 시연이 낮게 웃으며 말했다.“당신, 많이 변했네요. 원래 이러지 않았잖아요? 예전 같았으면 장소미를 용서하라고 했을 텐데, 왜 변한 거예요?” 두 사람은 그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다. 남자의 칠흑 같은 두 눈동자가 반짝이기 시작했다.“당연히 널 위해서지. 다시는, 네가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을 거야.” “허!”시연이 입꼬리를 비웃듯 올리며 말했다.“내가 떠난 뒤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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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10화

“다른 건 없어?”“네.”시연이 말했다.“첫 인연이 엇나가지 않았다면, 우리가 지금 얽혀 있을 리도 없었을 거예요.” 하지만 유건은 포기할 수 없었다.“첫 인연이 엇나갔다는 게, 우리가 끊지 못한 인연이기 때문이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시연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악연인 거겠죠.” ‘악연?’유건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괜찮아. 지금은 저렇게 생각해도, 앞으로 바뀔 수 있을 거야.’‘사람은 언제나 변하는 법이니까.’‘시연이도... 희망이 있어.’ “진심이에요.”시연은 하던 말을 계속했다.“그리고, 경찰 쪽에는 한마디 해야 해요. 당신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지만, 장소미는 일부러 날 밀친 것도, 일부러 내 손을 놓은 것도 아니니까요.”그녀는 장소미를 미워했다. 하지만 양심과 교양이 사실을 부정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내가 저지른 일에 대한 대가는, 내가 치러야 해.’ “그래.”유건도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시연이 진지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으니까.오히려 그녀가 하고 싶은 거라면, 유건은 당연히 지지해 줘야 했다. “지한이 시킬게.”소미는 그렇게 고의 상해 혐의에서 벗어났다.하지만, 우발적인 상해로 인한 경미한 부상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론이 났다. 결국, 보름간의 구류와 감시, 그에 알맞은 벌금형에 처해졌다. 그날 저녁, 시연과 조이는 정식으로 위층으로 방을 옮겼다....이른 아침, 시연은 아래층으로 내려가 밥을 먹자고 고집했다.하지만, 유건은 대답하지 않았다.“방에서 먹어. 내가 갖다줄게.”“싫어요.”시연의 고집은 더 세졌다.“내려가야 해요. 출근해야 한다고요.” ‘뭐?’유건은 이 말을 듣자마자,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출근은 무슨 출근? 다리가 그 모양인데, 출근한다고? 네가 없으면 병원이 안 돌아가는 줄 알아?”“음...”곰곰이 생각하던 시연이 입을 열었다.“그렇긴 하죠. 의사라는 직업은 특수하잖아요. 난 많은 수술을 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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